咏山家苦(영산가고) ; 산사람들의 괴로움을 읊다
金時習(김시습, 1435~1493)
신영산 옮김
(1수)
渡水踰岡十里餘 도수유강십리여 냇물 건너 산등성이 넘어가서 십여 리 쯤 나아가니
依峯初見小茅廬 의봉초견소모려 산비탈에 의지한 작은 띠집 처음으로 보이누나.
叱牛犂響空中落 질우리향공중락 이려이려 소 모는 소리가 하늘까지 울리노니
知是民間種晚畬 지시민간종만여 산속에서 사람들이 늦게나마 씨뿌리는 줄 알겠노라.
(2수)
晡時畏虎掩門扉 포시외호엄문비 해가 지면 호랑이가 두려우니 사립문을 걸어 닫고
至卯方吪煮蕨薇 지묘방와자궐미 동이 트면 몸 움직여 고사리와 고비 따다 삶아 먹으며,
縱是深山更深處 종시심산갱심처 깊숙한 산골보다 더 깊숙한 산골에서 사는데도
戶徭田賦可依違 호요전부가의위 부역에다 세금까지 내야 하니 어찌할까 고민한다네.
(3수)
薄田苗長麇豝吃 박전묘장균파흘 거친 밭에 새싹 나면 고라니와 멧돼지가 뜯어 먹고
莠粟登場鳥鼠偸 유속등장조서투 잡초가 조밭을 해친 뒤에 새와 쥐가 까먹누나.
官稅盡輸無剩費 관세진수무잉비 관아에서 세금으로 걷어가면 남은 것이 없는데도
可堪私債奪耕牛 가감사채탈경우 빚진 돈을 갚으라고 밭 가는 소까지 빼앗았다네.
(4수)
農夫揮汗勤終歲 농부휘한근종세 농사 짓는 사내들은 한 해가 다 가도록 땀 흘리고
蠶婦蓬頭苦一春 잠부봉두고일춘 누에 치는 아낙들은 봄날 내내 쑥대머리 고생인데,
醉飽輕裘滿城市 취포경구만성시 성안에는 배부르고 좋은 옷 입은 무리 가득하여
相逢盡是自安人 상봉진시자안인 몸 편히 살아가는 사람들만 서로 만날 뿐이로다.
(5수)
長官仁愛猶能喘 장관인애유능천 원님이 어질고 자애로우면 그래도 낫겠지만
幸遇豺狼足可憐 행우시랑족가련 승냥이와 이리를 만났으니 백성들이 가련토다.
婦戴翁提盈道路 부대옹제영도로 이고 진 아낙네와 늙은이가 길마다 널렸으니
豈遭飢凍不豐年 기조기동불풍년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것을 어찌 흉년만 탓하리오.
(6수)
一家十口似同廬 일가십구사동려 한 가구 열 식구가 한집에서 함께 지내는 듯한데
丁壯終無一日居 정장종무일일거 장정들은 하루가 다 가도록 집에 있지 못하누나.
國役邑徭牽苦務 국역읍요견고무 나라와 고을의 부역으로 괴롭게 끌려다니니
弱男兒女把春鋤 약남아녀파춘서 힘 없는 남자들과 아녀자가 봄 호미를 잡는구나.
(7수)
一年風雨幾勞辛 일년풍우기로신 한 해 동안 비바람에 고생하며 농사를 지었지만
租稅輸餘僅入囷 조세수여근입균 세금을 바치고서 남는 것만 겨우 창고에 넣었도다.
巫請祀神僧勸善 무청사신승권선 무당은 제사하라, 중들은 시주하라 졸라대니
費煩還餒翌年春 비번환뇌익년춘 그 비용을 다 쓰면 내년에는 다시 굶게 되리로다.
(8수)
幸今遭遇聖明朝 행금조우성명조 다행히도 지금은 큰 덕을 베푸시는 임금 만나
慈愛黔黎法帝堯 자애검려법제요 요임금의 법으로 백성들을 사랑하고 계신다네.
若喜土功鷹犬玩 약희토공응견완 만일 토목 사업에다 매와 개로 사냥을 즐기신다면
生民糜敝不相聊 생민미폐불상료 백성들은 깨어진 죽그릇도 채울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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