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서 살기/섬마을의 단상

영종도의 오후

New-Mountain(새뫼) 2014. 4.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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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의 오후


문득 전화가 울렸다, 나른한 오후에

아내다.

지금 옆에 있는데 병따개가 없냐고,

지나다 맥주 두 병을 샀는데 따개가 없어 못 마신단다.

뒤져보아도 따개는 없다. 대신 숟가락으로

 

자전거를 끌고 공원으로 나섰다.

공원 구석 오두막 안

아내가 있다.

처제와 함께, 맥주 두 병과 함께, 소복한 토마토 몇 알과 함께

싱긋한 웃음과 함께

 

벌써 먹을 남치 먹은 나이일 텐데

하는 짓이 귀엽다. 봄이니까

정말 봄이다. 주변은 정말 봄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싹이 올라오는 것이 힘겨워보였는데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햇살 아래 사람과 사람들도

제각각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거기서 그들과 머문 시간은 잠시였지만,

맥주병을 열지는 못했지만 

나도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봄날 영종도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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