聞隣家哭(문인가곡)
宋純(송순, 1493~1582)
신영산 옮김
日暮殘村行路稀(일모잔촌행로희)
墻外哭聲來無數(장외곡성래무수)
聞是西隣第幾家(문시서린제기가)
無食無衣一窮姥(무식무의일궁모)
掩券垂淚久咨嗟(엄권수루구자차)
此姥盛時吾親覩(차모성시오친도)
憶昔朝廷善政初(억석조정선정초)
必使長者知吾府(필사장자지오부)
差科正來民力均(차과정래민력균)
一年餘食盈倉庾(일년여식영창유)
西家饒財一里最(서가요재일리최)
糴夫糶女塡門戶(적부조녀전문호)
鷄豚伏臘燕鄕閭(계돈복랍연향려)
前庭後街羅歌舞(전정후가라가무)
從前時運有陞降(종전시운유승강)
斯民計活有散聚(사민계활유산취)
召父不來杜母去(소부불래두모거)
始信苛政浮猛虎(시신가정부맹호)
朝破一田備東責(조파일전비동책)
暮撤一家充西取(모철일가충서취)
日復有日夜復夜(일부유일야부야)
暴政毒令加蜂午(폭정독령가봉오)
甕盎皆鳴機杼空(옹앙개명기저공)
竈上久已無錡釜(조상구이무기부)
枷父械子置牢獄(가부계자치뢰옥)
鞭餘肌肉皆臭腐(편여기육개취부)
人生到此理極難(인생도차리극난)
不如死去埋厚土(불여사거매후토)
呼天終日哭籬下(호천종일곡리하)
天猶不應更誰怙(천유불응갱수호)
嗚呼汝命誠可哀(오호여명성가애)
聞者孰不增恚怒(문자숙불증에노)
方今國家愼賞罰(방금국가신상벌)
君王仁澤臻舜禹(군왕인택진순우)
我當爲爾陳闕下(아당위이진궐하)
酷吏不啻膏諸斧(혹리부시고제부)
夫還子放復舊居(부환자방부구거)
殘年敗業猶足樹(잔년패업유족수)
老婦掉頭哭且言(노부도두곡차언)
隣家丈人還余侮(인가장인환여모)
이웃집의 곡소리를 듣고
해 저문 쓸쓸한 마을 길엔 사람마저 그쳤는데
담장을 넘어오는 통곡 소리, 그침 없이 들리누나.
들어보니 서쪽의 이웃으로 몇 번째 집이런데
먹을 것 입을 것 하나 없는 곤궁한 할멈이라.
읽던 책 덮어 놓고 눈물 흘려 오래도록 탄식하니
그 할멈 한창이던 시절은 내가 직접 보았노라.
예전에 나라에서 선정을 처음으로 베풀 때는
반드시 훌륭한 인물 보내 우리 고을 맡기셨도다.
노역과 세금이 공평하여 백성 살림 나아졌고
한해 먹고 남은 곡식 곳간에 가득가득 넘쳤구나.
저 서쪽 할미 집의 풍족함은 온 마을 중 으뜸이어서
쌀 얻으려는 사내와 계집들이 문전을 채웠으며
복날 닭과 섣달애는 돼지 잡아 잔치를 벌였으며
앞마당과 뒤뜰에서 노래하며 춤추며 놀았다네.
예로부터 운수야 오르거나 내리거나 하였으며
백성의 살림살이 모이거나 흩어지기 마련이라.
자애로운 원님이 떠나시고 다시 오지 않으시니
혹독한 정치가 범보다 무서운 줄 알리로다.
아침에 밭 한 뙈기 동쪽에서 들볶여서 깨어지고
저녁에 집 한 채를 서쪽에서 빼앗아가 헐려진다.
일 년 내내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또 밤마다
포악하고 표독한 명령으로 벌떼처럼 달라붙네.
뒤주와 항아리는 텅 비었고, 빈 베틀만 덩그렇다.
부뚜막의 노구솥과 가마솥은 사라진 지 오래더라.
칼 쓴 남편 차꼬 찬 아들은 감옥에 갇혔으니
채찍질에 겨우 남은 살갗에선 썩는 냄새 진동한다.
사람이 사는 것이 이 지경이니 어떻게 견디리오.
차라리 죽어서 흙 속에 묻히느니만 못하리라.
온종일 하늘 향해 부르짖고 울 밑에서 울어봐도
하늘조차 대답이 없으시니, 어느 뉘를 믿으리오.
아아, 할미의 운명이여, 진정 슬픈 일이로세.
사정을 들은 사람, 그 누군들 분노하지 않겠는가.
“바야흐로 나라에서 상과 벌을 신중히 내리시니
주상의 은혜와 덕택이 옛 요순에 비긴다오.
내 응당 할미 위해 대궐에 나아가 아뢸 터니
악독한 관리놈들 처벌을 받게 될 것이고,
남편과 자식은 풀려나서 옛집으로 돌아오리니
망해 버린 살림살이 다시금 일으킬 수 있으리다.”
할미가 내 말에 머리 젓고, 통곡하며 말하더라.
“이웃의 어르신네 무슨 말씀을, 지금 저를 놀리나이까.”
'고전 풀어 읽기 > 한시,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순의 한시, '문개가(새벽에 찾아온 늙은 거지)' (0) | 2022.03.14 |
---|---|
이달의 한시, '습수요(이삭을 주우며)' (0) | 2022.03.13 |
어무적의 한시, '유민탄(떠돌이 백성들의 한탄)' (0) | 2022.03.11 |
안수의 한시, '피병행(지친 병사의 노래)' (0) | 2022.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