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안수의 한시, '피병행(지친 병사의 노래)'

New-Mountain(새뫼) 2022. 3. 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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疲兵行(피병행)

安璲(안수, 1521~?)

신영산 옮김

 

 

關雲漠漠關雪堆 관운막막관설퇴

北風慘慘山木摧 북풍참참산목최

長河氷合馬蹄滑 장하빙합마제골

沙塞日暮胡笳哀 사새일모호가애

此時疲軍長歎息 차시피군장탄식

愁枕干戈眠不得 수침간과면부득

兜鍪零落鐡衣寒 두무영락철의한

擊柝中宵十指直 격탁중소십지직

枵腸不得一飽飯 효장부득일포반

垢面常帶三年土 구면상대삼년토

 

自言少年繫軍籍 자언소년계군적

傷心幾度關山苦 상심기도관산고

關山之苦豈徒云 관산지고개도운

苦將膏血輸將軍 고장고혈수장군

將軍好擁黑貂裘 장군호옹흑초구

一貂皮當金十斤 일초피당금십근

將軍好食太牢味 장군호식태뢰미

一日軍中九牛死 일일군중구우사

山無餘貂野無牛 산무여초야무우

誅斂無窮捶楚至 주렴무궁추초지

鼎中粒機中布 정중립기중포

一一輸入將軍庫 일일수입장군고

將軍日肥士日瘠 장군일비사일척

欲往訴之逢彼怒 욕왕소지봉피노

至尊每憂軍士凍 지존매우군사동

毛衣衲衣年年送 모의납의년년송

將軍分給亦不均 장군분급역불균

煖者無多寒者衆 난자무다한자중

蟲蝗水旱無歲無 충황수한무세무

不聞賑恤聞催租 부문진휼문최조

一家丁壯十餘口 일가정장십여구

過半相携逃入胡 과반상휴도입호

胡中艱苦不可說 호중간고불가설

猶勝將軍浚膏血 유승장군준고혈

將軍將軍胡不去 장군장군호불거

去爲公卿軍則悅 거위공경군칙열

君門杳杳但回首 군문묘묘단회수

御史紛紛猶閉舌 어사분분유폐설

廉頗李牧難再見 염파이목난재견

激烈中宵腸內熱 격렬중소장내열

 

 

 

지친 병사의 노래

 

변방의 구름은 아득하고 눈은 쌓여 음산한데

북풍은 참혹하게 불어오니 산의 나무 꺾여지네.

긴 강은 얼어붙어 말발굽은 얼음에 미끄러지고

험한 요새 해 저물자 오랑캐 피리 소리 구슬프다.

이때에 피곤한 병사들은 긴 한숨에 탄식하며

근심으로 방패와 창 베고 누워 잠 이룰 수 없었도다.

투구는 닳아서 해어졌고 갑옷은 서늘한데

순찰하며 딱따기 치느라고 손가락은 뻣뻣하다.

창자는 한 그릇 밥그릇도 얻지 못해 비어 있고

얼굴은 삼년 간의 수자리에 흙먼지로 더러워졌네.

 

내 스스로 읊조리길, “내 젊을 때 군적에 매였다가

상심하여 변방에서 괴로움을 몇 번이나 겪었던가?

변방의 괴로움을 어찌 다만 말로써 하겠는가?”

괴롭게 우리 고혈 짜내어서 장군에게 보내니,

장군은 검은담비 갖옷이 좋다 하며 끌어안더라.

담비 갖옷 하나는 황금 열 근 값어치에 맞먹더라.

장군은 제상에나 오를만한 좋은 고기 좋아하니

하루에도 군중에서 아홉 마리 소를 잡는다네.

산에 남은 담비 없고 들판에도 쟁기 끌 소가 없자

가렴주구 혹독한 회초리질 끝없이 해대나니

솥 안에 들어갈 낱알이나 베틀 속의 베까지도

하나하나 끌어내어 장군의 곳간으로 들어가네.

장군은 나날이 살찌거늘 병사는 날로 여위어

누구에게 하소연 하려 해도 야단만 만난다네.

나라님은 매번 군사들이 동상 걸릴까 걱정하여

털옷과 누비옷을 해마다 해마다 보내오나

장군이 나눌 때에 고루고루 돌아가지 못하니

따뜻한 이 별로 없고, 추위에 떠는 자가 많았구나.

해충들과 홍수와 가뭄이 없는 해가 없겠지만

구휼의 말 들려오지 아니하고 세금 재촉만 들리누나.

한 집에 장정이 많아서 열 명이나 되었는데,

태반이나 손을 잡고 오랑캐의 땅으로 들어갔구나.

오랑캐 땅에서의 괴로움은 말할 것도 없지마는

오히려 장군에게 고혈을 빨리기보단 나으리오.

장군이여, 장군이여. 어찌하여 떠나가지 않소이까.

떠나시어 정승 판서 되신다면 군사들은 기뻐하리라.

궁궐문은 아득하여 머리 돌려 바라볼 따름이오.

어사라도 온다 해도 오히려 못 본 체 혀 닫을 걸.

염파 장군 이목 장군 명장들은 다시 보기 어려우니

밤중에 이슥해도 애간장은 타들어 가더라.

 

 

 

* 관산 : 국경 지역의 산

* 태뢰 ; 연회나 제사 등의 격식을 차리는 상에 올리는 소, 양, 돼지 고기.

* 염차, 이목 ;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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