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신광수의 한시, '해녀를 노래하다(잠녀가)'

New-Mountain(새뫼) 2022. 3. 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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潛女歌(잠녀가)

 

申光洙(신광수, 1712~1775)

신영산 옮김

 

耽羅女兒能善泅 탐라녀아능선수

十歲已學前溪游 십세이학전계유

土俗婚姻重潛女 토속혼인중잠녀

父母誇無衣食憂 부모과무의식우

我是北人聞不信 아시북인문불신

奉使今來南海遊 봉사금래남해유

 

城東二月風日暄 성동이월풍일훤

家家兒女出水頭 가가아녀출수두

一鍬一笭一匏子 일초일령일포자

赤身小袴何曾羞 적신소고하증수

直下不疑深靑水 직하불의심청수

紛紛風葉空中投 분분풍엽공중투

北人駭然南人笑 북인해연남인소

擊水相戲橫乘流 격수상희횡승류

忽學鳧雛沒無處 홀학부추몰무처

但見                    단견

匏子輕輕水上浮 포자경경수상부

斯須湧出碧波中 사수용출벽파중

急引匏繩以腹留 급인포승이복류

一時長嘯吐氣息 일시장소토기식

其聲悲動水宮幽 기성비동수궁유

 

人生爲業何須此 인생위업하수차

爾獨貪利絶輕死 이독탐리절경사

豈不聞                기불문

陸可農蠶山可採 육가농잠산가채

世間極險無如水 세간극험무여수

能者深入近百尺 능자심입근백척

往往又遭飢蛟食 왕왕우조기교식

 

自從均役罷日供 자종균역파일공

官吏雖云與錢覓 관리수운여전멱

八道進奉走京師 팔도진봉주경사

一日幾駄生乾鰒 일일기태생건복

金玉達官庖         금옥달관포

綺羅公子席         기라공자석

豈知辛苦所從來 기지신고소종래

纔經一嚼案已推 재경일작안이추

 

潛女潛女             잠녀잠녀

爾雖樂吾自哀     이수락오자애

奈何戲人性命     내하희인성명

累吾口腹             누오구복

嗟吾書生             차오서생

海州靑魚亦難喫 해주청어역난끽

但得朝夕一薤足 단득조석일해족

 

 

 

해녀를 노래하다

 

탐라의 계집애들 능숙하게 자맥질을 잘하나니

열 살이면 이미 배워, 앞 시내서 헤엄을 친다 하네.

이곳의 풍속에선 혼인할 때 해녀가 제일이니

부모들은 의식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자랑하지.

나는 북쪽 사람이라 듣고서도 믿을 수 없었더니

이번에 명을 받아 남쪽의 바다에서 보았구나.

 

성 동쪽은 이월에도 바람과 햇볕이 따스한데

집집의 계집애들 모두들 물가로 나와 있어,

갈고리 하나에다 채롱 하나, 뒤웅박 하나 차고

벗은 몸에 짧은 잠방이 걸쳤지만, 어찌 부끄러울까.

곧바로 뛰어들어 의심 없이 푸른 물로 들어가니

바람에 어지러운 낙엽처럼 공중으로 던져지네.

뭍 사람은 놀라는데, 섬사람은 좋다 하고 웃어대니

물장구에 서로들 장난치며 제멋대로 물결 타네.

오리에게 배운 듯이 홀연히 물속으로 간데없고

다만 보이나니,

뒤웅박만 둥실둥실 물 위로 떠다닐 뿐이로다.

어느 사이 푸른 물결 사이로 솟구쳐 올라와서

급하게 뒤웅박 끈을 풀어 뱃전에다 묶어두고

일시에 휘파람 길게 불어 가쁜 숨을 토해내니

그 소리 구슬프게 수궁으로 메아리쳐 가는도다.

 

인생에서 하필이면 이같이 험난한 일을 택해

이익을 탐하느라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가.

그대들은 왜 듣지 못했는가.

뭍에서 농사짓고 누에치고 산에서 나물 캐기를.

세상에서 제일로 험하기가 물 만한 데 또 있던가.

능숙하면 물속으로 백 척이나 들어간다 한다지만

이따금 굶주린 교룡에게 먹히기도 한다더라.

 

균역법이 시행되어 날마다 바치는 건 없어지고

관리들은 값은 주고 사 간다고 비록 그리 말하지만

팔도의 진상품은 여전히 서울로 진상하니

하루에도 몇 짐이나 생전복 마른 전복 싣는구나.

금옥관자 벼슬아치 부엌에 도달하여

비단옷 공자들이 자리에 올려진다.

저들이 어찌 알까, 이처럼 고생하며 온 것인데

겨우 한 번 씹어보고 밥상을 이미 물린다네.

 

해녀여, 해녀여.

그대들은 즐거워 떠들어도 나는 절로 서럽구나.

어이하여 사람의 목숨을 장난치어

내 입과 배에다가 걱정을 끼치는가.

애닯구나, 우리들은 서생이라.

해주에서 잡아오는 청어도 얻어먹기 어렵나니

아침저녁 밥상에는 해초 한 접시면 족하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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