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네 편의 시는 모두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을 차운한 시임.
5. 고경명(高敬命, 1533~1592)
採蓮曲 채련곡
桃花晴浪席邊多 도화청랑석변다 복숭아꽃 맑은 물이 배 옆으로 흐르는데
搖蕩蓮舟送棹歌 요탕연주송도가 연꽃 속에 흔들리며 뱃노래를 보내누나.
醉倚紅粧應不忘 취의홍장응불망 취해 기대 미인 생각 차마 잊지 못하려니
小風輕颺幙生波 소풍경양막생파 산들바람 가벼이 불어 장막에 물결치누나.
-≪고죽유고(孤竹遺稿)≫
6. 최경창(崔慶昌, 1539~1583)
采蓮曲 채련곡
水岸悠悠楊柳多 수안유유양류다 강 언덕 아득한데 능수버들 늘어지니
小船遙唱採菱歌 소선요창채릉가 조각배에서 아련하게 채릉가*를 부르노라.
紅衣落盡西風起 홍의락진서풍기 붉은 꽃이 떨어진 뒤 서쪽 바람 불어오면
日暮空江生夕波 일모공강생석파 해 저문 빈 강에는 저녁 물결 일 것이라.
-≪상촌집(象村集)≫
水岸依依楊柳多 수안의의양류다 강 언덕 아득한데 능수버들 늘어지니
小船遙聽采蓮歌 소선요청채련가 조각배에 아련하게 채련가*가 들려오네.
紅衣落盡秋風起 홍의락진추풍기 붉은 꽃이 떨어진 뒤 가을바람 불어오면
日暮芳洲生白波 일모방주생백파 해 저문 물가에는 흰 물결이 일 것이라.
-≪해동역사(海東繹史)≫
* 두 작품은 수록 문집에 따라 일부 구절이 달리 표현되어 있음.
* 채릉가 : 중국 남북조시대 송(宋)나라의 시인 포조(鮑照, 420~479)가 지은 시로, ‘마름을 따며 부르는 노래’라는 뜻.
* 채련가 : 중국 남방에서 연밥을 따면서 부르던, 남녀 간의 상사의 정을 읊던 민요.
7. 이달(李達, 1539~1612)
採蓮曲次大同樓船韻 채련곡차대동루선운
- 대동루 현판의 운자를 빌려 채련곡을 짓다*
蓮葉參差蓮子多 연엽참치연자다 길고 짧은 연잎 사이 연밥이 그득한데
蓮花相間女娘歌 연화상간여낭가 연꽃 핀 사이에서 한 낭자가 노래하도다.
歸時約伴橫塘口 귀시약반횡당구 돌아오다 횡당*에서 만나자던 약속 떠올려
辛苦移舟逆上波 신고이주역상파 힘들여 배를 저어 물 거슬러 올라가누나.
-≪손곡시집(蓀谷詩集)≫
* 평양의 대동문의 현판에 쓰인 고려 시인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을 보고 지은 시.
* 횡당 : 중국 양자강(揚子江) 강나루의 둑으로 연꽃이 많다고 함.
8. 서익(徐益, 1542~1587)
采蓮曲 채련곡
南湖士女採蓮多 남호사여채련다 남쪽 호수에 연밥 따는 아낙네들 많았으니
曉日靚粧相應歌 효일정장상응가 새벽부터 단장하고 서로 노래 부르누나.
不到盈裳不回棹 부도영상불회도 치마 가득 차지 않아 배 돌리지 못했는데
有時遙渚阻風波 유시요저조풍파 이따금 먼 물가에 풍파일까 저어하노라.
-≪고죽유고(孤竹遺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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