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채련곡

조선의 채련곡3 - 고경명(高敬命), 최경창(崔慶昌), 이달(李達), 서익(徐益)

New-Mountain(새뫼) 2020. 12. 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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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네 편의 시는 모두 정지상(鄭知常) <송인(送人)>을 차운한 시임.

 

 

5. 고경명(高敬命, 1533~1592)

 

採蓮曲  채련곡

 

桃花晴浪席邊多 도화청랑석변다    복숭아꽃 맑은 물이 배 옆으로 흐르는데

搖蕩蓮舟送棹歌 요탕연주송도가    연꽃 속에 흔들리며 뱃노래를 보내누나.

醉倚紅粧應不忘 취의홍장응불망    취해 기대 미인 생각 차마 잊지 못하려니

小風輕颺幙生波 소풍경양막생파    산들바람 가벼이 불어 장막에 물결치누나.

 

-≪고죽유고(孤竹遺稿)≫

 

 

6. 최경창(崔慶昌, 1539~1583)

 

采蓮曲  채련곡

 

水岸悠悠楊柳多 수안유유양류다     강 언덕 아득한데 능수버들 늘어지니

小船遙唱採菱歌 소선요창채릉가     조각배에서 아련하게 채릉가*를 부르노라.

紅衣落盡西風起 홍의락진서풍기     붉은 꽃이 떨어진 뒤 서쪽 바람 불어오면

日暮空江生夕波 일모공강생석파     해 저문 빈 강에는 저녁 물결 일 것이라.

 

-≪상촌집(象村集)≫

 

 

水岸依依楊柳多 수안의의양류다     강 언덕 아득한데 능수버들 늘어지니

小船遙聽采蓮歌 소선요청채련가     조각배에 아련하게 채련가*가 들려오네.

紅衣落盡秋風起 홍의락진추풍기     붉은 꽃이 떨어진 뒤 가을바람 불어오면

日暮芳洲生白波 일모방주생백파     해 저문 물가에는 흰 물결이 일 것이라.

 

-≪해동역사(海東繹史)≫

 

 

* 두 작품은 수록 문집에 따라 일부 구절이 달리 표현되어 있음.

* 채릉가 : 중국 남북조시대 송(宋)나라의 시인 포조(鮑照, 420~479)가 지은 시로, ‘마름을 따며 부르는 노래’라는 뜻.

* 채련가 : 중국 남방에서 연밥을 따면서 부르던, 남녀 간의 상사의 정을 읊던 민요.

 

 

 

7. 이달(李達, 1539~1612)

 

採蓮曲次大同樓船韻  채련곡차대동루선운

- 대동루 현판의 운자를 빌려 채련곡을 짓다*

 

蓮葉參差蓮子多 연엽참치연자다     길고 짧은 연잎 사이 연밥이 그득한데

蓮花相間女娘歌 연화상간여낭가     연꽃 핀 사이에서 한 낭자가 노래하도다.

歸時約伴橫塘口 귀시약반횡당구     돌아오다 횡당*에서 만나자던 약속 떠올려

辛苦移舟逆上波 신고이주역상파     힘들여 배를 저어 물 거슬러 올라가누나.

 

-≪손곡시집(蓀谷詩集)≫

 

 

* ​평양의 대동문의 현판에 쓰인 고려 시인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을 보고 지은 시. 

* 횡당 : 중국 양자강(揚子江) 강나루의 둑으로 연꽃이 많다고 함.

 

 

 

8. 서익(徐益, 1542~1587)

 

采蓮曲  채련곡

 

南湖士女採蓮多 남호사여채련다     남쪽 호수에 연밥 따는 아낙네들 많았으니

曉日靚粧相應歌 효일정장상응가     새벽부터 단장하고 서로 노래 부르누나.

不到盈裳不回棹 부도영상불회도     치마 가득 차지 않아 배 돌리지 못했는데

有時遙渚阻風波 유시요저조풍파     이따금 먼 물가에 풍파일까 저어하노라.

 

-≪고죽유고(孤竹遺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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