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구운몽 한문본

권지삼 - 18. 성진이 꿈에서 깨어나며 스스로 큰 깨달음을 얻다

New-Mountain(새뫼) 2020. 12. 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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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성진이 꿈에서 깨어나며 스스로 큰 깨달음을 얻다

 

 

大驚大惑 定睛詳視, 則層樓複臺 疎簾密箔, 都不可見,

而自顧其身 獨在小庵中蒲團上, 火消香爐 月在西峰.

自撫其頭, 則頭髮新剃 餘根鬆鬆, 一百八顆念珠 已垂項前.

眞是小和尙形摸, 非復大丞相威儀, 神情愡愡 胸膈憧憧矣.

대경대혹 정정상시 즉층루복대 소렴밀박 도불가견

이자고기신 독재소암중포단상 화소향로 월재서봉

자무기두 칙두발신체 여근송송 일백팔과염주 이수항전

진시소화상형모 비부대승상위의 신정총총 흉격동동의

 

크게 놀라고 정신이 없어 눈동자를 바로 하고 자세히 보니, 층층한 누각과 겹친 대와, 성기고 빽빽하던 발들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니 홀로 한 작은 암자 중의 포단 위에 앉았는데, 향로에 불은 꺼지고, 달은 서쪽 산봉우리에 비칠 뿐이었다.

스스로 제 머리를 만져보니 갓 깎아 머리털이 가칠가칠하였고, 일백여덟 낱 염주가 이미 목 앞에 걸려 있었다. 참으로 소화상의 몸이고 다시 대승상의 위의는 없었기에, 정신을 잃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旣久忽覺 其身是蓮花道場性眞小和尙也. 回念初被師傅戒責 隨力士往豊都,

幻生人世 爲楊家之子, 早捷壯元 爲翰林之官, 出將三軍 入摠百揆,

上疏乞退 謝事就閑, 與兩公主六娘子 對歌舞 聽琴瑟

盃酒團欒 宸昏行樂, 皆一場春夢中事.

기구홀각 기신시연화도장성진소화상야 회념초피사부계책 수역사왕풍도

환생인세 위양가지자 조첩장원 위한림지관 출장삼군 입총백규

상소걸퇴 사사취한 여양공주육낭자 대가무 청금슬

배주단란 신혼행락 개일장춘몽중사

 

오랜 후에 비로소 깨달으니, 제 몸은 연화 도량의 성진(性眞) 소화상이었다. 더 돌이켜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책망을 당하여 역사를 따라 풍도로 가고, 인간 세상에 환생하여 양가의 아들이 되어, 일찍이 장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고, 나아가 삼군에 대장이 되고 내직에 들어와서는 온갖 법도를 총괄하다가, 상소하여 은퇴를 빌고 업무를 떠나 한가로움에 나아가, 두 공주 육 낭자와 가무를 구경하고 비파소리를 듣고, 술잔으로 단란하게 밤낮으로 즐겼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었다.

 

乃曰 : “此必師傅知吾一念之差, 俾著人間之夢. 要令性眞 知富貴繁華, 男女情慾 皆妄幻也.”

急向石泉 淨洗其面, 着納整弁 自詣方丈, 衆闍梨已齊會矣.

大師高聲問曰 : “性眞 人間滋味果如何耶?”

내왈 차필사부지오일념지차 비저인간지몽 요령성진 지부귀번화 남녀정욕 개망환야

급향석천 정세기면 착납정변 자예방장 중도리이제회의

대사고성문왈 성진 인간자미과여하야

 

이에 생각하기를,

“이것은 필연 사부가 나의 한결같은 생각이 잘못임을 알고, 인간 세상의 꿈을 꾸게 하였도다. 요컨대 성진으로 하여금 인간 세상의 부귀영화와 남녀 정욕이, 다 허망하고 환상인 줄 알게 함이로다.’

급히 돌 사이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깨끗이 씻고, 승복을 입고 고깔을 바로 쓰고 방장(方丈)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여 있었다.

대사가 큰소리로 묻기를,

“성진아, 인간 세상의 재미가 과연 어떠하더뇨?”

 

性眞叩頭流涕曰 : “性眞已大覺矣. 弟子無狀 操心不正, 自作之蘖 誰怨誰咎?

宜處缺陷之世界 永受輪回之咎殃, 而師傅喚起一夜之夢, 能悟性眞之心.

師傅大恩 雖閱千萬塵, 而不可報也.”

성진고두유체왈 성진이대각의 제자무장 조심부정 자작지얼 수원수구

의처결함지세계 영수윤회지구앙 이사부환기일야지몽 능오성진지심

사부대은 수열천만진 이불가보야

 

성진이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기를,

“성진이 이미 크게 깨달았나이다. 제자가 무상하고 마음가짐이 부정하여, 스스로 지은 죄이오니,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허물하겠사옵니까?

마땅히 부족한 세상에서 거처하며, 영구히 윤회의 재앙을 받아야 하나, 사부께서 하룻밤 꿈으로 환기하여, 성진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게 하셨사옵니다. 사부님의 크신 은혜는 비록 천만 세상이 지날지라도 보답할 수 없겠나이다.”

 

大師曰 : “汝乘興而去 興盡而來, 我有何干與之事乎?”

汝又曰 弟子夢人間輪回之事, 此汝以夢與人世 分而二之也. 汝夢猶未盡覺也.

莊周夢爲蝴蝶, 蝴蝶又變爲莊周. 莊周曰, 莊周之夢 爲蝴蝶耶, 蝴蝶之夢 爲莊周耶,

終不能辨之 孰知何事之爲夢? 何事之爲眞耶? 今汝以性眞爲汝身, 以夢爲汝身之夢.

則汝亦以身與夢 謂非一物也. 性眞少游孰是夢也, 孰非夢也?”

대사왈 여승흥이거 흥진이래 아유하간여지사호

여우왈 제자몽인간윤회지사차 여이몽여인세 분이이지야 여몽유미진각야

장주몽위호접 호접우변위장주 장주왈 장주지몽 위호접야 호접지몽 위장주야

종불능변지 숙지하사지위몽 하사지위진야 금여이성진위여신 이몽위여신지몽

칙여역이신여몽 위비일물야 성진소유숙시몽야? 숙비몽야?

 

대사가 이르기를,

“네가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해 돌아왔으니, 내 무슨 간여한 일이 있으리요? 또 네가 이르되, 인간 세상에서 윤회한 일을 꿈꾸었다고 하니, 이는 네가 꿈과 인간 세상을 둘로 나누려 함이로다. 네 꿈은 오히려 다 깨어나지는 못하였도다.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또한 변화하여 장주가 되었노라. 장주가 이르기를, ‘장주의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의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하였으나, 끝내 분별할 수 없었노라.

어떤 일이 꿈인지, 어떤 일이 참인지 누가 알겠는가? 이제 너는 성진을 네 몸인 줄 알고, 꿈속의 네 몸도 꿈으로 여긴다면, 너 또한 네 몸과 꿈이 하나가 아님을 말한 것이라. 성진과 소유는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꿈이 아닌가?”

 

性眞曰 : “弟子蒙暗, 不能辨夢非眞也, 眞非夢也. 望師傅說法 使弟子覺之.”

大師曰 : “我當說金剛經大法 以悟汝心, 而當有新來弟子 汝姑待之.”

性眞未退 守門道人告曰 : “昨日所來衛夫人座下仙女八人, 又到請謁於大師矣.”

성진왈 제자몽암 불능변몽비진야 진비몽야 망사부설법 사제자각지

대사왈 아당설금강경대법 이오여심 이당유신래제자 여고대지

성진미퇴 수문도인고왈 작일소래위부인좌하선녀팔인 우도청알어대사의

 

성진이 이르기를,

“제자, 어리석어 꿈은 참이 아니고 참은 꿈이 아님을 분변치 못하옵니다. 바라옵건대 사부께서는 설법하사 제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소서.”

대사 이르기를,

“이제 금강경(金剛經) 큰 법을 일러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니와, 마땅히 새로 오는 제자 있을 것이니, 너는 잠시 기다리거라.”

성진이 물러나지 아니하였는데, 문 지키는 도인이 들어와 아뢰기를,

“어제 왔던 위부인 좌하 선녀 팔 인이 또 와서, 대사께 뵙기를 청하옵니다.”

 

大師命召之 八仙女詣大師之前, 合掌叩頭曰 :

“弟子等雖侍衛夫人左右, 而實無所學 未制妄念. 情慾乍動 重譴隨至,

塵土一夢 無人喚醒. 妾夢師傅慈悲 親往挈來, 而昨衛夫人宮中 摧謝前日之罪,

旋辭夫人 永歸佛門, 伏乞師傅快赦舊愆 特垂明敎.”

대사명소지 팔선녀예대사지전 합장고두왈

제자등수시위부인좌우 이실무소학 미제망념 정욕사동 중견수지

진토일몽 무인환성 첩몽사부자비 친왕설래 이작위부인궁중 최사전일지죄

선사부인 영귀불문 복걸사부쾌사구건 특수명교

 

대사가 들어오라 명하니, 팔선녀가 대사의 앞에 나아와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기를,

“제자들이 비록 위부인을 좌우에서 모셨을지라도, 실로 배운 것이 없어 헛된 생각을 제어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정욕이 잠시 움직이면 무거운 꾸지람이 뒤따라 이르르니, 인간 세상이 한 꿈임을 환기시켜 깨워주는 이가 없었나이다.

첩의 꿈에 사부님께서 자비하심으로 친히 오셔서 이끌어 주시니, 어제는 위부인 궁중에서 전일의 죄를 물리치고, 위부인을 떠나 영구히 불문에 귀의하고자 하옵니다. 엎드려 비옵건대 사부께서는 묵은 허물을 용서하시고, 특히 밝은 가르침을 내려주소서.”

 

大師曰 : “女仙之意雖美 佛法深遠, 不可猝學. 非大德量大發願 則道不能成矣.

仙女自量而處之.”

八仙女卽退 滌滿面之臙粉, 脫遍身之綺縠, 取金剪刀, 自剃綠雲之髮 復入告曰 :

“弟子等旣已變形 誓不慢師傅之敎訓矣.”

대사왈 여선지의수미 불법심원 불가졸학 비대덕량대발원 칙도불능성의

선녀자량이처지

팔선녀즉퇴 척만면지연분 탈편신지기곡 취금전도 자체녹운지발 부입고왈

제자등기이변형 서불만사부지교훈의

 

대사가 이르기를,

“여선(女仙)의 뜻이 비록 아름다우나 불법은 깊고 머니, 갑작스레 배울 수는 없노라. 큰 역량과 큰 발원(發願)이 아니면 능히 이룰 수 없나니, 선녀들은 스스로 헤아려 처하도록 하라.”

팔선녀가 물러나 낯 위에 가득한 연지분(臙脂粉)을 씻어 버리고, 온몸에 걸친 비단옷을 벗고, 스스로 금 가위를 취하여 검은 구름 같은 머리를 깎고, 다시 들어와 아뢰기를,

“제자들이 이미 외모를 고쳤사오니, 맹세코 사부님의 교훈을 게을리하지 않겠나이다.”

 

大師曰 : “善哉! 善哉! 汝等八人也. 至誠如此 寧不感動.”

遂引上法座 講說經文, 白毫光射世界 天花下如亂雨. 說法將畢, 乃誦四句之偈.

대사왈 선재 선재 여등팔인야 지성여차 영불감동

수인상법좌 강설경문 백호광사세계 천화하여난우 설법장필 내송사구지게

 

대사가 이르기를,

“좋은 일이로다, 좋은 일이로다. 너희 팔인이 지극한 정성이 이 같으니, 어찌 감동치 않으리오.”

드디어 법좌에 올라 경문을 강론하니, 백호(白毫) 빛이 세계에 비치고 하늘 꽃이 어지러운 비같이 내리더라.

설법함을 장차 마치려 하여 네 구 게송(偈頌)을 읊었다.

 

一切有爲法 일체유위법

如夢幻泡影 여몽환포영

如露亦如電 여로역여전

應作如是觀 응작여시관

 

보이고 느끼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꿈과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와 같으리니

이슬과도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리라.

응당 지혜로써 이와 같이 볼지니라.

 

性眞及八尼姑, 皆頓悟本性, 大得寂滅之道.

大師見性眞戒行純熟, 乃會衆弟子 乃言曰 :

“我本爲傳道, 遠入中國 今旣得傳法之人, 我今行矣.”

以袈裟及一鉢淨甁錫杖金剛經一卷, 給性眞, 遂向西天而去.

성진급팔니고 개돈오본성 대득적멸지도.

대사견성진계행순숙 내회중제자 내언왈

아본위전도 원입중국 금기득전법지인 아금행의

이가사급일발정병석장금강경일권 급성진 수향서천이거

 

성진과 팔 비구니는 모두 본성을 깨달아, 크게 적멸(寂滅)에 이르는 도리를 얻었다. 대사는 성진의 계행(戒行)이 높고 순수하고 잡스러움이 없음을 보고, 이에 대중 제자들을 모으고 이르기를,

“내 본디 전도(傳道)함을 위하여 멀리서 중국에 들어왔더니, 이제 맑은 법을 전할 사람을 이미 얻었으니, 나는 이제 떠나가노라.”

가사(袈裟)와 바리와 정병(淨甁)과 석장(錫杖)과 금강경 한 권을 성진에게 주고, 드디어 서천(西天)으로 떠나갔다.

 

此後性眞率蓮花道場大衆, 大宣敎化. 仙與龍神 人與鬼物, 尊重性眞如六觀大師.

八尼姑皆師事性眞, 深得菩薩大道, 畢竟皆歸於極樂世界.

嗚呼異哉!

차후성진솔연화도장대중 대선교화 선여용신 인여귀물 존중성진여육관대사

팔니고개사사성진 심득보살대도 필경개귀어극락세계

오호이재

 

이후에 성진이 연화 도량 대중을 거느려, 크게 교화를 베풀었다. 이에 신선과 용신과 사람과 귀신이 한 가지로 존경함과 숭배함을 육관대사처럼 하였다. 여덟 비구니도 모두 성진을 스승으로 섬기니, 보살의 큰 도를 얻어, 필경에는 모두 극락세계에 귀의하였다.

아, 신이롭도다.

 

종(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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