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삼 - 9. 월왕이 풍류 대결을 청하자 소유와 부인들이 의논하다

New-Mountain(새뫼) 2020. 12. 1. 10:54
728x90

구운몽(3-09).pdf
0.50MB

 

9. 월왕이 풍류 대결을 청하자 소유와 부인들이 의논하다

 

 

一日兩公主與諸娘, 陪大夫人 而丞相持一封書,

自外軒而入授蘭陽公主曰 : “此卽越王之書也.”

公主展看其書曰 : “春日淸和丞相鈞軆蔓福? 頃者國家多事公私無暇,

樂遊原上不見駐馬之人, 昆明池頭無復泛舟之戱, 遂令歌舞之地便作蓬蒿之場.

일일량공주여제낭 배대부인 이승상지일봉서

자외헌이입수난양공주왈 차즉월왕지서야

공주전간기서왈 춘일청화승상균체만복 경자국가다사공사무가

낙유원상불견주마지인 곤명지두무부범주지희 수령가무지지변작봉호지장

 

하루는 두 공주가 모든 낭자와 더불어 대부인을 모시고 앉아 있는데, 승상이 한 통의 편지를 갖고 바깥 마루로부터 들어와 난양공주에게 내어주며 이르기를,

“이는 곧 월왕(越王)의 글월이오.”

공주가 펴 보는데 그 글월에 적혀 있기를,

“봄날이 아주 맑고 화창하온데, 승상은 몸 편안하시고 널리 만복하시나이까? 지난날에는 나라에 일이 많고 공사에 겨를이 없어, 낙유원(樂遊原)에 말을 머무르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곤명지(昆明池) 머리에 다시 배를 대는 즐거움이 없었으니, 마침내 가무를 즐기는 곳이 어느덧 잡풀의 마당을 이루었소이다.

 

長安父老每說祖宗朝繁華古事, 往往有流涕者, 殊非太平之氣像也.

今賴皇上盛聖丞相偉功, 四海寧謐百姓安樂, 復開元天寶間樂事, 卽今日其會也.

况春色未暮天氣方和, 芳花嬾柳能使人心駘蕩, 美景賞心俱在此時矣.

願與丞相會於樂遊原上, 或觀獵或聽樂舖張昇平盛事, 丞相若有意於此,

卽約日相報, 使寡人隨塵幸甚.”

장안부로매설조종조번화고사 왕왕유류체자 수비태평지기상야

금뢰황상성성승상위공 사해령밀백성안락 복개원천보간락사 즉금일기회야

황춘색미모천기방화 방화란류능사인심태탕 미경상심구재차시의

원여승상회어락유원상 혹관렵혹청락포장승평성사 승상약유의어차

즉약일상보 사과인수진행심

 

장안의 노인들이 매양 선대 왕의 성덕으로 시절이 번화하던 옛일을 그리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으니, 이는 자못 태평한 모습이 아니외다. 이제 황제 폐하의 성덕과 승상의 훌륭한 업적으로, 온 세상이 태평하고 백성이 안락하게 되어, 개원(開元)과 천보(天寶) 사이의 즐거운 시절로 돌아왔으니 오늘이 그때외다. 하물며 봄빛이 아직 저물지 아니하고, 바야흐로 하늘의 날씨도 화창하여, 고운 꽃과 부드러운 버들이 사람의 마음을 넓고 크게 하니, 아름다운 경치와 완상하는 마음이 이때에 있는가 싶소이다.

승상과 더불어 낙유원 위에 모여서 혹은 사냥하는 것을 보고, 혹은 풍악을 들으면서 나라의 태평과 성대한 일을 펴서 넓히기를 바라리다. 만일 승상의 마음이 이에 있거든, 곧 날짜를 정하여 회답을 주어, 과인으로 하여금 따르게 하면 매우 다행이로소이다.”

 

公主見畢謂丞相曰 : “相公知越王之意乎?”

丞相曰 : “有何深意? 不過欲賞花柳之景也, 此固遊閑公子風流事也.”

公主曰 : “相公獨未盡知也. 此兄所好者惟美色風樂,

其宮中絶色佳人非一二, 而近聞所得寵姬, 卽武昌名妓玉燕也.

越宮美人自見玉燕 魂喪魄褫, 以無鹽嫫母自處, 可知其才與貌獨步於一代也.

越王兄聞吾宮中多美人, 欲效王愷石崇之相較也.”

공주견필위승상왈 상공지월왕지의호

승상왈 유하심의 불과욕상화류지경야 차고유한공자풍류사야

공주왈 상공독미진지야 차형소호자유미색풍악

기궁중절색가인비일이 이근문소득총희 즉무창명기옥연야

월궁미인자견옥연 혼상백치 이무염모모자처 가지기재여모독보어일대야

월왕형문오궁중다미인 욕효왕개석숭지상교야

 

공주가 글월을 보고 나서 승상에게 이르기를,

“상공은 월왕의 생각을 아시나이까?”

승상이 이르기를,

“무슨 깊은 뜻이 있으리오? 화류(花柳)의 경치를 완상하려는 것에 불과한즉, 이것은 진실로 유한공자(遊閑公子)다운 풍류로다.”

공주가 이르기를,

“상공 혼자만이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고 계시나이다. 오라버니가 좋아하는 바는 오직 미색과 풍악이옵니다. 궁중에 절색 가인이 한둘이 아니려니와, 요사이 들리는 바로는 총첩(寵妾)을 얻었는데 무창(武昌)의 명기로 꼽히는 옥연(玉燕)이라 하나이다. 월궁(越宮)의 미인이 옥연을 보고는 혼이 빠지고 넋을 잃어, 스스로 무염(無鹽)과 모모(嫫母)와 같이 아리땁지 못한 여자로 자처한다 하오니, 그의 재주와 용모가 세상에 견줄 바 없음을 짐작할 수 있나이다.

월왕 오라버니가 우리 궁중에 미인이 많음을 듣고, 아마도 왕개(王愷)와 석숭(石崇)이 서로 비교함을 본받고자 하는 것 같소이다.”

 

丞相笑曰 : “我果泛見矣. 公主先獲越王之心也.”

鄭夫人曰 : “此雖一時遊戱之事, 不必見屈於人也.”

目鴻月而謂之曰 : “軍兵雖養之十年, 用之在一朝 玆事勝負,

都在於兩敎師掌握中矣, 汝輩須努力焉.”

승상소왈 아과범견의 공주선획월왕지심야

정부인왈 차수일시유희지사 불필견굴어인야

목홍월이위지왈 군병수양지십년 용지재일조

자사승부 도재어량교사장악중의 여배수노력언

 

승상이 웃으며 이르기를,

“내가 과연 범연히 보았소이다. 공주가 먼저 월왕의 뜻을 알아차렸소.”

정부인이 이르기를,

“이것이 비록 한 때의 놀이지만, 남에게 지는 것은 안 되옵니다.”

정부인이 경홍과 섬월을 바라보며 이르기를,

“군사를 비록 10년 동안 길러도 쓰는 것은 짧은 순간의 일인데, 이번 놀이의 승부는 오직 두 교사(敎師)의 손아귀에 달렸으니 그대들이 모름지기 힘쓸지어다.”

 

蟾月對曰 : “賤妾恐不可敵也. 越國風樂擅於一國, 武昌玉燕鳴於九州,

越王殿下旣有如此之風樂, 又有如此之美色, 此天下之强敵也,

妾等以偏師小卒, 紀律不明旗鼓不整, 恐未及交鋒便生倒戈之心也.

妾等之見笑不足關念, 而只恐貽羞於吾府中也.”

섬월대왈 천첩공불가적야 월국풍악천어일국 무창옥연명어구주

월왕전하기유여차지풍악 우유여차지미색 차천하지강적야

첩등이편사소졸 기률불명기고부정 공미급교봉변생도과지심야

첩등지견소부족관념 이지공이수어오부중야

 

섬월이 아뢰기를,

“천첩은 아무래도 대적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나이다. 월국(越國)의 풍악은 한 나라를 진동하고, 무창(武昌)의 옥연(玉燕)은 구주(九州)에 그 이름이 떨쳤나이다. 월왕 전하께서 이미 이렇듯 풍악을 거느리고 또 이렇듯 미인을 두시고 있으니, 이는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는 것이옵니다. 첩들은 작은 군대의 보잘것없는 병사들로서 기율이 밝지 못하고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하여, 싸우지도 않고 문득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까 두렵나이다. 첩들이 비웃음을 받는 것은 마음에 두지 않사오나, 다만 우리 승상의 부중에 수치를 끼칠까 두려워하나이다.”

 

丞相曰 : “我與蟾娘初遇於洛陽也, 蟾娘稱有靑樓三絶色而玉燕, 亦在其中矣必此人也.

然靑樓絶色只有三人, 而今我已得伏龍鳳雛, 何畏項羽之一范增乎?”

公主曰 : “越王姬妾中美色, 非獨一玉燕也.”

蟾月曰 : “越宮中粉其腮而臙其頰者, 無非八公山草木也, 有走而已 吾何敢當哉?

願娘娘問策於狄娘. 妾等膽弱聞此言, 便覺歌喉自廢, 恐不能唱曲也.”

승상왈 아여섬랑초우어락양야 섬랑칭유청루삼절색이옥연 역재기중의필차인야

연청루절색지유삼인 이금아이득복룡봉추 하외항우지일범증호

공주왈 월왕희첩중미색 비독일옥연야

섬월왈 월궁중분기시이연기협자 무비팔공산초목야 유주이이 오하감당재

원낭낭문책어적랑 첩등담약문차언 변각가후자폐 공불능창곡야

 

승상이 이르기를,

“내가 섬랑과 낙양에서 처음 만났을 때, 섬랑이 청루에 세 절색이 있다고 일렀는데, 옥연도 또한 그 가운데 있거늘 필연 이 사람이로다. 그러나 청루의 절색은 다만 세 사람만이 있을 뿐, 이제 나는 복룡(伏龍)과 봉추(鳳雛)을 얻었으니, 어찌 항우(項羽)가 얻은 일개 범증(范增) 따위를 두려워하리오.”

공주가 이르기를,

“월왕의 총애하는 첩 중에 미색을 지닌 자가 비단 옥연 혼자뿐만 아니나이다.”

섬월이 아뢰기를,

“그러면 월궁 속에서 볼에 분을 바르고 뺨에 연지를 바른 자가, 팔공산(八公山)의 초목이 아닌 것이 없으니 오직 도망갈 뿐인데, 우리가 어떻게 감히 당해 낼 수 있사오리까? 마마께서는 적랑(狄娘)에게 계책을 물어보시길 바라나이다. 첩은 겁이 많아 이 말을 듣고는, 문득 저절로 목이 막히어 노래를 부르려 하여도, 한 곡조의 노래도 부르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驚鴻憤然曰 : “蟾娘子此果眞說話耶? 吾兩人橫行於關東七十餘州,

擅名之妓樂無不聽之, 鳴世之美色無不見之, 此膝未曾屈也, 何可遽讓於玉燕乎?

世有傾城傾國之漢宮夫人, 爲雲爲雨之楚臺神女, 或有一毫自歉之心, 不然彼玉燕何足憚哉?”

경홍분연왈 섬랑자차과진설화야 오량인횡행어관동칠십여주

천명지기악무불청지 명세지미색무불견지 차슬미증굴야 하가거양어옥연호

세유경성경국지한궁부인 위운위우지초대신녀 혹유일호자겸지심 불연피옥연하족탄재

 

경홍이 벌컥 성을 내면서 이르기를,

“섬낭자의 그 말이 과연 참말인가? 우리 두 사람이 관동(關東) 칠십여 주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기생의 풍류로 이름을 드날리어 그것을 듣지 아니한 이가 없었도다. 세상을 울린다는 미색을 보지 아니한 이가 없었지만, 이 무릎을 남에게 꿇어 본 적이 없는데, 어찌 옥연에게 문득 그 자리를 사양하리오.

세상에 미모로서 성도 무너뜨리고 나라도 기울게 하는 한궁 부인(漢宮夫人)과, 구름도 되었다 비도 되었다 하는 무산(巫山)의 신녀(神女)가 있으면, 혹시 적이 부끄러운 마음이 저절로 일려니와, 저 옥연 따위를 어찌 꺼리리오?”

 

蟾月曰 : “鴻娘發言何其太容易耶? 吾輩曾在關東, 所叅者大則太守方伯之宴,

小則豪士俠客之會, 未遇强敵固其宜也, 今越王殿下生長於大內萬玉叢中,

眼目甚高 評論太峻, 所謂觀泰山 而泛滄海者也, 丘垤之微涓流之細, 豈入於眼孔乎?

此以孫吳而爲敵, 與賁育而鬪力, 非庸將孺子所抗也, 况玉燕卽帷幄中張子房也,

能決勝於千里之外, 何可輕之? 今鴻娘徒爲趙括之大談, 吾見其必敗也.”

섬월왈 홍랑발언하기태용이야 오배증재관동 소참자대즉태수방백지연

소즉호사협객지회 미우강적고기의야 금월왕전하생장어대내만옥총중

안목심고 평론태준 소위관태산 이범창해자야 구질지미연류지세 기입어안공호

차이손오이위적 여분육이투력 비용장유자소항야 황옥연즉유악중장자방야

능결승어천리지외 하가경지 금홍랑도위조괄지대담 오견기필패야

 

섬월이 이르기를,

“홍낭자는 말을 어찌 그리 너무 쉽게 하는가. 우리가 일찍이 관동에 있을 때, 참가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큰 것은 태수(太守), 방백(方伯)의 잔치이고, 작은 것은 호기로운 선비와 협객(俠客)들 모임이어서, 강한 상대를 만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이제 월왕 전하는 황궁에서 나서 자라시고, 귀하신 사람 중에서도 안목이 매우 높고 평론함이 무척 날카로우시도다. 이른바 태산(泰山)을 보시고 창해(滄海)에 떠 있는 분이니, 언덕에 있는 미미한 것, 작은 내에 졸졸 흘러 떠다니는 미세한 것들이, 어찌 안중에 들어오리오.

이는 손자(孫子)와 오자(吳子)를 적으로 삼고, 분육(賁育)과 더불어 힘을 다투는 것으로, 사리에 맞지 않아 장차 젖먹이 어린이에게나 항거하는 것이로다. 하물며 옥연은 곧 유악(帷幄) 속의 장자방(張子房)이라, 천 리 밖에서 승패를 내다 볼 수 있으니 어찌 그를 가벼이 여길 수 있으리오. 이제 홍랑이 부질없게도 조괄(趙括)처럼 큰소리를 치나, 내 보기에는 반드시 패하리로다.”

 

仍告丞相曰 : “狄娘有自多之心, 妾請言狄娘之短處. 狄娘之初從相公, 盜騎燕王千里馬,

自稱河北少年 欺相公於邯鄲道上, 使鴻娘苟有嬋娟嫋娜之態, 則相公豈以男子知之乎?

且承恩於相公之日, 乘夜之昏假妾之身, 此所謂因人成事者也,

今對賤妾有此誇大之言, 不亦可笑乎?”

잉고승상왈 적랑유자다지심 첩청언적랑지단처 적랑지초종상공 도기연왕천리마

자칭하북소년 기상공어한단도상 사홍랑구유선연요나지태 즉상공기이남자지지호

차승은어상공지일 승야지혼가첩지신 차소위인인성사자야

금대천첩유차과대지언 불역가소호

 

거듭 승상에게 아뢰기를,

“적랑에게 우쭐거리는 마음이 있사옵기에, 첩이 적랑의 생각이 부족한 점을 말씀드리려 하옵니다. 적랑이 처음으로 상공을 좇을 적에, 연왕(燕王)의 천리마를 도적질하여 타고 하북 소년(河北少年)이라 자칭하며, 상공을 한단(邯鄲)의 길 위에서 속였나이다. 홍랑이 진실로 그 모습이 선연하고 자태가 예뻤으면, 곧 상공께서 어찌 남자로 아셨겠사옵니까?

또한 상공의 사랑을 받던 날, 밤의 어둠을 틈타 첩의 몸을 빌렸사옵니다. 이는 이른 바 다른 사람으로 말미암아 일을 이룬 것이거늘, 이제 천첩에 대하여 이렇듯 작은 일을 크게 떠벌리니 어찌 우습지 아니하오리까?”

 

驚鴻笑曰 : “信乎人心之不可測也. 賤妾之未從相公也, 譽之如月殿姮娥,

今乃毁之如不直一錢者, 此不過丞相待妾於蟾娘故, 蟾娘欲專相公之寵, 有此妬忌之言也.”

蟾娘及諸娘子皆大笑 鄭夫人曰 : “狄娘之纖弱非不足也, 自是丞相一雙眸子不能淸明之致也,

鴻娘名價不必以此而低也, 然蟾娘之言盖是確論. 女子以男服欺人者,

必無女子之姿態也, 男子以女粧瞞人者, 必欠丈夫之氣骨也, 皆因其不足處而逞其許也.”

경홍소왈 신호인심지불가측야 천첩지미종상공야 예지여월전항아

금내훼지여부직일전자 차불과승상대첩어섬랑고 섬랑욕전상공지총 유차투기지언야

섬랑급제낭자개대소정부인왈 적랑지섬약비부족야 자시승상일쌍모자불능청명지치야

홍랑명가불필이차이저야 연섬랑지언개시확론 여자이남복기인자

필무녀자지자태야 남자이녀장만인자 필흠장부지기골야 개인기부족처이령기허야

 

경홍이 웃으며 말하기를,

“진실로 사람의 마음이란 측량치 못하겠나이다. 천첩이 상공을 따르지 아니할 적에는 월궁의 항아(姮娥)처럼 첩의 몸을 칭찬하고 기리더니, 이제는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것처럼 헐뜯사옵니다. 이는 승상께서 첩을 대하심이 섬랑보다 더하심으로, 섬랑이 상공의 은총을 홀로 차지하고자 내뱉은 투기 어린 말에 불과하나이다.”

섬랑과 모든 낭자가 다 크게 웃거늘, 정부인이 이르기를,

“적랑의 부드럽고 가냘픔이 부족함이 아니라 남자로 보였으므로, 이로부터 승상의 한 쌍 눈동자가 청명하지 못한 것이라. 홍랑의 이름값이 이로 말미암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려니와, 섬랑의 말은 아마도 분명한 의논이라. 여자가 남복(男服)으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필연 여자로서의 고운 태도가 없음이요, 남자가 여장으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필연 장부로서의 기골이 없음이라. 모두 부족한 것으로 인하여, 그 거짓을 꾸밈이로다.”

 

丞相大笑曰 : “夫人此言盖弄我也, 夫人一雙眸子亦不淸明, 能卞琴曲而不能卞男子,

此有耳而無目也, 七竅無一則 其可謂全人乎?

夫人雖譏此身之殘劣, 見我凌烟閣畵像者, 皆稱形軆之壯威風之猛矣.”

승상대소왈 부인차언개롱아야 부인일쌍모자역불청명 능변금곡이불능변남자

차유이이무목야 칠규무일즉 기가위전인호

부인수기차신지잔열 견아능연각화상자 개칭형체지장위풍지맹의

 

승상이 크게 웃고 이르기를,

“부인의 말은 아마도 나를 희롱함이로소이다. 부인의 한 쌍의 눈동자 또한 청명치 못하여 거문고의 곡조는 분별할 수 있어도, 여복을 입은 남자는 분별할 수 없었소이다. 이는 바로 귀는 가졌으되 눈이 없는 것이라면, 일곱 구멍 중에 하나가 없는 것인즉, 온전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으리오. 부인은 비록 이 몸의 변변치 못함을 꾸짖었으나, 능연각(凌烟閣)의 내 화상을 보는 자는 다 외모의 웅장함과 위풍이 맹렬함을 칭찬하더이다.”

 

一座又大笑 蟾月曰 : “方與勁敵對陣 豈可徒爲戱談? 不可全恃吾兩人, 賈孺人亦同往如何,

越王非外人 淑人亦何嫌之有?”

秦氏曰 : 桂狄兩娘若入於女進士場中, 當效一寸之力矣, 歌舞之場安用妾哉?

此所謂駈市人而戰也, 桂娘必不能成功也.“

일좌우대소 섬월왈 방여경적대진 기가도위희담 불가전시오양인 가유인역동왕여하

월왕비외인 숙인역하혐지유

진씨왈 계적양낭약입어녀진사장중 당효일촌지력의 가무지장안용첩재

차소위구시인이전야 계랑필불능성공야

 

모인 사람들이 또 크게 웃거늘, 섬월이 아뢰기를,

“바야흐로 강한 적을 맞대하여 진을 칠 터이온데, 어찌 부질없는 우스개만 하시나이까? 오로지 우리 두 사람만 믿기는 어렵사오니, 또한 가유인(賈孺人)도 함께 가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월왕이 또한 모르는 분이 아니시니, 숙인(淑人)도 함께 간들 무슨 혐의 있으리까?”

진씨가 이르기를,

“계랑, 적랑의 두 낭자가 만일에 여자의 과거장(科擧場) 중에 들어가면 내 마땅히 미력한 힘이나마 도우려니와, 가무하는 마당에서 첩을 어디다 쓰겠사옵니까? 이는 이른바 시정아치를 몰아가 싸우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 계랑은 반드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리라.”

 

春雲曰 : “春雲雖無歌舞之才, 惟妾一身貽笑於人 則不過爲妾身之羞, 豈不欲觀光於盛會哉,

妾若隨去則人必指笑曰, 彼乃大丞相魏國公之妾也, 鄭夫人及公主之媵也.

然則此貽笑於相公也, 貽憂於兩嫡也, 春雲決不可往矣.”

춘운왈 춘운수무가무지재 유첩일신이소어인즉불과위첩신지수 기불욕관광어성회재

첩약수거즉인필지소왈 피내대승상위국공지첩야 정부인급공주지잉야

연즉차이소어상공야 이우어양적야 춘운결불가왕의

 

춘운이 이르기를,

“춘운이 비록 가무에 재주 없으나, 오직 첩의 한 몸이 남에게 비웃음을 받으며 곧 첩의 몸이 수치를 당할 뿐이라면, 어찌 성대한 모임을 구경코자 하는 마음이 없겠사옵니까? 다만 첩이 만일 따라가면 곧 사람들이 필연 손가락질을 하며, 저 여인은 대승상 위국공의 첩이요, 정부인과 공주의 잉첩이라고 하면서 비웃을 터이옵니다. 이는 곧 상공께 비웃음을 끼치고 두 정실부인께 근심을 남김이니, 춘운은 결단코 가지 못하리로다.”

 

公主曰 : “豈以春娘之去而相公被笑於人, 我亦因君而有憂乎?”

春雲曰 : “平鋪彩錦之步障, 高褰白雲之帳幕人皆曰,

楊丞相寵妾賈孺人來矣, 騈肩接武爭先縱觀, 及其移步登筵 乃蓬頭垢面也.

然則人皆大驚大咤, 以爲楊丞相有登徒子之病也, 此非貽笑於相公乎,

至於越王殿下, 平生未嘗見累穢之物, 見妾必嘔逆而氣不平矣, 此非貽憂於娘娘乎?”

공주왈 기이춘랑지거이상공피소어인 아역인군이유우호

춘운왈 평포채금지보장 고건백운지장막인개왈

양승상총첩가유인래의 병견접무쟁선종관 급기이보등연 내봉두구면야

연즉인개대경대타 이위양승상유등도자지병야 차비이소어상공호

지어월왕전하 평생미상견루예지물 견첩필구역이기불평의 차비이우어낭낭호

 

공주가 이르기를,

“어찌 춘운이 가는 것으로 상공께서 타인들에게 비웃음을 받으리오. 또 우리가 그대로 말미암아 근심이 있으리오?”

춘운이 답하기를,

“채색으로 된 비단 보장(步障)을 나란히 펼치고 흰 구름과 같은 장막을 높이 걷으면, 사람들이 양승상의 총첩 가유인이 온다고 하며 어깨를 비비대고 발꿈치를 돋우며 앞을 다투어 구경할 것이나이다. 하지만 마침내 걸음을 옮겨 자리에 오르면 쑥처럼 흐트러진 머리와 때 묻은 얼굴일 것이옵니다.

그런즉, 사람들이 모두 크게 놀라 내뱉기를, 양승상이 등도자(登徒子)와 같은 병이 있다고 할 것이니, 이 어찌 상공께서 비웃음을 받으심이 아니겠사옵니까? 월왕 전하는, 일찍이 평생에 누추하고 더러운 물건을 보지 못하였기로, 첩을 보시면 필연 구역질이 나서 심기가 편치 않으실 터이니, 이 또한 마마께 근심이 아니리이까?”

 

公主曰 : “甚矣春娘之謙也! 春娘昔者以人而爲鬼, 今欲以西施而爲無塩, 春娘之言無足可信也.”

乃問於丞相曰 : “答書以何日爲期乎?”

丞相曰 : “約以明日會矣.”

공주왈 심의춘랑지겸야 춘랑석자이인이위귀 금욕이서시이위무염 춘랑지언무족가신야

내문어승상왈 답서이하일위기호

승상왈 약이명일회의

 

공주가 이르기를,

“춘운의 겸손함이 너무 심하도다. 춘랑이 옛적에는 사람으로 귀신이 되더니, 이제는 서시(西施) 같은 미녀로서 무염(無鹽) 같은 추한 여인이 되고자 하니, 춘랑의 말은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도다.”

이에 승상에게 여쭙기를,

“상공은 답서에 어느 날로서 기약하셨나이까?”

승상이 답하기를,

“내일로 모임을 기약하였나이다.”

 

鴻月大驚曰 : “兩部敎坊猶未下令, 勢已急矣可奈何哉?”

卽召頭妓而言曰 :

“明日丞相與越王, 約會於樂遊原, 兩部諸妓須持樂器飾新粧, 明曉陪丞相行矣.”

八百妓女一時聞令, 皆理容畵眉執器習樂, 爲明日計矣.

홍월대경왈 양부교방유미하령 세이급의가나하재

즉소두기이언왈

명일승상여월왕 약회어락유원 양부제기수지악기식신장 명효배승상행의

팔백기녀일시문령 개리용화미집기습악 위명일계의

 

경홍과 홍월이 크게 놀라며 이르기를,

“동서 두 교방(敎坊)에 아직도 영을 내리지 못하였는데, 일의 형세가 이미 급하니 어찌할까?”

곧 우두머리 기생을 불러 말하기를,

“내일 상공이 월왕과 더불어 낙유원(樂遊原)에 모이기로 언약하셨도다. 두 교방의 모든 기생은 각자 악기를 준비하고 새 단장을 하여, 내일 새벽에 승상을 모시고 갈지어다.”

팔백 명의 기생이 일시에 명을 받고, 얼굴 치장을 하며 눈썹을 그리고 악기를 잡아 음악을 연습하면서, 내일 일을 준비하였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