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시삼 - 7. 소유가 노모를 뵈러 가는 길에 적경홍과 계섬월을 만나다

New-Mountain(새뫼) 2020. 12. 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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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유가 노모를 뵈러 가는 길에 적경홍과 계섬월을 만나다

 

是日上受羣臣朝賀於正殿, 羣臣奏曰 :

“近者景星出甘露降, 黃河淸年穀登, 三鎭節度納地而朝, 吐蕃强胡革心而降, 此皆盛德所致也.”

上謙讓歸功於群臣, 羣臣又奏曰 :

“丞相楊少游近作銅龍樓上嬌客, 吹玉簫而調鳳凰, 久不下於秦樓, 玉堂公務殆將闕矣.”

上大笑曰 : “太后娘娘連日引見, 此少游所以不敢出也, 朕近當面諭 使之就職矣.”

시일상수군신조하어정전 군신주왈

근자경성출감로강 황하청년곡등 삼진절도납지이조 토번강호혁심이강 차개성덕소치야

상겸양귀공어군신 군신우주왈

승상양소유근작동룡루상교객 취옥소이조봉황 구불하어진루 옥당공무태장궐의

상대소왈 태후낭낭연일인견 차소유소이불감출야 짐근당면유 사지취직의

 

이날 황상이 정전에서 모든 신하의 조회를 받는데, 여러 신하가 아뢰기를,

“근자에 경사스러운 별이 뜨며, 단 이슬이 내리고, 황하(黃河)의 물이 푸르고, 곡식이 풍성하며, 세 진(鎭)의 절도사가 땅을 드리고 들어와 조회하고, 토번과 강한 오랑캐가 진심으로 항복하였으니, 이는 다 성덕으로 이루신 바이옵니다.”

황상이 겸양하여 공을 모든 신하에게 돌리는데, 모든 신하가 또 아뢰기를,

“승상 양소유가 근일 동용루(銅龍樓) 위의 교객(嬌客)이 되어, 옥퉁소를 불면서 봉황을 길들이느라 오래도록 진루(秦樓)에서 내려오지 아니하니, 옥당(玉堂) 공무가 자못 지체되었나이다.”

황상이 크게 웃으며 이르기를,

“태후 마마가 연일 불러들여 보니, 이로써 소유가 감히 나가지 못하는 것이오. 짐이 가까운 때에 친히 타일러 일을 보게 하리라.”

 

明日楊丞相就朝堂理國政, 遂上疏請暇 欲將母而來 其疏曰 :

“丞相魏國公駙馬都尉臣楊少游, 頓首百拜 上言于皇帝陛下.

伏以臣卽楚地編戶之民也, 生事不過數頃, 學業止於一經

而老母在堂, 菽水不繼 欲營升斗之錄, 以備甘毳之供, 不揣寸分猥蒙鄕貢,

명일양승상취조당리국정 수상소청가 욕장모이래 기소왈

승상위국공부마도위신양소유 돈수백배 상언우황제폐하

복이신즉초지편호지민야 생사불과수경 학업지어일경

이로모재당 숙수불계 욕영승두지록 이비감취지공 불췌촌분외몽향공

 

이튿날 양승상이 조정에 나아가 국정을 다스리고 드디어 상소를 올려 휴가를 청하였다. 모친을 모셔 오려 하였는데, 그 상소문에서 아뢰기를,

“승상 위국공 부마도위(駙馬都尉)인 신 양소유는 머리를 조아리며 수없이 절하옵고 황제 폐하께 삼가 아뢰옵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은 본디 초(楚) 땅의 미천한 백성으로 생계가 불과 밭 몇 이랑에 지나지 않았고, 학업은 경서(經書) 한 권 정도를 읽는 것에 지나지 않았사옵니다. 하지만 노모께서는 집안에 계시어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신 데도, 대수롭지 않은 녹봉을 받고, 맛있고 부드러운 음식을 즐겼으며, 재주와 분수를 헤아리지도 않고 외람되이 향공(鄕貢)을 입었사옵니다.

 

方臣之躡履赴擧, 老母臨行送之曰

‘門戶殘矣家業弊矣, 堂搆之責十口之命, 皆付於汝之一身, 汝其力學決科, 以顯父母是吾望也.

而祿仕太暴 則躁競之刺興, 官職太驟 則負乘之患生, 汝其戒之.’

방신지섭이부거 로모임행송지왈

문호잔의가업폐의 당구지책십구지명 개부어여지일신 여기력학결과 이현부모시오망야

이록사태폭 즉조경지자흥 관직태취 즉부승지환생 여기계지

 

바야흐로 신이 과거 길에 오르려 하자, 노모께서 문까지 나와 신을 보내시며 당부하시기를,

‘집안이 쇠잔하고 가업이 피폐하였으니,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책임과 열 사람의 목숨이 모두 너 한 몸에 달렸노라. 너는 힘껏 학업에 열중하고 과거에 급제하여,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로다. 녹봉을 받기 위해 벼슬길에 오르는 것이 너무 이르면, 마음을 조급히 굴어 남과 권세를 다투어 스스로 함정을 파기 쉽고, 관직이 너무 빨리 오르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근심이 있으니, 너는 이것을 경계하라.’

 

臣敢受母訓 銘在心肝, 而濫以幼少之年, 幸値功名之會, 立朝數年 名位揚赫,

金馬玉堂世稱華貫 而臣旣冒據, 黃麻紫誥 必順全才

而臣又添叨奉綸, 南討强藩屈膝受命, 西征凶酋束手,

臣本白面一書生也, 是豈臣能立一策 辦一謀 而致此哉?

신감수모훈 명재심간 이람이유소지년 행치공명지회 립조수년 명위양혁

금마옥당세칭화관 이신기모거 황마자고 필순전재

이신우첨도봉륜 남토강번굴슬수명 서정흉추속수

신본백면일서생야 시기신능립일책 판일모 이치차재

 

하셨기에, 신이 감히 어머님의 가르치심을 받고 마음 깊은 곳에 굳게 새기어 두었나이다. 그런데 외람스럽게도 어린 나이에 다행히 공명을 얻을 기회를 만나, 조정에 선 지 수년 만에 이름과 지위가 모두 혁혁해지고, 좋은 말과 좋은 집에 살면서 세상에서 이른 바 호화로운 삶으로만 일관되어 왔사옵니다.

신은 이미 위험스럽게 웅거한 오랑캐들에게 황상께서 조서를 내리시어, 그들을 깨우치시는 데에 모름지기 온갖 재주를 다하며 왔사옵니다. 또 신은 분수에 넘치게도 황상 폐하의 명을 받들어, 남으로는 강한 도적들을 타일러 굴복시키며 무릎을 꿇게 하고, 명을 받들게 하였사옵니다. 서쪽으로는 흉악한 도적의 괴수를 정벌하여 어찌할 도리없이 항복하게 하였으나, 신은 본래 일개 백면서생(白面書生)으로 어찌 한 계책을 세우고 한 가지 꾀를 낼 수 있어 이에 이르렀겠나이까?

 

莫非皇威所及, 諸將效死 而陛下乃反獎其微勢, 褒以重爵, 臣心之愧惕惶感, 有不可論

而老母所戒, 躁競之刺貧乘之患, 不幸當之矣.

至於錦臠抄簡, 尤非閭巷賤身, 所敢當者而聖命勤摯, 謬恩荐加,

臣逃遁不得冒沒承順, 豈不足以辱國家而羞當世乎?

막비황위소급 제장효사 이폐하내반장기미세 포이중작 신심지괴척황감 유불가론

이로모소계 조경지자빈승지환 불행당지의

지어금련초간 우비려항천신 소감당자이성명근지 유은천가

신도둔부득모몰승순 기부족이욕국가이수당세호

 

황상 폐하의 위엄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고, 여러 장수가 죽기를 무릅쓰고 싸운 탓이온데도, 폐하께서는 이에 도리어 작은 수고를 가상히 여기시어, 중한 벼슬로써 포장하셨사옵니다. 이러하니 신의 마음으로는 부끄럽고 두려우며 황송할 뿐 아뢸 수 있는 말씀이 없나이다. 노모께서 경계하여, 마음을 조급히 굴어 남과 권세를 다툴 위험과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염려를 하셨는데도, 불행히 이렇게 되었사옵니다.

부마 간택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천하고 속된 신이 감당할 바가 아니었사오나, 미천한 몸이 감히 감당한 것은 폐하의 명이 간곡하시고 은혜가 깊으시어, 신이 도망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옵니다. 분수에 넘치게도 순순히 그 명을 받들었으니, 어찌 국가를 욕되게 하고 지금 세상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겠사옵니까?

 

嗚呼! 老母之所期於臣者, 初不過乎寸廩而已, 臣之所望於國者, 本不外於一官而已,

今臣居將相之位, 挾公侯之富, 奔走王事不遑將毋.

臣隱處丹碧之室 而臣母則僅掩茅茨, 臣坐享方丈之食 而臣母則不免醜糲,

居處飮食母子絶異, 是以貴富處身以貧賤待母, 人論廢矣子職墮矣.

오호 로모지소기어신자 초불과호촌름이이 신지소망어국자 본불외어일관이이

금신거장상지위 협공후지부 분주왕사불황장모

신은처단벽지실 이신모즉근엄모자신 좌향방장지식 이신모즉불면추려

거처음식모자절리 시이귀부처신이빈천대모 인론폐의자직타의

 

오호(嗚呼)라. 노모께서 신에게 기대하신 바는, 애당초 얼마 되지 않는 녹봉에 불과한 것이었고, 신이 국가에 바란 것도 본디 보잘것없는 벼슬에 불과하였사옵니다. 지금의 신은 장상(將相)의 위치에 있으며, 공후(公侯)의 부유함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나랏일이 분주하여 노모를 돌볼 겨를이 없었나이다.

신이 누운 곳은 호화로운 집인데, 신의 어미는 가까스로 띠로 지붕을 이은 정도이옵니다. 신은 편안히 즐기며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잘 차린 음식을 먹고 있는데, 신의 어미는 오래 묵은 쌀이나마 마지못해 잡수실 정도이옵니다. 거처와 음식에 있어서 모자가 판이하니, 이렇듯 신은 부귀에 몸을 처하고 빈천으로써 노모를 대하니, 인륜을 폐하고 자식 된 직분을 망각한 것이옵니다.

 

况臣母年齡已高 疾病沉篤, 無他子女可以扶護者而,

山川遼濶信使阻絶, 消息亦不能以時相通, 不待陟屺望雲而, 肝腸已寸斷無餘矣.

今幸國家無事 官府多閑, 伏乞陛下諒臣危迫之情, 察臣終養之願,

特許數月之暇, 使之歸省先墓 將歸老母, 母子同居歌詠聖德, 得以盡瀜洩之樂,

反哺之誠, 則臣謹當彌竭 移孝之忠, 誓報軆下之恩矣. 伏乞陛下矜悶焉.”

황신모년령이고 질병침독 무타자녀가이부호자이

산천요활신사조절 소식역불능이시상통 불대척기망운이 간장이촌단무여의

금행국가무사 관부다한 복걸폐하량신위박지정 찰신종양지원

특허수월지가 사지귀성선묘 장귀로모 모자동거가영성덕 득이진융설지락

반포지성 즉신근당미갈 이효지충 서보체하지은의 복걸폐하긍민언

 

하물며, 신의 어미는 연세가 무척 높고 질병이 깊고 위독한데도, 다른 자녀가 없어 보호할 수 있는 자가 없사옵니다. 산천이 아득하여 신의 정성을 막고 끊어 놓으며, 소식 또한 때때로 통할 수가 없어서 신을 기다리지도 못하시고, 동산 위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시시며, 간장(肝腸)은 이미 더할 나위 없이 마디마디 끊어졌을 것이옵니다.

이제 다행히 나라에 아무 일도 없고 관아도 무척 한가하옵니다. 엎드려 애걸하옵건대 폐하께옵서는 위험이 눈앞에 닥친 신의 사정을 헤아리시고, 신의 어미를 봉양코자 하는 바람을 살펴 주옵소서. 몇 달 동안의 틈을 내어 고향으로 돌아가서, 조상의 묘에 성묘를 드리고, 노모를 모시고 장차 돌아와 모자가 함께 살면서, 성덕을 기리며 깊고 큰 즐거움을 다하고, 반포(反哺)의 정성을 본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윤허해 주옵소서. 그러하면 신은 삼가 효성을 다하고, 이를 충성으로 옮기어 맹세코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겠사옵니다. 엎드려 애걸하옵건대, 폐하는 불쌍하고 딱하게 여기시옵소서.”

 

上覽之歎曰 : “孝哉! 楊少游也.”

特賜黃金四千, 綵帛八百匹歸爲老母壽.

且令輦母遄返, 丞相入闕祗肅拜辭於太后,

太后下賜金帛, 倍蓰於皇上恩典矣, 退與兩公主及秦賈兩娘相別.

상람지탄왈 효재! 양소유야

특사황금사천 채백팔백필귀위로모수

차령련모천반 승상입궐지숙배사어태후

태후하사금백 배사어황상은전의 퇴여양공주급진가양낭상별

 

황상은 상소문을 보시고 감탄하기를,

“효성스럽도다. 양소유여!”

특별히 황금 사천 근과 비단 팔백 필을 하사하여, 돌아가서 그 노모를 헌수(獻壽)하게 하고, 또 노모를 만나 속히 모시고 돌아오도록 하교하셨다. 승상이 대궐로 들어가 사은하고 태후께 하직 인사를 드리는데, 태후 또한 금과 비단을 내리셨다. 승상이 황상의 은전에 거듭거듭 감사드리고, 물러 나와 두 공주와 진숙인, 가유인 두 낭자와 더불어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行到天津 鴻月兩妓因府尹是通, 已來待於客舘, 丞相笑謂兩妓曰 :

“吾之此行乃私行, 非王命也 兩娘何以知之?”

鴻月曰 : “大丞相魏國公駙馬都尉之行, 深山窮谷 亦皆奔走聳動,

妾等雖蟄於山林寂寥之地, 豈無耳目乎?

행도천진 홍월양기인부윤시통 이래대어객관 승상소위양기왈

오지차행내사행 비왕명야 양낭하이지지

홍월왈 대승상위국공부마도위지행 심산궁곡 역개분주용동

첩등수칩어산림적요지지 기무이목호

 

길을 떠나서 천진교에 다다르니 적경홍(狄驚鴻), 계섬월(桂蟾月)의 두 기생이 부윤(府尹)의 기별을 받고, 이미 객관(客舘)으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승상이 웃으며 두 기생에게 이르기를,

“나의 이번 행차는 사사로운 길이요, 황명이 아니로다. 두 낭자는 어찌 내가 오는 줄을 알았느냐?”

경홍과 섬월이 답하기를,

“대승상 위국공 부마도위의 행차를, 깊은 산과 험한 골짜기에서도 또한 다들 알고 분주히 소문이 들리어 몸을 솟구쳐 춤추듯이 하고 있사옵니다. 첩들이 비록 산림의 적적하고 고요한 땅에 있사오나, 어찌 귀와 눈이 없으오리까?

 

况府尹老爺敬待妾等, 亞於相公 相公之來 不敢不報?

昨年相公奉使過此, 妾等尙有萬丈之光輝, 今相公位益崇而名益著, 臣妾之榮亦轉加百層矣.

聞相公娶兩公主爲女君, 未知兩位公主能容妾等否.”

황부윤로야경대첩등 아어상공 상공지래 불감불보

작년상공봉사과차 첩등상유만장지광휘 금상공위익숭이명익저 신첩지영역전가백층의

문상공취양공주위녀군 미지양위공주능용첩등부

 

하물며 부윤께서는 첩들을 공경하고 접대하기를, 상공의 다음으로 하는데, 상공이 오시게 되니 감히 알리지 않을 수 없었나이다. 작년에 상공이 명을 받으시어 사신으로 여기를 지나가신 뒤에, 첩들이 오히려 한없이 높은 데에서 환하고 빛나게 되었거늘, 이제 상공이 지위가 더 높고 이름도 더욱 드러나셨으니, 신첩의 영광이 또한 백배나 더하나이다.

듣자오니 상공이 두 공주의 남편이 되었다 하온데, 두 분 공주께서는 첩들을 용납하실 수 있을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丞相曰 : “兩公主一則乃聖天子御妹, 一則鄭司徒女子, 太后取鄭氏爲養女, 而卽桂娘所薦也,

鄭氏與桂娘有汲引之恩, 且與公主俱有及人之仁, 容物之德 豈非兩娘之福乎?”

鴻月相顧而賀.

승상왈 양공주일즉내성천자어매 일즉정사도녀자 태후취정씨위양녀 이즉계랑소천야

정씨여계랑유급인지은 차여공주구유급인지인 용물지덕 기비양낭지복호

홍월상고이하

 

승상이 이르기를,

“두 공주 가운데 한 분은 황상의 매씨(妹氏)요, 또 한 분은 정사도의 딸이라. 태후께서 양녀로 삼으셨은즉, 곧 계랑(桂娘)이 천거한 사람이요, 정씨와 계랑은 천거하고 중매한 은혜가 있도다. 또 두 공주께서는 함께 사람을 사랑하는 어짊과 사람을 용납하는 덕이 있으니, 어찌 두 낭자의 복이 아니겠느냐?”

경홍과 섬월은 서로 돌아보며 하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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