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구운몽 한문본

권지삼 - 10. 소유가 월왕과 함께 사냥을 하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짓다

New-Mountain(새뫼) 2020. 12. 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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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유가 월왕과 함께 사냥을 하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짓다

 

 

翌曉天明丞相早起, 着戎服佩弧矢, 乘雪色千里崇山馬, 發獵士三千人擁向城南.

蟾月驚鴻彫金鏤玉 綴花裁葉, 各率部妓結束隨行, 幷乘五花之馬, 跨金鞍躡銀鐙,

橫拖珊瑚之鞭, 輕攬瑣珠之轡, 昵隨丞相之後. 八百紅粧 皆乘駿驄, 擁鴻月左右而去,

中路逢越王, 越王軍容女樂, 足與丞相之行幷駕矣.

익효천명승상조기 착융복패호시 승설색천리숭산마 발렵사삼천인옹향성남

섬월경홍조금루옥 철화재엽 각솔부기결속수행 병승오화지마 과금안섭은등

횡타산호지편 경람쇄주지비 닐수승상지후 팔백홍장 개승준총 옹홍월좌우이거

중로봉월왕 월왕군용녀악 족여승상지행병가의

 

이튿날 새벽에 날이 밝자 승상은 일찍 일어나 융복(戎服)을 입고, 활과 화살을 차고서 눈빛같이 흰 천리숭산마(千里崇山馬)를 타고, 사냥꾼 삼천 명을 불러 호위케 하며 성문 밖 남쪽으로 향하였다.

섬월과 경홍은 금과 옥을 아로새긴 의복 치장에, 꽃을 수놓아 입새를 그렸으며, 각기 수하 기생들을 거느리고 한 무리를 이루어 수행하였다. 오화마(五花馬) 금 안장에 걸터앉아, 은으로 만든 등자(鐙子)를 디디고 나란히 올라타고, 산호 채찍을 비껴들어 구슬 고삐를 느슨하게 잡고, 승상의 뒤를 가까이 따랐다. 팔백 명의 기생들도 단장을 예쁘게 하고 모두 준총(駿驄)을 잡아타고서, 경홍과 섬월을 빙 둘러 좌우로 호위하며 나아갔다.

도중에 월왕을 만났는데 군대의 위용과 기생들의 가무는, 족히 승상의 행차와 더불어 맞먹을 정도였다.

 

越王與丞相幷鑣而行 問於丞相曰 : “丞相所騎之馬何國之種也?”

丞相曰 : “出於大宛國也. 大王之馬亦似宛種也.”

越王曰 : “然. 此馬之名千里浮雲驄, 去年秋陪天子獵於上林, 天廐萬馬皆追風逸足,

而無追及於此者, 卽今張駙馬之桃花驄, 李將軍之烏騅馬皆稱龍種, 而比此馬皆駑駘也.”

월왕여승상병표이행 문어승상왈 승상소기지마하국지종야

승상왈 출어대완국야 대왕지마역사완종야

월왕왈 연 차마지명천리부운총 거년추배천자렵어상림 천구만마개추풍일족

이무추급어차자 즉금장부마지도화총 이장군지오추마개칭룡종 이비차마개노태야

 

월왕과 승상은 서로 말머리를 가지런히 하여 나아가는데, 월왕이 승상에게 묻기를,

“승상이 타신 말은 어느 나라의 종자이오?”

승상이 답하기를,

“대완국(大宛國)에서 났나이다. 대왕께서 타신 말도 또한 완종(宛種)인 듯하옵니다.”

월왕이 이르기를,

“그렇소이다. 이 말 이름은 천리부운총(千里浮雲驄)인데, 작년 가을에 천자를 모시고 상림원(上林苑)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나라 마구간에 있는 만여 필의 말이 모두 바람을 박차며 빨리 달렸지만, 이 말을 따라가지 못하였소. 지금 장부마(張駙馬)의 도화총(桃花驄)과 이장군(李將軍)의 오추마(烏騅馬)를 모두 용마(龍馬)라 부르지만, 이 말에 비하면 모두 느리고 둔하다오.”

 

丞相曰 : “去年討蕃國時 深險之水, 嶄截之壁 人不能着足, 而此馬如踏平地未嘗一蹶,

少游之成功實賴此馬之力, 杜子美所謂與人一心成大功者非耶?

少游班師之後, 爵品驟崇職務亦閑, 穩崇平轎緩行坦途, 人與馬俱欲生病矣,

請與大王揮鞭一馳, 較健馬之快步, 試舊將之餘勇.”

승상왈 거년토번국시 심험지수 참절지벽 인불능착족 이차마여답평지미상일궐

소유지성공실뢰차마지력 두자미소위흥인일심성대공자비야

소유반사지후 작품취숭직무역한 온숭평교완행탄도 인여마구욕생병의

청여대왕휘편일치 교건마지쾌보 시구장지여용

 

승상이 이르기를,

“지난해 번국(蕃國)을 칠 때, 깊고 험한 물과 높고 가파른 벼랑에 사람은 도저히 발을 붙일 수 없었는데, 이 말은 그곳을 평지 밟듯 하여 한 번도 실족함이 없었사옵니다. 소유의 공을 이룬 것이 실로 이 말의 힘을 입은 것인즉, 두보의 이른바 사람과 더불어 일심이 되어 큰 공을 이룬다고 함이 아니오리까?

소유가 군사를 돌이킨 후에, 품계가 높아지고 직무가 또한 한가해져서, 편히 평교자(平轎子)를 타고 평탄한 길을 서서히 다니게 되니, 사람과 말이 모두 병이 나려 하였사옵니다. 이제 대왕과 더불어 채찍을 휘둘러 한 번 다투어 달려서, 건마(健馬)의 빠른 걸음을 견주어 보고, 옛 장수의 나머지 용맹을 시험해 보기를 청하옵니다.”

 

越王大喜曰 : “亦吾意也.”

遂分付於侍子, 使兩家賓客及女樂, 歸待於幕次, 正欲擧鞭策馬矣,

適有大鹿爲獵車所逐, 掠過越王之前, 王使馬前壯士射之,

於是衆矢齊發皆不能中, 大王怒躍馬而出, 以一矢射其左脅而殪之, 衆軍皆呼千歲.

월왕대희왈 역오의야

수분부어시자 사양가빈객급녀악 귀대어막차 정욕거편책마의

적유대록위렵거소축 약과월왕지전 왕사마전장사사지

어시중시제발개불능중 대왕로약마이출 이일시사기좌협이에지 중군개호천세

 

월왕이 크게 기뻐하며 이르기를,

“그것 또한 나의 생각이오.”

드디어 시중드는 자에게 분부를 내려, 두 궁의 손님들과 기생들을 막차(幕次)에 돌아가 기다리게 하고, 채찍을 들어 말을 치려 하였다. 마침 큰 사슴 한 마리가 사냥꾼에게 쫓겨 월왕 앞을 지나치기에 왕이 말 앞의 장사를 시켜 쏘게 하였는데, 여러 장사가 일시에 활을 당기었으나 모두 맞히지 못하였다. 왕이 무척 노하여 말을 채를 쳐 나아가며, 화살 하나로 그 옆구리를 맞히어 거꾸러뜨리니, 모든 군사가 일제히 천세(千歲)를 외쳤다.

 

丞相稱之曰 : “大王神弓無異汝陽王也.”

王曰 : “小技何足稱哉? 我欲見丞相射法亦可試否?”

言未訖 天鴉一雙適自雲間飛來, 諸軍皆曰 : “此禽最難射也, 宜用海東靑也.”

승상칭지왈 대왕신궁무리여양왕야

왕왈 소기하족칭재 아욕견승상사법역가시부

언미흘 천아일쌍적자운간비래 제군개왈 차금최난사야 의용해동청야

 

승상이 칭찬하기를,

“대왕의 신궁(神弓)은 여양왕(汝陽王)과 다름이 없사옵니다.”

왕이 이르기를,

“작은 재주를 어찌 그토록 칭찬하시오. 내 승상의 활 쏘는 법을 보고 싶은데 또한 시험 해 줄 수 있겠소?”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니 한 쌍이 마침 구름 사이로부터 날아왔는데, 모든 군사가 아뢰기를,

“저 새는 가장 맞히기 어려운지라, 마땅히 해동청(海東靑)을 놓아야 하옵니다.”

 

丞相笑曰 : “汝姑勿放.”

卽抽箭飜身, 仰射中鴉左目 而墜於馬前,

越王大贊曰 : “丞相妙手 今之養由基也.”

兩人遂揮鞭一哨, 兩馬齊出 星流電邁 神行鬼閃, 瞬息之間已涉大野 而登高丘矣.

按轡幷立 周覽山川 領略風景, 仍論射法劍術 娓娓不止. [亹亹不止 : 임명덕본.]

승상소왈 여고물방

즉추전번신 앙사중아좌목이추어마전

월왕대찬왈 승상묘수 금지양유기야

양인수휘편일초 양마제출 성류전매 신행귀섬 순식지간이섭대야 이등고구의

안비병립 주람산천 영략풍경 잉론사법검술 미미부지

 

승상이 웃으며 이르기를,

“아직 서두르지 말지어다.”

곧 허리 사이에서 금비전(金鞞箭)을 뽑아내어, 몸을 위로 하고 높은 곳을 향해 쏘았다. 고니의 왼쪽 눈이 맞아 말 앞에 떨어지니, 월왕이 크게 칭찬하기를,

“승상의 묘한 수는 이제 양유기(養由基)라.”

두 사람이 드디어 채찍을 한번 휘두르니, 두 말이 일제히 나와서 별같이 흐르며 번개같이 힘써 나아가고 귀신같이 번득이어, 순식간에 너른 벌판을 가로질러 높은 언덕에 올랐다. 두 사람은 고삐를 당겨 나란히 서서, 산천의 경개를 둘러보고 풍경을 대략 살펴보더니, 이내 활 쏘는 법과 검술을 논의하는데, 그 대화가 길어져 그치질 않았다.

 

侍者始追及, 以所獲蒼鹿白鵝, 盛銀盤而進之,

兩人下馬披草而坐, 拔所佩寶刀割肉灸啗互勸深盃,

遙見紅袍兩官飛鞋而來, 一隊從人隨其後, 盖自城中而出也.

一人疾走而告曰 : “兩殿宣醞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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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질주이고왈 양전선온의

 

시중드는 이들이 비로소 뒤쫓아 따라와 푸른 사슴과 흰 고니를 은쟁반에 담아 바쳤다. 두 사람이 말에서 내려와 풀을 헤치고 앉아서, 허리에 찬 보도(寶刀)를 뽑아 고기를 베어서 구워 먹으며 서로 술을 권하였다. 이때, 붉은 옷을 입은 두 관원이 급히 달려오는 것이 멀리 보이는데, 그 뒤에 한 무리의 종인(從人)이 따르니, 성안으로부터 나오는 자들 같았다.

한 사람이 빨리 달려와 아뢰기를,

“두 궁궐에서 술을 내렸사옵니다.”

 

越王往候幕中, 兩大監酌於賜黃封美酒以勸兩人, 仍授龍鳳彩箋一封,

兩人盥手跪伏坼見, 以大獵郊原爲題而賦進矣.

兩人頓首四拜, 各賦四韻一首付黃門而進之, 丞相詩曰 :

월왕왕후막중 양대감작어사황봉미주이권양인 잉수룡봉채전일봉

양인관수궤복탁견 이대렵교원위제이부진의

양인돈수사배 각부사운일수부황문이진지 승상시왈

 

월왕이 막사 안으로 가서 기다리니, 두 내관이 황상이 내리신 황봉미주(黃封美酒)를 부어 두 사람에게 권하고, 이어 용봉(龍鳳)의 무늬가 든 시전지(詩箋紙) 한 봉을 전했다. 두 사람이 손을 씻고 꿇어 엎드려서 펴 보니, 교외의 들에서 크게 사냥놀이 함을 글제로 하여 글을 지어 바치라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머리를 조아려 네 번 절하고, 각기 사운(四韻)으로 글 한 수를 지어 내관에게 주어 바쳤다. 승상이 시에 읊기를,

 

晨驅壯士出郊坰 신구장사출교경

劍若秋蓮矢若星 검약추련시약성

帳裡羣娥天下白 장리군아천하백

馬前雙翮海東靑 마전쌍핵해동청

恩分玉醞爭含感 은분옥온쟁함감

醉拔金刀自割腥 취발금도자할성

仍憶去年西塞外 잉억거년서새외

大荒風雪獵王庭 대황풍설렵왕정

 

새벽에 장사들을 몰고 들로 나아가니

칼은 가을 연꽃 같고 화살은 별 같도다.

장막 속의 여인들은 천하의 미인인데

말 앞의 쌍 깃촉은 해동청이었구나.

내시린 술 마시니 감동함을 머금었고

취했으니 금칼 들어 비린 것을 베었도다.

지난해 서쪽 요새 지내던 것 생각하며

먼 하늘 풍설 맞으며 왕정에서 사냥하였도다.

 

越王詩曰 :

월왕시왈

 

월왕이 시에 읊기를,

 

蹀蹀飛龍閃電過 접접비룡섬전과

御鞍鳴鼓立平坡 어안명고립평파

流星勢疾殲蒼鹿 류성세질섬창록

明月形開落白鵝 명월형개락백아

殺氣能敎豪興發 살기능교호흥발

聖恩留帶醉顔酡 성은류대취안타

汝陽神射君休說 여양신사군휴설

爭似今朝得雋多 쟁사금조득준다

 

용마가 내달아서 번개같이 지나치니

안장에서 북 울리며 언덕 위에 서 있노라.

별똥별의 기세인 듯 푸른 사슴 죽이었고

밝은 달은 훤히 비춰 흰 고니를 떨구었다.

살기가 나타나니 흥취가 호기롭고

성은은 머무르니 취한 얼굴 더 붉도다.

여양왕의 활 솜씨를 그대 말하지 말지어다.

다투어 오늘 아침 살찐 고기 얻었도다.

 

黃門拜辭而歸.

於是兩家賓客以次列坐, 庖人進饌釘鋀生香, 駝駱之峯猩猩之脣出於翠釜,

南越荔枝永嘉甘柑相溢於玉盤, 王母瑤池之宴人無見者

漢武栢梁之會事已古矣, 不必强拔而比之, 人間之珍品異羞, 蔑有加於此者.

황문배사이귀

어시양가빈객이차열좌 포인진찬정두생향 타락지봉성성지순출어취부

남월여지영가감감상일어옥반 왕모요지지연인무견자

한무백량지회사이고의불필강발이비지 인간지진품리수 멸유가어차자

 

내관이 하직 인사를 드리고 돌아갔다.

이에 두 집안의 빈객들이 차례대로 늘어앉고, 음식을 하는 이들이 술과 안주를 올리는데, 향기가 그대로 진동하였다. 낙타의 등과 성성이(猩猩-)의 입술은 푸른 솥에서 나오고, 남월(南越)의 여지(荔枝)와, 영가(永嘉)의 노란 귤은 옥쟁반에 가득 넘치니, 서왕모의 요지 잔치에서조차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한 무제 때의 백량회(栢梁會) 일은 이미 오래되었으니, 억지로 그와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이 볼 수 있는 진귀한 물품과 음식들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女樂數千三匝四圍, 羅綺成帷環佩如雷, 一束纖腰爭妬垂楊之枝, 百隊嬌容欲奪烟花之色,

豪絲哀竹沸曲江之水, 冽唱繁音動終南之山.

여악수천삼잡사위 나기성유환패여뢰 일속섬요쟁투수양지지 백대교용욕탈연화지색

호사애죽비곡강지수 렬창번음동종남지산

 

기생 수천 명이 세 겹 네 겹으로 둘러쌌으니, 비단옷은 장막을 이루었고, 패물 소리는 우레와도 같았으며, 한 줌밖에 안 되는 가는 허리들은 마치 수양버들 가지처럼 부드러웠다. 수많은 무리의 교태 어린 얼굴들은 연화(烟花)의 빛을 훔치려고 하였고, 호방하고 애달픈 관현 소리는 곡강(曲江)의 물을 끓어오르게 하였으며, 맑고도 시끄러운 소리는 종남산(終南山)을 움직일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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