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풍물한양가

한양가(한산거사) - 1.서사

New-Mountain(새뫼) 2020. 10. 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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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사

 

천지개벽(天地開闢)하니 일월(日月)이 생겼어라.

성진(星辰)이 광휘(光輝)하니 오행(五行)이 되었어라.

초목곤충(草木昆蟲) 생겨날 제 인물(人物)이 번성하다.

오악(五嶽)이 용발(聳拔)하고 사독(四瀆)이 광활(廣闊)하다.

곤륜산(崑崙山) 일지맥(一支脈)이 동해(東海)로 들어올 제

행룡(行龍)은 기만리(幾萬里)며 구비는 몇 구비인고.

 

백두산(白頭山) 기봉(起峰)하여 함경도(咸鏡道) 넘어서서

강원도(江原道) 내달아서 경기도(京畿道) 돌아들 제

북극(北極)을 받쳤는 듯 부용(芙蓉)을 깎았는 듯

도봉(道峰)에 머물러서 층층이 오는 기세

군선(群仙)이 모였는 듯, 아홀(牙笏)이 벌였는 듯

삼각산(三角山) 기봉(起峰)할 제 천 년을 경영(經營)인가.

만년을 경영인가 호거용반(虎踞龍盤) 기이하다.

북악(北岳)이 입수(入首)되고 종남산(終南山) 안산(案山)이라.

청룡(靑龍)은 타락뫼(駝駱-)요, 백호(白虎)는 길마재라.

강원도 금강산(金剛山)은 외청룡(外靑龍) 되어 있고

황해도 구월(九月山)은 외백호(外白虎) 되어 있고

제주(濟州)의 한라산(漢拏山)은 외안(外案)이 되어 있고

적성(積城)의 감악산(紺岳山)은 후장(後墻)이 되어 있고

두미(斗尾) 월계(月溪) 내린 물이 용산(龍山) 삼개[麻布] 한강 되고

그 물줄기 흘러내려 오두재(鰲頭-) 합금(合襟)하여

강화(江華)의 마니산(摩尼山)이 도수구(都水口) 되었어라.

하늘이 내신 왕도(王都) 해동(海東)의 으뜸이라.

 

국호(國號)는 조선(朝鮮)이요 도읍(都邑)은 한양(漢陽)이라.

단군(檀君)의 구족(舊族)이요 기자(箕子)의 유풍(遺風)이라.

의관(衣冠)도 화려하고 문물(文物)도 거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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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행(五行):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금(金)ㆍ목(木)ㆍ수(水)ㆍ화(火)ㆍ토(土)의 다섯 가지의 원소.

* 오악(五嶽): 중국의 다섯 영산(靈山). 태산(泰山)ㆍ화산(華山)ㆍ형산(衡山)ㆍ항산(恒山)ㆍ숭산(嵩山).

* 사독(四瀆): 중국에서 황해로 직접 흘러드는 4대강. 양자강(揚子江)ㆍ제수(濟水)ㆍ황하(黃河)ㆍ회수(淮水).

* 곤륜산(崑崙山): 황하의 발원점으로 알려진 중국의 성산으로 보옥(寶玉)이 나는 명산.

* 부용(芙蓉): 연꽃

* 아홀(牙笏): 홀은 벼슬이 임금을 만날 때 조복(朝服)에 갖추어 손에 쥐던 무소뿔이나 상아로 만들었던 패.

* 호거용반(虎踞龍盤): 호랑이가 걸터앉아 있고 용이 서려 있는 것 같은 웅장한 산세.

* 입수(入首): 산줄기의 정기가 모인 혈(穴)로 이어지는 곳.

* 종남산(終南山): 남산.

* 안산(案山): 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있는 산.

* 타락뫼(駝駱-): 현 서울의 종로구, 동대문구, 성북구에 걸쳐 있는 낙산(駱山).

* 길마재: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鞍山).

* 적성(積城) 감악산(紺岳山): 경기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산.

* 후장(後墻): 북쪽 담.

* 두미(斗尾) 월계(月溪): 모두 한강 상류의 하천.

* 삼개[麻布]: 마포.

* 오두재(鰲頭-): 경기 파주시의 탄현면에 있는 오두산(鰲頭山).

* 합금(合襟): 옷깃 또는 두 물길이 합해짐.

* 도수구(都水口): 성안의 물이 성 밖으로 흘러나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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