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궁궐
다. 나인
처소(處所) 나인(內人)들은 안 일을 감았는데
지밀(至密) 침방(針房) 수방(繡房)이며 생것방(-房) 소주방(燒廚房)이
백각사(百各事) 각각 맡아 아침저녁 문안(問安)이며
의대수문(衣襨繡紋) 침선(針線)이며 수라진찬(水刺進饌) 직분이라.
윤주라(贇紬羅) 모단(毛緞) 너울 두록대단(豆綠大緞) 드림이며
홍융사(紅絨絲) 유소(流蘇) 매듭 빛 좋게 늘어지고
남소화주(藍水禾紬) 긴 너울은 누런 화판(花瓣) 조밀(稠密)하다.
설한단(雪漢緞) 남치마(藍-)와 불빛 모단(毛緞) 족두리며
어여머리 늦은 낭자 오두잠(烏頭簪) 금죽즐(金竹櫛)과
긴 원삼(圓衫) 짧은 당의(唐衣) 요지연(瑤池宴) 뫼셨는 듯
분대(分帶)도 절등(絶等)하고 주취(珠翠)도 화려하다.
항아(姮娥)가 적강(謫降)한가, 속태(俗態)도 전연 없네.
나이 많은 무수리는 작은 머리 긴 저고리.
----------
* 나인(內人): 궁궐 안에서 왕과 왕비를 가까이 모시던 궁녀들.
* 지밀(至密): 지극히 비밀스럽다는 뜻에서, 대전(大殿)이나 내전(內殿) 등 임금이 항시 거처하던 처소를 가리킴.
* 침방(針房) 수방(繡房): ‘침방’은 궁중에서 침모(針母)들이 바느질하던 곳. ‘수방’은 흉배, 치마 등의 옷이나 베갯모 등의 장식물에 수놓는 일을 맡아보던 곳.
* 생것방(-房): 임금이나 왕비의 후식이나 별식을 준비하던 곳.
* 소주방(燒廚房): 궁궐 안의 음식을 만들던 곳.
* 의대수문(衣襨繡紋): ‘의대’는 임금의 옷. ‘수문’은 자수를 놓는 일.
* 수라진찬(水刺進饌): 임금에게 올리는 밥과 진귀한 음식들을 마련하는 일.
* 윤주라(贇紬羅): 중국 윤주(潤州)에서 나는 질 좋은 비단.
* 모단(毛緞): 중국산 우단(羽緞)의 하나. ‘우단’은 거죽에 고운 털이 돋게 짠 비단.
* 너울: 여자들이 나들이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하여 얇은 검정 비단으로 만들어 쓰던 물건.
* 두록대단(豆綠大緞): 청록색의 중국산 비단,
* 드림: 매달아서 길게 늘어뜨리는 물건.
* 홍융사(紅絨絲): 두껍고 고운 붉은 모직 실.
* 유소(流蘇): 여러 올의 실로 짠 끈으로 매듭을 맺어 그 끝에 색실로 술을 드리운 것.
* 남소화주(藍水禾紬): 남색의 질 좋은 비단
* 화판(花瓣): 낱낱의 꽃잎.
* 설한단(雪漢緞): 흰색의 중국산 비단.
* 어여머리: 부인이 위엄 있는 몸가짐이나 차림새를 갖출 때 머리에 얹은 다리로 된 커다란 머리. ‘다리’는 머리숱이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덧넣었던 머리카락.)
* 오두잠(烏頭簪): 꼭대기를 턱지게 만든 부인들이 보통 때 꽂던 비녀.
* 금죽즐(金竹櫛): 황금죽으로 만든 빗.
* 원삼(圓衫): 연둣빛 길에 자주 깃과 색동 소매를 달아 지은 부녀의 예복.
* 당의(唐衣): 겉은 초록색, 안은 담홍색, 깃과 고름은 자줏빛으로 가슴에 봉황을 수놓은 흉배가 있고 앞자락이 짧고 뒷자락이 긴 부녀의 예복.
* 요지연(瑤池宴): 하늘에 있는 연못인 요지에 삼천 년에 한 번씩 반도(蟠桃)가 열릴 때 서왕모(西王母)가 여러 신선을 초대하여 열었다는 잔치.
* 분대(分帶): 분합대(分合帶). 웃옷에 눌러 띠던 좁고 납작한 실 띠.
* 주취(朱翠): 진주와 비취와 같은 보석으로 꾸미는 여인의 머리 장식.
* 항아(姮娥): 달 속에 있다는 선녀
* 무수리: 대궐에서 나인의 세숫물 시중을 들던 여자 종.
'고전총람(운문) > 풍물한양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양가(한산거사) - 3.관아 _ 가.승정원 (0) | 2020.10.08 |
---|---|
한양가(한산거사) - 2.궁궐 _ 라.내병조 (0) | 2020.10.07 |
한양가(한산거사) - 2.궁궐 _ 나.내관과 무예청 (0) | 2020.10.07 |
한양가(한산거사) - 2.궁궐 _ 가.궁궐 건물 (0) | 2020.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