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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가(한산거사) - 2.궁궐 _ 가.궁궐 건물

New-Mountain(새뫼) 2020. 10.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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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궁궐

 

가. 궁궐 건물

 

여염(閭閻)은 억만가(億萬家)요 성첩(城堞)은 사십리(四十里)라.

동편은 종묘(宗廟)되고 서편은 사직(社稷)이라.

경복궁(景福宮) 창덕궁(昌德宮)과 창경궁(昌慶宮) 큰 전각(殿閣)이

반공(半空)에 솟았으니 만호(萬戶) 천문(千門) 깊을세라.

인정전(仁政殿) 근정전(勤政殿)은 치민(治民)하는 정전(正殿)이요,

희정당(熙政堂) 대조전(大造殿)은 지밀처소(至密處所) 되었어라.

영화당(暎花堂) 석거각(石渠閣)은 춘당대(春塘臺) 임(臨)하였고

옥류천(玉流川) 깊은 곳은 별유천지(別有天地) 되었어라.

주(周)나라 영대영소(靈臺靈沼) 못 보아도 여기로다.

 

금원(禁苑)의 기화이초(奇花異草) 구중(九重)에 봄 늦었다.

백조(白鳥)는 학학(翯翯)하고 우록(麀鹿)은 유복(攸伏)이라.

어수당(魚水堂) 맑은 연못 오인어약(於牣魚躍) 하는구나.

난전봉루(鳳殿鸞樓) 첩첩(疊疊)하고 학관인각(鶴館麟閣) 층층(層層)하다.

아로새긴 들보들과 푸른 부연(附椽) 붉은 기둥

춘첩시(春帖詩)를 붙였으니, 그 글에 하였으되

태평(太平) 태평 우태평(又太平)에 여시(如是) 여시 부여시(復如是)라.

설미(雪眉) 살창(-窓) 새긴 문(門)과 좁고 좁은 세 살 분합(分閤)

벽방금전(碧房金殿) 영농(玲瓏)하고 주란수렴(朱欄繡簾) 번화하다.

 

금천교(禁川橋) 석난간(石欄干)은 부용(芙蓉) 모란(牡丹) 새겨 있고

장춘각(長春閣) 나무다리 무지개 모양으로

은하(銀河)를 걸쳤는 듯, 옥경(玉京)을 통했는 듯

첩첩한 익각복도(翼閣複道) 위의굴곡(威儀屈曲) 기백간(幾百間)인고.

낮고 높은 층층 화계(花階) 빙문(氷紋)이 기이하다.

어로(御路) 한가운데 쌍봉(雙鳳) 공작(孔雀) 새겼어라.

 

전각(殿閣)마다 한가운데 세 층 보탑(寶榻) 높이 무고

중앙(中央)에 닫집 무어 아로새겨 단청(丹靑)하고

오봉산(五峰山) 일월(日月屛風) 해도(海島)는 몇만 린고.

오봉(五峰)이 솟았으니 해가 돋고 달 돋는다.

한편에 보불(黼黻) 병풍 엄위(嚴威)한 그린 도끼

제간거흉(除奸祛凶) 하는 기상 제왕(帝王)의 위엄이요,

한편 병풍 그렸으되 칠월(七月篇) 경직도(耕織圖)를

자세히 그렸으니 시민여상(視民如傷)하는 덕택(德澤)

구중궁궐(九重宮闕) 깊은 곳에 어이 알아 그리셨나.

기둥마다 명두(明斗) 붙여 달사총(達四聰) 하시는고.

상방검(尙方劒) 태아검(太阿劒)은 백일뇌정(白日雷霆) 위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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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전(仁政殿): 창덕궁에 있는 전각.

* 근정전(勤政殿): 경복궁에 있는 전각.

* 희정당(熙政堂): 창덕궁에 있는 편전.

* 대조전(大造殿): 창덕궁에 있는 내전의 정당.

* 지밀처소(至密處所): 대전이나 내전 등 임금이 항시 거처하던 처소.

* 영화당(映花堂): 왕이 입회하는 특별한 과거시험을 치르던 창덕궁의 건물.

* 석거각(石渠閣): 창덕궁 안에 있던 규장각.

* 춘당대(春塘臺): 창경궁 안에 있는 대(臺).

* 옥류천(玉流川): 북악산에서 발원하여 창덕궁 후원의 못을 창경궁을 지나 종묘 동쪽으로 흘러가는 하천.

* 영대(靈臺):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천기를 살펴보기 위해 궁궐 안에 만든 대(臺).

* 영소(靈沼): 문왕이 만든 온갖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연못.

* 금원(禁苑): 궁궐 안의 후원.

* 기화이초(奇花異草): 진귀한 꽃과 풀.

* 백조(白鳥) 학학(翯翯): 학이 살이 찌고 윤택한 모습.

* 우록(麀鹿) 유복(攸伏): 암사슴이 안심하고 엎드리고 있음을 뜻함.

* 어수당(魚水堂): 창덕궁 후원에 있던 전각.

* 오인어약(於牣魚躍): “아아, 가득하게 물고기가 뛰네.”

* 난전봉루(鸞殿鳳樓): 왕후의 침전과 왕의 침전을 미화시켜 표현한 말.

* 학관인각(鶴館麟閣): ‘학관’은 벼슬들이 근무하던 관아를 ‘인각’은 공신을 대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관아를 미화시켜 표현한 말.

* 부연(附椽): 처마 서까래의 끝에 덧얹는 네모지고 짧은 서까래.

* 춘첩시(春帖詩): 입춘날에 대궐 안 기둥에 써 붙이던 주련(柱聯).

* 살창(-窓): 좁은 나무오리나 대오리로 살을 대어 맞추어서 만든 창문.

* 벽방금전(碧房金殿): 푸른 건물과 금빛으로 빛나는 전각으로 모두 궁궐을 미화한 표현.

* 주란수렴(朱欄繡簾): ‘주란’은 붉을 칠을 한 기둥, ‘수렴’은 무늬를 놓아 드리운 발.

* 금천교(禁川橋): ‘금천’은 궁궐 안에 흐르는 명당수이고, 그 위에 놓인 다리가 ‘금천교’임.

* 장춘각(長春閣): 창경궁에 있던 침전,

* 익각(翼閣): 궁궐 안 정당의 좌우편에 딸린 전각.

* 화계(花階): 흙을 한층 높게 하여 꾸며 놓은 꽃밭.

* 빙문(氷紋): 갈라진 얼음장의 모양을 본뜬 무늬.

* 어로(御路): 임금이 거동(임금의 행차길)하는 길.

* 보탑(寶榻): 임금이 앉는 자리인 옥좌.

* 닫집: 궁전 안의 옥좌 위나 법당의 불좌 위에 달아놓은 집의 모형.

* 오봉산(五峰山) 일월(日月):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 소나무를 그린 청록 산수화풍의 그림.

* 보불(屛風): 임금이 예복으로 입던 하의인 곤상(袞裳)에 수 놓은 도끼와 ‘亞’자 문양.

* 제간거흉(除奸祛凶): 간사함을 제거하고 흉함을 떨쳐버림.

* 경직도(耕織圖): 농사짓는 일과 누에치고 비단 짜는 일을 주제로 그린 그림.

* 시민여상(視民如傷): 백성을 보기를 다친 자를 보듯이 함.

* 명두(明斗): 해와 달,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는 무속 등에서 수호신으로 삼는 거울.

* 달사총(達四聰): 명목달총(明目達聰). 사방으로 눈을 밝히고 사방으로 잘 들리도록 함.

* 상방검(尙方劒) 태아검(太阿劒): 모두 중국의 명검인데, ‘상방검’은 대장군 혹은 대원수가 되어 출전할 때 임금이 하사했던 검을 ‘태아검’은 임금이 자신의 권한을 신하에게 위임하는 검의 의미를 갖게 됨.

* 백일뇌정(白日雷霆): 대낮에 치는 천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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