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28.순조

New-Mountain(새뫼) 2020. 9. 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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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순조(純祖)

 

순종대왕 등극하니

그 왕비는 뉘시던가 안동김씨 부인이요,

부원군은 누구던가, 안동 사람 조순이라.

순종대왕 등극 후로 임신년(1812) 서적 만나,

국가가 불안하니 자중지란뿐이로다.

부원군 김조순이 부원군이 안 되어서

시골에 있을 때에 따님은 과년 차고

살림은 철빈이라.

그 종씨는 서울 있어 벼슬을 하건마는

그 종형을 두호할까, 과세할 길 전혀 없어

따님을 데리시고 서울로 이사 갈 제,

가마 타고 가자 하니 교군 삯을 어이 주랴.

교군에게 이른 말이,

교군 삯은 서울 가서 정한 대로 줄 것이니

어서 바삐 메고 가자.

교군 놈들 이 말 듣고 둘이 서로 마주 메고

대추원을 거의 오니, 눈도 오고 비도 와서

여러 날 유련하니, 저의 소견 생각하니

서울까지 가고 보면 객지에서 과세할세,

대추원 주막집에 가마 타고 자고 나서

김조순과 다툰 말이,

여보시오 후객 양반

교군 삯을 어서 주오. 우리는 못 가겠소.

교군 삯 어서 받고 집으로 돌아가서,

과세를 집에서 하고 조상 제사 지내려오.

김조순 하는 날이,

너의 말도 당연하다, 내 사정 들어 봐라.

교군 삯을 서울 가서 주기로 작정하고,

행자 돈 열석 냥도 근근이 변통하여,

이곳까지 겨우 오니 두 냥 돈도 못 되거든

교군 삯을 어이 주나, 당초에 알았던들

세후에 올라갈 걸 피차 서로 잊었구나.

교군 놈들 거동 보소.

곰방대 입에 물고 교군 줄 벗어 놓고,

성화같이 재촉하니 구실 돈이 더 심하다.

염치없는 이 양반아 돈도 없이 가마 타오.

서울인지 시골인지 잔말 말고 어서 내오.

예서도 우리 집이 사백 리가 더 남았소.

김조순 하는 말이,

교군꾼아 말 들어라, 당초에 언약할 제

이 주막에서 주마더냐, 눈비 올 줄 모르고서

며칠이면 올라가고 며칠이면 내려오지

이렇듯이 하였더니, 하느님이 어이하여

이 지경이 되었으니 피차불행 이 아니냐?

내 생광을 보더라도 이번만 서울 가서

객지 과세 한번 하렴.

저 교군 놈 하는 말이

헛말 두 번 하지 말고 그 입 뒀다 저녁 먹고

듣기 싫소, 어서 주오.

이렇듯이 다툴 적에

봉놋방의 듣는 사람, 게 앉아서 다 들으니

그 사정 맹랑하다. 주막 주인 부른 말이

후객 양반 이리 오라 하게.

김조순이 들어와서 둘이 서로 인사한 후

저 양반 하는 말이,

교군 삯이 얼마시오.

서울까지 올라가면 삼십 양에 결가하고,

여기 와서 회계한즉 스물 엿 냥 닷 돈이오.

저 양반 거동 보소. 행장을 풀어놓고

교군 삯을 내어 주니,

김조순 거동 보소. 그 돈 받아 앞에 놓고

치하하여 하는 말이,

활인불이 있다더니 김선달이 활인하오.

교군 삯 내어 주고 그 주막의 교군 얻어

가마 문에 들어갈 제 김선달 앉아 보니

불쌍하다 저 처자야, 가난도 유다르다.

동지섣달 설한풍에 홑치마를 입고 가니

가다가 죽겠구나.

김조순을 다시 불러 양모로 된 두루마길,

행담 열고 내어 주며 은근하게 하는 말이,

이 두루마기 내 산 지가 불과 한 달 못 되어서

동정 때도 안 묻었네. 더럽다 마시고

입고 깔고 타고 가오.

김조순 거동 보소. 두루마길 받아 놓고

백번 치하하는 말이,

김선달 봉석이는 지금 사람 아니시오.

교군 삯도 황공커늘 이다지도 중한 의복

남의 딸 살려 주었소.

이 엄동에 내려가며 내 안 입고 남을 주니,

이 은혜를 의논하면 백골 된들 잊을쏜가.

좋은 바람 다시 불면 곤궁하던 이 사람도

천행으로 잘되거든 이 인정을 갚으리다.

내가 없어 욕 본 사람 돈을 줘서 욕을 면코,

대추원서 죽을 사람 옷을 주어 살게 하니

황공하고 감사하오.

천 리 원정 먼먼 길에 평안히 행차하오.

서울 걸음 계시거든 장동으로 찾아오소.

김선달을 하직하고

두루마기 가져다가 저 따님을 입히고서

서울로 올라간 지 석 달 만에 왕비 되니

사람 복을 뉘가 아리. 순종왕비 두고 보면

고진감래 이 아니며 흥진비래 예사로다.

왕비로 들어앉아 부원군 불러들여,

대추원 주막집에서 돈 주고 옷 준 사람,

게방하고 찾아 들여 불일내로 모셔 오라.

김해로 관자 놓아 김선달을 찾아다가

김해 부사 제수하니, 김선달을 두고 보면

아무래도 어질어야 자연히 되느니라.

갑오년(1834) 십일월에 순종 대왕 승하하니

춘추가 오십오라.

광주 땅 칠십 리의 인릉이 그 능이오.

왕비 능도 한 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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