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순조(純祖)
순종대왕 등극하니
그 왕비는 뉘시던가 안동김씨 부인이요,
부원군은 누구던가, 안동 사람 조순이라.
순종대왕 등극 후로 임신년(1812) 서적 만나,
국가가 불안하니 자중지란뿐이로다.
부원군 김조순이 부원군이 안 되어서
시골에 있을 때에 따님은 과년 차고
살림은 철빈이라.
그 종씨는 서울 있어 벼슬을 하건마는
그 종형을 두호할까, 과세할 길 전혀 없어
따님을 데리시고 서울로 이사 갈 제,
가마 타고 가자 하니 교군 삯을 어이 주랴.
교군에게 이른 말이,
교군 삯은 서울 가서 정한 대로 줄 것이니
어서 바삐 메고 가자.
교군 놈들 이 말 듣고 둘이 서로 마주 메고
대추원을 거의 오니, 눈도 오고 비도 와서
여러 날 유련하니, 저의 소견 생각하니
서울까지 가고 보면 객지에서 과세할세,
대추원 주막집에 가마 타고 자고 나서
김조순과 다툰 말이,
여보시오 후객 양반
교군 삯을 어서 주오. 우리는 못 가겠소.
교군 삯 어서 받고 집으로 돌아가서,
과세를 집에서 하고 조상 제사 지내려오.
김조순 하는 날이,
너의 말도 당연하다, 내 사정 들어 봐라.
교군 삯을 서울 가서 주기로 작정하고,
행자 돈 열석 냥도 근근이 변통하여,
이곳까지 겨우 오니 두 냥 돈도 못 되거든
교군 삯을 어이 주나, 당초에 알았던들
세후에 올라갈 걸 피차 서로 잊었구나.
교군 놈들 거동 보소.
곰방대 입에 물고 교군 줄 벗어 놓고,
성화같이 재촉하니 구실 돈이 더 심하다.
염치없는 이 양반아 돈도 없이 가마 타오.
서울인지 시골인지 잔말 말고 어서 내오.
예서도 우리 집이 사백 리가 더 남았소.
김조순 하는 말이,
교군꾼아 말 들어라, 당초에 언약할 제
이 주막에서 주마더냐, 눈비 올 줄 모르고서
며칠이면 올라가고 며칠이면 내려오지
이렇듯이 하였더니, 하느님이 어이하여
이 지경이 되었으니 피차불행 이 아니냐?
내 생광을 보더라도 이번만 서울 가서
객지 과세 한번 하렴.
저 교군 놈 하는 말이
헛말 두 번 하지 말고 그 입 뒀다 저녁 먹고
듣기 싫소, 어서 주오.
이렇듯이 다툴 적에
봉놋방의 듣는 사람, 게 앉아서 다 들으니
그 사정 맹랑하다. 주막 주인 부른 말이
후객 양반 이리 오라 하게.
김조순이 들어와서 둘이 서로 인사한 후
저 양반 하는 말이,
교군 삯이 얼마시오.
서울까지 올라가면 삼십 양에 결가하고,
여기 와서 회계한즉 스물 엿 냥 닷 돈이오.
저 양반 거동 보소. 행장을 풀어놓고
교군 삯을 내어 주니,
김조순 거동 보소. 그 돈 받아 앞에 놓고
치하하여 하는 말이,
활인불이 있다더니 김선달이 활인하오.
교군 삯 내어 주고 그 주막의 교군 얻어
가마 문에 들어갈 제 김선달 앉아 보니
불쌍하다 저 처자야, 가난도 유다르다.
동지섣달 설한풍에 홑치마를 입고 가니
가다가 죽겠구나.
김조순을 다시 불러 양모로 된 두루마길,
행담 열고 내어 주며 은근하게 하는 말이,
이 두루마기 내 산 지가 불과 한 달 못 되어서
동정 때도 안 묻었네. 더럽다 마시고
입고 깔고 타고 가오.
김조순 거동 보소. 두루마길 받아 놓고
백번 치하하는 말이,
김선달 봉석이는 지금 사람 아니시오.
교군 삯도 황공커늘 이다지도 중한 의복
남의 딸 살려 주었소.
이 엄동에 내려가며 내 안 입고 남을 주니,
이 은혜를 의논하면 백골 된들 잊을쏜가.
좋은 바람 다시 불면 곤궁하던 이 사람도
천행으로 잘되거든 이 인정을 갚으리다.
내가 없어 욕 본 사람 돈을 줘서 욕을 면코,
대추원서 죽을 사람 옷을 주어 살게 하니
황공하고 감사하오.
천 리 원정 먼먼 길에 평안히 행차하오.
서울 걸음 계시거든 장동으로 찾아오소.
김선달을 하직하고
두루마기 가져다가 저 따님을 입히고서
서울로 올라간 지 석 달 만에 왕비 되니
사람 복을 뉘가 아리. 순종왕비 두고 보면
고진감래 이 아니며 흥진비래 예사로다.
왕비로 들어앉아 부원군 불러들여,
대추원 주막집에서 돈 주고 옷 준 사람,
게방하고 찾아 들여 불일내로 모셔 오라.
김해로 관자 놓아 김선달을 찾아다가
김해 부사 제수하니, 김선달을 두고 보면
아무래도 어질어야 자연히 되느니라.
갑오년(1834) 십일월에 순종 대왕 승하하니
춘추가 오십오라.
광주 땅 칠십 리의 인릉이 그 능이오.
왕비 능도 한 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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