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8년 이전

감자밭에서

New-Mountain(새뫼) 2022. 8. 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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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밭에서

 

버려진 감자밭은 언제나 쓸쓸하다.

흙이 씻기어나간 알감자 위로

퍼렇게 묻은 이 땅의 근심.

대지는 거짓을 모른다던데

잡풀만이 우거진 밭 가운데 홀로 서면

처음인데도 전혀 낯설지 않은

몇 평의 작은 땅은 말없이 보낸다.

마구 자란 골마다 이랑마다

어느새 나를 속이며도 떳떳해하는 

거짓의 육신을 파묻어

한 올 한 올 흩어지는 머리칼에

그릇된 시각을 잠재우고 있다.

그러면 아련하게 인광의 환각

편히 가지 못한 누구의 주검이

아직도 할 말이 남아 있는 듯

애타게 떠돌고 있는 모양이다.

잡풀만이 무성한 감자밭에서

알지 못하는 인연의 뿌리

그렇게 한 세월이 얽혀져 있다.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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