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꽃무릇

New-Mountain(새뫼) 2018. 10. 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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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릇


바람 불어 가을이 저 멀리 높아 가는데

걸어온 그리 멀지 않은 길을 잠시 멈추고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꽃 몇 송이와 벗을 한다

흔히 상사화라 하는가

잎을 다 떨구고 나서야 꽃을 피우기에

꽃은 예전 자기 자리에 있었을 무성한 잎을 그리고

예전의 푸른 잎은 앞으로 외롭게 피어날 꽃이 안타까워

영원한 그리움으로 살아간다 했는가

흰 밑동과 푸른 줄기와 위 얹어진 붉은 몇 장 꽃잎

여기가 거기처럼 거기가 여기처럼 나뉨 없이

그렇게 이어짐으로 가을 하늘을 향하는데

그냥 영원한 흘러감이 아니런가

어디쯤인지 모를 가야할 멀지 않은 길을 살펴보며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꽃 몇 송이에게 말을 건넨다

헐떡이는 예전에는 한가한 지금을 원했을까

식어버린 지금은 뜨겁던 예전을 그리워 하였는가

그렇게 그냥 가을 지나 흘러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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