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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바람 불어 가을이 저 멀리 높아 가는데
걸어온 그리 멀지 않은 길을 잠시 멈추고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꽃 몇 송이와 벗을 한다
흔히 상사화라 하는가
잎을 다 떨구고 나서야 꽃을 피우기에
꽃은 예전 자기 자리에 있었을 무성한 잎을 그리고
예전의 푸른 잎은 앞으로 외롭게 피어날 꽃이 안타까워
영원한 그리움으로 살아간다 했는가
흰 밑동과 푸른 줄기와 위 얹어진 붉은 몇 장 꽃잎
여기가 거기처럼 거기가 여기처럼 나뉨 없이
그렇게 이어짐으로 가을 하늘을 향하는데
그냥 영원한 흘러감이 아니런가
어디쯤인지 모를 가야할 멀지 않은 길을 살펴보며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꽃 몇 송이에게 말을 건넨다
헐떡이는 예전에는 한가한 지금을 원했을까
식어버린 지금은 뜨겁던 예전을 그리워 하였는가
그렇게 그냥 가을 지나 흘러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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