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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쓰는 편지
- 세한도를 보며
얼마나 더 서늘해져야
나를 나로 온전하게 할 수 있으리오.
바람 나뭇가지 파고드는 소리 듣지 않고
눈발 들창 때리는 울림 그대로 흘리면서
바람과 눈발에 나를 섞어 가되
바람도 눈발도 아닌 나로 남아
나를 온전하게 할 수 있으리오.
파도 포말 위로 흰 눈이 희게 쌓이더라도
바다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각혈처럼 붉은 선혈 물든 탱자 가시를
주름진 손마디로 어루만지며 나를 용서하며
그윽이 나를 서늘히 할 수 있으리오.
여기가 탐라 대정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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