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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해안북로, 저녁에
하늘이 하도 곱다기에 달려가는 길입니다.
넓은 푸른색을 옅은 바탕으로 해 두고
흰색을 듬뿍 묻혀 큰 붓질을 하였다가
작은 붓으로 붉은 색을 덧칠하려는데
무엇을 밟았는지 덜컹 차가 흔들릴 제
저 구석에 놓아두었던 먹물통이 넘어졌는지
점점 하늘은 검은 색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시나브로 저녁이 밤으로 달려가는 길입니다.
반짝이는 바다 곁으로 달려가는 길입니다.
신도는 지나치고, 시도를 옆에 두고, 모도를 향하다가
저 멀리에 있는 장봉도를 바라보니
지금까지 지나오며 느껴왔던 추억들처럼
섬들은 크게 작게 바다 위로 던져졌다가
이어지다 끊어지고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며
이제 바다에는 막 넘어가는 햇빛만 남았습니다.
뭍의 끝 해넘이를 살펴보려 달려가는 길입니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에 마음이 급해지기에
얼른 그림을 글로 옮겨 두거나
시간을 세월로 그려 두려는데
문득 옆자리의 그네가 그럽니다.
천천히 가야지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그렇게 함께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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