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최연의 '묘포지설(쥐잡는 고양이 이야기)'

New-Mountain(새뫼) 2018. 3. 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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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포서설(貓捕鼠說) - 쥐 잡는 고양이 이야기

최연(崔演)

 

 

내가 세든 집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쥐들이 살고 있었다. 그 쥐들은 항상 밝은 대낮에 떼 지어 다니며 제멋대로 갖은 횡포를 부렸으니, 침상(寢牀) 위에서 수염을 쓰다듬는가 하면 흑은 문틈으로 머리를 내밀기도 하고, 담벼락을 뚫고 농짝에 구멍을 내어 집안에 온전한 구석이 없으며 옷을 담은 상자나 바구니를 마구 갉아 옷걸이에 성한 옷이 없었다. 심지어 부엌문을 밀치고 들어가 음식을 덮어둔 보자기를 들치고서는 사발을 딸그락거리고 항아리를 핥는가 하면 곡식을 먹어치우고 책상을 갉으며 시렁에 올려둔 귀한 책까지도 모조리 쏠아 망가뜨리는데, 얼마나 날쌔고 빠른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그놈들은 항상 줄기차게 오르내리고 끊임없이 드나들며 밤새도록 시끄럽게 뚱땅거리므로 벽을 치며 고함을 질러도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아, 슬그머니 일어나 몽둥이를 집어던져 놀라게 하면 잠시 엎드려 있다가 곧 다시 일어났다.

 

余僦大家寓居家有鼠狃於永某氏常白日爲群睢盱縱恣或床上捋鬚或戶間出額穿墉穴桷室無全宇孔箱咋篚桁無完衣以至盪扉動帟掀盤舐缶食我麥苗齧我几案架禈牙籤啗損殆盡輕趫捷猾目不暇瞬汩汩上下瑣瑣出入達曙竟夕聱聱窣窣敲拍叱嚇略不畏忌暗投以杖敺而駭之則或暫跧伏須臾復作

 

쥐구멍에 물을 붓자니 담벼락이 허물어질까 염려되고, 불을 지르자니 집이 탈까 염려되고, 돌맹이를 던지자니 그릇이 깨질까 염려되어 손으로 때려잡아볼까 하였으나 구멍 속으로 숨어버렸다.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당()의 두가균(杜可均)이 사용한 부적(符籍)도 없고, ()의 소동파(蘇東坡)가 지녔던 신검(神劍)도 없으니, 나의 물건이 손상되는 것만이 염려될 뿐만 아니라 내 몸이 물어 뜯기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欲灌恐壞墻欲熏恐燒木投之忌其器掠之匿其穴呪無符却無刀吾恐不獨暴耗吾物亦咬齧我身矣吾頗患之

 

나는 몹시 걱정하던 끝에 이웃집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빌려와 으슥한 곳에 놓아두고 쥐를 잡게 하였더니, 그 고양이는 쥐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 뿐 전혀 잡으려들지 않았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쥐들과 한 패가 되어 장난을 하니, 쥐들은 쥐구멍 앞에 떼 지어 모여 거침없이 더 심하게 횡포를 부렸다.

 

倩隣家貍奴置突奧使捕之則見其鼠熟視之若無覩豈徒不捕又從而狎之群聚校穴橫恣益甚

 

나는 한숨을 쉬며 탄식하기를 이 고양이는 편히 사람의 손에서 길러져 제 할 일을 게을리 하니 말하자면 나라의 법관이 부정한 짓을 한 자를 제재하는 일에 힘쓰지 않고 장수가 적을 방어하는 일에 태만한 것과 무엇이 다르랴.’ 하며 한참 동안 개탄하다가 실의에 빠져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余乃嗟然歎曰此貓受人育怠其職何異法官不勤觸邪強吏不勤扞敵哉忼慨久之憮然有逝將去汝之歎

 

그런지 며칠 후 어떤 사람이 와서 하는 말이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는데 매우 사납고 날쌔어 쥐를 잘 잡는다.’ 하므로 그놈을 부탁하여 데려와 보니, 부릅뜬 눈동자는 금빛이 번쩍이고 무늬가 진 털빛은 표범의 가죽 바로 그것이었는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밤낮으로 집 주위를 맴돌며 살피고, 쥐구멍 가까이 가서는 조용히 코를 대보아 쥐 냄새를 맡으면 꼼짝하지 않고 버티고 앉아서 허리를 웅크린 채 공격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쥐 수염이 구멍 입구에서 흔들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들어 머리를 깨부수고 창자를 끌어내며 눈알을 파내고 꼬리를 잡아 빼버리니, 10여 일이 채 안되어 쥐떼가 잠잠해졌다.

 

居數日有人來言吾家有貓甚猛且武善捕鼠遂求而致之則豎瞳逬金文毛斑豹磨牙張瓜晝巡夜伺臨其穴軒兮引鼻得鼠氣則凝蹲不動拳腰弭耳俄見鬚搖其穴則動無不捷碎首屠腸抉目捎尾不浹辰

 

그리하여 그들이 지닌 공중을 날고 나무를 타고 헤엄을 치고 구멍을 뚫고 잽싸게 달리고 하는 잔재주를 부리지 못하게 되니, 방으로 드나들던 구멍이 말끔해지고 저들이 살던 굴의 입구에는 거미줄이 쳐짐으로써 그전에 찍찍거리며 갖은 횡포를 부리던 자취가 깨끗이 사라져 집기며 의류 등 물건이 하나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

 

鼠黨帖伏五技已窮兩門若灑穴封蟲絲向之磔磔者肅然蹤滅汁器服物一無損壞

 

대체로 쥐는 본디 숨어사는 동물로서 항상 사람을 무서워한다. 전에 그처럼 횡포를 부리고 피해를 끼친 것은 그것들이 어찌 깊은 꾀와 뱃심이 있어 사람을 깔본 것이겠는가. 대저 사람이 그것들을 막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처럼 멋대로 굴었던 것이다.

 

夫鼠本陰類常怯怕於人者向之暴耗豈有深謀遠識大膽壯力能凌侮於人哉特以人不知禦之之術故逞其狡縱至於如彼耳

 

, 사람은 쥐보다 슬기로운데도 쥐를 막지 못했고 고양이는 사람보다 슬기롭지 못한데도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였으니, 하늘이 만물을 세상에 내면서 이처럼 제각기 할 일을 부여하였다. 돌이켜 보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 명예를 훔쳐 의리를 좀먹고 이익을 탐하여 남을 해치는 짓을 쥐새끼보다 심하게 하는 자들이 많으니, 국가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어찌 그들을 제거할 방법을 생각지 않을 수 있겠는가.

 

嗚呼人非不靈於鼠而不能制鼠貓非有靈於人而鼠畏其貓天之生物各有職守有如是夫今夫圓首方足盜名蠹義貪利害物甚於鼠者多矣有國家者盍思所以去之之道乎

 

나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을 볼 때 마침 부정한 자를 제거하는 것과 비슷하였으므로 마음 에 느낀 점이 있어 이 글을 쓴다.


吾觀貓之捕鼠有似乎去邪而竊有感焉遂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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