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텍스트/세상 읽기

Remember140416 (E대 3학년 여학생)

New-Mountain(새뫼) 2016. 4. 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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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2주기 #Remember140416

아직도 2년 전 그 날을 잊지 못한다.


대학에서 맞이한 첫 시험과 과제에 지쳐 잠시 쉬러 학생회실에 들어갔는데, 동기들과 선배들의 웅성거림이 심상치 않았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사람들이 물 속으로 잠겨들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송되었고, 한시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수 없었다. 살아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지만, 끝내 무고한 생명들이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나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었지만 많이도 울고 또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집에가서 엄마와 아빠를 보면 눈물이 났고, 이제 막 교복을 입기 시작한 동생의 모습을 보면 또 눈물이 났다. 시청앞에, 광화문에 찾아가서 멍하니 수많은 아이들의 사진을 쳐다보곤 했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흘렀고, 내가 그날 학생회실에서 지켜보았던 아이들과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나와 함께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나와 함께 학교에 다니고, 벚꽃놀이를 하고, 올해 첫 투표도 했을지 모른다. 

사실 그 날 이후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여전히 9명의 희생자가 배와 함께 바다속에 잠겨있고, 여전히 진실을 밝혀야 하는 자리에서는 사리사욕 가득한 계산이 오고간다. 이제 잊을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너무도 쉽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충격적인데,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된다.


참된 교사의 꿈을 안고 사범대에 입학했지만, 아마 그 때 가장 처음으로 내 꿈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의 아이들조차 구해주지 못하는 이 나라에서 교사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쳤던 우리의 교육은 대체 무엇이었던가, 그리고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어떠한 교사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솔직히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 날 이후로 나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단어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윗사람들에게 따르라는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것. 그게 진짜 ‘가만히 있어라‘ 의 의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이 ‘가만히 있지 않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 잊지 않을 것이다. 더욱더 고민하고, 더욱더 움직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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