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서 살기/섬마을의 단상

벚꽃이 피기까지는

New-Mountain(새뫼) 2015. 4. 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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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숲길을 걸었다.

4월 이후로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이다.

이제나 저제나 벚꽃을 보고 싶음이다.

꽃이 피면 봄이리라. 그렇지만

 

온나라 여기저기 벌써 벚꽃이 만개했다는데,

여기는 여전히 아직도 소식이 없다.

몽글몽글 꽃눈이 달려있기는 하되

아직 세상을 향해 벙글어질 생각이 없다.

 

많이 메마른 탓일까.

여전히 쌀쌀한 아침 기운 탓일까.

오후만 되면 몰려드는 짜운 바닷바람 탓일까.

눈치 없이 벚꽃길 옆에 벌려 놓은 도로 확장 공사 소음 탓일까.

 

잠시 걷다가

자욱히 바다건너 미세먼지가 밀려들어 오길래

비겁하게도 아침을 피하기로 했다. 

꽃이 피지 않았음으로 아직 봄이 아니다.

 

오후에 다시 나섰다.

일요일인데, 집안에서만 뭉게고 있기가

봄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고작 열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설마 피었을라고

 

생각한 것처럼 꽃은 없다. 걷다가 돌아가는 길,

낯익은 목소리가 인사를 한다.

일요일인데도 학교에 있다 돌아가는 담임 맡은 고3녀석들이다.

"남자 셋이서 꽃구경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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