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국문소설,판소리

'최고운전' 전문

New-Mountain(새뫼) 2015. 3. 18. 11:29
728x90

최고운전

 

신라 시대에 최충(崔沖)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찍이 등용문(登龍門) 올랐으나, 벼슬길이 순탄치 못하더니 이번에 문창령(文昌令)이란 벼슬을 제수받고 심히 근심하는지라. 그의 아내가 묻되,

다행히 벼슬을 제수받았음은 경사이온데 어이하여 군자(君子)께서는 슬퍼하고 계시나이까?”

하니 충()이 대답하기를,

벼슬을 받아 기쁘기는 하오마는 문창에는 변리가 있어, ()이 되어 가는 사람은 귀신에게 아내를 빼앗긴 자가 십수 명에 달한다 하니, 그로 인하여 근심하는 바이오.”

()이 다음날 곰곰이 생각하기를,

귀신이라면 사람을 해칠망정 잡아가지는 못할 것이려니 이는 황당무계(荒唐無稽)한 말이리라. 만약 사실이라면 내게 한 꾀가 있으니 부인의 손에 색실을 매어 두었다가 집에서부터 실을 따라 찾아 가면 그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문창읍에 도착하여, 그곳의 노인들에게 묻기를,

이 읍에서 실처지변(失妻之變)이 있다 하니 사실이오?”

그들이 대답하기를,

사실로 있습니다.”

하거늘, 충이 두려워하며 시비에게 내당을 엄히 지키도록 분부하고 채색지계(彩色之計)를 쓰기로 하였다.

하루는 객사(客舍)에서 공사(公事)를 들고 있는데 오시(午時)쯤 되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천지가 캄캄해지더니 비바람이 몰아치고 뇌성이 땅을 무너뜨리는 듯하더니 내당을 지키는 시비들도 놀라서 정신을 잃고 마루에 넘어졌더라. 이윽고 바람이 그치고 구름이 걷히어 날이 개이매 시비들이 깨어나서 살피니, 방문은 여전히 닫혀 있는데 부인이 간 곳이 없는지라. 깜짝 놀라 허겁지겁 사또께 달려가 사실을 아뢰니 충()이 실성비읍(失性悲泣)하다가 실을 따라 찾아 나섰더니 뒷산 바위틈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 바위는 천장(千丈)이나 되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지라. 충이 아내를 부르며 통곡하니라.

이때에 하리(下吏) 이적(李積)이 아뢰기를,

사또께서는 너무 슬퍼 마옵소서. 일찍이 늙은이들의 말을 들으니 이 바위가 한밤중에 스스로 열리고 굴 안이 밝다 하오니 기다려서 밤에 다시 오심이 가할까 하나이다.”

하니 충이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가 밤이 되어 다시 그곳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밤이 깊자 바위가 열리는데 그 안이 대낮같이 밝은지라. 충이 매우 기뻐하여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넓고 비옥하여 갖가지 꽃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졌을 뿐 사람의 자취는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이상한 짐승과 기이한 새들만이 날고 있는지라. 충이 이적에게 묻기를,

어찌하여 이런 곳이 있단 말이냐?”

하니 이적이 대답하기를,

, 세간에 없는 별천지인가 하옵니다.”

하더라. 땅이 마른 곳에서 다시 50여 보쯤 앞으로 나아가니 한 채의 큰 집이 있는데 방 안이 웅장하고 화려한데 그 안에서 선악(仙樂)의 묘한 소리가 들려 오는지라. 찬란한 꽃밭 사이로 들어가 창틈을 엿보니 누런 금돼지가 최충의 아내 곁에 쓰러져 무릎을 베고 누워 있고 그 앞에는 십수 명의 미녀들이 늘어서서 풍악을 울리고 있으니 이 여인들이 바로 대대로 잃은 사또들의 아내이더라.

최충이 전일에 아내와 더불어 안 띠에다 약주머니를 달아 요 괴로운 짐승을 물리치자 하고 약속한 일이 생각나서, 약주머니를 풀어 바람을 타고 약 냄새가 문틈으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이때 금돼지가 잠에서 깨어나 약 내음을 맡고 묻기를,

어찌하여 세간의 약 냄새가 나느냐?”

하니 충의 아내가 남편의 꾀인 줄 알고 이내 공손한 말로 대답하기를,

제가 이곳에 온 지 오래지 않아 아직 인간의 냄새가 남아 있어 그러하옵니다.”

하고 눈물을 흘리며 우는지라. 금돼지가 묻기를,

그대는 어찌하여 우느뇨?”

하니 충의 처가 말하기를,

제가 이곳에 와 보니 인간 세계와는 만사가 아주 다르므로 슬퍼서 우나이다.”

하니 금돼지가 위로하여 말하기를,

여기는 인간 세계와 조금도 다름이 없으니 조금도 슬퍼하지 말라.”

하매 충의 아내가 눈물을 닦고 부드러운 말로 묻기를,

제가 인간 세계에 있을 때 들으니 선경지인(仙境之人)은 사슴 가죽을 보면 죽는다 하던데 과연 그러하옵나이까?”

하고 물으니 금돼지가 말하기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하나 다만 사슴 가죽을 꺼리는 바요.”

하니 다시금 묻기를,

왜 꺼리나이까?”

하니 금돼지가 대답하되,

사슴 가죽을 씹어서 머리 뒤편에 붙이면 병이 되어 죽게 되오.”

하고 말을 마치자 다시 쓰러져 자더라. 충의 아내가 그 말을 듣고 당장 죽여 원한을 갚고자 하나 사슴 가죽이 없어 가슴이 타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약주머니의 끈이 사슴 가죽으로 되어 있는지라. 가만히 꺼내어 씹어서 금돼지의 뒤통수에 붙였더니 과연 말과 같이 말도 못 하고 죽더라.

이리하여 최충은 아내를 데리고 돌아왔으며 나머지 미녀들도 역시 최충의 덕으로 집으로 돌아갔으며 그 가족들이 최충에게 깊이 감사하여 마지않더라.

최충의 아내 임신 4개월에 금돼지에게 잡혀갔고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아들을 낳으니 손톱과 발톱이 조금 이상하였다. 충은 그 금돼지의 자식이 아닌가 의심하여 시비를 시켜 큰길에 아이를 버리게 하였는데, 아이가 길 가운데에 죽은 지렁이를 보고 일자(一字)라 하는지라. 시비가 들어가서 아뢰니 충이 듣고 분부하되,

아무 말 말고 갖다 버리라.”

하거늘 시비가 안고 가는데 개구리 죽은 것을 보고 다시 아이가 천자(天字)라 하매 차마 버리지 못하고 돌아와,

개구리 죽은 것을 보고 천자(天字)라 하나이다.”

하고 고하니 충이 화를 내며 호령하되,

네가 주인의 말을 듣지 아니하면 칼로 대하겠노라.”

하니 시비가 솜으로 포근히 싸서 길 가운데에 버렸더니 우마(牛馬)가 지나며 밟지 아니하고 피하여 지나가며 밤이 되니 하늘에서 선녀가 하강포유(下降抱乳)하는지라. 관리와 백성이 거두고자 하나 큰 죄를 입을까 하여 무서워하더라. 충이 이 소문을 듣고 아이를 연못에 던지라 하였더니 연꽃 한 송이가 별안간 생겨나서 아이를 받고 이어서 백학 한 쌍이 서로 번갈아 날개로 덮어 주더라.

이리하여 몇 달이 지나니 아이가 바닷가를 스스로 거닐며 노는데, 모래 위에는 문자(文字)가 생겼고 우는 소리는 글 읽는 소리가 되더라. 이에 최충의 처가 이 소문을 듣고 남편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금돼지의 자식이 아닌데도 버렸으니 하늘이 그 애매함을 아시고 하늘의 선녀를 시켜 젖을 먹여 키웠사오니 원컨대 빨리 사람을 시켜 데려오도록 하소서.”

하는지라. 충이 깊이 감동하여,

이제 데려오고자 하지만 처음에 그 어린애가 금돼지의 자식이라 하여 버렸거늘 이제와서 데려온다면 남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외다.”

하니 부인이 다시,

당신이 만일 남의 웃음을 살까 봐 이리도 걱정이시라면 병을 칭해서 피해 계시면 제가 알아서 당신이 웃음을 사지 않도록 하리다.”

하므로 충이 옳게 여겨 허락하니 부인이 곧 영험한 무당을 불러 돈과 비단을 많이 주고 유인하여 이르기를,

나를 위하여 여러 관리들에게, ‘사또께서 병을 앓는 것은 자기 아들을 금돼지의 아들이라고 버렸기 때문에 하늘이 노하셔 벌을 준 것이니 그대들이 급히 가서 아이를 데려오면 사또의 병이 곧 낳을 것이요, 만일 그렇지 않으면 사또가 죽고 그 화가 이민(吏民)에게까지 미치리라하여주게.”

하고 청하니, 무당이 승낙하고 여러 관리들에게 나아가서 부인이 가르쳐 준 대로 사또의 병이 난 이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무당의 말을 들은 관리들이 놀라고 두려워한 나머지 관사에 달려가서 울면서 그 이유를 사또께 아뢰온즉 사또가 거짓 놀라는 척을 하면서 말하기를,

정말로 그 아이를 버림으로써 하늘에서 죄를 주셨다면 그 아이를 다시 데려오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느냐?”

하고 이적에게 그 아이를 데리고 오도록 명하였다.

이적 등 일행이 사또의 명을 받고 바다 가운데 외딴 섬까지 들어가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되돌아오려는데 갑자기 글 읽는 소리가 구름밖에서 들려 와 쳐다보니 어린아이가 홀로 높은 바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이적 등 일행이 바다를 건너 바위 밑에 배를 멈추고 우러러 호소하기를,

공의 부모님께서 병세가 위중하여 공을 보고자 저희들도 하여금 공을 뫼셔 오라 하셨으니 공께서는 속히 내려오소서.”

하니 아이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부모님이 처음에 나를 금돼지의 자식이라 하여 내다버리시고 이제 와서 마음이 부끄럽지 않으신지 나를 보고자 하시는고. 옛날 진()나라 때에 양적대(陽翟大)라는 사람은 여불위(呂不韋)라는 미녀를 사서 미희(美姬)로 진왕에게 바치려고 하였는데, 먼저 임신을 시킨 후에 진왕(秦王)에게 바쳤더니 일곱 달 만에 아들을 낳았으되 진왕은 실로 여씨(呂氏)를 위하여 어린애를 버리지 않았거늘 나의 자모(慈母)께서는 나를 임신한 지 넉 달 만에 문창(文昌)으로 오셔 금돼지에게 잡혀가셨다가 곧 돌아오셔 6개월 만에 나를 낳으셨거늘, 어찌 금돼지의 자식이 될 수 있겠는가? 만약 금돼지의 자식이라면 이목구비(耳目口鼻)가 금돼지와 같지 아니하고 사람과 같겠는가. 아버님께서 나를 자기 자식이라 하지 않으시고 길에다 버렸으니 내가 무슨 면목으로 부모님을 보겠소? 만약 강제로 나를 보시고자 한다면 마땅히 바다로 들어가 섬으로 가겠소.”

하니 이때 아이의 시년(時年)3세더라.

이적 등이 할 수 없이 돌아가 사또께 고하니 충이 도리어 부끄러워하며 자책(自責)하여 말하기를,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로다.”

하고 곧 문창 군민 수백 명을 이끌고 바다 어귀에 나아가 바닷가에 대()를 쌓아 올리고 아울러 높은 다락을 짓기 시작하였다. 다락이 다 완성되어 아이를 부르니 그 아이가,

일찍이 멀리 버려진 바 되었더니 이제 나를 위하여 누대(樓臺)까지 지으시니 밝은 천일(天日)을 대할 면목이 없나이다.”

하고 엎드려 우는지라. 충이 이를 보고 부끄러워 말하기를,

내가 너 볼 면목이 없구나. 다시는 이러한 과실은 말하지 말아다오.”

하고 누대 이름을 월영대(月影臺)라 짓고 3() 쇠지팡이를 모래에 글씨 쓰는 지팡이로 삼으라 하시고 돌아왔다. 그날 하늘의 수천 선인이 대 위에 구름같이 모여 앉아 각기 배운 바를 다투어 가르치니 이로 인하여 문리(文理)를 크게 깨달아 마침내 문장가(文章家)가 되었다.

아이는 항상 철장(鐵杖)을 가지고 모래 위에 글씨를 쓰니 쇠지팡이가 달아서 반 자쯤만 남았다. 그는 음성이 청아하고 매양 시를 읊는 데 있어서 음률이 틀리지 않았다. 하루는 달빛이 낮과 같이 밝은 밤에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오고 있었다. 이 때에 중원(中原) 천자(天子)가 후원에 나가 달을 바라보며 서 있는데 멀리서 시 읊는 소리가 들리는데 참으로 청아하고 담백하였다. 이에 천자께서 시신(侍臣)에게 물으시기를,

시 읊는 소리가 어디서 들려 오느냐?”

하니 시신이 대답하기를,

거년(去年) 이래 달 밝고 바람 맑은 밤이면 시 읊는 소리가 신라 쪽에서 들려 오므로 하늘을 우러러 기상을 살피니 동국(東國)에 귀성(貴星)이 나타났사오니 아마도 동국에 현자(賢者)가 있는가 하옵니다.”

하니 천자께서 들으시고 말씀하시되,

신라가 작은 나라이기는 하나 옛날에도 현자가 있었느니라. 이렇듯 만리나 떨어진 외지에서 들을 때 이렇듯 시 읊는 소리가 아주 낭랑하게 들리니 하물며 가까운 곳에서 듣는다면 어떠하겠느뇨.”

하시며 칭찬하셔 마지않더니 말씀하시기를,

재사(才士)를 신라에 보내어 그곳 선비와 더불어 서로 재주를 겨루게 하리라.”

하시고 즉시 군신을 불러 여러 재사 중에서 문예(文藝)가 탁월한 자 두 사람을 뽑아 보내게 하시었다.

두 학사는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하여 가다가 월영대(月影臺) 아래에 이르러 해가 지니 배를 대하(臺下)에 닿았다. 이때가 중추(仲秋) 삼오지야(三五之夜). 밝은 달은 물결 속에 잠겨 있고 맑은 바람은 서서히 불어오는데 야정어약(夜靜魚躍)하여 맑은 흥취가 날을 듯이 일어나는지라. 두 학사가 즉시 시 한 수를 지어 읊는데,

삿대는 물결 밑 달을 꿰이는데[棹穿波底月].’

이때 다락 밑 모래 위에서 이어서 한 수를 읊는다.

배는 물 가운데 하늘을 누르네[艇壓水中天].’

하는지라. 학사가 돌아보며,

누가 읊었을까?”

하고 그 어린아이가 읊었을 줄은 꿈에도 전연 모르고 또 한 수를 읊는다.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네[水鳥浮還沒].’

하니 아이가 또 읊기를,

산 구름은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네[山雲斷復連].’

학사가 깜짝 놀라 바라보며 비웃듯이,

새와 쥐는 어찌하여 짹짹하느냐[鳥鼠何雀雀乎].’

하니 아이가 또,

돼지와 개는 어찌하여 멍멍하느냐[猪犬忽蒙蒙乎].’

하니 학사가,

개는 멍멍하나 돼지가 그러하느냐?”

하니 아이가,

새는 짹짹하나 쥐가 그러하냐?”

하는지라. 학사가 대답을 못 하고 물었다.

어디에 사는 동자(童子)인데, 이 깊은 밤에 여기에 있느냐?”

하니 아이가 대답하되,

저는 신라 나승상(羅丞相)의 십업지창두(十業之蒼頭)로 명을 받들어 이곳에 와서 바둑돌을 줍고 있는데 날이 저물어 돌아가지 못하였나이다.”

하니 또 묻기를,

너는 몇 살이나 되었느냐?”

물으니 아이가 대답하되,

여섯 살이옵니다.”

하거늘 두 학사는 동자가 문장에 능함을 보고 상의하기를,

이제 겨우 6세의 어린아이가 이렇듯 재능이 탁월하니 신라의 선비들이야 어찌 당하겠는가?”

하고 아이에게 다시 묻기를,

나라 안에 재사(才士)가 많이 있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재명특달자(才名特達者)가 수백 인이요, 그 문사(文士)는 차재두량불가승수(車載斗量不可勝數)이나이다.”

하니 두 학사가 상의하여 말하기를,

문재(文才)가 나라에 가득하니 들어간들 무익할 것이니 아니 들어간 것만 못하리니 돌아갑시다.”

하고 중원(中原)으로 돌아가서 진황제(秦皇帝)께 아뢰기를,

신라에는 뛰어난 문인과 재사가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이 있고 신() 등과 같은 수준도 수백 인이나 되어 감히 대적할 수 없겠나이다.”

하는지라. 황제가 크게 화를 내어 가탈을 잡아 치고자 하여 계란을 솜으로 여러 번 싸서 돌함에 놓고 황초를 불에 녹여 그 안을 채워서 흔들리지 않게 하고 또 구리쇠를 녹여 함에 부어 열어 보지 못하게 하여 봉서(封書)와 함께 신라에 보내었다. 봉서의 내용인즉,

너희가 바닷가에 붙은 하찮은 나라로서 재주로 대국을 업수이 여기는고로, 이 돌함을 보내노니 함 안에 있는 물건으로 시를 지어 보내라. 만약 그렇지 못하면 마땅히 살육지화(殺戮之火)를 당하리라.’

하였더라. 대국 사신이 조서(詔書)를 받들고 계림(鷄林)에 도착하니 신라왕이 몸소 출영봉안(出迎奉安)하고 조서를 읽어 보시고는 즉시 나라의 선비들을 불러 모아 이르시기를,

너희 유생(儒生) 중에 이 함 속에 있는 물건을 알아내어 시를 짓는 사람은 벼슬을 일품(一品) 올려 주고 또 군()으로 봉하여 녹을 후히 주고 공을 기리리라.”

하시매 아무도 그 속 물건을 알아내지 못하여 온 조정이 들끓더라.

이때에 아이가 경성에 전입하여 스스로 거울을 고치는 일을 하며 나승상댁 문 앞까지 이르게 되었더라. 마침 나승상의 딸이 거울을 보다가 경색(鏡色)이 퇴해졌으므로 고치려고 유모를 시켜 고쳐 오도록 하였는지라. 아이가 거울을 받으며 나녀(羅女)를 본즉 아름다운 아가씨라고 생각하고 거울을 고치다가 돌에 떨어뜨려 그만 깨뜨리고 말았다. 유모가 깜짝 놀라 발을 구르고 머리를 저으면서 꾸짖으니 아이가 울며 애걸하기를,

이미 거울이 깨어졌으니 방법이 없는지라. 이 몸이 노복이 되어 거울 깨뜨린 보상을 하겠으니 청을 들어 주소서.”

하는지라. 유모가 돌아가 승상께 고하니 승상께서 허락하시고 묻기를,

너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에 살고 있느냐?”

아이가 대답하되,

거울을 고치다 깨뜨렸으니 파경노(破鏡奴)라 불러 주시옵고, 일찍 부모를 여의고 갈 곳이 없나이다.”

하는지라. 승상은 파경노에게 말 먹이는 일을 하도록 하였다. 파경노가 말을 타고 나가면 말 무리들이 열을 지어 뒤따랐으며 조금도 싸우는 일이 없었다. 이후로 말들이 살찌고 여읜 말이 없었다. 파경노는 아침에 말 무리들을 이끌고 나가 사방에 흩어 놓고 숲 속에서 온종일 시를 읊으면 청의동자(靑衣童子) 수 명이 어디서 왔는지 혹은 말을 먹이고 혹은 채찍으로 훈련시키더라. 해가 지면 말들이 구름같이 모여 파경노 앞에 늘어서서 머리를 조아리니 보는 이마다 신기함을 칭찬하지 않는 이 없더라. 나승상 부인께서 이 소문을 들으시고 승상께 말하기를,

파경노는 얼굴 모습이 기이하고 말 다룸도 또한 기이하니 보통 아이가 아니오니 천한 일을 맡게 하지 마옵소서.”

하니 승상도 옳게 여기시고 이 전에 동산에다 나무와 꽃을 많이 심었으나 잘 가꾸지 못하여 거칠어지고 매몰되어 잡초 속에 묻혀 버렸는지라, 경노로 하여금 꽃밭 가꾸는 일을 맡기었다. 경노는 또한 한가로이 꽃밭에 앉아서 시만 읊고 있을 뿐 가꾸는 일은 하지 않으나 하늘에서 선녀가 밤에 내려와 혹은 거름을 주어 가꾸고 혹은 풀을 뽑으니 선경명화(仙境名花)와 인간계화(人間桂化)가 전보다 배나 더 아름답고 무성하였다.

파경노가 꽃을 가꾼 이후 아름다운 꽃들이 난만하여 봉조황학(鳳鳥黃鶴)이 꽃나무 가지에 집을 짓고 노랑벌과 하얀 나비는 잎 사이를 날으매 파경노가 봉조의 우는 소리를 듣고 슬픈 노래를 지어 불렀다. 이때에 승상이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산에 들어와서 꽃을 구경하면서 파경노에게 묻기를,

네 나이가 몇이냐?”

대답하되,

, 열한 살이옵니다.”

하니 또 묻기를,

글자를 잘 아느냐?”

하니 대답하여,

아직 모르옵니다.”

하니 승상이 말하기를,

내 나이 11세에 글을 잘 알았거늘 너는 어찌 모르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일찍이 부모를 잃었사옵기에 글을 배우고자 하였으되 어찌 배울 수 있었겠나이까.”

하니 승상이 말하기를,

배우고자 한다면 내가 너에게 가르쳐 주리라.”

하는고로 파경노가 대답하기를,

감히 청할 수는 없사오나 바라던 바이옵니다.”

하니 승상이 웃으며 저놈 봐라 하며 놀리시는지라. 파경노가 웃으며 물러나면서 자위하여 혼잣말로,

가소롭도다. 내게 글을 가르쳐 주겠다니 승상이 어찌 능히 나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우습도다.”

하더라. 그 후 파경노가 소문을 들으니 승상의 딸이 동산의 꽃을 구경하고자 하나 파경노가 항상 지키고 있는지라, 구경을 하지 못한다 하거늘, 파경노가 승상께 아뢰기를,

제가 이곳에 온 지 수년이 지났사오니 고향에 돌아가 친척을 찾아보고 수일 내로 돌아오겠나이다.”

하고 청하니 승상이 허락하는지라. 파경노가 돌아나와 다시 꽃밭으로 숨더라. 나녀(羅女)가 파경노가 고향에 갔다는 소문을 듣고 동산에 들어가 꽃을 완상하는데, 마침 청풍작기(淸風作起)하고 화향만신(花香滿身)하여 붉은 봉오리 푸른 잎새에는 봉접투향(蜂蝶偸香)하매 즉석에서 시 한 수를 읊되,

난간에 피어 있는 꽃이 웃건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구나[花笑檻前聲未聽].’

하는데 파경노가 뒤를 이어 읊기를,

숲 속에서 새는 울건만 눈물은 볼 수가 없구나[鳥啼林下淚難看].’

하니 나녀(羅女)는 깜짝 놀라 부끄러워 집으로 돌아갔다.

이 해에 여러 유생들이 표를 올리어,

함 안에 있는 물건을 능히 알아내지 못하였사오니 엎드려 죄를 청하나이다.”

하였더라. 이에 국왕께서 매우 근심하고 있는데 시신(侍臣)이 아뢰기를,

현신(賢臣)은 구하고자 해도 얻을 수가 없사오니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여러 신하 가운데서 문학이 뛰어나고 벼슬이 제일 높은 승상 나천업(羅千業)에게 전적으로 맡기시면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사오리다.”

하는고로 나승상을 불러 돌함을 맡기면서 이르시기를,

과인이 부덕하여 천조(天朝)에서 불의에 중기(重器)를 보내니 가장 어려운 문제라. 여러 대신 중에서 경()의 문재(文才)가 가장 뛰어났으니 능히 알아내어 시를 지을 수 있으려니 이 함을 맡기도다. 연구해서 시를 지어 오도록 하오. 만약 연구치 못한다면 경의 가속(家屬)은 관비가 될 것이요, 경은 천조에 보내어 연구해 내지 못한 죄를 당하도록 하리라.”

하시니 나승상은 머리를 숙여 명을 받고 돌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온 집안이 놀래어 통곡하더라.

승상이 눈물을 흘리며 먹지도 않고 누워 있는 지 여러 날이 지났다. 파경노는 모르는 양 사람들에게 묻기를,

상전(上典) 일가가 어찌하여 슬픔에 잠겨 있으며 승상 나리께서는 잡수시지도 않으시니 어인 일인가요?”

하니 알려주기를,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 환우(患憂)하신단다.”

하니라. 파경노는 겉으로는 근심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기뻐하며 우선 나소저를 시험해 보고자 곧 꽃가지를 꺾어 들고 나소저의 방 창밖으로 갔다. 나소저는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벽에 걸린 거울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지라, 창틈으로 내다보니 파경노가 꽃가지를 꺾어 들고 문 밖에 홀로 서 있었다. 나소저는 괴이쩍게 생각하여 물어 보니 파경노가 말하기를,

낭자께서 이 꽃을 좋아하시기로 아직 시들기 전에 꺾어 가지고 왔사오니 받아서 완상(玩賞)해 보십시오.”

하니 나소저가 한숨을 쉬면서 받지 않거늘 파경노가 위로하여 말하기를,

거울 속에 비치는 그림자가 도리어 낭자의 근심을 덜어 드릴지 누가 아옵니까. 근심 마시고 속히 받으십시오.”

하는지라. 나소저가 문득 일어나 얼굴을 가리고 꽃을 받아 부끄러운 듯이 들어가 아버님께 고하기를,

파경노가 비록 어리지만 재학절인(才學絶人)하고 또 신기롭고 호협(豪俠)한 기상이 있사오니 제가 생각하건대 능히 함 속의 물건을 알아내고 시를 지을 수 있을 듯하옵니다.”

하니 승상이 말하기를,

너는 어찌하여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느냐. 만약 파경노가 능히 알아낼 수 있을진대 일국의 이름 높은 선비들이 어찌 알아내지 못하여 끝내는 내게 맡기겠느냐?”

하므로 소저가 다시 말씀드리기를,

부엉이는 낮엔 보지 못하나 밤엔 잘 보고, 꾀꼬리는 밤엔 잘 보나 낮에는 잘 못 보는데 이것은 각기 소장(所長)이 다르기 때문이옵니다. 어찌 뜻이 있어 새가 새끼를 낳겠습니까? 파경노가 비록 어리나 큰 재주가 있음을 어찌 알겠나이까?”

하고 파경노가 근심하지 말라는 말과 또 꽃밭에서 화답하여 읊은 시 이야기를 하고 다시 말씀드리되,

제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능히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나이까. 바라옵나니 한번 불러서 시험해 보십시오.”

하니 승상이 그럴듯하게 여겨 파경노를 불러 이르더라.

나라가 불행하여 대국이 견책을 보내와 왕께서 근심만 하시기로 불행히 돌함을 받아 가지고 왔거니와 내가 거의 죄를 당하게 되어 여러 날을 망설여 왔으나 이제 너에게 넘길 것이니 연구하여 시를 지으면 특상을 내릴 뿐만 아니라 나라의 근심을 없이할 것이로다.”

하니 파경노가 듣고 웃으면서 대답하기를,

온 나라의 능한 문장가들이 하지 못한 것을 하물며 석 자 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가 배우지도 못하고 알지 못하는 제가 어찌 하겠나이까.”

이에 승상이 기쁜 마음이 없어졌다. 나소저가 다시 여쭙기를,

지극히 어려운 일을 평범하게 이르시면 어찌 순순히 응하겠나이까. 호생악사 인지상정(好生惡死 人之常情)이어늘 옛날 어떤 사람이 앉아서 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형리(刑吏)가 묻기를, ‘네가 만약 시를 지을 수 있다면 마땅히 방면(放免)하리라.’ 하므로 일자무식이면서도 능히 시를 지었다 하니 하물며 파경노는 학문이 넉넉하여 시를 지을 수 있지만 일부러 모른다고 한 것이오니 아버님께서 파경노에게 만약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시면 파경노인들 어찌 호생악사지심(好生惡死之心)이 없겠나이까?”

하니 승상이 돌연 파경노를 불러 협박하기를,

네가 이미 내 집에 종이 되었거늘 내 집을 위하여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죄는 죽어 마땅하리라.”

하고 다른 종에게 명하여 죽이려 하니 파경노는 일부러 두려운 듯이 허락하고 석함을 가지고 중문 안에 앉아서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를,

내가 품고 있는 일은 이루지 못하고 별안간 뜻밖의 일을 당하였으니, 시 짓기는 어렵지 않으나 생각할수록 분함을 이기지 못하겠구나.’

하더라. 이때 승상 부인이 이 같은 파경노의 푸념을 엿듣고 승상께 들어가 아뢰기를,

파경노의 말이 이러하오니 반드시 소원하는 바가 있을 것이옵니다.”

하니 승상이 듣고 유모를 시켜 묻되,

네가 문예가 뛰어나 충분히 할 수 있으면서도 죽기를 거부하니 필시 소원이 있을 것이니 내게 숨기지 말고 바른 대로 말하면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해 힘쓰겠노라.”

하니 파경노가 말없이 한참 있다가,

승상께서 나를 사위로 삼는다면 내 곧 시를 짓겠소이다.”

하거늘 유모가 들어가 승상께 보고하니 승상이 소리를 지르며 이르시되,

어찌 창두(蒼頭)를 사위로 삼을 수 있겠느냐. 네가 잘못 듣고 전하는 게 아니냐.”

하고는 또 유모에게 신선의 모습을 그린 채화(彩畵)를 내주면서 이르시되,

그가 만약 시를 지으면 이 같은 미인에게 장가를 보내 주겠다고 하라.”

하니 유모가 파경노에게 전하였다.

이에 파경노가,

종이 위에 그린 떡을 하루 종일 바라본들 어찌 배가 부르리까. 반드시 먹은 후에야 배가 부를 것이옵니다.”

하고 함을 발로 차서 밀치고 비스듬히 누워서 말하기를,

나를 비록 마디마디 베인다 해도 짓지 못하겠노라.”

하더라. 유모가 들어가서 그 말대로 아뢰니 승상이 말없이 앉아 있는데 딸 운영(雲英)이 눈물을 닦으며 고하되,

우리 가문의 성패가 도시 이번 일에 달려 있사옵니다. 옛날 제영(提榮)이라는 여자는 관비(官婢)가 되어 들어가서 아버지의 형을 속죄하였다 합니다. 가군(家君)께서 딸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좇지 않으시면 이 화는 면하기 어렵습니다. 바라옵건대 이 몸으로 아버님의 화를 면하도록 하여주십시오. 이제 제 말씀을 들어 주시지 않으시면 후회하심이 클 것이며, 이미 어쩔 수 없게 되나이다. 고금천하(古今天下)에 몸 외에 더 사랑하고 귀한 것이 있겠나이까!”

하니 승상이 말하기를,

네 말이 기특하구나. 부모의 마음은 사랑하는 딸을 차마 비천한 가문에 허락할 수 없고, 또한 종신(終身)토록 원한이 있을 까 봐 걱정하므로 다만 눈썹을 불사르는 화를 면하고자 함인데 네 말이 정녕 그럴진대 무슨 걱정을 하겠느냐.”

하니 운영이 말씀드리되,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딸이 부모님께 효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매한가지입니다. 오늘의 사세(事勢)는 반드시 제가 몸을 더럽힌 연후에야 되겠나이다.”

하고 아뢰니 승상이 말하기를,

이제 네 말을 들으니 참으로 효녀의 정성이로다.”

하고 승상과 부인이 친척들에게 정혼(定婚)을 통지하니 모두 한 뜻으로 좋다고 하더라. 승상이 즉시 시비에게 명하여 파경노를 목욕시켜 때를 씻게 하고 비단옷을 입혀 성례(成禮)하여 사위로 삼더라.

다음날 아침 승상이 시비에게 명하여 난방(蘭房)에서 시 짓는 모습을 엿보라 하였다. 이때에 파경노가 자기 이름을 지어 치원(致遠)이라 하고, ()를 고운(孤雲)이라 하더라. 운영이 옆에 앉아서 시 짓기를 재촉하니 치원이 말하기를,

시는 내일 중으로 지을 것이니 너무 재촉하지 마오.”

하고는 운영더러 종이를 벽 위에 붙여 놓도록 하고 스스로 붓대롱을 잡아 발가락에 끼고 잤다. 운영이 또한 근심하다가 고단하여 자는데 꿈속에 쌍룡이 하늘에서 내려와 함 안에 서로 엉켜있고 무늬 옷을 입은 동자(童子) 10여 명이 함을 받들고 서서 소리 내어 노래하니 함이 열리는 듯하더니, 쌍룡의 콧구멍에서 오색서기(五色瑞氣)가 나와 함 속을 환히 비치니 그 안에 붉은 옷을 입고 푸른 수건을 쓴 사람들이 좌우로 늘어서서 혹은 시를 지어 읊고 혹은 붓을 잡아 글씨를 쓰는데 승상이 빨리 시를 지으라고 재촉하는 소리에 운영이 놀래어 깨어 보니 한 꿈이더라. 치원 역시 깨어나 시를 지어 벽에 붙은 종이에다 써 놓으니 용과 뱀이 놀라 꿈틀거리는 듯하더라.

시의 내용인즉,

 

단단석함리(團團石函裡),

반백반황금(半白半黃金)인데,

야야지시명(夜夜知時鳴)하니,

함정미토음(含情未吐音)이라.

 

둥글고 둥근 함 속의 물건은,

반은 희고 반은 노란데,

밤마다 때를 알아 울려 하건만,

뜻만 머금을 뿐 토하지 못하도다.

 

이더라. 치원이 운영을 시켜 승상께 바치게 하니 승상이 믿지 않다가 운영의 꿈 이야기를 듣고서야 믿고 대궐로 들어가 왕께 바치었다. 왕이 보시고서 크게 놀래어 물으시기를,

()이 어떻게 알아 가지고 시를 지었느뇨?”

하시니 대답하여 아뢰되,

신이 지은 것이 아니옵고 신의 사위가 지은 것이옵니다.”

하니 왕은 사신으로 하여금 대국 황제께 바치었다. 황제가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단단석함리(團團石函裡) 반백반황금(半白半黃金)은 맞는 귀()이나 야야지시명(夜夜知時鳴) 함정미토음(含情未吐音)이라 한 것은 잘못이로다.”

하고 함을 열고 달걀을 보시니 여러 날 따뜻한 솜 속에서 병아리로 되어 있으매 황제가 탄복하면서 말하기를,

이는 천하의 기재로다.”

하시고 학사를 불러 보이시니, 학사 또한 칭찬하여 마지않더니 이윽고 아뢰기를,

상대편의 소매 속에 있는 물건도 오히려 알기가 어렵거늘 만리절역(萬里絶域)에서 능히 연구하여 이같이 상세히 알아냈으니, 자고로 중원에서 이 같은 기재(奇才)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하였나이다. 오직 걱정되는 것은 소국이 대국을 멸시할 단서가 될까 하오니 바라옵건대 시를 지은 자를 불러들여 어려운 문제를 능히 풀어 낸 사유를 물으심이 좋을까 하나이다.”

하니 황제께서 옳게 여기시고 신라에 시 지은 기사(奇士)를 보내도록 지시하니 신라왕이 놀래시어 승상 천업(千業)을 불러 의논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천자가 우리나라를 침공하고자 하여 또 시 지은 선비를 부르니 경의 서랑(婿郞)은 나이가 어려 만 리 밖에 보내기가 어려우니 경이 대신 가는 것이 어떠하오?”

하시니 승상이,

원하옵건대 평안하소서.”

하고 전교를 받아 집으로 돌아와 울면서 집안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중국 천자가 시 지은 선비를 보내라 하시니 최랑(崔郞)은 어려서 보낼 수가 없고 내가 대신 가야 하니 살아 돌아올 계교가 없으므로 어찌할꼬?”

하니 온 집안이 통곡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더라. 나씨가 최랑에게 말하기를,

천자가 시 지은 선비를 부르는데 아버님께서 대신 가신다하나 만리장도(萬里長途)에 돌아오시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드시 큰 화를 입으실 것이오니 부녀간의 정의에 측은함을 참지 못하겠나이다.”

하니 최랑이 이르기를,

승상께서 대신 가실 수 없소. 응당 내가 가야 하오.”

하니 운영이 말하되,

이제 당신이 나를 버리고 만 리 밖에 가시면 어찌 능히 평안히 돌아올 수 있겠나이까?”

하며 운영이 눈물을 흘리니 최랑이 위로하여 말하기를,

그대는 이태백(李太白)의 시를 들어 보지 못하였소? ‘천생아재(天生我才) 필유용아(必有用我).’ 지금 중국에 들어가면 특별한 대우를 받아 승상이 될 것이며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영광을 그대에게 보일 것이니 즐겁지 않소? 대장부 세상에 태어나서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는 것은 진실로 장부의 할 일이어늘 어찌 돌아오기 어려움이 있겠소. 내 말을 의심치 말고 승상께 자세히 말씀드리시오.”

하니 운영이 들어가서 승상께,

최랑의 말이 자기가 응당 가겠다 하옵니다.”

하고 최랑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승상이 이를 들으시고 말하기를,

어질도다 우리 최랑이여, 어린 나이로 그런 말을 하다니 참으로 어질지 않고서야 그와 같겠느냐?”

하고 대궐로 들어가 아뢰기를,

신의 사위 최랑이 스스로 가기를 청하옵고 대신 갈 수는 없다고 하나이다.”

하니 왕께서,

경이 이미 사위를 대신 보내기로 하였다면 사위를 보냄이 좋겠소.”

하시더라. 이에 대답하여 아뢰기를,

신의 사위 나이는 어리지만 재주와 학문이 신보다 열 배나 더 뛰어납니다. 만약 신이 대신 갔다가 황제께서 다시 시를 지으라고 하여 감히 시를 짓지 못하면 전일에 우리나라의 빛남이 도리어 헛되게 되겠기로 최랑을 보내고자 하옵니다.”

하는지라, 왕께서도 옳게 여기시고 허락하시더라.

다음날 치원(致遠)이 알현(謁見)하는데 왕께서 물으시기를,

너의 나이 몇이나 되었느냐?”

하시니 대답하여 아뢰기를,

열두 살이옵니다.”

하니 왕께서,

나 어린아이가 중국에 들어가서 능히 감당해 내겠느냐?”

하시매 대답하기를,

만약 나이가 많아야 큰일을 감당해 낼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 함 속의 물건을 알아내지 못하고 어찌하여 저를 곤란케 하셨나이까?”

하니 왕께서 돌연 놀라시며 다시 묻기를,

네가 중원에 가면 어떤 방법으로 천자를 대하겠느냐?”

하시니 아뢰기를,

어른이 어린이를 대함에 어른의 도로써 어린이를 대접하지 않으면 곧 어린이는 어린이의 도로써 어른을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중국이 대국의 도로써 소국을 대접하지 않으면 어찌 소국의 도로써 대국을 섬기겠나이까? 그런데 이제 그렇지 아니하고 도리어 치고자 하여 석함(石函)에다 달걀을 넣어 우리나라에 보내어 시를 지으라 하고 또 질투하여 시 지은 선비를 보내라 하니 그 뜻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대국의 도를 반복하기를 이같이 하고 소국으로 하여금 소국의 도로써 섬기게 하고자 하니 이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무리와 같으니 이로써 황제를 상대하겠나이다.”

하니 왕이 그 말을 기특하게 여기고 자리에서 내려오셔 손을 잡으시며 말씀하기를,

네가 중원에 들어간 이후 너의 가족은 짐이 마땅히 맡아서 돌며 의복과 음식을 주어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이니와 지금 네가 떠남에 있어서 어떠한 물건을 원하느냐?”

하시니 대답하기를,

다른 물건은 원치 않고 50척 되는 사모(紗帽)를 원하옵니다.”

하니 왕이 즉시 만들어 주시었다. 치원이 이에 사은배사(謝恩拜辭)하고 나와서 자칭 신라 문장(文章) 최치원 12세라 하더라.

치원은 중원을 향하여 떠남에 있어서 먼저 패문(牌文)을 보내니 빛나는 명성이 원근에 전파되어 중원의 모든 사람들이 재주의 뛰어남이 천하에 제일이고 고금에 들어 보지 못한 일이라 하여 모두 보고자 하였으나 미치지 못할까 걱정하더라. 바닷가에 이르러 온 집안 식구가 잔치를 베풀고 치원을 전송하는데 운영은 이별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한 수의 시를 지어 읊었다. 내용인즉,

백조쌍쌍표운연(白鳥雙雙飄雲煙)하니,

고범거거첩청천(孤帆去去捷靑天)이라.

별주완가무호의(別酒緩歌無好意)하니,

장년수첩야등전(長年愁妾夜燈前)이라.

 

백조는 쌍쌍이 짝을 지어 구름 속에 나부끼고,

돛단배는 가다 가다 푸른 하늘에 닿았어라.

이별 술에 노래 곱건만 기쁜 생각 전혀 없고,

오랜 세월 등불 앞에 이내 시름 쌓이리라.

 

하니 치원이 화답하여 읊되,

 

동방야야막고수(洞房夜夜莫苦愁)하니,

취대화용공쇠모(翠黛華容恐衰耗).

차거공명당자취(此去功名當自取)하니,

여군부귀희군유(與君富貴喜君遊).

 

동방에 밤마다 괴로워 말고 시름 마오.

화창한 고운 얼굴 쇠해질까 두려웁네.

이번 가면 공명 응당 가져와서,

그대에게 부귀 주어 즐거웁게 살아 보리.

 

하더라. 제인(諸人)과 작별하고 배를 타고 첨성도(瞻星島)에 이르니 배가 돌며 나아가지 않는지라. 치원이 사공에게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이 섬에 신이 있다더니 아마 용의 소행인가 하옵니다. 한번 올라가 보았으면 합니다.”

하거늘 치원이 배에서 내려 섬으로 올라가니 한 소년서생(少年書生)이 있는지라. 치원이 묻기를,

너는 어떠한 사람이냐?”

하니 그 서생이 일어나서 경배(敬拜)하고 대답하기를,

저는 용왕(龍王)의 둘째 아들 이목(李牧)이옵니다.”

하거늘 치원이 또 묻기를,

어찌하여 여기에 왔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이제 들으니 선생이 천하문장(天下文章)으로서 이곳을 지나신다 하기에 왕께서 한번 뵙고자 저를 보내어 뫼시고자 이곳에 왔나이다.”

하므로 치원이 이르기를,

용왕은 수부(水府)에 있고 나는 양계(陽界)에 있는고로 수륙(水陸)의 길이 달라 우마불상급(牛馬不相及)이어늘 한번 가서 뵙고자 한들 어찌 이룰 수 있겠나? 그러고 또한 행색(行色)이 바쁘매 어찌 여가가 있어 수궁(水宮)에 가서 놀겠느냐?”

하니 이목이 말하기를,

제가 사는 곳은 인간계(人間界)와는 달라 공성(孔聖)의 학문이 없는 까닭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가 이제 다행히 선생을 만났으니 어찌 하늘의 도우심이 아니겠소이까.”

하매 치원이 갈 길이 바쁘다고 사양하니 이에 목이 간청하며 말하기를,

잠시 동안이니 선생은 눈을 감으소서.”

하는지라. 치원이 이목이 시키는 대로 하니 치원을 등에 업고 바위 밑으로 들어가니 용왕이 기다리고 있는지라. 목이 용왕께 보고하니 크게 기뻐하며 나와 맞이하고 마주 앉아 주연(酒宴)을 베푸는데 소반에 차려 놓은 음식과 접시가 세상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

용왕이 학문을 청하니 치원이 시서(詩書) 몇 편을 내어보이니 용왕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인하여 용궁서책(龍宮書冊)을 보이는데 그 글이 전주(篆籒)와 같아서 알지 못하겠더라. 치원이 길이 바빠 떠나려 하자 용왕이 말하기를,

문장(文章)이 다행히 수부(水府)에 오셔 쉬시지도 않고 돌아가시려 하니 나의 마음이 매우 섭섭하오. 나의 둘째 아들 목()이 재주와 기운이 사람에 월등하니 만일 데리고 가신다면 비록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능히 당해 낼 것이오.”

하니 치원이 허락하고 고별(告別)한 후에 이목과 함께 돌아오니 사공이 바위 밑에 배를 닿아 놓고 울고 있다가 치원을 보고 하는 말이,

어디 갔다 이제 오십니까?”

하니 치원이,

용왕이 간곡히 청하는고로 잠시 갔다 왔네.”

하매 사공이 다시 말하기를,

어제 명공(明公)께서 제() 지내실 때 별안간 일진광풍(一陣狂風)이 일어나고 물결이 용솟음치고 대낮이 캄캄해지기로 제사를 지내도 용신(龍神)이 내려오지 않아 그런가 하고 울었거니와 어찌하여 용왕은 청해 오지 않았나이까?”

하거늘 치원이 말하되,

용왕이 내려오지 않은 것은 내가 수궁에 들어간 때일 것이로다. 의심하지 말게.”

하매 사공이,

저 사람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으매,

저 사람은 수부의 현인(賢人)일세.”

하고 알려 주니,

어찌하여 여기에 왔나이까?”

하고 묻는지라,

함께 중원에 갔다 올 것일세. 그리고 어제 광풍이 일어나고 어두워진 것은 이 사람이 여기에 오느라고 그랬네.”

대답하고 돛을 달고 떠나니 오색운기(五色雲氣)가 항상 돛대 위를 감돌았으며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고 물결이 일지 않더라. 가다가 중이도(中耳島)에 다다르니 일찍 비가 오지 않아 적지천리(赤地千里). 그 섬사람들이 문장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나와 절하며 맞이하고 애걸하기를,

이 섬이 불행하여 한재태심(旱災太甚)하므로 만물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대현(大賢)을 만났으니 명공(明公)의 덕으로 죽어가는 목숨을 건져 주시기 바라옵니다.”

하니 치원이 말하기를,

비가 오고 안 오는 것은 하늘의 뜻이거늘 내가 어찌하겠소?”

하더라. 이에 섬사람이 말하기를,

대현께서 정성을 다하여 기원하면 하늘이 반드시 감동할 것이오니 원하옵건대 명공께서 십분성도(十分誠禱)하시어 죽어 가는 백성을 살려 주시옵소서.”

하는지라. 치원이 이목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그대가 비를 빌어 나를 위하고 죽어 가는 섬사람들을 살려 줄 수 없겠소?”

하고 이목에게 강청하니 이목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 조금 후에 흑운만천(黑雲滿天)하고 건곤혼암(乾坤混暗)하더니 비가 내리는데 물을 쏟는 것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물이 넓은 들에 넘치니 섬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더라.

이목이 산에서 내려와 치원의 옆에 앉아 있는데, 다시 구름이 모이고 우레 소리가 진동하면서 폭우가 쏟아지더니 청의귀승(靑衣鬼僧)이 붉은 칼을 들고 치원에게로 내려오는데 이목이 자기의 죄를 아는지라, 재빨리 뱀으로 변하여 치원이 앉은 밑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었다. 이에 그 중이 치원에게 와서 꿇어앉아 말하기를,

내가 천제(天帝)의 명을 받아 이목을 베이러 왔나이다.”

하거늘 치원이 묻되,

무슨 죄를 지었기로 그러는고?”

하니 대답하기를,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부지인륜(不知人倫)하여 부모에게 불효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없어 곡물을 낭비하고 음식 찌꺼기를 길에 마구 버리고 특히 강자(强者)가 약자(弱子)를 업신여기는 고로 천제께서 그 악습을 미워하사 배 고프고 추운 벌을 주시는데, 이제 이목이 천명(天命)이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제 마음대로 비를 내리게 하였으므로 베라 하였나이다.”

하매 치원이 말하기를,

내가 차마 볼 수 없는 비참한 현상이라 이목에게는 없나이다. 벌을 주려거든 나를 벌주오.”

하거늘 천승(天僧)이 말하기를,

천제(天帝)께서 제게 명하실 때 치원이 천상(天上)에 있을 때에 자그마한 꾀를 지어 잠시 인간계(人間界)에 귀양 보냈거니와 네가 가면 치원이 반드시 있어 이목을 구하고자 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같이 간절히 만류하시니 베일 수가 없나이다.”

하고는 곧 하늘로 올라가니 이목이 다시 사람으로 화하여 치원에게 사례하며 말하기를,

만약 선생이 아니었다면 어찌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선생께서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인간계에 귀양왔나이까?”

하고 물으니 치원이 말하기를,

내가 월궁(月宮)에 있을 때 계화(桂花)가 아직 피지 않았는데도 피었다고 천제께 아뢰었기 때문에 귀양 왔네. 그런데 나는 아직 용의 모습을 보지 못하였느니 자네가 나를 위하여 한번 보여 주지 않겠나?”

하니 이목이 말하기를,

보여 드리기는 어렵지 않으나 선생이 놀라실까 두렵나이다.”

하매 치원이 말하기를,

내가 하늘의 신승(神僧)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거늘 하물며 너를 보고 놀라겠는가?”

하니 이목이,

그렇다면 어려울 것이 없나이다.”

하고는 즉시 산 속으로 들어가 금룡(金龍)으로 화하여 치원을 부르거늘 치원이 보고 넋을 잃고 땅에 엎어졌다가 한참 후에 일어나서 이목을 보고 말하기를,

너의 얼굴과 몸의 형상을 보매 같이 갈 수가 없으니 다시 돌아가도록 하여라.”

하니 이목이 말하기를,

제가 아버님의 명을 받들어 뫼시고 갔다 오려 하였는데 아직 중원에 가지도 못하고 어찌하여 돌아가라 하십니까?”

하니 치원이 이르기를,

이제 중원이 멀지 않고 또 위험한 일도 없으니 사양 말고 돌아가도록 하라.”

하니 이목이,

선생이 보내고자 하시니 거역하지 못하나 선생께서는 다만 용의 형상만 보시고 용의 조화를 보지 못하였으니 한번 보시지 않겠나이까?”

하니 치원이 허락하고 용왕 앞에 나아가 아들을 보내준 정을 사례하였다. 이에 이목이 작별을 고하고 큰 청룡(靑龍)으로 변하여 용약대후성(踊躍大喉聲)하니 동천지(動天地)하며 가더라.

치원(致遠)이 절강(浙江)에 이르자 주막집의 한 노파가 술을 내어 대접하고 이어서 간장 적신 솜을 주며 말하기를,

이 물건이 비록 보잘것없으나 반드시 쓸 곳이 있을 것이니 잘 간소하여 가지고 가십시오.”

하거늘 치원이 받아 가지고 능원(陵原) 땅에 이르니 길 옆에 한 노인이 팔짱을 끼고 있다가 치원에게 묻기를,

선비는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고 물으니 치원이 말하기를,

중원으로 갑니다.”

하니 그 노인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이르기를,

당신이 중원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화가 있을 것이니 부디 조심하시오. 만일 조심하지 않으면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오.”

하는지라. 치원이 절을 하고 그 까닭을 물었다. 노인이 이르기를,

당신이 닷새를 가면 큰 물에 당도할 것이오. 그 물가에 젊은 미녀가 앉아 있는데 우수봉완(右手奉椀)하고 좌수봉옥(左手奉玉)일 것이니 그대가 나아가 공손히 절하고 그 여인에게 물어보면 반드시 자상하게 가르쳐 줄 것이오.”완 봉

하거늘 닷새를 가니 과연 그 말과 같은지라. 치원이 경배(敬拜)하니 그 여인이 묻기를,

무엇하는 사람인가요.”

하니 치원이 말하기를,

신라 사람 최치원(崔致遠)이올시다.”

하니 또 묻기를,

무슨 일로 어디로 가시오?”

하니 치원이 이유를 고()하고 중원(中原)으로 간다고 하니 그 여인이 경계하여 이르기를,

중원은 대국이라 소국과는 다릅니다. 천자(天子)가 그대 온다는 말을 듣고, 문을 아홉이나 더 만들어 놓고 맞이할 것이니 그대는 그 문으로 들어가면서 조금도 방심하지 마시고 조심하시오. 큰 화가 닥쳐 올 것입니다.”

하고 인하여 차고 있던 주머니 속에서 부작(符作)을 내어주며 경계하여 이르기를,

첫째 문에서는 이 붉은 글씨를 쓴 것을 던지고, 둘째 문에서는 흰 글씨 쓴 것을 던지고, 셋째 문에서는 푸른 글씨 쓴 것을 던지고, 넷째 문에서는 누런 글씨 쓴 것을 던지면 화를 면할 수 있을 것이오.”

하는지라.

치원이 눈을 들어 살펴보니 그 여인이 홀연 간 곳이 없더라.

치원이 배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그를 보고자 몰려온 사람들이 시()를 이룬 듯한데 그의 사람됨이 용모 옥()과 같고 동정(動靜)이 우아하여 모두들 천상랑(天上郞)이라 하더라.

치원이 낙양(洛陽)에 이르니 한 학사(學士)가 묻기를,

해와 달은 하늘에 걸려 있는데 하늘은 어디에 걸려 있는고[日月懸於天而 天何懸之耶].’

하니 치원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산과 물은 땅에 실려 있는데 땅은 어디에 실려 있는고[山水載於地而 地何載耶].’

하거늘 그 학사가 능히 문답(問答)을 하지 못하더라.

황제는 치원이 온다는 말을 듣고 치원을 속이고자 첫째, 둘째, 셋째 문 안에 땅을 파고 그 안에 여러 명의 악인(樂人)을 넣어 놓고 경계하여 명하기를,

치원이 들어오거든 풍악을 요란스럽게 울려 정신을 못 차리도록 하고 또 함정 위에다 엷은 소판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잘못 밟으면 빠져 죽게 하라.”

하시고 또 넷째 문안에는 사나운 코끼리를 숨겨 놓은 후에 치원을 들어오게 하였다.

이에 치원이 의관을 정제하고 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사모(紗帽)의 뿔이 문에 걸려 들어갈 수가 없는지라. 치원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비록 소국의 문도 뿔이 닿지 않거늘 하물며 대국의 문으로써 어찌 이같이 작고 낮은가.”

하며 들어가지 않고 서 있는지라. 황제가 듣고 매우 부끄러이 여기고 즉시 문을 헐게 하고 다시 들어오라 불렀다. 이에 문으로 들어가는데 땅 속에서 요란한 악성(樂聲)이 들리는고로 붉은 부작을 던지니 조용해졌다. 이어서 둘째 문에 이르니 또 악성이 들리는지라 흰 부작을 던지고, 셋째 문에 이르러 또 풍악 소리가 나므로 푸른 부작을 던지고, 넷째 문에 이르러서 코끼리가 숨어 있는 휘장 안에 누런 부작을 던지니 그 부작이 누런 뱀으로 화하여 코끼리의 입을 감으니 코끼리가 입을 열지 못하더라. 이리하여 무사히 들어가니, 황제는 치원이 아무런 화를 입지 않고 문을 지나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이 사람이 과연 천신(天神)이로다.”

하더라. 다섯째 문에 이르니 학사들이 좌우로 줄지어 서서 다투어 서로 묻는 것이었다. 치원은 대답하지 않고 시로써 응대하니 학사들이 칭찬하지 않는 이 없었다. 순식간에 지은 시가 불가승기(不可勝記)더라.

어전(御前)에 이르니 황제가 용상에서 내려와 맞이하여 상좌(上座)에 앉히고 묻기를,

경이 함 속의 물건을 알아내어 시를 지었는가?”

하니,

네 그러하옵니다.”

하고 대답하매 또 묻기를,

경이 어떻게 해서 알았는가?”

하니 대답하여 아뢰기를,

신이 듣건대 현철(賢哲)한 사람은 비록 천상(天上)에 있는 물건도 오히려 능히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신이 미천하고 불민하오나 어찌 석함 속의 물건을 알지 못하겠나이까?”

하거늘 천제가 또 묻기를,

“3()에 들어올 때 풍악 소리를 못 들었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못 들었습니다.”

하거늘 3문 안에서 풍악을 올리던 사람을 불러 물으니 모두 말하기를,

저희들이 풍악을 연주하려고 하면 희고 붉은 옷을 입은 수천 명이 와서 쇠뭉치를 가지고 치면서 풍악을 울리지 못하게 하며, ‘큰 손님이 오시니 떠들지 말라.’ 하는고로 능히 풍악을 울리지 못하였나이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황제가 크게 놀래어 사람을 시켜 가 보게 하였더니 땅굴 속에 큰 뱀이 우굴우굴하였다. 황제는 기이히 여기고서 말하기를,

치원은 보통 사람이 아니니 경솔히 대접할 수 없도다.”

하고 학사들로 하여금 항상 치원을 따라다니면서 대접케 하니 따라다니는 무리들은 군자(君子)와 같이 대접하더라. 황제는,

치원과 더불어 이야기해 보니 그 동정(動靜)이 묵연(黙然)하여 능히 미칠 수가 없도다.”

고 하였다. 학사들이 밥상을 가져왔는데 밥 위에다 벼 네 알을 놓았고 밥 속에는 또한 독약을 넣어 놓았으며 기름으로 국을 끓여 놓았더라. 치원이 밥상을 물리고 식초를 문지방에 놓았다.

황제가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밥 위에 네 알의 벼를 놓은 것은 저의 이름을 묻기 위한 것이옵고, 제가 식초를 문에다 놓은 것은 천하 문장 최치원이라는 뜻이옵니다.”

하니 이에 황제가 듣고 매우 기이하게 여기는지라. 치원이 또 말하기를,

비록 소국에서도 간장으로 국을 끓이고 기름은 등불에 쓰거늘 이제 국그릇을 보니 기름으로 국을 끓였으니 알지 못하겠거니와 대국에서는 간장으로 등불을 씁니까?”

하매 황제가 다시 가져오게 하여 치원에게 주었으나 젓가락을 휘휘 저을 뿐 먹지 아니하고 말하기를,

우리나라에서는 소인이라도 죄 있으면 죄를 밝혀 스스로 벌을 받도록 하고 죄가 없는 사람은 몰래 죽이지 아니합니다.”

하므로 황제가 듣고

그게 무슨 말이냐?”

하거늘 치원이 대답하기를,

이제 지붕의 새소리를 들으니 밥 속에 독약이 있어 먹으면 죽는다고 합니다.”

하니 황제는 알지 못하고 웃으며 말하기를,

경은 어찌하여 허망한 말을 그처럼 하는가?”

하는지라. 이에 치원이 젓가락으로 밥을 헤쳐 보니 과연 독약이 들어 있어 밥그릇의 색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황제는 밥상을 물리치고 사과하면서,

천재로다. 사람으로는 속일 수가 없구나. 이제 밥을 바꾸어 오라 할 것이니 들라.”

하고 그 후로 황제는 치원을 더욱 후대하였다.

그해 가을 괴나무가 누렇게 물든 과거 보는 계절에 천하의 선비들이 모여 태학궁(太學宮)에서 과거를 베풀었는데 선비의 수가 무려 85천 명이나 되었다. 여러 선비들이 치원과 더불어 장원(壯元)을 다투었으나 치원이 장원에 뽑혔다. 이에 황제는 수많은 상금을 치원에게 하사하였다. 황제의 친시(親試)가 있던 날 쌍룡이 하늘에서 내려와 시를 취해 가지고 하늘로 올라갔다. 황제는 치원에게,

경이 지은 시를 하늘이 취해 가서 그 잘 지은 여부를 알지 못하겠노라.”

하므로 치원이 다시 써 보이니 황제는 칭찬하면서,

아름답도다. 치원의 시여! 천하에 어찌 이와 같은 시가 있으며 이로 인하여 하늘이 취해 갔으리라.”

하고 장원을 시키고 같이 급제한 사람과 함께 7일간 유가(遊街)하게 하니 그 영화로움이 극진하였다.

마침내 치원을 문신후(文信侯)에 봉하고 수년이 지났다. 황소(黃巢)라 하는 자가 정병 3만을 거느리고 변방 여러 고을을 침공하니, 여러 고을이 함락되고 1년 내내 토벌을 해도 능히 쳐부수지를 못하였다. 이에 황제는 치원으로 대장을 삼고 가서 치게 하였다. 치원이 황소한테 가서 싸우지도 않고 격서(檄書)를 써서 보냈다. 황소는 천하문장 최치원이 온다는 말을 듣고 감히 싸우지 아니하고 스스로 항복하였다. 치원은 적의 괴수 수십 명을 사로잡아 올렸다. 황제는 매우 기뻐하며 식읍(食邑)을 증봉(增封)하고 또 황금 3만 일()을 하사하니 황제의 은혜와 사랑은 치원에게 비할 사람이 없었다. 이로 인하여 대신들이 질투한 나머지 황제에게 아뢰기를,

치원은 소국의 사람으로 재주만 믿고 대신들의 말을 업신여기며 말하기를, ‘중국은 비록 대국이나 소국만 같지 못하다고 한다니 비록 황제의 수레가 들어와도 공손히 이를 받들지 아니함으로써 불측한 일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불가불 먼 곳으로 귀양 보내지 않으면 아니 되겠습니다.”

하니 황제도 옳게 여기고 곧 남쪽 바다의 외로운 섬으로 귀양 보냈다. 치원이 귀양온 섬에는 무인도로써 사람이 없는고로 매양 그 노파가 준 간장 적신 솜으로 이슬을 받아 씹으니 먹지 아니하고도 배가 불렀다. 한 달이 지난 후 황제는 치원의 생사를 알아보고자 사자를 보냈다. 치원은 미리 알고서 다 죽어 가는 소리로 대답하니 사자가 돌아가서 보고하기를,

대답하는 소리가 작고 가늘어 목숨이 조석(朝夕)에 달려 있는 듯하옵니다.”

하거늘 대신들이 치원을 찾아가서,

너는 소국의 비천한 몸으로 중국에 들어와서 갖은 수단을 다 써서 임금을 속여 요행 벼슬을 얻었으나, 세력을 믿고 남을 없이 여기다가 이제 그 재앙을 받아 굶어 죽게 되었구나.”

하며 조롱하더라. 이때에 안남국(安南國) 사람들이 공물(貢物)을 가지고 중국으로 들어가다가 마침 치원이 귀양살이하고 있는 섬에 이르러 문득 보니, 섬 위에 한 선비가 중들과 같이 앉아 글을 읽고 있고 선녀 수천 명이 좌우로 늘어서서 혹은 술잔을 올리고 혹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라. 배를 멈추고 한참 보다가 올라가 선비에게 시를 지어 달라고 청하니 선비는 즉시 시를 지어 주더라. 사자(使者)들이 중국으로 들어가서 황제에게 바쳤더니 황제가 묻기를,

어떠한 사람의 시인데 이렇듯 청아(淸雅)한고?”

하니 대답하여,

신들이 남해의 섬을 지나오는데 섬 위에 한 선비가 있어 중과 더불어 같이 앉아 글을 읽는데 선녀 수천 명이 좌우로 모시고 있기에 신이 시를 지어 달라고 청하였더니 그 선비가 지어 준 것입니다.”

하므로 황제는 군신을 불러서 시를 보이며,

이 시는 필시 치원의 것이 분명하오. 먹기를 끊은 지 석 달이니 어찌 살아 있을 리가 있겠는가. 아마 치원의 혼령이 지었을 것이다.”

하며 괴이쩍게 여기고 사람을 보내어 치원을 불러 오게 하였다. 치원은 백마 한 필을 봉우리에 메어 놓고 청의동자를 시켜 길들이고 있다가 큰소리로 응답하기를,

너는 어떠한 사람이관대 매양 현자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느냐. 내 무슨 죄가 있어 나를 이 절도(絶島)에 귀양 보내고 이같이 와서 못살게 구느냐?”

하매 사자가 돌아가서 그대로 보고하니 황제가 놀라,

하늘이 낳은 사람을 죽일 수 없노라.”

하고는 조서를 보내어 치원을 불렀다. 치원이 말하기를,

중국의 신하들이 직분을 다스리지 아니하고 재주를 시기하고 투기하여 황제를 속여 참소하고 황제도 그것을 믿으니 군자가 머무를 곳이 못 되는 나라이라. 가서 황제에게 고하라. 나는 마땅히 고국으로 돌아가겠노라고.”

하고 용() 자를 쓰니 화하여 청룡이 되어 옆으로 누으니 다리를 만들었는지라. 치원이 낙양에 이르니 황제가 묻기를,

경이 절도에 있는 석 달 동안 한 번도 꿈속에 보이지 않았음은 어째서인가? 온 천하에 와의 신하가 아닌 자가 없다고 하였는데 이로써 말한다면 네가 신라의 사람이요, 신라에서 났다고 할지라도 신라 또한 나의 땅이요 너의 임금 또한 나의 신하이거늘, 네가 나의 사자를 업신여김은 무슨 까닭인가?”

하는지라. 치원이 마침내 글자 한 자를 공중에다 쓰고 그 위에 뛰어올라 걸터앉아서 황제에게 말하기를,

그러면 여기도 또한 폐하의 땅이오?”

하니 황제가 크게 두려워하고 엎어지고 넘어지며 용상에서 내려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더라. 이에 치원이,

소인이 참소(讒訴)하는 말을 참말로 듣고 신으로 하여금 죽을 땅에 두게 하였으니 어질지 못한 임금은 사람의 어짊을 알지 못한다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로다.”

하고 소매 속에서 사() 자를 내어 땅에 던지니 화하여 푸른 사자가 되어 치원이 사자를 타고, 구름 사이로 들어가서 고국으로 돌아오는데 신라의 지경에 이르니 여러 사람이 시냇가에 모여 있기에 치원이 그 까닭을 물으니,

국왕이 출유(出遊)하셨습니다.”

하고 속여서 대답하였다. 치원이 가서 보니 수렵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 치원에게,

내 그대를 위하여 이 수레를 팔겠노라.”

고 하더라. 치원은 마침내 사마(駟馬)를 타고 서울 동문 밖에 이르니 마침 국왕이 출유하다가 치원이 사마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 불러오라 하였다. 보니 치원인지라, 국왕이 꾸짖기를,

그대가 국왕 앞에서 말을 타고 지나간 죄는 마땅히 죽어야 하겠으나 나라에 공이 많은 것을 생각해서 용서해 주거니와 이후로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

하더라. 치원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나승상은 이미 죽고 없었다.

그는 마침내 아내 나씨를 데리고 가야산으로 들어갔으니 가히 기이하다 하겠다.



1) 어렵게 관직에 오름.

2) 변고.

3) 아내를 잃는 변고.

4) 그림에 색을 칠해 두는 계획.

5) 실성한 듯 크게 울음.

6) 천 길.

7) 관아의 하급 벼슬아치.

8) 신선의 음악.

9) 신선.

10) 하늘에서 내려와 안고 젖을 먹임.

11) 지방 관아의 아전과 백성.

12) 나이.

13) 쇠지팡이.

14) 중국의 임금.

15)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던 신하.

16) 작년.

17) 815일 밤.

18) 고요한 밤 물고기가 뛰어오름.

19) 허드렛일을 하는 사내 종

20) 재주가 뛰어나 명망을 얻은 이

21) 너무 많아서 이루 셀 수가 없음.

22) 트집을 잡음.

23) 사람을 불로 죽임.

24) 신라.

25) 마중 나가 받아들임.

26) 거울 빛.

27) 하인.

28) 신선 세계의 이름난 꽃과 인간 세계의 아름다운 꽃.

29) 전설상의 봉황과 누런 빛깔의 학.

30) 밝은 바람이 붐.

31) 꽃향기가 온 몸에 가득함.

32) 벌과 나비가 꽃향기를 훔치는 듯.

33) 중국의 조정(진나라).

34) 귀중한 그릇.

35) 가족.

36) 즐겨 구경함.

37) 학문의 재주가 매우 뛰어남.

38) 호방하고 의협심이 있음.

39) 자기의 재능에서 가장 뛰어난 재주.

40)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일은 사람 누구나 갖는 인정

41) 채색한 그림

42) 아버지.

43) 목숨이 다할 때까지.

44) 잠시도 늦출 수 없는 다급함.

45) 일이 되어가는 형세.

46) 난의 향기가 그윽한 방으로 미인의 침실을 뜻함.

47) 파랑, 노랑, 빨강, 하양, 검정 다섯 빛깔의 상서로운 기운

48) 멀리 떨어져 잇는 나라.

49) 사위.

50) 중대한 사명이나 장한 뜻을 품고 멀리 떠나는 길.

51) 하늘이 나를 낳았으니 반드시 쓰일 데가 있음.

52) 높은 사람을 찾아 뵘.

53) 관복을 입을 때 쓰던 벼슬아치의 모자.

54) 은혜를 감사하게 여김.

55) 문장가

56) 물 속의 궁전

57) 사람이 사는 육지

58) 굴레를 벗겨 놓은 소와 말고 서로 미치지 못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음.

59) 길을 떠나기 위하여 차리고 나선 모양.

60) 공자(孔子).

61) 한문 서체.

62) 상대방 벼슬아치를 높이 부르는 말.

63) 한바탕 몰아치는 사나운 바람.

64) 용왕.

65) 넓은 땅이 가뭄에 말라들어감.

66) 가뭄이 너무 심함.

67)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

68) 정성을 다하고 기도함.

69) 검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 참.

70) 하늘과 땅이 검게 변함.

71) 푸른 옷을 입은 승려.

72) 인륜을 알지 못함.

73) 달 속에 있다는 전설상의 궁전.

74) 계수나무 꽃

75) 크게 소리치며 좋아 뛰어감.

76) 하늘과 땅이 흔들림.

77) 오른손에 그릇을 듦.

78) 왼손에 옥을 듦.

79) 부적.

80) 시장.

81) 움직임.

82) 하늘의 사람.

83) 음악 소리.

84) 이길 수가 없음.

85) 어질고 사리에 밝음.

86) 잠잠히 말이 없음.

87) 임금이 몸소 과거 시험장에 나와 시험 성적을 살피고 급제자를 정하던 일.

88) 과거 급제자가 광대를 데리고 풍악을 울리면서 시가행진을 벌이고 시험관, 선배 급제자, 친척 등을 찾아보던 일.

89) 격문.

90) 중국에서 왕족, 공신, 대신들에게 공로에 대한 특별 보상으로 주는 영지.

91) 봉급을 올림.

92) 맑고 아름다움.

93) 남을 헐뜯어서 죄가 있는 것처럼 꾸며 윗사람에게 고하여 바침.

94) 다른 곳으로 나가서 놂.

95)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

 

728x90

'고전 풀어 읽기 > 국문소설,판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웅전  (0) 2015.06.24
구운몽(주해)  (0) 2015.04.03
'홍계월전' 전문  (0) 2015.03.12
'적벽가' 전문  (0)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