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부전(慵夫傳)
성간(成侃, 1427~1456)
신영산 옮김
慵夫, 不知何許人也. 凡諸謀爲, 一於慵. 故世呼爲慵夫.
官至散官直長, 家有書五千卷, 而慵不披.
용부 부지하허인야 범제모위 일어용 고세호위용부
관지산관직장 가유서오천권 이용불피
용부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무릇 꾀하는 일이라고는 모두 게으른 것뿐이므로, 세상 사람들이 그를 용부 곧 게으름뱅이라고 불렀다.
벼슬은 산관으로 직장에 이르렀고. 집에는 책이 오천 권이나 있었지만, 게을러서 책을 펴보지 않았다.
頭瘍體疥, 而慵不醫. 在室慵坐, 在途慵行, 茫茫然若木偶人也.
闔室患之, 謁巫而禱之, 卒不能禁也.
두양체개 이용불의 재실용좌 재도용행 망망연약목우인야
합실환지 알무이도지 졸불능금야
머리에 부스럼이 나거나 몸에 가려움증이 있었지만, 게을렀기에 치료하지 않았다. 방에서는 게을리 앉아 있었고, 길에서도 게을리 걸어 다녔으니, 흐리멍덩함이 꼭 나무 인형 같았다.
집안에서는 이를 염려하여, 무당을 불러 빌기까지 하였지만, 끝내 게으름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었다.
勤須子, 學旣成. 慨然有濟人之志.
以其學來攻, 慵夫方以慵之病, 踑踞散髮, 瞠目而坐.
근수자 학기성 개연유제인지지
이기학래공 용부방이용지병 기거산발 당목이좌
근수자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학문이 이미 이루어지자, 서슴지 않고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가 배운 것으로 고치려 하니, 용부는 게으름의 병으로 다리를 쭉 뻗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勤須子曰 : “自古人也, 莫不以勤而生, 以慵而敗. 是故聖人, 皆以勤自守.
文王日昃不暇 禹惜寸陰 勤也
不寧猶是. 風雨也, 霜雪也, 周乎四時, 載育萬物者, 天之勤也.
天可學也, 不可違也, 違天不祥.”
근수자왈 자고인야 막불이근이생 이용이패 시고성인 개이근자수
문왕일측불가 우석촌음 근야
불녕유시 풍우야 상설야 주호사시 재육만물자 천지근야
천가학야 불가위야 위천불상
근수자가 이르기를,
“예로부터 사람은 부지런하면 살지 않음이 없고, 게을러서는 실패하지 않음이 없다네. 그러므로 성인들은 모두 부지런함으로 자신을 지켰지. 문왕은 해가 기울 때까지 쉴 겨를이 없었고, 우왕은 짧은 시간도 아끼며 부지런하였다네.
이뿐만 아니라네. 바람과 비, 서리와 눈이 네 계절에 두루 미쳐 세상 만물을 받들고 키우는 것은 하늘이 부지런하기 때문이지. 이런 하늘을 배워야 할지언정 어겨서는 안 되며, 하늘을 거스르면 상서롭지 못하다네.”
慵夫莞爾而笑曰 : “我則敎子, 子何敎於我.
人生百年, 心形俱勞, 晝則營營作役, 朝夕乎奔走, 無不爲也.
夜而假寐, 啽囈而達旦, 復何用哉. 至人, 不如是也.”
操戈而逐之.
용부완이이소왈 아칙교자 자하교어아
인생백년 심형구로 주칙영영작역 조석호분주 무불위야
야이가매 암예이달단 부하용재 지인 불여시야
조과이축지
하니, 용부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그대를 가르쳐야지, 그대가 어찌 나를 가르치려 하는가.
사람이 겨우 백 년 동안 사는데, 마음과 몸이 모두 힘을 쓰기에, 낮에는 헉헉대며 일만 하여 아침저녁으로 분주하게 뛰어다니면서 하지 않는 일이 없다네.
그러다가 밤이 되면 겨우 얕은 잠이 들어 잠꼬대하다가 아침을 맞으니, 다시 무엇을 하겠는가. 덕이 있는 사람은 이처럼 하지 않는다네.”
하며, 창을 휘둘러 그를 쫓아버렸다.
勤須子, 良久而思之曰 : “余知術矣.”
於是, 盛酒于器, 隨之以鄭聲.
伺間而進曰 : “今日風氣喧和, 鳥鳴于山, 思與子罄歡, 可乎.”
慵矣欣然而笑, 投袂而起, 履及於門, 杖及於道.
근수자 양구이사지왈 여지술의
어시 성주우기 수지이정성
사간이진왈 금일풍기훤화 조명우산 사여자경환 가호
용의흔연이소 투몌이기 이급어문 장급어도
근수자가 한참동안 생각하더니 말하기를,
“내 방법을 알았도다.”
하고는, 곧 그릇에 술을 담고 음란한 정나라의 노랫소리를 뒤따르게 하였다.
그러다가 기회를 보아 나아가 말하기를,
“오늘 바람이 온화하고 산에서 새가 지저귀니, 그대와 더불어 기쁨을 다하려 하려는데 어떠한가.”
하니, 용부가 기뻐하며 웃고는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는데, 신발은 문에 이르렀고 지팡이는 길에 닿았다.
數十年之慵, 一時頓盡.
相與擧酒大噱後, 遂以勤終焉.
수십년지용 일시돈진
상여거주대갹후 수이근종언
그러자 용부의 수십 년의 게으름이 한순간에 갑자기 없어져 버렸다. 함께 술을 들고 크게 웃었는데, 드디어 근수자의 부지런함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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