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掃米行(여소미행) ; 쌀을 쓸며 살아가는 늙은 여인
權攇(권헌, 1713~1770)
신영산 옮김
西江老醞束兩䯻 서강노온속양고 서강의 늙은 여인, 양 갈래로 머리 땋아 쪽을 찌고
一生仰身倉中食 일생앙신창중식 한 평생 창고* 안의 곡식을 우러르며 살아간다네.
業工掃米捷供給 업공소미첩공급 쌀 쓸기가 생업이니, 재빠르게 쌀을 모아 주워 담아
不憂豐凶攻筋力 불우풍흉공근력 풍년이나 흉년이나 걱정 없이 제힘으로 일을 하네.
長夏倉庭萬斛入 장하창정만곡입 긴 여름의 창고에는 만섬의 곡식이 들어오니
稻米流地收不得 도미류지수부득 땅에 흐른 낟알을 모두 주워 담지 못할 지경이라.
短裳結束擁篲立 단상결속옹수립 짧은 치마 매어 묶고 빗자루 하나 챙겨 들고 서서
擧身投隙勤收拾 거신투극근수습 부지런히 몸을 놀려 구석구석 낟알을 모으더라.
薄暮戴橐集市門 박모대탁집시문 날 저물면 낟알 담은 자루 챙겨 저자 어귀에 이고 나가
當風揚塵成玉粒 당풍양진성옥립 바람 맞아 티 날리니 옥 같은 쌀알이 남는구나.
年過四十無夫兒 연과사십무부아 나이가 사십이 지났는데 남편 자식 없었으니
在倉時多少家宿 재창시다소가숙 창고에 있는 날을 많지마는 집에 묵기는 적었도다.
烏鬟垢膩米粉並 오환구니미분병 검게 쪽진 머리에는 먼지에다 쌀겨까지 섞여 있고
掠鬢薄粧荊釵禿 약빈박장형채독 헝클어진 귀밑머리 걷어 올려 가시 비녀 꽂았구나.
終朝勞極夜深臥 종조로극야심와 아침 내내 고달프게 일을 하고 밤 깊어야 잠이 들어
睡美不復憂饑腹 수미불복우기복 단잠에 빠져들면 주린 배를 걱정할 일 다시 없네.
自歎力董日耗乏 자탄력동일모핍 스스로 탄식하기를, “근력이 나날이 떨어지니
轉恐資粮苦艱急 전공자량고간급 양식을 마련하기 위급하여 어려울까 겁이 나네.
日煖花困臥石根 일난화곤와석근 날씨는 따뜻하고 꽃 저물 때 돌부리에 누웠더니
漕舶春謳成哀泣 조박춘구성애읍 조운선*의 봄노래가 들려오니 눈물을 흐르누나.
寄語江上負米卒 기어강상부미졸 강가에서 쌀을 지는 이들이여, 내 말을 들어보오.
汝須自力難久給 여수자력난구급 그대들도 제 힘으로 오래도록 살기는 어려울 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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