餓婦行(아부행) - 굶주린 아낙네의 이야기
成侃(성간, 1427~1456)
신영산 옮김
山門日欲暮 산문일욕모 산 마을에 뉘엿뉘엿 날 저물어 가려하니
北風高崖裂 북풍고애열 겨울 바람은 벼랑을 찢으며 불어오네.
居人憚涸寒 거인탄학한 마을 사람 얼어붙는 추위를 꺼려 하여
閉關縮如鱉 폐관축여별 문을 닫고 자라처럼 움츠려 들어가는데,
俄有扣門聲 아유구문성 갑자기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나니
餓婦面深黑 아부면심흑 새카맣게 더럽혀진 굶주린 아낙네라.
乳下挾兩兒 유하협양아 젖먹이 두 아이를 옆에 끼고
歲暮蒙絺綌 세모몽치격 동짓달에 베옷 겨우 걸쳤더라.
手中無所携 수중무소휴 손에는 무엇도 가진 것이 없었으니
不食已三日 불식이삼일 먹지를 못한 지가 이미 사흘이 넘었다네.
小僮出門邊 소동출문변 머슴애가 문밖으로 나가서
黃薤和脫粟 황해화탈속 시어버린 부추김치에 밥 한 덩이 섞어 주니
兒飢兩手持 아기양수지 굶주린 아이들이 두 손에 매달려서
母餐不可得 모찬불가득 어미는 주는 음식 받을 수 없었구나.
推兒置坐傍 추아치좌방 이윽고 아이들을 자리 옆에 밀어두고
取食納諸橐 취식납제탁 음식을 쓸어 담아 자루에 넣었다네.
路邊棄兩兒 노변기양아 그러다가 길가에다 두 아이를 버려두고
甘心與永訣 감심여영결 괴로워하며 영원히 떠나가는구나,
兩兒巡路啼 양아순노제 두 아이는 길을 따라 따라가며 울어대니
啼聲聽幽咽 제성청유열 우는 소리 목이 메어 들리누나.
耽耽北山虎 탐탐북산호 탐탐하게 노리던 북쪽 산의 호랑이가
電光挾兩目 전광협양목 번쩍이는 두 눈에다 불을 켜고
豎毛下山來 수모하산래 털 세우고 산에서 내려오더니
呑噬恣朝食 탄서자조식 물어 삼켜 아이들을 아침으로 잡아먹네.
居人望見之 거인망견지 사람들은 멀찍이서 이 모습을 바라보며
歎惋亦何及 탄완역하급 탄식만 할 뿐이지 어찌할 수 없었도다.
嗟乎母子間 차호모자간 아! 어미와 자식 사이
眞性爲甚切 진성위심절 진실한 성정이야 지극히도 간절하지만
云何飢寒餘 운하기한여 얼마나 굶주리고 추운 나머지
至使人理滅 지사인리멸 사람의 도리마저 없어지는 데 이르렀나.
所以究王仁 소이구왕인 임금께서 어질게 다스리는 방법은
倉廩須使實 창름수사실 창고에다 곡식을 가득 채우는 것이리니
苛政猛於虎 가정맹어호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此訓千古揭 차훈천고게 이 가르침 먼 옛적부터 걸려 있었다네.
當今朝庭煕 당금조정희 오늘날 조정이 밝게 되기 위해서는
求理固密勿 구뢰고밀물 다스림에 진실로 힘써야 하기에
聊陳餓婦行 요진아부행 오롯이 굶주린 아낙네를 이야기해
寄與廟堂說 기여묘당설 조정에 붙여서 알리려 하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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