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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성의 '잡설2(雜說二)' 원문과 풀이 - 괴물이야기

New-Mountain(새뫼) 2021. 2.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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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2(雜說二)

- 괴물 이야기 -

 

최충성(崔忠成, 1458~1491)

주해 신영산

 

 

太山之下 長谷之間 有怪物焉.

蠕蠕然 蠢蠢然 無羽翼而能飛也, 無爪蹄而能走也.

容乎尺澤 潛乎斗水, 爲鶣鵲鼴鼠之所笑者. 不知其幾多年也.

是物也常鬱鬱 不平而戚戚然 自歎曰.

“天之賦物 不爲不多, 而何獨偏疾於我, 而使其窮困至於此極耶.”

태산지하 장곡지간 유괴물언

연연연 준준연 무우익이능비야 무조제이능주야

용호척택 잠호두수 위편작언서지소소자 부지기기다년야

시물야상울울 불평이척척연 자탄왈

천지부물 불위부다 이하독편질어아 이사기궁곤지어차극야

 

큰 산 아래 깊은 골짜기 사이에 괴물이 하나 있었다. 꿈틀꿈틀 굼실굼실 움직였고, 날개가 없는데도 날 수 있었고, 발굽이 없는데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좁은 연못이나 얕은 물 속에 숨어 지냈는데, 늘 까치나 다람쥐 같은 짐승들에게 놀림을 당하였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는지 알지 못하였다.

이렇게 괴물은 항상 울적하고 불평하며 쓸쓸해 하며 홀로 한탄하며 말했다.

“하늘이 만들어 낸 물건이 많지만, 어찌 나만 이렇게 편벽되게 하여 곤궁함을 면하지 못하게 하는가?”

 

旣而恢恢然又解之曰.

“夫天之生物也, 豈使容尺澤而死而止哉.

春而生 秋而枯者, 陌上之小草也, 千歲而長 千歲而老者, 參天之樹也.

夫物之大者 必久而後成也明矣.

然則鳳凰之沖天, 麒麟之凌山, 蛟龍之吐雨者, 是亦天生之物.

기이회회연우해지왈

부천지생물야 개사용척택이사이지재

춘이생 추이고자 맥상지소초야 천세이장 천세이로자 참천지수야

부물지대자 필구이후성야명의

연칙봉황지충천 기린지능산 교룡지토우자 시역천생지물

 

그러다가 곧 마음을 다시 하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무릇 하늘이 물건을 만들어내며 어찌 얕은 못에서 말라 죽어 그치게 하였으리오. 봄에는 싹을 틔우고, 가을에는 마르는 것은 땅 위의 풀들이요, 천 년 동안 자라나고 천 년 동안 늙어가는 것은 참천(參天)이라는 나무이리라.

무릇 큰 물건은 반드시 오랜 뒤에야 이루어지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하니 봉황이 하늘을 휘저으며, 기린이 산을 능멸하고, 교룡이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또한 하늘이 낸 물건이기 때문이라.

 

我亦天生之物也, 均是天生之物, 而彼能是, 我乃不能是. 豈天之賦物有厚薄哉。

我亦必久而後成也明明矣.

於是潛形於尺澤之中, 以待其成材之日。而不自知其水之將涸也.

旣而見之, 尺澤已渴則是物也戚戚然無所歸.

而自歎一死不足惜耳, 獨恨其生無一能而空死也.”

아역천생지물야 균시천생지물 이피능시 아내불능시 개천지부물유후박재

아역필구이후성야명명의

어시잠형어척택지중 이대기성재지일 이부자지기수지장학야

기이견지 척택이갈칙시물야척척연무소귀

이자탄일사부족석이 독한기생무일능이공사야

 

나 역시 하늘이 만들어낸 물건이어서 모두 하늘이 만든 것인데, 저들은 재주가 뛰어난데, 나는 재주가 없도다. 어찌 하늘이 낸 물건에 후하고 박함이 있었겠는가.

나 역시 반드시 오랜 뒤에야 이루어질 것이 너무도 명백할 것이라. 이에 얕은 못 가운데 숨어 있는 형체로, 큰 재목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그 물이 장차 마를 줄도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를 보건대 얕은 못이 기어이 마른다면 이 몸은 슬프게도 돌아갈 곳이 없으리라.

하지만 스스로 탄식하여 한번 죽는다고 하여 족히 애석해 할 수도 없을 뿐이고, 오직 태어나서 한 번이라도 어찌할 수 없어 죽는 것이 공허한 일일 것이리라.”

 

悲其鳴 哀其聲, 以求仁者之救.

蓋亦有日矣, 鳳凰飫聞其聲而不之濟焉, 麒麟厭見其勢而不之恤焉.

若是者何哉. 非其類也而素不知尺澤之苦也.

及其悲哀之鳴, 上聞于天淵之龍. 天淵之龍, 聞其聲而見其事, 憫其是物之窮困.

而欲將仁之, 於是油然住雲, 沛然下雨, 而尺澤水溢, 通于九淵.

비기명 애기성 이구인자지구

개역유일의 봉황어문기성이불지제언 기린염견기세이부지휼

약시자하재 비기류야이소부지척택지고야

급기비애지명 상문우천연지룡 천연지룡 문기성이견기사 민기시물지궁곤

이욕장인지 어시유연주운 패연하우 이척택수일 통우구연

 

그리하며 슬피 울고 그 소리를 슬프게 하여, 어진 이들에게 도움을 구하였다. 여러 날이 지났지만, 봉황은 그 소리를 듣기에 너무 질려 구제하지 않았고, 기린도 그 같은 형세가 보기 싫어 구휼하지 않았다.

이는 어찌 된 것인가. 이같이 된 것은 어쩐 일인가. 같은 동류가 아닌지라 본래 얕은 못에서 견디는 고통을 알지 못한 것이다.

마침내 슬프고 애잔한 울음소리가 높이 하늘에 있는 못의 용(龍)의 귀에까지 들렸다. 하늘 못의 용은 그 소리를 듣고 그 사태를 보고, 이 괴물의 곤궁함을 가엾이 여겼다. 그리하여 장차 어진 마음으로 비구름을 머물게 하고, 줄기차게 비를 내려 얕은 못의 물이 불어나게 하여 큰 연못으로 통하게 하였다.

 

是物也隨波輾浪 洋洋焉入于九淵 終成其材.

則是亦天淵之龍也, 升而飛天 興而吐雨.

則四海之大 億兆之民 萬物之類 莫不賴是澤而生生也.

向所謂 鶣鵲, 鼴鼠, 麒麟, 鳳凰者, 莫不賴是物之澤, 而然亦不自知其是物之澤也.

시물야수파전랑 양양언입우구연 종성기재

칙시역천연지룡야 승이비천 흥이토우

칙사해지대 억조지민 만물지류 막부뢰시택이생생야

향소위 편작 언서 기린 봉황자 막불뢰시물지택 이연역부자지기시물지택야.

 

이 괴물은 물결에 휩쓸려 한없이 넓은 깊은 연못에 들어가 마침내 스스로 성취하게 되었다. 역시 하늘 연못의 용이 되어 하늘을 날면서 비를 내렸다. 온 세상과 모든 백성과 모든 만물이 이 은혜를 입지 않은 것이 없어 살아나고 다시 살아났다.

바로 앞에서 말했던 가치, 다람쥐, 기린, 봉황들도 이 괴물의 은혜에 힘입지 않은 자가 없었지만, 이 괴물의 은혜를 입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傍有博雅君子, 見而爲之說曰.

“登山採玉, 然後知其蹈虎尾之難, 入海採珠, 然後畏其探龍穴之危也.

方是物之困於尺澤也, 麟鳳豈不仁於天淵之龍哉, 所以不仁於是物者.

由不知尺澤之苦, 而又無可救之道也. 彼天淵之龍, 亦豈仁於麟鳳哉.

방유박아군자 견이위지설왈

등산채옥 연후지기도호미지난 입해채주 연후외기탐룡혈지위야

방시물지곤어척택야 린봉개불인어천연지룡재 소이불인어시물자

유부지척택지고 이우무가구지도야 피천연지룡 역개인어린봉재

 

곁에 있던 학문이 넓고 고상한 군자가 이를 보고 말하였다.

“산에 올라 옥돌을 캐어 본 뒤에야 범을 만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바다에 들어가 진주를 따본 뒤에야 풍랑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바야흐로 이 괴물이 얕은 못에서 어려움을 당하는데도 기린과 봉황이 구제하지 않은 것이, 어찌 하늘 못의 용보다 어질지 못해서이겠는가.

아마도 괴물이 얕은 못에서 사는 고통을 알지 못해서이고, 또 구제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저 하늘 못의 용 역시 어떻게 기린이나 봉황에 대하여 알았으리오.

 

其所以濟之者必天淵之龍, 亦自尺澤而成其材, 熟知其苦者與.

熟知其苦, 有可救之道, 而終莫之救也, 則其無天責乎.

異矣哉. 是物之求救於麟鳳也, 誰意其能成吐雨之材乎.

天將使是物而終任莫大之責, 故其初之窮困也, 亦有莫大之苦矣.

기소이제지자필천연지룡 역자척택이성기재 숙지기고자여

숙지기고 유가구지도 이종막지구야 칙기무천책호

이의재 시물지구구어린봉야 수의기능성토우지재호

천장사시물이종임막대지책 고기초지궁곤야 역유막대지고의

 

그곳에서 구제한 까닭은 반드시 하늘 못의 용이, 역시 스스로 얕은 못에서 크게 성취하였기에 그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고통을 알고서도 구제할 수 있는 방도가 있으면서도, 마침내 구제하지 아니했다면 하늘의 책망이 없었겠는가.

그런데 이상하다. 이 괴물이 기린과 봉황에게 구제를 요청한 것은, 그것들도 비를 내리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인가.

하늘이 장차 이 괴물로 하여금 마침내 큰 책임을 맡기고자 하였으므로, 처음에 곤궁하게 한 것이요, 또 그 곤궁함이 컸던 것이다.

 

是物之有莫甚之苦, 懷莫大之志, 而終成其志.

知有志者事竟成之語不我欺也.

嗚呼, 物皆然也, 人爲甚焉.

凡士之志於大道, 忘其衣食, 而竟爲飢寒之害, 遂成沈痼之疾者, 不知其幾多人也.

시물지유막심지고 회막대지지 이종성기지

지유지자사경성지어불아기야.

오호 물개연야 인위심언

범사지지어대도 망기의식 이경위기한지해 수성심고지질자 부지기기다인야

 

이 괴물의 고통이 심했던 것은 더없는 큰 뜻을 품게 하고 끝내 그 뜻을 이루게 하려 한 것이다. 이것으로써 뜻이 있는 자가 마침내 성공한다는 말이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님을 알겠다.

아아, 모든 사물이 그러한데, 사람이 더욱 심하다. 무릇 선비가 큰 도(道)에 뜻을 품고, 입고 먹는 것을 잊어버리면 마침내 굶주림이나 추위의 해를 입어 고질병을 얻게 되는데, 이러한 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

 

如有志於天淵之龍, 而有可救之道者, 其亦聞而見之乎.

其將投手轉足而欲仁之乎.

夫物之變化, 莫測其端, 豈可以庸微而不以仁之哉.”

여유지어천연지룡 이유가구지도자 기역문이견지호

기장투수전족이욕인지호

부물지변화 막측기단 개가이용미이불이인지재

 

하늘 연못의 용이 되려 하는 뜻을 가진 자가 있고,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도가 있다면, 그 역시 듣고 보기만 할 것인가. 나아가 손을 내밀고 앞으로 다가가서 어짊을 베풀어야 하지 않는가.

무릇 사물의 변화는 그 단서를 헤아릴 수 없는데, 어찌 평범하고 미미하다고 하여 어짊을 베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산당집(山堂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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