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최충성의 '잡설1(雜說一)' 원문과 풀이 - 목수이야기

New-Mountain(새뫼) 2021. 2. 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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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1(雜說一)

- 목수 이야기 -

 

최충성(崔忠成, 1458~1491)

주해 신영산

 

 

天之品物也, 固大小早晩之不同類焉.

蓋小草芊芊而春榮秋枯, 大椿落落而八千歲而長, 八千歲而老.

若是者何哉. 物必久而後成者, 可以爲大矣.

천지품물야 고대소조만지부동류언

개소초천천이춘영추고 대춘낙락이팔천세이장 팔천세이로

약시자하재 물필구이후성자 가이위대의

 

하늘이 이 세상에 생물을 만들어 낼 때는, 과연 크고 작고, 빠르고 느린 것 등 같지 않게 만들어 내었다. 대개 작은 풀포기는 봄에 무성하다가도 가을에 시들지만, ‘대춘(大椿)’이라고 하는 큰 나무는 팔천 년 동안을 자라다가, 다시 팔천 년을 늙는다고 한다. 이는 왜 그런가. 생물은 반드시 오랜 세월이 지난 뒤라야 가히 크게 성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昔者匠石方營大廈, 求棟梁之材而未之得者. 蓋亦有年矣.

太山之下 長谷之間, 有松柏生於荊棘之中, 困於蓬蒿. 厄於牛羊, 而未之長焉.

匠石於是見而歎之曰.

“異哉. 是爲棟梁之材, 而惜其未之長焉. 雖欲用之, 何嗟及矣.”

석자장석방영대하 구동량지재이미지득자 개역유년의

태산지하 장곡지간 유송백생어형극지중 곤어봉호 액어우양 이미지장언

장석어시견이탄지왈

이재 시위동량지재 이석기미지장언 수욕용지 하차급의

 

옛날에 장석(匠石)이 큰 집을 지으려고, 대들보와 기둥감을 구하러 다녔으나, 얻지 못하였다. 여러 해가 지나, 큰 산속의 깊은 골짜기에서 소나무가 가시나무 덩굴과 잡초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을 보았다. 소나 양에게 말들에게 시달려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장석은 이를 보고 한탄하며 말하였다.

“아아, 이 나무는 대들보와 기둥감이 될 만하지만, 아직 자라지 않아 애석하구나. 장차 쓰고자 탄식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傍有樵夫曰.

“若然則胡不芟丱而斬荊棘. 滋雨露而養其根, 冀枝葉之峻茂. 而以爲用也.”

匠石曰噫.

何所獨無大材. 而必於此養之待其用哉.”

拂袖而去。

방유초부왈

약연칙호불삼관이참형극 자우로이양기근 기지엽지준무 이이위용야

장석왈희

하소독무대재 이필어차양지대기용재

불수이거

 

마침 곁에 있던 나무꾼이 말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풀을 뽑고 가시를 자르시오. 비와 이슬의 자양을 뿌리가 받아, 나뭇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자랄 것이외다. 그리하면 쓸 수 있게 될 것이외다.”

장석이 탄식하며 대답하였다.

“어느 곳에서인들 큰 재목을 얻지 못하겠는가. 그런데 이 나무를 길러 기다리다가 쓰리오.”

하며 소매를 떨치고 가 버렸다.

 

旁求四方, 登山陟岡, 無所不探, 而卒未得者. 蓋亦百有餘年矣.

返而見是松, 則亭亭直幹. 上出乎靑雲之間, 落落高枝, 曾經乎鳳凰之宿矣.

匠石於是欣欣然有喜色, 而自以爲得棟梁之材。

방구사방 등산척강 무소불탐 이졸미득자 개역백유여년의

반이견시송 칙정정직간 상출호청운지간 낙락고지 증경호봉황지숙의

장석어시흔흔연유희색 이자이위득동량지재

 

그 뒤로 재목을 구하러 온 세상으로 산을 오르고 언덕에 올랐으며, 깊은 곳도 찾지 않은 곳이 없었으나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한 백여 년이 지나갔다.

그가 다시 돌아와 그 소나무를 보았을 때, 우뚝 솟아 곧은 나무가 되어 있었다. 푸른 하늘과 구름 사이로 치솟아 올라 높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어, 이미 봉황이라도 깃들일 만하였다.

장석은 이를 보고 희색이 가득하여, 비로소 자기가 찾던 대들보감을 찾게 된 것을 기뻐하였다.

 

樵夫見而笑之曰.

“大木爲杗 小木爲桷, 大者小者, 各得其宜, 施而成室者, 匠氏之功也.

取長而棄短者, 匠氏之拙也.

求材而不養其材者, 不亦三年之艾而不畜者乎.”

초부견이소지왈

대목위망 소목위각 대자소자 각득기의 시이성실자 장씨지공야

취장이기단자 장씨지졸야

구재이불양기재자 불역삼년지애이불축자호

 

나무꾼이 이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대들보는 큰 나무로, 서까래는 작은 나무로, 큰 것은 큰 것대로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각기 재목을 얻어 알맞게 쓰는 것이 성공한 목수라오. 큰 나무만을 골라 쓰고 짧은 나무를 버리는 것은 졸렬한 목수이지요. 재목을 구하면서 그 재목을 기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미리 갖추어두지 않고 삼 년 묵은 쑥을 구하려는 것과 없소이다.”

 

嗚呼, 豈獨匠氏而然哉. 凡爲國家者, 莫不如是矣.

士之於國, 猶木之於宮室也. 大材者, 爲國之棟梁 爲國之柱石.

而若夫薄櫨侏儒則, 豈盡得大材而爲之哉.

窮鄕僻土之中 有厄於窮困, 而未之成材者, 安知夫松柏之操者乎.

오호 개독장씨이연재 범위국가자 막불여시의

사지어국 유목지어궁실야 대재자 위국지동량 위국지주석

약부박로주유칙 개진득대재이위지재

궁향벽토지중 유액어궁곤 이미지성재자 안지부송백지조자호

 

아아, 어찌 목수에게만 그러하겠는가?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도 이와 같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선비는 나라에 있어서, 마치 궁궐을 짓는 데 필요한 나무와 같은 자이다. 큰 인재는 나라의 기둥과 대들보요 주춧돌이다.

하지만 기둥 받침이나 짧은 기둥과 같은 것을 만드는데, 어찌 모두 큰 재목만 가져다가 쓴단 말인가? 궁벽한 땅 가운데에서 곤궁하게 자라나 아직 큰 재목이 되지 않았다 하여, 어찌 저 소나무와 같은 지조를 모른다고 할 것인가?

 

幾多匠石 過之而莫之養歟, 欲得其材 而反謂天下無材者.

噫, 其眞無材耶. 其亦有材而莫之養耶.

기다장석 과지이막지양여, 욕득기재 이반위천하무재자

희 기진무재야 기역유재이막지양야

 

수많은 장석들은 그저 지나치면서도 기르려고 하지 않고 재목을 얻으려고 욕심을 내면서도, 도리어 이 세상에 재목이 없다고만 하는가?

아아, 참으로 재목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재목은 있는데 기르지 않는 것일까?

 

- 『산당집(山堂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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