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보고읽은 뒤에

법정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 다시읽는

New-Mountain(새뫼) 2018. 10. 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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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책장에서 꺼내어


요즘 나는 고립이라는 말을 이모저모로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건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면 공간적으로는 그대로 고립 상태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여유 있는 자신의 의식세계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설사 외떨어진 섬에서 산다 하더라도 고립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독과 고립은 비슷한 말 같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전혀 다는 정신상태다. 고독은 좋은 것이지만, 고립은 좋은 것이 못된다.

고독은 때대로 사람의 영혼을 맑힌다. 고독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무디어 있거나 자신의 삶에 무감각하다. 고립은 말 그대로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처진 상태를 가리킨다.

- 눈고장에서


내 얼굴을 마주 대하면서 법정 스님을 많이 닮았다는 말을 낯선 사람들로부터 들을 때가 더러 있다. '정말 그럴까'하고 생각하게 하는 말들이다. 이름이란 무엇인가. 이름이 있기 전에 실체가 존재한 것인데, 어째서 우리들은 그 이름에만 매달리려고 하는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무엇이 나인가. 묻고 또 믈어도 나의 실체를 찾아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없는 것인가. 그 실체가 없다면 이름도 붙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이름과 껍데기만을 보고 실체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이름은 언젠가 실체로부터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다. 이름은 한때의 명칭일 뿐 실체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본인을 두고 아무개를 많이 닮았다는 말은 보다 진실한 표현일 지도 모르겠다. 그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요. 그 스님이 나를 많이 닮았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겨우살이 이야기


"자녀가 있는 사람은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땅을 가진 이는 땅으로 인해서 즐거워한다.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나 집착할 데가 없는 사람은 기뻐한 건덕지도 없으리라."

"자녀가 있는 사람은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땅을 가진 이는 땅으로 인해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 근심이 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꽃처럼 피어나게


비슷비슷한 되풀이 속에서 수많은 날들을 살아가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삶에 반복은 없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그때그때 단 한번뿐인 새로운 삶이다. 이 한번뿐인 새로운 삶을 아무렇게나 내동댕이 칠 수가 없는 것이다.

삶에는 이유도 해석도 붙일 수 없다. 삶은 그저 살아야 할 것. 경험해야 할 것. 그리고 누려야 할 것들로 채워진다. 부질없는 생각으로 소중하고 신비로운 삶을 낭비하지 말 일이다. 머리로 따지는 생각을 버리고 전 존재로 뛰어들어 살아갈 일이다. 묵은 것과 굳어진 것에서 거듭거듭 떨치고 일어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새롭고 형성해 갈 수 있다.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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