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가정통신문(2018년 3월)

New-Mountain(새뫼) 2018. 3. 27. 20:56
728x90

인천공항고등학교

3학년 6반 학부모님들께

 

정말 긴 겨울을 보내고 맞이한 봄이지만, 여전히 춥습니다. 새 학기여도 학교의 곳곳은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공사의 흔적에 묻혀 있고, 걸음마다 풀풀 먼지가 일어 잔뜩 몸을 감추게 합니다. 따뜻함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아직도 봄은 먼 듯합니다. 그래도 움츠린 몸을 한번 펴보고 완연한 봄을 기다리려 합니다.

교실에서 본 아이들의 얼굴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서신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아드님들의 학급인 공항고등학교 3학년 6반 담임을 맡은 국어 교사 신영산입니다. 올해로 공항고등학교 근무가 5년째입니다. 첫해는 3학년 4반을 맡았고, 둘째 해는 3학년 5반을, 셋째 해는 2학년 2반을, 그리고 작년은 3학년 2반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3학년 6반입니다. 어찌하다 보니 공항고등학교 근무 5년 동안 3학년 담임만 네 번이 되었습니다.

국어 과목 중의 하나인 화법과작문을 가르치며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게 됩니다.

 

더 제 소개를 올리면, 양띠입니다. 아마도 부모님들과 연배가 어느 정도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 이후 계양구에서만 20여년 죽 생활해오다가, 나름 삶의 변화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영종도로 이사하였는데 그게 5년 전입니다. 영종도에서의 5년이란 꽤나 긴 시간이어서 세평숲이나 영마루 공원이나 롯데마트에서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을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리 어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영종도가 여전히 낯설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끔 있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거리보다는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드는 느낌일 터입니다. 3학년 담임만 오래 한 탓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른 나이에 교직에 들어섰기에 분필을 잡은 지 올해 삼십년 째입니다. 이곳 공항고등학교는 일곱 번째 학교입니다. 주로 계양구와 부평구에서 근무했습니다. 중학교와 공업고등학교를 거쳐 계산고등학교, 서운고등학교에서 근무하였고, 직전에는 부평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직전 학교까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이 9, 3학년 부장이 1년을 하였고, 공항고등학교에서도 첫 해, 둘째 해, 넷째 해에 3학년을 맡았기에 13년을 3학년 학생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올해가 14년째 3학년입니다.


이렇게 지난 시간을 꼽아 보니, 교직 생활이나 제 삶에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겪은 시간이 꽤나 길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덕분에 입시와 진로 지도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눈치가 있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입시 상담을 할 때 어색함이나 당황스러움은 적을 듯합니다. 하지만 입시 체제는 매년 바뀌는 것이고, 남학생들 담임도 오랜만이고, 자연계열 학생들도 오랜만이어서 제가 갖고 있었던 지식이나 경험이 올해에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많은 소용과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더욱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아이들과의 정서의 차이가 점점 커짐에 따라 소통이 자연스러울까를 생각하면 걱정이 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다잡게 됩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란 부모와 학교의 보살핌을 받는 마지막 시기로 인생의 한 고비가 될 터입니다. 이제 맞게 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막바지 달음박질을 하는 시기입니다. 목표점이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아 더 뛰어도 보지만, 너무 힘들어 헐떡이게 되기도 하며, 혹은 자신보다 앞에 서 있는 친구들을 보며 마음을 상해하기도 합니다. 또 끝내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아닌 곳에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정규학교 마지막 해를 기쁨이나 벅참도 있겠지만, 더 많은 갈등과 고민과 육체적 정신적 피로함으로 마무리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조금 젊었을 때에는 아이들을 좀 더 소위 레벨이 높은 대학으로 보내는 것이 3학년 담임으로서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나이를 먹게 되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현재 겪는 아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 덜어주고, 앞으로 대학이나 사회에서 성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일러주는 일 역시 입시 지도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을 험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어른으로 만들어 내보내는 일, 이것이 올 한 해 제가 겪을 입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학년 6반 학생들은 모두 공항고등학교에 부임하여 처음 보게 되는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 알아주었으면 하는데 담임이 무심하여 잘 모르는 것, 담임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진로나 입시 등에 대해 궁금하거나 상의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아래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앞으로 입시와 관련된 여러 정보나 일정은, 그때그때 서신이나 문자로 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늘 건강 유의하시고, 댁내 평안과 강녕을 기원하면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1836일에

신 영 산 드립니다

728x90

'홀로 또는 함께 > 학교에서 생각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정통신문(2018년 5월)  (0) 2018.05.21
앨범 사진 찍는날..  (0) 2018.05.03
5.15 아이들  (0) 2017.05.15
2017 가정통신문(3월)  (0) 2017.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