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
임제(林悌)
세상에 원자허(元子虛)라는 사람이 있으니, 강개(慷慨)한 선비이다. 기개와 도량이 넓고 커서 시대에 용납되지 못했기 때문에 자주 나은(羅隱)의 슬픔을 품고 어렵게 원헌(原憲)의 가난을 견디어야 했다. 아침에 나가서 밭을 갈고 저물 때 돌아와서 옛사람의 글을 읽었다. 일찍이 역사서를 보다가 역대의 위태로워 망할 지경에 처하거나 국운이 옮겨 가거나 운세가 떠나가는 곳에 이르면, 일찍이 책을 덮고 눈물 흘리며 마치 자신이 그 시대에 처하여 망해 가는 것을 보고도 힘으로 부지할 수 없는 것처럼 애태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팔월 보름 저녁에 달빛을 따라 책을 펼쳐 보다가 밤이 깊고 정신이 피로하여 의자에 기댄 채 잠들었다. 몸이 홀연히 가볍게 들리며 아득하고 멀리 훨훨 날아올라 마치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된 듯하였다. 어떤 강 언덕에 멈추니 긴 강물이 굽어 흐르고 뭇 산들이 겹겹이 싸여 있었다. 이때 밤이 반 넘어 깊었다. 홀연히 눈을 들어보니 천추(千秋)의 불평한 기운이 있는 듯하여 이에 휙 휘파람을 길게 한번 불고 낭랑하게 절구 한 수를 읊었다.
世有元子虛者, 慷慨士也. 氣宇磊落, 不容於時, 屢抱羅隱之悲, 難堪原憲之貧. 朝出而耕, 暮歸讀古人書, 穿壁襄螢, 無所不爲, 嘗閱古史, 至歷代危亡運移勢去處, 則未嘗不掩而流涕, 若身處其時, 汲汲焉如見其垂亡而力不能扶者也.
仲秋之夕, 隧月披覽 , 夜蘭神疲 ,倚榻而睡, 身忽輕擧, 縹緲條揚, 冷然若御風而上也, 飄然若羽化而仙. 止一江岸, 則長流逶迤, 群山糾紛, 時夜將半, 萬籟俱寂, 月色如晝, 波光如練, 鴻鳴蘆葉, 露滴楓林, 悄然擧目, 如有千載不平之氣. 乃劃然長嘯, 朗吟一絶曰:
한이 장강에 들어 목메어 못 흐르는데
갈대꽃 단풍잎에 찬바람 우수수 부네
분명 이곳은 장사의 언덕일 것이거늘
달 밝은 밤에 영령은 어디서 노니는가
恨入長江咽不流, 荻花楓葉冷颼颼.
分明認是長沙岸, 月白英靈何處遊.
서성이며 둘러볼 즈음에 홀연히 멀리서부터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있더니, 이윽고 갈대꽃 깊은 곳에서 호남아 한 사람이 불쑥 튀어나왔다. 복건(幅巾)을 쓰고 야복(野服)을 입었으며, 풍채가 맑고 미목(眉目)이 수려하여 늠름하게 수양산(首陽山) 백이(伯夷)ㆍ숙제(叔齊)의 유풍(遺風)이 있었다. 앞으로 다가와서 읍하고 말하기를,
“자허(子虛)께서는 오는 걸음이 어찌 더디었습니까. 우리 임금께서 마중하라고 했습니다.”
하였다.
자허가 산신령이나 물귀신이라고 의심했지만, 용모가 준수하고 행동거지가 한아(閒雅)하여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기이하게 여겼다.
徘徊顧眄之際, 忽聞跫音 自遠而近. 有頃, 蘆花深處, 閃出一介好男兒, 幅巾野服, 神淸眉秀, 有首陽之遺風.
來揖於前曰: “子虛來何遲? 吾王奉邀.”
子虛疑其爲山精水魅, 愕然無以應. 然其形貎俊邁, 擧止閑雅, 不覺暗暗稱奇.
이에 그를 따라 100여 걸음쯤 가니, 강가에 우뚝 선 정자(亭子)가 있었다. 그 위에 어떤 사람이 난간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의관이 한결같이 임금 같았고, 또 다섯 사람이 곁에서 모시고 있었는데 모두 세상의 호걸들로서 모습이 당당하고 풍채가 늠름하였다. 가슴속에는 말고삐를 잡거나 바다 속으로 빠지려는 의리를 간직하였고, 뱃속에는 하늘을 떠받치고 해를 받드는 뜻을 품고 있었으니, 참으로 이른바 ‘어린 임금을 부탁하고 나라의 운명을 맡길 만한’ 사람들이었다.
자허가 이르는 것을 보고 모두 나와서 맞이하였다. 자허는 다섯 사람과 더불어 예(禮)를 행하지 않고, 들어가서 임금께 배알한 뒤에 물러나 서서 자리가 정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말석에 꿇어앉았다. 자허의 위쪽은 곧 복건을 쓴 사람이고, 그 위의 다섯 사람이 차례대로 자리하였다.
乃肩隨而行百餘步許, 有一亭榭, 突兀臨江, 有一人憑欄而坐, 衣冠一如王者. 又有五人侍側, 皆衣大夫之衣, 而各有等秩焉, 蓋是世間之豪俊.儀貎堂堂, 神彩揚揚, 胸藏叩馬蹈海之志, 腹蘊擎天捧日之忠, 眞所謂托六尺之孤, 而寄百里之命者也.
見子虛至, 皆出迎, 子虛不與五人爲禮, 入謁王前, 反走而立, 以待坐定, 跪於席末, 子虛之上則幅巾者也. 其上則五人相次而坐矣.
자허가 어찌된 영문인지 헤아릴 수 없어 심히 스스로 편안하지 못했다.
임금이 말하기를,
“일찍이 향기로운 명성을 듣고서 하늘에 닿는 높은 의리를 깊이 사모하였소. 좋은 밤에 우연히 만났으니 의아하게 여기지 마시오.”
하자, 자허가 이에 자리에서 일어나 사례하였다. 자리가 정해진 뒤에 고금의 흥망을 서로 토론하면서 지칠 줄 몰랐다.
복건을 쓴 사람이 크게 탄식하며 말하기를,
“요(堯), 순(舜), 우(禹), 탕(湯)이 나라를 주고받은 이후로 간교한 꾀로 선양(禪讓)받는 자가 이들을 빙자하고 신하로서 임금을 치는 자가 이들을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천년토록 모두 다 이와 같아서 마침내 구원할 수 없게 되었으니, 아아, 네 임금이 영원히 이들의 효시(嚆矢)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였다.
子虛莫能測, 甚不自安,
王曰: “夙聞蘭香, 深慕薄雲, 良宵邂逅, 無相訝也!”
子虛乃避席而謝, 坐已定, 相與論古今興亡, 亶亶不厭.
幅巾者 噓噫而歎曰: “堯舜湯武 萬古之罪人也. 後世之狐媚取禪者藉焉, 以臣伐君者名焉. 千載滔滔, 卒莫之救, 咄咄四君, 爲賊嘺矢矣!”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임금이 곧 정색하고 말하기를,
“아, 이 무슨 말인가. 네 임금과 같은 성스러운 덕이 있으면서, 네 임금과 같은 시대 상황에 처한다면 괜찮겠지만, 네 임금과 같은 성스러움이 없는 데다가 네 임금과 같은 시대 상황이 아니라면 옳지 않으니, 네 임금에게 어찌 죄가 있겠는가. 도리어 빙자하거나 명분으로 삼는 자들이 잘못된 것이다.”
하였다.
복건을 쓴 사람이 머리를 조아려 절하며 사죄하기를,
“속마음이 불평하여 자신도 모르게 말이 격분되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만두어라. 귀한 손님이 자리에 계시니 모쪼록 다른 일을 한가롭게 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달이 밝고 바람이 맑으니 이렇게 좋은 밤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 이에 비단 도포를 벗어 강촌에 가서 술을 사 오게 하였다.
言未訖, 王乃正色曰: “惡是何言也! 有四君之德, 而處四君之時則可, 無四君之德, 而非四君之時則不可, 彼四君者, 豈有罪哉? 顧藉而名之者, 賊也.”
幅巾者 拜手稽首謝曰: “中心不平, 不自知言之過於憤也!”
王曰: “毋辭. 佳客在座, 不須閒論他事. 月白風淸, 如此良夜, 何?”
乃解錦袍 賖酒於江村.
술이 몇 잔 돌았을 때에 임금이 술잔을 잡고 목메어 흐느끼며 여섯 사람을 돌아보고 말하기를,
“경들은 어찌 각각 자신의 뜻을 말하여 원통함을 서술해 보지 않는가.”
하니, 여섯 사람이 말하기를,
“성상께서 노래를 지으시면 신들이 이어서 이루겠습니다.”
하였다.
酒數行, 王乃持盃哽咽顧謂六人曰: “卿等盍各言志, 以敍幽寃乎”
六人曰: “王庸作歌, 臣等賡焉.”
임금이 이에 초연(愀然)히 옷깃을 바로잡고 원통함을 이기지 못하며 노래하기를,
강 물결 오열하며 끝없이 흐르니
나의 한 길고 긺이 강물과 같구나.
살아서는 제후의 나라 차지했더니
죽어서는 외로운 혼백이 되었도다.
신나라 왕망은 거짓 임금이고
의제는 바로 겉으로 높임일세 .
옛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
모두 초적에게 들어가니
육칠 명 신하가 함께하여
혼백이 겨우 의탁할 수 있네.
오늘 저녁이 어떤 저녁인가
강가 누각에 함께 올랐구나.
물결 빛과 달빛은
내 마음 근심케 하고
슬픈 노래 한 곡조에
천지는 아득하기만 하네.
王乃愀然正襟, 悲不自勝, 乃歌曰:
江波咽咽兮, 流無窮.
我懷長長兮, 與爾同.
生爲千乘兮, 死作孤魂.
新是僞王兮, 帝乃陽尊.
故國人民兮, 盡收楚籍.
六七臣同兮, 魂庶有托.
今夕何夕兮, 共上江樓.
波光月色兮, 使我心愁.
悲歌一曲兮, 天地悠悠.
노래가 끝나자, 다섯 사람이 각각 절구 한 수씩 읊었다.
첫 번째 앉은 사람이 읊기를,
어린 임금 맡을 만한 재주가 아님을 통한하니
왕위가 바뀌고 임금이 욕되어 다시 목숨 버렸네
이제는 쳐다보고 굽어보아도 천지에 부끄러우니
당시에 일찍 스스로 도모치 못함을 후회하노라
歌罷, 五人各詠一絶,
第一座者 吟曰:
深恨才非可托孤, 國移君辱更捐軀.
如今俯仰慚天地, 悔不當年早自圖.
두 번째 앉은 사람이 읊기를,
선조의 고명 받아 은혜 입음이 융성하니
위험에 임하여 이 몸 버림을 아까워할까
가련하다 일 지나서 이름 오히려 빛나니
의를 취하고 인을 이룸이 부자가 같구나
第二座者吟曰:
受命先朝荷寵隆, 臨危肯惜隕微躬.
可憐死去名猶烈, 取義成仁父子同.
세 번째 앉은 사람이 읊기를,
굳센 절개가 어찌 작록 때문에 더럽혀지랴
충절 품고서 오히려 고사리 캘 마음 지녔네
이내 몸 한 번 죽음이야 어찌 말할 것 있으랴
당년에 임금께서 침 땅에 계심을 통곡하노라
第三座者吟曰:
壯節寧爲爵綠淫, 含章猶抱採薇心.
殘軀一死何須說, 痛哭當年帝在郴.
네 번째 앉은 사람이 읊기를,
이내 몸은 본래부터 높고 큰 담력 가졌으니
어찌 차마 목숨 훔치며 무도한 세상 볼 것인가
죽으면서 남긴 시 한 수는 그 뜻 또한 좋으니
두 마음 가진 사람을 부끄럽게 할 수 있다네
第四座者吟曰:
微臣自有膽輪困, 那忍偸生見喪淪.
將死一詩言也善, 可能慚愧二心人.
다섯 번째 앉은 사람이 읊기를,
슬프고 슬프도다 그날의 뜻이 어떠하였던가
죽으면 그뿐이거늘 사후의 명예를 어찌 논하랴
천만년에 씻기 어려운 가장 큰 부끄러움이라면
집현전에서 일찍이 포상의 조서를 썼던 일일세
第五座者吟曰:
唉唉當日意何如, 死耳寧論身後譽.
最恨千秋難雪耻, 集賢曾草賞功書.
복건을 쓴 사람이 머리를 긁적이며 갓끈을 씻고 길게 읊기를,
눈을 들어 보매 산하가 옛날과 다르니
신정에서 함께 초수의 슬픔을 일으키네
흥망에 마음이 놀라 창자 오히려 찢어지고
충역에 분함이 사무쳐 눈물 절로 쏟아지네
율리의 맑은 바람에 도연명이 늙어가고
수양산 찬 달빛에 백이 숙제 굶주리네
한 편의 청사는 후대에 전할 만하니
천년토록 응당 선악의 스승이 되리라
幅巾者 乃搔頭而長吟曰:
擧目山河異昔時, 新亭共作楚囚悲.
心驚興廢肝腸裂, 憤切忠邪涕自垂.
栗理淸風元亮老, 首陽寒月伯夷飢.
一編野史堪傳後, 千載應爲善惡師.
하였다. 읊기를 마치고 자허에게 시를 지으라고 권하였다. 자허는 원래 강개한 사람이다. 이에 눈물을 닦으며 슬프게 읊기를,
吟吃, 屬子虛. 子虛, 元來慷慨人也. 乃抆淚悲吟曰:
지난 일을 누구에게 물어볼까
황량한 산엔 한 무더기 흙뿐이네
한이 깊은 정위의 죽음이고
혼 끊어지는 두견의 시름이라
고국에는 어느 때 돌아가려나
강가 누각에서 이날 놀이하네
노래 몇 곡조에 슬픔이 깊은데
지는 달 갈대꽃 핀 가을이로다
往事凭誰問, 荒山土一丘. 恨深精衛死, 魂斷杜鵑愁.
故國何時返, 江樓此日遊. 悲凉歌數闋, 殘月萩花秋.
하였다. 읊기를 그치자, 자리에 가득한 사람이 모두 처연히 눈물을 흘렸다. 조금 뒤에 범 같은 한 사나이가 뛰어들어 왔다. 신장이 몹시 크고 용맹이 절륜(絶倫)하며, 얼굴은 대춧빛 같고 눈은 샛별 같으며, 문산(文山)의 의리와 중자(仲子)의 청렴을 지녀 위용이 늠름하므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경심을 불러일으켰다.
들어가서 임금께 배알하고 다섯 사람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아, 썩은 선비는 함께 큰일을 이룰 수 없도다.”
하고는 칼을 뽑아 일어나 춤추니, 슬픈 노래는 강개하고 소리는 큰 종이 울리는 듯하였다.
吟斷, 滿座 皆悽然泣下. 無何, 突入一個奇男, 赳赳虎士也. 身長過人, 英勇絶倫, 面如重棗, 目若明星, 文山之義, 仲子之淸, 威風凜然, 令人起敬.
入謁王前, 顧謂五人曰: “唉唉腐儒, 不足與成大事也!”
乃拔劍起舞, 悲歌慷慨, 聲若巨鐘. 其歌曰:
가을바람 쓸쓸히 부니
나뭇잎 떨어지고 물결 차갑구나.
칼 어루만지며 길게 휘파람 부니
북두성이 비스듬히 걸려 있네.
살아서는 충절을 온전히 했고
죽어서는 의로운 혼백 되었네.
이내 마음 어떠하던가.
강물 위의 둥근 달일세.
아아 당초 계책이 틀렸으니
썩은 선비들 어찌 책망할까.
風蕭蕭兮, 木落波寒.
撫劍長嘯兮, 星斗蘭干.
生全忠孝, 死作義魂.
襟懷何似, 一輪明月.
嗟不可與慮始, 腐儒誰責.
노래가 아직 끝나기도 전에 달빛이 검어지고 구름이 어두워져서 비가 울며 내리고 바람이 탄식하며 불었다. 격렬히 내리치는 천둥소리에 모두가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자허 또한 놀라서 깨어 보니 바로 한바탕 꿈이었다.
자허의 벗 해월거사(海月居士)가 듣고서 애통해하며 말하기를,
“대저 자고이래로 임금이 어리석고 신하가 어두워서 모두 전복(顚覆)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보건대 그 임금도 반드시 현명한 임금이라 생각되고, 그 여섯 사람 또한 모두 충성스럽고 의로운 신하였다. 이러한 신하들이 이러한 임금을 보필했는데도 이처럼 참혹한 일이 있었는가. 오호라! 형세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시(時)와 세(勢)에다 돌리지 않을 수 없고, 또한 하늘에다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하늘에다 돌린다면 선인(善人)에게 복을 내리고 악인에게 재앙을 내리는 것이 하늘의 도가 아니란 말인가. 하늘에 돌릴 수 없다면 어둡고 막연하여 이 이치를 상세히 알기 어려우니, 우주가 아득하기만 하여 한갓 뜻있는 선비의 회한만 더할 뿐이다.”
하였다. 그리고 곧 시 한수를 읊었다.
歌未闋, 月黑雲愁, 雨泣風凄, 疾雷一聲, 皆悠然而散.
子虛亦驚悟, 則乃一夢也.
子虛之友, 梅月居上, 聞而痛之曰: “大抵自古昔以來, 主暗臣昏, 卒至顚覆者多矣. 今觀其主, 想必賢明之主也, 其六人者, 亦皆忠義之士也. 安有如此等臣輔, 如此等明主, 而敗亡之禍, 若是其慘酷者乎? 嗚呼! 勢使然也? 然則不可不歸之於天, 歸之於天, 則福善禍淫, 非天道耶? 夫不可歸之於天, 則宴然漠然, 此理難詳. 宇宙悠悠, 徒增志士之恨耳!”
乃吟一首曰:
만고의 슬프고 처량한 마음은
머나먼 저 공중에 새가 스쳐 지나 듯.
차가운 안개 동작대를 자욱하고
가을풀은 장화궁을 덮었구나.
아아 당우의 태평성태 날마다 멀어지고
어지러운 탕임금 무임금 이 세상에 많구나.
달은 밝고 상수는 넓은데
수심스레 죽지가 소리 들려온다.
萬古悲凉意, 長空一鳥過. 寒烟鎖銅雀, 秋草沒章華.
咄咄唐虞遠, 紛紛湯武多. 月明湘水濶, 愁聽竹枝歌.
살펴보건대 이 글은 우언(寓言)이기 때문에 독자가 대부분 분명하게 분별하지 못한다. 그 다섯 사람이라고 한 것은 대개 사육신을 가리킨다. 첫째는 박공(朴公)이고, 둘째는 성공(成公)이고, 셋째는 하공(河公)이고, 넷째는 이공(李公)이고, 다섯째는 유공(柳公)이다. 그리고 ‘한 사나이’라고 한 사람은 유공(兪公)을 가리키고, 복건을 쓴 사람은 곧 선생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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