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구비문학

(민속극) '하회별신가면극' 대본 전문

New-Mountain(새뫼) 2016. 9. 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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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별신가면극

구술: 당시 생존 연희자

채록: 유한상




1과장 -강신-

음력 정월 초순 산주(山主) 성황당 주제자와 광대 연희자들이 성황당에 참열(參列)하여, 4·5되는 대에 오색포(五色布)를 느리고 꼭대기에 신령(神鈴)을 단 성황대와 2·3길이의 대에 오색포 강시를 느린 정주대를 세워 놓고 별신행사(別神行事)를 하도록 강신(降神)하여 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강신하게 되면 신령(神鈴)이 스스로 울리게 된다. 그러면 산주와 광대들은 주악을 하면서 성황대와 성주대를 모시고 국신당(國神堂삼신당(三神堂)을 다녀서 동리 안으로 들어와서, 별신행사를 거행할 장소에 성황대를 세워 신령이 울림으로써 극이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성황대에 옷을 걸면 복을 받는다는 미신에서 서로 다투어 옷을 건다.

 



2과장 -주지-

주지라는 호랑이를 잡아먹는 무서운 귀신이 별신행사를 무사히 진행하기 위하여 제악귀제수(除惡鬼除獸)한다는 뜻에서 붉은 보자기로 전신을 가리고, 주지 머리를 손에 든 광대 2인이 나와서 주악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사방으로 휘두르며 돌아다닌다. 춤을 출 때 주지 입에서 딱! ! 소리를 내게 한다.



3과장 -삼석놀음-

삼석놀음은 광대들이 주연하는 것이 아니고 무녀가 토끼같이 귀가 난 가면을 만들어 쓰고 나와서 여러 가지 형태의 춤은 추었다는데, 별신에 참가하였던 무녀로 생존한 이가 한 사람도 없으므로 상세한 것은 알 도리가 없다.



4과장 -파계승-

주악의 박자에 맞추어 각시가 춤을 추면서 등장하여 춤을 계속한다.

중이 등장하여 각시 춤추는 광경을 바라보고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각시 소변 보는 형용을 한다. 그리고 여전히 춤을 계속한다. 중 소변을 본 자리의 흙을 움켜쥐고 냄새를 맡으며, ()에 대한 쾌감을 느끼는 듯한 형용의 괴기한 웃음을 짓는다.

각시 비로소 중이 온 것을 깨닫고 놀랜 표정을 한다.

각시와 중은 춤으로써 어울려서 선회(旋回)한다.

초랭이: (등장하여 이 광경을 보고 방정맞게 콩콩 뛰며, 놀랜 형용을 한다.)

마침내 중은 각시를 업고 달아난다.

초랭이: 뒤를 돌아보며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한다.

양반: (거만한 걸음으로 등장하면 초랭이: 가 양반의 귀에다 입을 대고 소근소근 지꺼린다. 양반은 심히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혀를 찬다.)

선비: (이매: 를 대동하고 등장하여 중이 달아난 쪽을 바라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한다.)

양반: 어허 어허 망칙한 세상이로다.

선비: 에잇, 고약한지고.

초랭·이매: 서로 껴안고 좋아한다.

양반: (그 광경을 보고 부채로 때린다.)



5과장 -양반·선비: -

양반·선비: ·초랭이: ·이매: 4인이 그대로 있는데,

부네: (춤을 추면서 등장하여 양반과 선비: 를 번갈아 보면서 홀리는 듯한 요사스러운 춤을 춘다.)

선비: 와 양반은 이성에 대한 욕망과 지위적 체면의 이율적 감정의 갈등을 못 이기는 표정을 하다가 둘이 다 몸짓과 춤으로써, 여자에 대한 상호간의 질투심을 나타내게 한다.

양반: (화를 왈칵 내면서 선비: 를 향하여)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가 있는가?

선비: 그대가 진정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가?

양반: 아니 그렇다면 지체가 나만 하단 말인가?

선비: 그러면 자네 지체가 나보다 낫단 말인가?

초랭·이매: (자기 상전의 세도자랑을 몸짓한다.)

양반: 암 낫고 말고.

 

선비: 뭣이 나아. 말해 봐.

양반: 나는 사대부의 자손인데……

선비: 뭣이 사대부? 나는 팔대부(八大夫)의 자손일세.

양반: 팔대부는 또 뭐냐?

선비: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반: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이거던.

선비: 아 문하시중, 그까짓것. 우리 아버지는 바로 문상시대(門上侍大)인데.

양반: 문상시대, 그것은 또 뭔가?

선비: 문하(門下)보다 문상(門上)이 높고, 시중(侍中)보다 시대(侍大)가 더 크다.

양반: 그것 참 별꼴 다 보겠네.

선비: 지체만 높으면 제일인가.

양반: 그러면 또 뭣이 있단 말인가.

선비: 첫째 학식이 있어야지. 나는 사서삼경(四書三經)

양반: 뭣이 사서삼경. 나는 팔서육경(八書六經)을 다 읽었네.

선비: 도대체 팔서육경이 어데 있으며 대관절 육경은 뭐야?

초랭이: 나도 아는 육경! 그것도 몰라요. 팔만대장경·중의 바래경·봉사: 안경·약국의 길경·처녀 월경(月經머슴 쇄경.

 

이매: 그것 맞다 맞어.

양반: 이것들도 아는 육경을 소위 선비: 라는 자가 몰라.

선비: (혀를 차면서) 우리 피장파장이니, 그러지 말고 부네나 불러 봅시다.

양반: 부네야……

양반: -

부네: 춤추며 나온다. 양반과 선비: 는 부네와 흥겹게 춤추다가, 서로 부네를 독점하려고 노력한다.

백정: (도끼와 소불알을 들고 등장한다.)

백정: 샛님 알 사이소.

양반: 이놈 한창 신나게 노는데, 알은 무슨 알인고.

백정: 알도 모르니꺼.

초랭이: 닭알·눈알·새알·대감 통불알.

백정: 맞았소. 맞어. 불알.

선비: 이놈 불알이라니.

백정: 소불알도 모르니꺼.

양반: 이놈 쌍스럽게 소불알은 어짠 소리야. 안 살테니 썩 물러가거라.

백정: 소불알은 먹으면 양기에 억시기 좋읍이더 좋아.

선비: 뭣이 양기(陽氣)에 좋다. 그럼 내가 사지.

양반: 아니 야가 나에게 먼제 사라고 했으니, 이것은 내 불알이야.

선비: 아니 이것은 결코 내 불알이야.

(양반과 선비: 는 서로 소불알을 잡고 당긴다.)

 

백정: 아이고 내 불알 터지니더.

할미: (싸움을 말리면서 소불알을 쥐고서) 소불알 하나를 가지고 양반은 제 불알이라카고 선비: 도 제 불알이라카고 백정도 제 불알이라 하니, 이 불알은 도대체 뉘 불알이로. 육십평생을 살아도 소불알 가지고 싸우는 것은 첨 봤그만. 첨 봤어.



6과장 -살림살이-

베틀(織機)에 할미가 앉아 베를 짜면서 노래를 한다. (가사 내용은 일평생 살림살이의 고달픔을 노래한 것.)

떡다리: 할미는 일평생 베를 짜도 새 옷 한 번 못 입고, 성황대에 옷 한 번 걸어 보지 못 하면서.

할미: 팔자가 그런 걸 도리 있나.

떡다리: 성황대에 옷을 걸어 봐요. 복이 저절로 들어 올 겐데.

할미: 그럴 팔자가 안 되는 걸. 떡다리, 소리 몹시 하네.

떡다리: 내가 어제 장에서 사온 청어는 벌써 다 먹었노?

할미: 어제 저녁에 내가 아홉 마리 당신 한 마리, 오늘 아침에 내가 아홉 마리 당신 한 마리씩 두 두름 다 먹었소.

떡다리: 어헤 저렇게 먹으니 이가 다 빠지지. (떡다리: 노래 부른다. 가사 내용은 마을풍경을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7과장 -살생-

백정이 춤추면서 도끼로 소를 잡고 껍질 벗기는 형용을 하고 관중들에게 소의 염통 불알 등을 사라고 한다.



8과장 -환재-

전원이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고 노는데, 별채가 나와서 환재 바치라고 외치면 전원이 당황한 표정을 하는데, 별채는 온갖 횡포한 행동을 함부로 한다.



9과장 -혼례-

총각과 각시가 혼례식을 올린다.



10과장 -신방-

총각과 각시의 결혼 초야(初夜)에 각시가 총각이 잠든 후 궤()를 열면 각시의 간부(間夫)인 중이 나와서 총각을 살해한다.

11과장 -헛천굿(거리굿)-

헛천굿은 일명 거리굿이라고도 하는데, 별신행사의 최종일 음력 정월 15일 마을 앞 길거리에서 제물을 차려 놓고 모든 귀신들이 하회동리는 침범하지 못 하게 굿을 올리는 것이다. 광대들은 주악과 함께 춤을 춘다.

12과장 -당제-

별신놀이 최종일 야삼경에 성황당에 올라가서 성황대를 봉납하고 일년간의 동리의 무사식재(無事息災)를 기도하고, 다음에 국사당·삼신당에 순차로 제()를 올리면 별신행사가 종료되므로, 광대들은 제모격(制帽格)꽃벙거지를모두: 벗어 삼신당에 걸어 두고 약 15일간 가지 못 하던 자기 집으로 헤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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