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구비문학

(민속극) '양주별산대놀이' 대본 전문

New-Mountain(새뫼) 2016. 9. 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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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별산대놀이

 구술 : 조종순

 

 

 

서막(序幕) - 고사 -

 

    삼종(三種) 과실·소머리·돼지다리 등을 놓고, 주상(酒床)도 있음. 연잎(蓮葉)과 눈끔쩍이가 중요한 자이기 때문에 가운데 둔다. 아무든지 나와서 고사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각인각성(各人各姓) 열에 열명이 다니시드래도 뉘도 탈도 보지 마시고 적적(寂寂)히 흠향하시고 도와 주소서. "

 

 

 

1과정

 

상좌(上佐)가 나와서 하나님께 절을 하고 춤을 추는데, 타령장단을 친다.

 

춤의 종류

- 돌단: 도는 것.

- 곱사위: 장고 앞에서 뒤로 물러나는 것.

- 화장: 새면 앞에서 손을 한 번 돌리어 어깨에 대고 또 한편 손도 그렇게 한다.

- 여다지: 새면 앞에서 곱사위해 나오다가 손을 1차 둘러서 사타구니에 대고, 다른 손도 그렇게 하다가 전면(前面)에 손을 한목 들었다가 팔을 좌우로 벌리면서 장고 있는 데로 들어간다.

 

멍석말이 장고를 향하여 멍석 말듯 말면서 전진.

 

 

 

 

2과정 -: 등장-

 

: 여러 해포만에 왔더니 정신이 띵하다. 옛날 하던 지저귀나 한 번 해 볼까. (양봉(兩棒)을 딱딱 치면 상좌가 빼앗아 간다.)

: 사람이 백절치듯 한데 적혈(賊穴)에 들어왔군. 막대기를 뺏어갈 제는 쇠끝을 내놓으면 큰일나겠군! (재팔이를 치며 상좌 앞으로 돈다. 상좌가 와서 또 빼앗고, 그 제금을 옴의 가슴과 등에 대어 치는 형용을 한다.)

: 적반하장(賊反荷杖)도 분수가 있지. 남의 물건을 뺏어가고 사람까지 쳐. 너 요년석들 하던 지랄이나 다 했나? (상좌가 박수이립. 상좌가 옴을 마주보고 춤을 춘다. 옴이 상좌를 숙시하니 상좌가 엉덩이를 두른다. 옴이 상좌를 한 번 때리고)

: 요년석 어른보다 차포오졸(車包五卒)을 더 두르느냐? (옴의 인사) 대방에 휘몰아예소. "절수 절수 지화자 저리절수" (하며 옴이 춤춘다.) (타령춤)

 

 

 

3과정

 

묵승: 어이 어이.

: (들고 있던 홰기로 묵승의 얼굴을 치며) 네밀할 놈, 대방 노름판에 나와서 무얼 어이 어이 하니?

묵승: 남 채 나오지도 않아서. (앉는다.)

: (- 하고 꾸부리고 앉는다.) 나오지 안 한 놈이 저렇게 커?

묵승: 너 어짼 말이냐? 나오기는 한 60년 되었지만 노름판에를 인제 나왔단 말이야. (묵승이 옴을 찾으러 다니다가 옴을 벙거지째 잡고서) 억끼놈 이 년석을 인제 만났구나. (묵승이 "아나야" 하니 옴이 "아나와"하고 응답)

묵승: 너 쓴 게 무엇이냐?

: 내가 너한테 쓰기는 무엇을 써?

묵승: 저놈이 평생 가난한 것은 알아볼 거야. 남의 일수(日收)나 월수(月收)만 써 버릇하여서 말 대답도 그렇게 하느냐? 너 머리에 쓴 것 말이다.

: 옳것다. 내 머리에 쓰신 것 말이지? 이것은 의관인데, 이름이 여러 가지다. 저 선백목전에서 깔고 앉은 초방석(草方席)도 같고, 대국천자(大國天子)가 사송(使送)하신 노벙거지라고도 하고, 저 동대문 밖 썩 나서서 청량리 지나서 떡전거리쯤 가면, 한 팔십 먹은 마나님이 녹두 반되 드르르 갈고 미나리 한 십전어치 사서 숭덩숭덩 썰어서 부친 덜 굳은 빈대떡이라고도 한다.

묵승: , 그 두 가지는 그만두고, 나중 말한 거이 무어야?

: 응 빈대떡.

묵승: 내 밥맛 본 지 한 사날 된다. 좀 먹어야겠다.

: 예끼 들에 아들놈, 의관도 먹드냐?

묵승: 이놈아, 네가 빈대떡이라기에 먹겠대지 의관이라고 하는데 먹을 리가 있느냐? 어라 찌놈, 네 얼굴이 노릇노릇하고 발긋발긋하고 우툴두툴한 것은 무엇이냐?

: 내 얼굴이 우툴두툴하고 발긋발긋하기는 다름이 아니라 강남(江南)서 나오신 호구별성(戶口別星)이 잠깐 전좌해 계시다.

묵승: , 그 호구별성이 그렇게 전좌하실 데도 없더냐? 네 누추한 상판대기에 전좌하시더냐?

: 호구별성이 가구적간·인물추심 다니실 때, 상하 물론하고 전좌하는데, 내 얼굴이라 전좌 안하시겠느냐?

묵승: , 호구별성이라니 다시 좀 보자. (손으로 옴의 얼굴을 만진다.)

: , 마마 어이진다.

묵승: 이놈이 어서 진옴을 잔뜩 올려 가지고 마마니 역신이니 그래? 어이고 가려워. (물러선다) 너하고 말도 하고 싶지도 않다.

: 이놈이 뭘 올려?

묵승: 이놈이 옴을 올려.

 

(약 세 차례 반복함.) (옴이 목중 앞에 왔다.)

 

묵승: 이놈 네 얼굴이 대패질한 것보다 더 빤빤하다.

: 아이고, 물기는 한량없는 놈이로구나.

묵승: 너 하던 지랄이나 다 했니? (서로 맞춤 추고 있다가) 이놈이 어른보다 차포오졸을 더 둘으는구나. (옴이 물러 새면 앞에 앉고) 대방에 휘몰아예소.

"절수 절수 지화자 절수" (춤춘다.)

 

 

  

 

 

 

4과정 -연잎(蓮葉) 눈끔쩍이 등장-

 

(연잎은 앞에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눈끔쩍이는 그 뒤에서 장삼으로 얼굴을 가린다. 상좌가 곱사위 춤을 추고 연잎 앞에 가서 규시(窺視)할 제, 연잎이 부채를 떼면 상좌가 놀라서 들어간다. 다음 상좌도 같다.)

 

: (나오면서) 아따 요 어린 녀석들이 뭘 보고 그렇게 방정맞게 그러느냐?

묵승:"소상반죽 열두 마디 후리쳐 덤석 타" (곱사위 춤으로 들어가다가 상좌를 보고 돌아서면서) 어이쿠 이게 뭐야? (제자리로 돌아간다.)

: 아따, 그 자식들 무엇을 가 보고 그렇게 기절경풍을 하느냐?

묵승: 오냐, 나가 봐라. 너밖에 죽을 놈 없다. (옴이 춤추며 나와서 눈끔쩍이 얼굴 가린 것을 홱 벗겨, 눈끔쩍이 눈을 끔쩍끔쩍하며 옴을 쫓아간다. 연잎이 새면 앞에 가서 부채를 한 번 들면, 염불타령을 친다. 눈끔쩍이는 돌단으로 세 번 돌고 나서, 연잎은 새면 앞에 가서 부채를 앞에 대고 세차례 몸을 잰다. 눈끔쩍이가 세 번 돌면 연잎이 새면을 뒤로 하고 부채로 잔등이를 치면 타령을 친다. 연잎이 곱사위 멍석말이 추고 들어간다. 눈끔쩍이도 여다지 하고 퇴장.)

 

 

 

5과정 -팔목과정-

 

(팔목중이 나와서 새면 앞에 전부 앉는다. 상좌가 일어나서 박수하고 춤추며타령장단한 편에 서고 그 다음 상좌: 역시 일반. 이하 이와 같다.)

 

:"소상반죽 열두 마디 후리쳐 덤석 타" (나온다.)

1:"금강산이 좋단 말은 풍편에 언뜻 듣고 장안사 쩍 들어가니 난데없는 검은 중이” () (나가 선다.)

2:"녹수청산 깊은 골에 청룡, 황룡이 굼틀어졌다. ” () (나가 선다.)

3:"양양조아 제백수하니 난가장천 배동제라. ” (나가 선다.)

4:"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李太白)이 노든 달아 태백이 비상천후(飛上天後)에 나와 사잤더니” (나가 선다.) (이렇게 해서 전부 일렬로 서고 완보만 남아 있다.)

완보: (앉아서) 이놈에 집안이 어찌 되야 벌겋게 앉았더니 모다 어디로 갔나? 집안 개새끼가 나가도 찾는다는데 나가 찾아 봐야겠군. ("금강산……"등 노래를 부르고 갈 제, 돌단으로 춤추고 중 선 데를 빙 돌다가 다시 새면 있는 데로 왔다가, 중들을 보고 다시 화장을 춤추며 향하여 간다.) 너들 명색이 무어냐?

: 우리가 중이다.

완보: 중이면 절간에 있지 여염가에 왜 왔느냐?

: ××에서 산대도감을 한다기에 구경왔다. (××는 장소)

완보: 이애 그렇지 않다. 암만 구경은 왔다 해도 우리가 중 행세를 해야 할 테니까, 우리 염불이나 한 마디 해 보자.

 

(모두 인도(印度) 소리를 하고 관쓴 사람이 하나 열외(列外)에 서 있다.) 나무아미타불 (이런 소리를 여러 중이 따라 한다.) 관쓴 사람 나무할미도타불, 나무에미도타불, 나무애비도타불. (완보가 가서 그를 -, 관쓴 중=여기서는 편의상 "관중"이라고 쓰겠다. -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꽹과리채로 "관중"의 얼굴을 친다.)

 

완보: 이 잡놈아, 이게 무슨 짓이냐?

관중: 이놈아, 몹쓸 놈아, 남에게 이렇게 적악(積惡)을 하느냐. 내가 도통이 다 돼서 생불(生佛)이 거진 됐는데, 남의 도를 이렇게 깨뜨려 주는 수도 있느냐?

완보: 너 이놈 무얼로 도통이 다 됐다는 것이냐?

관중: 너는 나무아미타불만 불렀지? 나는 그보다도 몇 가지 더 불렀는데.

완보: 네가 몇 가지를 더 불렀어?

관중: 몇 가지를 더 부른 말을 들어라. 나무할미도타불. 나무할애비도타불. 나무애비도타불.

완보: 옳것다. 다른 사람보다 세 가지 네 가지 더 불렀으니까 그렇겠다.

1: (나와서 완보를 보고) 여 우리가 겉으로 중이지. 속도 중일 리가 있느냐. 염불인지 무엇인지 다 그만 내버려 두고 우리 가사나 한번 하여 보자.

2: 얘 그거 좋은 말이다. (완보·관중 전부가 일렬로 서고, 완보가 꽹과리를 치면 장고도 장단을 맞춘다.)

전부:"매화야 너 있든 곳에” (완보 옆에 선 관중이 상좌를 침으로 찌르면 상좌가 춤추고 새면 앞에 가 앉는다.) "봄철이 돌아를 온다.

 

(관중이 옴을 침 주면 옴은 춤추고 상좌같이 한다.)

 

완보: 마라 마라.

: 남이 신이 나는데 그래.

3: (나오면서) , 그놈의 자식들은 딴 놈의 자식이로구나. 그놈들 다 나갔으니 빼고 우리끼리나 잘 놀아 보자.

완보: , 그거 좋은 말이다.

전부:"그물을 매세 그물을 매세. ” (중 하나가 또 침을 맞고서 전과 같이 나간다.)

완보: 그놈은 딴 놈의 자식이니 무어니 하더니 저놈은 왜 미쳐 나가느냐?

: 그놈은 제웅이 맨든 놈이로구나.

완보: 우리는 다시 잘 놀아 보세.

전부:"오색당사(五色唐絲)로 그물을 매세. ” (한 중이 또 나간다.)

: 그놈도 잡놈이로구나.

완보: 얘 이번에 우리 꼼짝 말고 잘 놀자.

전부:"치세 치세 그물을 치세. ” (또 하나 나간다.) "부벽루하(浮碧樓下)에 그물을 치세. ”(또 하나 나간다. 완보와 침쟁이만 남았다.)

완보: 얘 그 잡자식들은 멀쩡한 미친 녀석들이니 우리 둘이 잘 놀아 보자.

1: (새면 앞에 앉았던 중이 두 사람 앞으로 나오면서) 네 말이 우리는 다 미친 놈이라고 했으니 너 두 놈은 장승 번으로 서서 죽어라. 만일 나오면 개자식이다. (다시 가서 앉는다.)

완보: 저놈이 와서 우리를 꼼짝도 못하게 하니,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

관중: 우리야 점잖은 사람이 그럴 도리야 있느냐! 우리 잘 놀아 보자.

완보·관중:"북경사신(北京使臣) 역관(譯官)들아. ” (관중이 마저 노래하며 춤추고 새면 앞으로 나간다.)

완보: 원 그 녀석도 그 녀석이로구나. 뭘 점잖으니 어쩌니 하더니 마저 미쳐 나갔으니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춤을 한번 추어야겠다. (노래를 부르고 춤추면서 새면 앞으로 간다.)

 

-염불놀이 종()-

 

(중이 상좌··목중 3()을 새면 앞에 세운다.)

 

: 사고무친(四顧無親)한데 나와서 이런 옹색한 꼴을 당하니 어떻게 하나. ()이 사람이나 여기 왔을까. (완보 앞에 가서) 아나야이.

완보: 어이꾸 아와이. (일어선다.) 자네 이새 드문드문하이그려.

: 드문드문. 옌장할. 건둥건둥하이그려.

완보: 족통(足痛)이나 아니 났느냐?

: 아이고 그런 효자(孝子).

완보: 소재라는 게 오줌 앉힌 재?

: 그것은 소재지. 효자(孝子)란 말이다. , 그러나 저러나 안 된 일이 있어서 너를 찾았다. 자식 손자 어린 것들이 여기서 산두를 논다니까 산두 구경을 왔드니, 무얼 먹고 관격이 되야서 다 죽게 되얏은즉 이걸 어찌하면 좋으냐?

완보: 내 의사가 아니고, 나 역() 너와 마찬가지가 아니냐.

: 너는 나보다 지식이 있고 하니까, 이 일을 페야지 어떻게 한단 말이냐.

완보: 야 그것 봐. 한즉 뭐 음식 먹고 관격 된 것 같지 않고 내 마음에는 신명에 체한 것 같다. 널더러 안 할 말이다마는 너 집에 혹시 신명의 부치로 부리가 있느냐?

: 옳것다. 우리 집에 그런 일이 있다. 무당의 부리 말이야. 우리 집에 한 3대째 증조모·조모·모모두 무당이다.

완보: 옳다 인제 고쳤다. (3() 앞에 가서 백구사를 한다.)

백구(白鷗)야 펄펄 날지 마라.

너를 잡을 내 아닌데.

성상이 버리시니 너를 좇아 여기 왔다.

오류춘광(五柳春光) () 좋은데 백마금편 화류가자……

: 화류(花柳)? 에미 먹감나무는 아니구? (춤춘다.)

완보: 마라 마라, 이놈아 사람을 셋씩이나 쥑여 놓고 무에 놓아 뛰노느냐?

삼청동 화개동에 도화동 옥류동에

동소문 밖 썩 내달아 안암동도 동이로다.

충청도 나려가서 경상도 돌아오니 안동도 동이로다.

모시 닷동 베 닷동 미명 닷동 명주 닷동

사오 이십 스무 동을 동동 그러니 말에 메고

문경새재를 넘어가니 난데없는 도적놈

: 난데없는 도적놈이……. (춤춘다.)

완보: 얘 마라 마라. 이놈아 큰일났어. 아까는 애들이 꼼짝꼼짝 하더니 영 아주 죽었다. 나는 모른다. 네가 매장군을 드려서 갖다 묻든지, 불에다 사르든지, 생각대로 해라, 나는 모른다.

: 얘 얘 그렇지 않다. (쫓아가 붙든다.)

완보: (붙잡혀 오면서) 네가 이렇게 애걸을 하니 내가 이왕에 들으니까 먼지골 살다가 잿골로 간 신주부라는 의원이 있으니 가서 그를 청해 오너라.

: 가랴?

완보: 가려므나.

: 그 사람이 집에 있을까?

완보: 그건 가 봐야 알지.

: 아 정말 갈까?

완보: 이놈아 사람을 셋이나 쥑이고 뭘 이렇게 지체하느냐? 어서 빨리 불러 오너라.

: (가다가 다시 와서) 나는 그 녀석들이 죄 죽어도 못 가겠다. 잿골 병문에를 간즉 열댓 살 먹은 아해 하나 있기에 "먼지골 살다가 잿골로 온 신주부 댁이 어디냐?" 물은즉 "요 아래 가 물어 보아라. " 어린 녀석이 그렇게 말하니까 내 그 녀석들이 죄 죽어도 못 가겠네.

완보: , 그 아이가 몇살이나 돼 보이더냐?

: 열댓 살 되더라.

완보: 머리 깎았더냐?

: 머리 깎았더라.

완보: 머리 깎았으면 보통학교 졸업은 마쳤을 테고 중학교생은 될 테야. (이것은 후세 삽입) (손으로 중의 머리를 만져 보니까 맨머리다.) 네가 이 모양을 하고 병문에 가 물은즉, 평생 남의 집 하인이지 무에냐? 의관 쓴 내가 물어 볼 게 보아라. (나가면서) 얘 먼지골서 살다가 잿골로 오신 신주부 댁이 어디냐?

: 요 아래 가 물어 봅시요.

완보: 이것 봐라. (중을 본다.) 의관 쓴 양반이: 물어 보니까. 네 귀구녕 없느냐?

: (신주부 집에 간 모양) 여 신주부.

신주부: 누 네미할 놈이 신주부야?

: 어찌 듣는 말씀이오. 성이 신()씨래 신주부가 아니라 새로 났으니까 신주부야.

신주부: 그러면 와야.

완보: (왈칵 달려들며) 의사인 줄 알았더니 수왈치(매사냥꾼) 새끼로구나.

: (신주부를 데리고 오면서) 신주부 청함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아들·손자·증손 이렇게 데리고 산두구경을 왔다 어린 것들이 무얼 먹고 관격이 되얏는지 죽게 되어서 왔소.

신주부: 너 알로 몇 대냐?

: 나 알로 4대요.

신주부: 그럼 난 오대조다.

완보: (덤비면서) 나는 6대조다.

 

(신주부를 데리고 온 모양)

 

신주부: 그 녀석들이 어디 있느냐?

: 저 빙소(죽은 송장 있는 방) 방에 있소.

신주부: 빙소 방이라니? 다 죽었단 말이냐?

: 죽을 줄 알고 미리 빙소 방으로 정했소. (신주부가 옴의 손을 쥐고 새끼손가락을 집는다.)

완보: (쫓아가서 손을 잡아떼고) 이건 의사냐? 맥 보는 법이 삼리절곡(絶曲) 방광혈이라든지지, 새끼손구락 맥 보는 것은 금시초견이다.

신주부: 이 무식한 놈아, 이전에는 삼리절곡 방광혈이라든지 그렇게 맥을 보았지마는 지금은 신식으로 맥을 치걷어 보는 게다.

완보: , 그럼 맹문(盲問)은 아니로구나.

신주부: (다시 옴의 손을 쥐고) (완보를 향하여) 어딜 주랴?

완보: 이런 녀석의 의원이 어디 있나? 그럼 내가 주게, 그럼 그 녀석을 아주 줄띠를 끊어 버려라.

신주부: (완보를 보고) 본즉 얘들이 경망한 듯하니 붙잡아라.

 

(세사람에게 침을 준다. 옴 등이 소생하여 노래하고 춤춘다.)

 

완보: 야 의사 없어도 못 살 게로구나.

 

-침놀이 종()-

 

 

 

6과정 -애사당놀이-

 

(중이 일렬로 서고 제금을 치면서 애사당을 청하면, 왜장녀가 장삼 두 개를 짊어지고 애사당을 데리고 나와 선다. 왜장녀가 막대기로 중의 얼굴을 때리며)

 

왜장녀: 얘 얘.

묵승: 이년이, 얘가 누구냐.

왜장녀: 여보 여보. (애사당을 가리키며) , 내 딸이다.

: 너의 집에 또 있느냐?

왜장녀: 우리 집에 또 있다.

: 너 집에 저런 게 또 있으면 집안 망하긴 똑 알맞겠다. (왜장녀가 가진 장삼을 관 쓴 목중이 뺏어 새면 앞에 가서 풀고, 그 중에 작은 장삼 하나를 꺼내어 목중이 입는다. 장고 등을 치고 사당을 놀릴 제, 왜장녀·애사당: 춤춘다.)

관중: 사당, 돈이야! (왜장녀가 돈을 받으러 간다.) 이년아, 저리 가거라. (또 그런다.) 이 육실할 년아, 저리 가. (관중이 왜장녀 손을 잡는다.)

:등장 가세 등장 가세, 하누님한테로 등장 가세.

무삼 연유로 등장을 가나?

늙으신 노인은 구기지 말고, 젊으신 청년은 늙지 말게.

하누님한테로 등장 가세.

얼시구 절시구 기정(기장) 자로 찧는다.

아무리 찧어도 헷방아만 찧는다.

관중: (두 손가락을 동그랗게 해서 돈이라는 표시를 하고, 두 번 팔을 벌려 두 쾌라는 것을 보인다.)

왜장녀: (애사당: 뺨을 만지며) 저 저 양반이: 두 쾌만 주마고 그러니 가자. (애사당이 왜장녀 뺨을 친다. 왜장녀가 분이 나서 관 쓴 중 앞에 가서 관중의 뺨을 치고 발로 복장을 찬다. 관중이 다시 왜장녀 등을 툭툭 두드린다.)

관중: 돈 한 쾌만 더해서 세 쾌를 줄께, 이 편지를 갖다가 애사당을 주어라.

왜장녀: (편지를 갖다가 애사당을 주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돈 한 쾌를 더 주마고 그래고 편지를 주니 보아라. (애사당이 편지를 보고 미소하고 왜장녀를 따라간다.)

관중: (애사당하고 동좌(同坐)한다.) , 주안상 한 상 차려 오너라. (왜장녀가 북에다가 꽹과리를 얹어 이고서 가지고 와서 관중과 애사당: 앞에 놓을 제, 중들이 죽 돌아선다.)

중들: 이년아 어서 술 데라. (왜장녀가 꽹과리 안에 손을 넣고 두른다.) 이년아 너 먼저 먹을라. (왜장녀 먹는다.) 이년아 네가 먹는단 말이냐? (왜장녀 또 덴다.)

완보: (아무 중이나 가리키며) 양반: 먼저 드려라. (왜장녀가 그것을 관중을 준다. 완보가 북[酒床]을 발로 차 엎지르고) 자아.

중들: 자아.

관중: 자아. (관중이 애사당을 업고 한 손을 흔들며)

 

(여러 중들이 물러서서 새면 앞에 앉는다. 애사당은 소장삼, 왜장녀는 대장삼을 입고 마주 서서 타령장단에 맞추어 대무를 춘다. 대무 33퇴 후에 애사당이 새면 앞에 앉으면 왜장녀가 돌단을 추고 멍석말이·곱사위하고 퇴장. 애사당이 일어나 여다지 후에 화장을 하고 그만둔다. 목중 2인이 북을 들고 서면 장단은 굿거리. 애사당이 벅구를 치고 한참 재미있게 노는 중에 목중 1인이 덤벼서 벅구를 뺏는다.)

 

묵승: 요년 요 요망 방정스런 년아, 남의 크나큰 놀음에 나와서 계집아이년이 무엇을 콩콩 쾡쾡 하느냐? (애사당은 가서 앉고, 목중이 벅구를 뺏어 들고 친다. 완보가 북 뒤에 가서 슬그머니 북을 잡아당기자 중은 헛손질을 한다.)

완보: 아따 그놈은 남을 타박을 치더니, 밥을 굶었는지 헛손질 잘하고 섰다.

: 남 재미있게 노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

완보: 너는 왜 남 잘 치는데 타박을 왜 주라드냐?

: 얘 그렇지 않다, 좀 잘 들어라. 우리 좀 잘 놀아 보자.

완보: 그래라. (북을 머리에 인다.)

: 그것을 어떻게 치란 말이냐?

완보: 이놈아 물구나무 서서 못 치느냐?

: 그렇지 않다, 잘 들어라. (완보가 두상(頭上)에 북을 높이 든다.) 이놈아 높아서 어떻게 치느냐?

완보: 이놈아 사닥다리 놓고 못 치느냐?

: . 너무 높으니 조곰, 조곰, 조곰, 조곰, 조곰, 조곰, (완보가 차츰차츰 내려든다.) 고만 (완보가 북을 땅에 놓는다.) 네게 땅에 노라드냐?

완보: 이놈아 조곰조곰 하다가 땅에 닿기에 놨지.

: 얘 안 되겠다. (북을 밀방을 해서 완보에게 지운다.)

완보: 이런 대처(大處)에를 나왔으니 좋은 물건이나 팔아 볼까.

"헌 가마솥 봉 받치올까 으트르……

사람은 백차일(白遮日) 치듯한데

흥정은 오리(五厘)치도 없구나.

: 게가 구멍을 찾지 구멍이 게를 찾드냐?

완보: 옳것다, 게가 구멍을 찾아. 구멍은 게를 안 찾는 법이라. "헌 무쇠 가마솥 봉 받치려" (중이 일어나 북을 꽝 친다.) 어이쿠 나와 계시우?

: 자네 이새 드문드문해그려.

완보: 드문드문? 네미 겅둥겅둥 아니고? 족통이나 안 났느냐?

: 아이고 그런 효자(孝子).

완보: 소재라는 게 오줌 앉힌 재?

: 어찌 듣는 말이냐? 효자란 말이다. 자네 요새 들으니까 영업이 대단히 크다데그려.

완보: 내 요새 영업이 대단히 크이. 영업차로 서양 각국이든지 일본이든지 많이 다녔다.

: 그 무슨 물건이란 말인가?

완보: 물건은 한 가지로되 이름은 여러 가질세.

: 그 무슨 물건 이름이 여러 가지란 말인가?

완보: 그 이름 알면 끔찍끔찍하다. 고동지라고도 하고, 북이라고도 하고, 벅구라고도 한다.

: 벅구면 치기도 허겠구나.

완보: 치면 천지가 진동하고 도무지 기가 막힌다.

: 우리 한 번 치고 놀아 보면 어떻겠느냐?

완보: 글랑은 그래라. (중이 벅구를 치는데, 완보가 돌아다보며) 좋지?

: 얘 그 딴은 좋다. (다시 친다.)

완보: 쩌르르…… (남으로 나가니 중이 헛손질을 한다.) 왜 이놈아 귀게(헛게) 들었느냐? 왜 헛손질을 하느냐?

: 얘 얘.

완보: 왜 그러느냐?

: 너 이번에 남쪽으로 갔으니 남쪽으로 가면 네 모()를 나를 주느니라.

완보: 남쪽으로 아니 가면 그 욕은 네가 먹느니라.

: 너만 그래. (중이 북을 또 친다. 완보는 북으로 가면 그는 못치고 헛손질을 한다.) 너 이게 무슨 짓이냐?

완보: 남으로 가는 맹세했으니까 북으로 가지 않았니.

: 너 북쪽이나 남쪽으로 가면 그렇다. (중이 벅구를 치면, 완보는 동으로 간다.)

완보: 아따 그놈 잘 친다.

: 너 이게 무슨 짓이냐?

완보: 너 북쪽이나 남쪽 가는 맹세했지, 동으로 가는 맹세는 아니 했으니까 동쪽으로 갔다.

: 너 남쪽이나 북쪽이나 동쪽이나 가면 그 욕은 네가 먹느니라.

완보: 그러면 남이나 북이나 동이나 아니 가면 괜찮지. (중이 벅구를 치면 완보가 서쪽으로 간다.)

: 이게 무슨 짓이냐?

완보: 남쪽이나 북쪽이나 동쪽이나 맹세했지, 서쪽 가는 맹세는 아니 했으니까 서쪽으로 갔다.

: 이런 녀석 말해 볼 수 있나, 너 이리 오너라. (완보를 세워 두 발을 모아 놓고 그 주위에 원을 긋는다.) 너 만일 이 금 밖에 나오면 네 어멈을 날 주느니라.

완보: 아모더지, 이 금 밖에만 나가면 그렇지.

: 영낙없지.

완보: 여러분이 다 보십시요. 금 밖에 나가면 그렇다고 맹세했으니 금 밖에 이놈이 먼저 나갔습니다. (중이 북을 칠 제 완보가 북을 벗어 버린다.)

: 너 이게 무슨 짓이냐?

완보: 금 밖에 나가면 그렇게 맹세했으니까 북을 벗어 노면 그만 아니냐?

 

-북놀이 종()-

 

 

 

7과정 -노장과정-

 

(노장이 상좌를 앞세우고 놀이판 병문에 들어섰다. 상좌가 손을 치면 타령장단을 치고 깨끼리춤(곱사위 멍석말이)을 추며 노장을 보고 경풍(驚風)을 하여 돌아선다.)

 

: 요 녀석아 어린 녀석이 무얼 보고 놀래느냐?"소상반죽 열두 마디 후리쳐 텀석 타" (노장을 보고 경풍하고 돌아선다.)

묵승: 아따 그 녀석은 남 나무래드니 너는 더 놀라는구나? (양양가 등을 부르고 나오다가 노장을 보고 깜짝 놀라 돌아선다.)

1: 아따 그 녀석들 남 나무래드니 뭘 보고 기절들 하느냐! (달아 달아 등을 부르고 나가서 노장을 규시후(窺視後) 경풍하여 돌아선다.)

2: 뭘 이 녀석들아 일, , 하느냐? (금강산 등을 부르고 나오다가 노장을 보고 놀라 돌아선다.)

관중: 이 자식들아 무얼 보고 그리 야단이냐? 어른이 나가실게 보아라. "녹수청산 깊은 골에 청룡 황룡이 굼틀어졌다" (나가 보고 놀라 돌아선다.)

완보: 이 제웅의 아들 녀석들아! 무얼 보고 그렇게 지랄들을 하느냐? 군자는 사불범정(邪不犯正)이라, 어른이 나가시건 보아라. (노래하고 나가서 노장을 보고) 어이쿠 이게 뭐냐?

중들: 그 뭐란 말이냐?

완보: 얘 뒷절에 여러 천년 묵은 신님이 내려오셨구나. 점잖으신 신님이 무얼 하러 여여(旅閭)에 내려오셨수? 신님이 절간에 계시면 송죽이 세 그릇이요, 담배가 세 매요, 상제 비역이 세 번인데, 뭘 하러 내려와 계시우?

1: (노장의 송낙을 붙잡고)어이건무얼썼어? 터주주저리를 썼나?

3: 새 새끼도 치겠네. 위여 위여. (노장이 부채로 완보 얼굴을 치고 옴을 가리킨다.)

완보: 얘 이것 봐라. 잇집[]에도 밸이 있다고. 그 중의 얼굴 감붉고 노벙거지 쓴 놈 잡아들이라네. 술렁수.

중들: 여이 여이.

완보: (명령적으로) 그 중에 얼굴 붉고 노벙거지 쓴 놈 잡아들여라.

중들: - -

1: (옴을 붙들고) 잡아들였소. (노장이 부채로 완보 얼굴을 친다.)

완보: 네 그놈을 덮어놓고 까요! 네 대매에 물고를 올려요! (명령적으로) 집장 노좌, 헐장 말고 당처를 각별히 쳐라. 매우 쳐라.

집장한 : 저 아떠-

:"소상반죽 열두 마디 후리쳐 덤석 타" (춤추며 나간다.)

완보: 얘 말아 말아 말아. 신님이 사람 하나 쥑이고도 꼼짝을 안 하고 요지부동이라. 이 철없는 자식아 뛰기만 하면 제일이냐? (노장이 또 부채로 완보 얼굴을 친다.) 네 신님이 신명이 과해서 내려오셨어요. 백구타령 한 마디를 도르르 말아다가 두 귀에 콱 박아 드리리까?

"백구(白鷗)야 펄펄 날지 마라…… 화류가자. "

옴중: 화류? ­- 먹감나무? (춤추며 나간다)

완보: 얘 말아 말아. 이 자식들아 뛰기만 하면 그만이냐?

옴중: 남 신이 날 만하면 왜 이래! (들어온다.)

완보:"삼청동 화개동에 도화동도 동이로다. "

6: 난데없는 도적놈이. (나간다.)

완보: 얘 말아 말아. 이 자식들아 무에 좋아 이렇게 뛰느냐? 신님이 백구타령 일판을 해드려도 땅띰도 안 하고 서 계시다. 모셔 드려야 안 하느냐?

중들: 그 이를 말이냐!

완보:"오이여 으으으 산이여 하 하" (닻 감는 소리)

중들:"오이여 으으으 에헤여아"

완보:"연평바다로 조기잡이 가세 아기냐 소냐 방애 흥애로다. "

중들: "아기냐 소냐 방애 흥애로구나. " 야할 야할. (노장을 엎어 놓는다.)

완보: 아이고 얘 한밥 먹을 것 생겼구나. 하누님께서 여러 중생이 수고했다고 천사복(天賜福)이다. (완보가 노장의 등을 짚고 흔든다.) 야 이것 농바위덩이 같구나. 그냥은 먹을 수 없으니까 토막을 쳐야 할 터인데 여러 토막을 내야겠는걸. (노장의 머리를 짚으면서) 이건 누가 먹으려느냐? (상좌가 가서 노장의 머리를 짚는다.) 요 안달할 녀석아. 이런 녀석이 어두봉미(魚頭鳳尾)란 말은 들어서 어른 전()에 먼저 맡는단 말이냐? (토막을 내서 먹는 모양. 여러 중들이 백목 무명을 가지고 노장을 둘러싸고, 새면은 타령장단을 친다.)

중들: 비애라 (꾸부려 엎드린다.) 비애라 비애라 비애라 비애라. (노장 하나만 두고모두 개복청(改服廳)으로 들어간다.)

 

(노장 혼자 그드름하고 타령장단. 노장이 3차를 일어서고 엎드리고 일어서서 장()을 액()에 대고 부이립(附而立)하며, 염불타령장단을 친다. 노장이 33퇴 후에 돌단으로 3회를 돌고, 장단을 타령으로 돌려 가지고 멍석말이, 곱사위, 화장으로 한참 춤춘 후에 소무당을 좌우에 세우고 대상(臺上)을 향하여 재배한 후에, 소무당을 좌우에 갈라 세우고, 중령산 장단을 치면서 양() 소무가 대무하는 가운데, 노장이 之字로 왕래하면서 소무의 입도 떼어 먹고, 겨드랑도 떼어 먹고, 견대띠를 끌러서 소무 1인을 동여 가지고 연도 날려 보고, 갖가지로 재롱을 보다가 노장의 염주로 무당의 목을 걸어 가지고 왕래 치빙(馳騁)하다가 새면 앞에 가서 앉는다.)

 

-노장과정 종()-



8과정 -말뚝이과정-

 

(말뚝이가 원숭이를 업고 나온다.)

 

말뚝이: 사람이 백차일 치듯 모였는데 이왕 나왔으니 물건이나 한번 외어 볼까. (외운다.) "서피(犀皮) 발막이나 여운혜들 사려사람은 만산편야(滿山偏野)해도 흥정은 오리치도 없네. (외운다) "서피 발막에 여당혜들 사려. ” (노장이 앉았다가 말뚝이 앞에 가서 부채를 확 편다.) 네 나아러 계시우. 네 물건을 사셔요! (원숭이를 내려 놓는다.) 아이고 무거워 죽겠네. (노장: 앞에서 채찍으로 땅을 치면서) 어째 불러 계시우? 네 신을 사요. 몇 켤레나 쓰시려우? (노장이 두 손가락을 붙였다 뗐다 한다.) 네 두 켤레요. 그건 누구를 신기시려우? (노장이 부채로 소무 2인을 가리킨다.) 네 한 켤레는 당신 할머니를 드리고, 한 켤레는 당신 대부인을 드려요. 몇 치나 쓰시려우? (노장이 부채에다 손을 대고 양지(兩指)2차를 뼘는다.) 이건 자벌레가 중패를 질렀오? 값은 언제 내시려우? 원 이런 어처구니 없는 놈 보게. 물건 값이라 하는 건 현금 없으면 한 파수라고 하든지, 넉넉 두 파수지. 윤동지달 스무 초하룻날 내마? 네 예끼 도둑에 아들놈! 열 치가 한 자가 되기루 내가 물건 값이야 못 받겠느냐? (채찍으로 원숭이를 친다.) 요녀석 일어나거라. (원숭이는 일어서서 들까분다.) 요 안달을 작작해라. 널로 해서 세상이 망하겠다. 요 모양에 무슨 신명은 아마 있으렸다. (타령장단)

봉지 봉지 봉지야. 깨소금 봉지도 봉지요.

후추 봉지도 봉지요, 고추가루 봉지도 봉지요.

짝짝콩 짝짝콩 쥐얌 쥐얌 쥐쥐얌

돌이 돌이 돌돌이

계수나무 요분틀 자기 녹비 끈을 꿰어

어슥비슥 차는고나.

네밀 붙고 발겨간다.

요녀석아 네미를 붙는데도 조렇게 두르느냐? 얘 그건 다 희언이다.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가 웬 못된 직장님을 만나서 물건값은 받을 수가 없는데, 그놈의 집 후정을 본즉 처첩인 듯싶더라. 그 중에 얌전한 걸로 하나를 빼오면 너도 홀애비요, 나도 홀애비인데, 밥도 하여 먹고 옷도 하여 입으면서, 네 동생도 하루 저녁에 여남은씩 날 테니 가서 한 년만 빼오너라. 쳐라. (타령장단을 친다. 원숭이 소무 앞으로 곱사위로 들어가서, 소무: 앞에서 좌우 손으로 소무의 어깨를 짚고 아래를 대고 돌아온다. 다시 멍석말이로 말뚝이 앞에 와서 말뚝이 얼굴을 친다.) 오 너 잘 다녀왔느냐? 간 일은 어떻게 되었단 말이냐? (원숭이 좌수(左手) 이지(二指)로 환()을 만들고 우수(右手) 일지(一指)를 그 속에 넣어 성교(性交)를 의미.) 요런 안갑을 할 녀석 봤을까? 요 체면에 무슨 생각이 있어서 요 녀석아 숫국을 걸르고 와? 솔개미 꾸미가게 보낸 모양이지,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네 비역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요 녀석 들어가자. 쳐라. (타령장단. 말뚝이가 깨끼리춤을 추고 퇴장.)




9과정 -취발이과정-

 

(취발이가 고섭가지[木枝]를 들고 나오면서)

 

취발: 에라 에라 에라. 이 안갑을 할 녀석들 다들 물러서라. (나와서) 얘 여러 해포만에 나왔더니 정신이 띵하구나. 왜 난데없는 향내가 코를 쿡쿡 찌르느냐? 향내도 되잖은 인조사향(人造麝香)내일세. 옛날에 하던 지저귀나 한 번 하여 보자. 얘 일어- 어이키여. (재채기한다.) 한 번 다시 또 불러 볼까? 얘 일어- (노장이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서 취발이 앞에 가 부채를 확 편다.) 아이쿠머니 이게 뭐냐? 내 오늘 친구 덕에 술잔이나 얼척지근하게 먹었더니 이 ××(장소) 벌판에 주린 솔개미가 내 얼굴이 벌거니까 꾸미 자판으로 알고 덤비네. 까딱하면 얼굴 부란당 맞기 쉽겠군. 솔개미 좀 쫓아야지. 훨훨훨훨훨. (타령장단) 솔개미를 쫓았으니 다시 한 번 불러 볼까. 일워- (노장이 나와서 또 부채를 확 편다.) 얘 이건 솔개미인 줄 알았더니 솔개미도 아니로구나. 무슨 내용이 있는 모양이로군. (취발이가 솔가지를 제 이마에 대고 터부렁한 머리를 거슬리고 소무를 건너다 보고, 두 손으로 땅바닥을 탁 치면서 껄껄 웃는다.) 나는 뭐이 그랬노 했드니 저 녀석이 그랬네 그려. 이놈아 아무리 세월이 말세가 되얏기로 중놈이 여려(旅閭)에 내려와서 계집이 하나도 어려운데 둘씩 데리고 농창을 쳐? 저런 육실할 놈을 어떻게 하면 저년을 다 빼앗나! 우선 급한 대로 신정(新町) 갖다 팔더래도 둘에 백냥은 받겠지. 이놈아, 너고 나고는 소용없다. 만첩청산 깊은 골에 쑥 들어가서 눈이 부옇게 멀도록 생똥구멍이나 하자. 아이고 저런 육실을 할 놈 그건 싫다네. 저놈을 뭘로 놀여 낼고, 금강산으로 놀여낼가!

금강산을 좋단 말은 풍편에 넌짓 듣고 장안사 썩 들어가니 난데없는 검은 중놈 팔대 장삼을 떨쳐 입고 흐늘거려서 노닌다. (노장과 마주 서서 춤추다가 돌단을 추고, 노장이 장삼 소매로 취발이를 때린다.) 얘 그 중놈 딴딴하구나. 속인 치기를 낭중취물(囊中取物)하듯 하네. (노장이 새면 앞에 가서 장삼을 벗고 우뚝 서면 취발이가 물끄러미 본다.) 아 이놈 보게. 나를 아주 잡으려나 옷을 벗고 덤비네. (취발이도 벗는다.) 이놈아 너 벗었는데 나는 못 벗으랴! 여 여러분이 몸조심을 하는 이는 다 가십시요. 오늘 여기서 살인납니다.

"양양 소화……" (둘이 대립하여 춤을 추다가 노장이 취발이 앞으로 돌아서며 화장을 하며 다시 취발이 앞으로 간다. 취발이가 노장의 등을 치면 노장이 놀라 나가서 소무당 다리를 벌리고 들어가 업드린다.) 중놈이란 할 수 없어. 뒤가 무르기가 한량이 없지. 나는 그놈한테 한 번 얻어맞고 능히 배겼는데, 이놈은 아주 열두 끗을 하였네. 이놈이 들어갔으니 한번 놀아나 봐야겠다. (옷을 주워 입고)

"녹수청산 깊은 골에 청룡 황룡이 굼틀어졌다. "

(춤을 추며 돌단으로 소무 앞으로 간다. 노장이 별안간에 쑥 나오면, 취발이가 깜짝 놀라 돌아서면서) 아이고머니 이게 뭐야! 옳다 뭔고 하였더니 인왕산 속에서 여러 천년 묵은 대맹이[]가 나왔네그려. 얘 그저 연일 날이 흐리더라. 점잖은 짐승이 인간 눈 더러운데 왜 나려왔어, 어서 들어가! , 짐승도 점잖으니까 말귀를 알아듣네. 들어가라니까 슬슬 들어가는데. (노장이 뒷걸음으로 들어가다가 쑥 나온다. 취발이가 놀라 물러서면서) 아이고 이게 나하고 놀자네. 어서 들어가! 이 녀석아 쑥 들어가거라. (솔가지로 땅바닥을 치니 노장이 소무 하나를 데리고 개복청으로 퇴장.) 저년은 그래도 못 미더워 중서방을 해 가네. (나머지 소무 1인의 옆에 가서) 중놈이 밤낮 천수천한관자보살이나 불렀지, 이런 오입쟁이 놀음이야 한 번 해 봤을 수가 있나. 자랏춤이나 한 번 추어 볼까! (취발이가 춤으로 들어가서 소무를 가운데 놓고 돌단으로 추다가, 곱사위춤으로 들어가서 소무 앞에 앉으며 다리 하나를 소무 치마 속에 넣고 책상다리로 앉는다.) 제가 나무아미타불이나 했지 이런 가사나 한 번 불러 봤을 수가 있나!

공산이 적막한데 슬피 우는 두견아. 촉국흥망(蜀國興亡)이 어제 오늘 아니어든 지금에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이 계집애 가사마다 시다 절절. (타령장단. 다시 한 바퀴 돌아 소무 앞에 앉는다.) 원 이런 녀석에 일이 있나? 내가 계집을 데리고 논다고 머리를 풀고 있었으니, 남이 알면 제상 당한 줄 알겠지. 상투나 좀 짜야겠다. (상투를 짠다.) 밤낮 짰다 봐도 한벌 (몇번 감다가) 또 한 벌. (3차나 이렇게 하고 앉는다.) 이 계집애 상투 외투마다 시다 절절. (한 바퀴 돌아 뒤에 가서 소무의 사타구니에 머리를 넣고 엎드려 방아 찧는다.)

"얼시구 절시구 경()귀자로 찧는다. 아무리 찧어도 헛방아만 찧는다. "

(고개를 돌려 소무를 보니 무()가 살그머니 비껴 선다.) 내 그저 싱겁드라니 요년 중놈만 못하지? 이 계집애 방아마다 시다. (일어나서 돌단을 돌고 소무: 뒤로 앉아서 치마 속에 머리를 넣는다.) 얘 딴은 좋다. 평생 살아도 후정(後庭)이라고는 처음 들어와 봤는데, 잔솔이 담상담상 난 게 참 좋다. (일어나서 소무의 치마를 붙잡고 서로 등을 대고 선다.) 뒤집 신개[白犬] 흘너 허- (소무가 서서 배를 만진다.) 공석 어멈, 공석 어멈. (부른다.) (왜장녀가 수건을 머리에 쓰고 한 바퀴를 돌면서 드러누운 소무 옆으로 가니, 공석 어멈을 보고 취발이가) 머리를 짚어 드려라. 허리를 좀 눌러 드려라. (공석 어멈은 해산 구완하는 형용하고 퇴장. 마당에 아이만 있고 소무는 나가서 새면 앞에 앉았다. 취발이가 낭성걸음으로 뛰어다니다가 아이를 보고서) 어이쿠머니 이게 뭐여. 지금 난 게 요렇게 큰가! 몹시 숙성한데, ! 육실할 년 보게 삼도 안 가르고 들어갔네. 내가 가를 수밖에. (탯줄을 뼘 가옷을 뼘어서 돌돌 말아 배에 붙이고) 삼신제왕이 내가 넉넉지 못한 줄 알고 한 번 일습(一襲)을 하여 입혀 보냈네. 굴레까지 저고리까지 바지까지 버선 행전 토수까지 꽃미투리를 낙꼭지로 들메까지 하였네. 아해 여보 아버지. 날 좀 업어 주.

취발: 몰라 그렇지, 아해 업는 방법이 있는 걸 여간 사람이 이걸 알 수가 있나. 아이라는 것은 거꾸로 업어야 체증(滯症)이 없는 법이라. (거꾸로 업는다.) 아이고머니 덜미를 이렇게 뚫러? 원 어떻게 어린 녀석이 양기(陽氣) 덩어리로 생겼는지. (어린애를 들고 본다.) 아따 어린 녀석 자지라고 어른 좆보다 더 빳빳하구나.

아해: 여보 아버지 글을 좀 배워야겠소.

취발: 그 이를 말이냐.

아해: 황해도하고 평안도하고 배우겠소.

취발: 옳것다. 양서(兩西, 兩書)를 배워?

하늘천 따지 가물현 누루황.

하늘이 있을 제 땅이랴 없으랴!

가마솥이 있을 제 누른밥이 없으랴.

아해 북북 긁어서 선생님은 한 그릇 나는 두 그릇 먹겠소.

취발: 이놈아, 네가 두 그릇을 먹어! 선생님을 두 그릇 드려야지.

, , , ,

()로 집을 짓고 ㄷ ㄷ이 살잤더니

가이 없는 이내 몸이 거주 없이 되얏소. (아이가 운다.)

아가 아가 우지 말아 제발 덕분 우지 말아.

너 어머니가 굿 보러 가서

떡 받아다 주맷스니 제발 덕분 우지 말아.

아해: 여보 아버지 내, 젖을 좀 먹어야겠소.

취발: 오냐 그래라. 이걸 이름을 지야 할 텐데 뭐라고 지야 할까. 옳것다. 마당에서 났으니 마당이라고 지어야겠군. (아이를 안고 소무당녀에게로 간다.) 여 마당 어머니. 얘 배고프다고 젖을 좀 달라니 젖을 좀 멕이우. (소무가 아이를 툭 친다.) 아 이게 무슨 짓이요? 어린게 젖을 달라니 좀 먹일 게지 아수 그러지 마우. (다시 아이를 내미니 소무는 또 그런다.) 이게 무슨 못된 짓일까. 이건 나만 좋아 만들었니? 어린게 우니까 젖좀 주라니까 뺑그러트리고 그럴 게 뭐야. 예끼 망덕을 할 년 같으니. (아이를 소무 앞에 던지고 취발이가 소무 옆에 가 앉는다.)




10과정 -샌님: 과정-

 

(말뚝이가 샌님 서장님 도련님 3인을 데리고 나온다. 이 때에 취발이는 의막사령 노릇을 한다.)

 

말뚝이: 의막사령(依幕使令), 의막사령아.

쇠뚝이: 누 네미할 놈이 남 내근(內勤)하는데, 의막사령 의막사령 그래?

말뚝이: 내근하기는 사람이 백차일 치듯 한데 내근을 해?

쇠뚝이: 어찌 듣는 말이냐? 아무리 사람이 백차일 치듯 해도 우리 내외(內外) 앉았으니까 내근하지.

말뚝이: 옳것다. 내외 앉았으니 내근한단 말이렸다.

쇠뚝이: 자네 드문드문하이그려.

말뚝이: 드문드문 넨장할 건둥건둥하이.

쇠뚝이: 족통이나 안 났느냐?

말뚝이: 아이 그런 효자(孝子).

쇠뚝이: 소재라니 오줌 앉힌 재?

말뚝이: 어찌 듣는 말이냐? 그건 소재지, 이건 효자란 말이여. 얘 그러나 저러나 안된 일이 있다.

쇠뚝이: 무슨 일이란 말이냐?

말뚝이: 우리댁 샌님, 서장님, 도련님이 장중 출입을 하시느라고, 일세(日勢)가 저물어서 하룻밤 숙박을 해야 할 텐데, 나는 여기 아는 사람이 없고, 친구란 자네뿐인데 의논의 말일세. (쇠뚝이가 샌님을 기웃이 보고 샌님 부채 대고 있는 것을 잡아뗀다.)

샌님: 으어 으어 으흠. (기침을 한다.)

말뚝이: 다 자란 송아지 코 찔나?

쇠뚝이: , 의막 지였다. 얘 봐 하니까 그 젊은 청년도 있는 듯하니 담배도 먹을 듯하니, 방 하나 가지고 쓸 수 없으니까 안팎 사랑 있는 집을 치였다. 바깥 사랑을 똥그랗게 말장(돼지우리같이) 박고 안은 똥그랗게 담 쌓고 문은 하늘 냈다.

말뚝이: 그럼 돼지우리로구나.

쇠뚝이: 영낙없지. (쇠뚝이는 앞서고 말뚝이는 뒤에 섰다.) 고이 고이 고이 고이.

말뚝이: (채찍을 들고) 두우 두우 두우 (돼지 쫓는 모양) 얘 우리 댁 샌님께서, "이 의막을 누가 잡았느냐? 네가 얻었느냐, 누가 다른 사람이 얻었느냐?" 말씀하시기에 "이 동네 아는 친구 쇠뚝이가 얻었읍니다. " "그럼 걔 좀 보는 게 어떠냐?" 하시니 들어가서 한 번 뵈이는 게 좋다.

쇠뚝이: 샌님 쇠뚝이 문안 들어가우. 잘 받아야지 잘못 받으면 송사리뼈라는 게 안 남는다. 샌님 소인-

말뚝이: 얘 샌님께는 인사를 드려도 씹구녕 같고, 아니 드려도 우스꽝스러우나, 서방님께 문안을 단단히 드려야지 만일 잘못 드리면 죽고 남지 못하리라.

쇠뚝이: 서방님 쇠뚝이 문안 들어가우. 잘 받아야지 잘못 받으면 생육실하리라. 서방님 소인-

말뚝이: , 샌님과 서방님께서는 인사를 드려도 씹구녕 같고, 아니 드려도 우스꽝스러우니, 해남 관머리께 선 종가집 도령님께 인사를 드려야지 인사를 잘못 드리면 네가 죽고 남지 못하리라.

쇠뚝이: 도령님 쇠뚝이 문안 들어가우. 도령님 도령님 소인-

도련님: 좋이 있더냐?

쇠뚝이: , 이런 놈의 일 보게. 양반의 새끼라 다르다. 상놈 같으면 네미나 잘 붙었느냐? 그럴 텐데. 고런 어린 호래들 녀석이 어디 있어? 늙은 사람에게 의젓이 좋이 있더냐 그러네!

말뚝이: 얘 그리하기에 우리 나라 호박은 커도 심심하고 대국(大國) 호추(胡椒)는 작아도 맵단 말을 못 들었느냐?

쇠뚝이: 말뚝아. 샌님께 문안 좀 다시 드려다우. 쇠뚝이가 술 한 잔 안 먹은 날은 샌님, 서방님, 도령님 세 댁으로 다니면서 안팎에 비질을 말갛게 하고요, 술이나 한 잔 먹고, 두 잔 먹고, 석 잔 먹어서, 한 반취(半醉)쯤 되면 세 댁으로 다니면서 조개라는 조개, 작은 조개, 큰 조개, 묵은 조개, 햇조개 여부없이 잘 까먹는 영해 영덕 소라, 고등어 애들놈 문안 드리오 이렇게 하였다오.

샌님: 어으아 남의 종 쇠뚝이 잡아들여라 킁.

말뚝이: 쇠뚝이 잡아들였소. (쇠뚝이를 거꾸로 잡아들였다.)

샌님: 그놈의 대가리는 정주 난리를 갔다 왔느냐?

말뚝이: 그놈의 대가리가 하도 험상스러워서 샌님이 보고서 경풍을 하실까봐 거꾸로 잡아들였소. (쇠뚝이가 손가락으로 꼴뚜기-욕할 때 하는 것-를 만들어 꼼작꼼작한다.)

샌님: 그놈의 뒤에서 무엇이 꼼작꼼작하느냐?

말뚝이: 그놈더러 물어 보시구려.

샌님: 여라 찌놈.

쇠뚝이: 누 네밀할 놈이 날 보고 여봐라 이놈 그래? 내 이름이 있는데.

샌님: 네 이름이 뭐란 말이냐?

쇠뚝이: 내 이름은 샌님한테 아주 적당하오.

샌님: 그것 뭐란 말이냐? 이름이.

쇠뚝이: 아당아자() 번개번자().

샌님: 얘 이놈의 이름이 이상스럽다.

쇠뚝이: 샌님께는 그 이름이 꼭 맞지요.

샌님: 아자() 번자().

쇠뚝이: 붙여 부를 줄 몰우? 하늘천 따지만 알지 천지현황(天地玄黃)은 모르우?

샌님: 아 아.

쇠뚝이: 이건 누가 잘갭이 (목 누르는 것)를 놓소.

샌님: .

쇠뚝이: 붙여 불러요.

샌님: 아번이.

쇠뚝이: !

샌님: 으으아! 남의 종 쇠뚝이 죄는 허()하고 사()하고 내 종 말뚝이 잡아들여라.

쇠뚝이: 그러면 그렇지. 양반집에는 이래 다니는 거야. 이놈이 그 댁 청지기니 벨배니 하면서 세도가 아망위같이 세더니, 세무십년(勢無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말뚝이의 평양자를 벗겨서 쓰고 채찍을 빼앗아 들면서)

샌님: 엎어 놓고 그놈을 까라. 집장노자, 그놈을 대매에 물고를 올리고 헐장을 해라.

쇠뚝이: 저아-(때리려고 한다.) (말뚝이가 일어나 쇠뚝이를 보고 스무 냥()을 준다는 의미로 양수(兩手)를 합하야 2차 편다.) 걱정 마라 이놈 넙죽 엎드렸거라. 저아-

샌님: (부채를 확 펴고) 여봐라 찌놈 네밀 논아 하자고 공론을 했느냐.

쇠뚝이: 아니올시다. 저놈이 매를 맞으면 죽겠으니까 헐장하여 달라고 했습니다.

샌님: 아니다.

쇠뚝이: 저놈의 눈깔이 띄었스니까,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쇠뚝이가 채찍으로 샌님 코를 찌르며) 이것 주맙디다.

샌님: 빙신()? 얼마?

쇠뚝이: 아 이게 아퀴까지 지라네. 그놈이 형세가 없스니까 열댄 냥 주맙디다.

샌님: 열 아홉 냥 아홉 돈 구분(九分)은 댁으로 봉송하고, 한 푼 가지고 청량리 나가서 막걸리 한 푼어치 사 가지고 냉수 한 동이에 타먹고 급살이나 맞아 죽어라.

쇠뚝이: 예끼 도적의 아들놈. (말뚝이, 쇠뚝이, 서방님, 도령님 퇴장. 샌님이 소무를 내세우고 사방으로 다니다가 춤추다가 [타령장단] 소무 곁에 와서 돌단 한 번 돌고 소무를 안는다.)

샌님: 두 내외 재미있게 노는데 어느 놈이 회를 지어? (포도부장이 개복청에서 왈칵 나와서 샌님을 집어치고 소무의 손을 잡고 대무하면서 나가니 샌님이 소무 뒤를 쫓으면서) 일어서 일어서 어디를 갔나? (소무가 돌아서면 샌님이 마주 서서 춤을 추는데, 포도부장이 춤추며 가운데 와서 막아선다. 샌님이 포도부장을 떠밀면서) 이놈아 저리 물러서거라. (소무와 샌님이 마주 춤을 추는데, 포도부장이 재차 들어 중간을 막아 서니, 샌님이 포도부장의 등을 울리며) 이놈아 이 육실을 할 놈아 저리 가거라. (샌님 이 소무 즉 첩을 끼고 서서) 저놈은 얼굴은 뻔뻔해도 속에는 장구벌레가 들석들석하네. 나는 코밑은 조금 째졌어도 못 먹는 돌배일세. 저놈을 한 번 보고 와야겠지. 쳐라. (세마치 타령장단) 고이 고이 (가다가 중간에서 소무를 돌아다보고) 소무를 두고 가려니까 걸음이 뒤로 걸리네. 그래도 저놈을 가보고 와야겠지. (부채로 포도부장 얼굴을 탁 치면서) 이놈, 이 주릴할 놈아. 처가살이 갔다가 장모 붙고 쫓겨올 놈. 어디 계집이 없어서 늙으니가 소첩 하나 둔 것을 깍쟁이 태() 차가듯 차가느냐? 다시 오면 네미를 붙느니라. 쳐라. (춤추며 돌아온다.) (포도부장이 다시 소무 손목을 잡고 대무하며 나간다. 샌님이 소무 뒤를 쫓으면서) 어이거 어이거 일어서 일어서. (다시 소무를 안고) 너 어디 갔더냐? (소무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니) 하늘에 별 따러? 아닌 밤중쯤 되면 내 연장 망태기를 네것 주무르듯 맘대로 노는 내 사랑이지? (소무가 뺑그러트리며 샌님 의 뺨을 치고 멱살을 들고서 포도부장을 손으로 부르니까, 포도부장이 립()을 제껴쓰고 두 소매를 걷으면서 옷자락을 뒤로 젖히고 벼락같이 달려들어서 샌님의 멱살을 들고 발길로 복장을 질러 내쫓고서, 소무와 같이 서서 있다. 샌님이 할 일 없어) 늙으면 죽어, 젊은 놈의 세상이다. (샌님이 소무 곁에 가서) 장부 일언이 중천금인데 말을 냈다 그만두랴? 손 내밀어라. (포도부장이 손을 내미니 샌님이 소무의 손인 줄 알고서 붙잡고) 참말 이러나 어이거 어이거 정말인가? 이놈이 이 육실할 놈아 널더러 손 내밀랬어? (손을 홱뿌리치고 다시 소무를 보고) 손 내밀게. (소무가 손을 내민다.) 어이거 어이거 정말 이러나? 할 수 없다 퇴. (침 뱉는다.) 쳐라. (샌님이 춤추고 개복청으로 들어간다.)



11과정 -신할애비과정-

 

(신할애비가 미얄할미를 데리고 나와서 사설한다. 말뚝이가 독기가 되고 왜장녀는 독기 누이가 되어서 판 가운데 나와 앉았다.)

 

신할애비: 웬 사람이 이렇게 백차일 치듯 하였노? 예전에 하던 지저귀나 하여 볼까?

아희들아 산듸굿을 다 보았느냐? 탈 쓴 팔십 노인 나도 보자. 나도 엊그제 청춘일러니 홍안백발이 되었구나. 치어다보니 만학천봉 굽어보니 백사지(白沙地)로다. 운침(雲枕)은 벽계(碧溪)요 황혼은 유록한데, 적막강산이 여기로구나.

그 무엇이 앞에서 곰실곰실하였노 했더니 청개고리 밑에 실뱀 쫓아다니듯 뭘 하러 늙은 것이 쫓아왔노? 모양 대단히 창피하구, 멱동구리 항동아리 부정귀는 다 어찌하고 나왔나? 본시 똑똑하니까, 건느 말(건너 마을) 김동지를 맡겼어? 송아지와 개새끼는 어쨌나? ! 구장을 맡겼어? 근본 사람이 낙제는 없스니까 튼튼하게는 하였지. ()말이지 지금은 소용이 없어. 자네도 늙고 나도 늙었스니 우리 이별이나 한 번 하여 볼까? 아 이것 보게. 마단 말 아니하고 그리하자고 그러네. 할 수 없다.

죽어라 죽어라 제발 덕분에 죽어라. 너 죽으면 나 못살고 나 죽은들 네 못살랴!제발 덕분에 죽어라. 옥단춘이가 죽었스랴? 제발 덕분에 죽어라. 두 손뼉을 척척 치며,노란 머리를 박박 뜯고서, 제발 덕분에 죽어라. (미얄할미가 장중(場中)에서 죽는다.) 이거 성미는 가랑잎에 불붙기였다. 그리 하였더니 이거 정말 죽었나?

"마누라 마누라 마누라 마누라" 어이쿠머니, 이게 무슨 짓이여? 이러면 내가 속을 줄 알고 이러나. 어이쿠머니 코에서 찬 김이 나오네. 정말 죽었구나. 이를 어떻게 하잔 말인가? (우는 모양으로)

"어이 어이 어어이 어어이" 이거 내가 울음을 우나 시조를 하나? 이거 인제는 파묻기나 할 수밖에 없는데, 난봉의 자식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무슨 옌장 이름인데! 이 때갈녀석이 이런 데 나왔슬가? 어디 찾아나 봐야지.

"! 독기야 독기야" 이런 녀석이 이런 데 나왔슬까?

"! 독기야 독기야" (독기가 와서 채찍으로 신할애비 얼굴을 치며)

독기: 압세 네.

신할애비: 니가 누구냐.

독기: 네 내가 독기요, 아버지 평안 지냈소?

신할애비: 애비더러 평안 지냈수가 뭐냐?

독기: 아버지 하는 체신 봐서는 그것도 과만하지요.

신할애비: 너 그새 어디 갔더냐?

독기: 똥 누러요.

신할애비: 똥은 이 녀석아 화수분 설사를 붙잡혔더냐? 그러나 저러나 저 건너 김동지집 월수돈 두 돈 칠 분 전해랬더니 어찌하였느냐?

독기: 가지고 촉동 밖에를 나가니, 다섯이 앉아서 오동댕이를 합디다. () 목도 못 놔 보고 부탁하여 잃고서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한테 경칠까봐서 그냥 달어났소.

신할애비: 얘 너 어머니가 세빙고를 쳤단다.

독기: 아버지 약주 잡수셨소그려.

신할애비: 술이 다 뭐냐? 정말이다.

독기: 어머니가 정말 새평이를 쳤어요? 빙소방이 어디요? (신할애비 부자가 미얄할미 누운 데 와서 곡한다.)

신할애비·독기: 어이 어이 어이.

신할애비: 얘 앉아서 울기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 니나 내나 현손백결인데. 얘 너의 누이 하나 있는데, 먼지골서 살다가 잿골로 갔느니라. 네가 빨리 가 데리고 오너라.

독기: 누 제밀할 놈이 상제보고 통부 가지고 가라는 데 어디 있습디까? 아버지가 갔다 오시우.

신할애비: 네 말인즉 옳은 말이다마는 늙은 놈 내가 갈 수가 있느냐? 젊은 놈 네가 속히 가 데리고 오너라. (독기가 왜장녀 즉 누이한테 가서)

독기: 여보 누님.

왜장녀: 거 누구냐?

독기: 내가 독기요.

왜장녀: 깍귀여?

독기: 내가 독기여요.

왜장녀: 대패?

독기: 이거 뭐 억이는 데 무엇 생기우? 내가 독기여요.

왜장녀: 이새 너 도무지 안 오더니 왜 왔니?

독기: 어머니가 숟가락을 놨다우.

왜장녀: 너 내가 전처럼 뭐 있는 줄 알고 이래니? 네 매부가 나간 지가 갓 마흔 두 해다. 겨울 풀장사와 물레질 품을 팔어서 구명도생(救命導生)해 간다. 뭐 전()쪽으로 알고 이따위 소리를 또 하느냐? 가끔 뜯어가더니 죽잖은 어머니 죽었다고 또 와서 그짓말을 하느냐?

독기: 어느 제밀할 놈이 죽지 않은 어머니 죽었다고 한단 말이요? 참말이요.

왜장녀: 정말이면 가자. (둘이 온다.) 아버지 뵈입니다.

신할애비: ! 너 왔느냐? 네 모()가 죽었다.

왜장녀: 아버지가 약주 잡숫고 무에라고 했나 보. 양잼물 잔치를 했나 보.

신할애비: 얘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정말 죽었단다. (3인이 곡한다.)

왜장녀: 아이고 어머니 정말 돌아가셨소? 어째잔 말이요? 전에는 어머니 얼굴이 분옥(粉玉)을 따고는 듯하더니 희금자 다식이 다 됐소그려. 약이나 좀 써 봤소?

신할애비: 약도 쓸 새가 없어서 못 썼다.

왜장녀: 그럼 약이나 좀 써 보지요. (약같은 것을 미얄할미 입에 넣으니까 미얄할미가 일어나서 딸을 데리고 들어간다. , 회생한 것이 아니라 죽어서 묻은 모양.)

신할애비: 얘 독기야.

독기: .

신할애비: 야 네 모()가 죽을 적에 넋이나 하여 달라고 하였스니 넋이나 적적히 풀어 주자. (신할애비가 장고를 끼고 앉아서 가망청배를 한다.)

바람이 월궁(月宮)의 달월이성이요. 일광지성 마누라 바람 영실로 나리오.

(()잽이가 노랫가락 장단을 친다.)

이 터전 이 가중(家中)에 각인(各人) 각성(各姓) 열에 열 명이 다니시드라도 뉘도 탈도 보지 아니하시든 영부정 가망에

() 간 데 그늘이요, () 계신 데 소()이로다. 소이라 깁속것만 모래 우에 해소로다. 마누라 영검 소이를 깊히 몰나.

국이야 국이언만은 저마당에 전이로다. 시절은 시절(時節)이오나 양전(兩殿) 마마님 시절이로다. 세상이 오독립(吾獨立)하니 하마온들

넋이야 넋이로다. 노양 신선의 초넋이야. 넋일랑 넋반에 담고, 신의 신체는 관에 모셔,세상에 나오신 망제님 놀고 갈까.

어이히히 웃자 초가망 이가망에 삼가망이 아니시냐? 좋다 전물도 가망이요, 말게라 오신 가망 설게 받어 오신 가망 각인각성 열에 열명 다니시드래도 뉘도 탈도 보지 아니시든 영부정 가망이 적적히 놀고 갑시사.

 

(굿거리 장단에 소무·독기 대무(對舞)하고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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