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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두고 온 것은 없었을까
슬며시 남겨두고 오려 했는데
굳이 따라와 그것이 그것인 양
구분할 수 없게 하는 복잡함으로
마음 상하게 하는 것은 없었을까
그렇게 추억을 옮겨 풀어 놓으면서
남아 있을 지 모를 과거를 생각한다
이것은 일년 전, 저것은 벌써 십년 전
어느 것은 처음의 따뜻한 체온으로
어느 것은 아직도 고통스런 추억으로
이리저리 옮겨가는 시선이 비밀스럽다
그러다 순간의 머뭇거림
이들 중 무엇을 소중하게 여겼을까
이제는 놓아야 할 것은 또 무엇인가
그것과 그것을 구분하여 정리해야 하는
삶의 의무감의 무게를 느끼는 것일까
버리려 하다가 아쉬워 보듬어 보았다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도 보았다가
내 손길은 다시 비밀이 되어 멈추었다
이 모든 것을 기억 속에 담는다면
이 머뭇거림조차 기억 속에 담긴다면
무거움은 번거로움으로 꾸려질 것이다
필요하기에 소중한 것이 아니라
소중하기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곰곰 풀리는 짐들의 빈 틈 사이에
곧 풀려지게 될 생각을 묶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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