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단상, 아침 산책길

New-Mountain(새뫼) 2015. 2. 15. 10:11
728x90

아침, 지난 밤을 기대했으리라

많지 않더라도 길은 눈으로 덮이고

어제와는 달라진 새 길이 열리고 

그래, 이제 이 길을 걸어 더 늦기 전에 

내 자취를 남기고 싶었음이라

아무도 알지 못한 나만이 가는 곳으로

발자국은 찍히는 것이 아니라 

찍어야 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가만, 조금만 걸으면 깨닫는 

발자국은 절대 나를 앞서지 않는다

어제와는 다른 풍경이 가끔 열렸어도 

아직 가지 않았기에 내 흔적은 없다

뒤를 돌아보면 뒤에 뒤에 저 뒤로 

잠자코 내가 있다 

고르지 못한 두 자취로

내가 걸어왔다는 것만 알릴 뿐이다


그런데 또 가만, 지금 화두인 이것들이

발자국이 내 것이라는 것을 누가 알까

걸으면 발자국이 남는다는 것조차도 

다들 애써 모르는 체 하는 때에 

자기보다 앞서간, 또는 뒤처진 발자국에 

어떤 사정이 담겼 있는지를 알

발자국은 찍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찍히고 있는 것일까

728x90

'자작시와 자작소설 > 시; 14년 이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  (0) 2015.03.01
  (0) 2015.02.18
뒷모습에 대하여 - 겨울산을 내려오며  (0) 2015.02.02
박물관에서 추사의 편지를 보다  (0) 201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