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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은 가을처럼 쓸쓸하다
끝없이 누렇게 시든 들판이 바탕이 되어
이백년 전 사내의 삶은 굴곡지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리고 다시 끊어지는
그렇게 조마조마하게 살았을까
아니 다시 굵은 획이 되어 세상을 자랑했을까
그러다가 험한 바다 구겨진 종이를 건너
먼 탐라로 건너갔을까
.... 저 여백처럼
머릿속 하얗게 아내의 죽음을 듣고
편지의 한 귀퉁이를 가슴을 담아 쥐어뜯어내렸을까
떨어져 망실된 나머지 부분들을 끌어 안고
시간 속으로 사라졌을까
사내의 삶은 유리 속에 박제되었다
그 흔적들은 거울이 되어 사라지고
일상이 급한 다른 사내의 얼굴을 비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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