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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봄볕이 있어야 봄은 아니다.
먼지낀 창밖으로
꽃잎 몇 장 차갑게 올라왔음을 보다.
그것이 환영이었어도 꽃잎을 보다.
푸름도 없고 향기는 아예 없었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 12월의 한 가운데
적막함 속에 화려하다거나 혹은 소박하다거나
이런 수식어들이 전혀 어울일 수 없는
그냥 그 자리이다.
옛날 그 자리에 옛날처럼 섰다.
아직 살아있음이라
아직 죽이 않았음이라
절규처럼
서늘한 꽃잎이 중년처럼 낡았다면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추위속의 통과의례인양
피는 듯 마는 듯 지켜볼 이 없어 사그러질 때까지
상념처럼 살아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라면 더 서글퍼 질 것이다.
내다본다.
그리고 붉은 혈색이라도 피었을까 기대하는
몸짓은 먼지낀 창문위에서
묘하게 마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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