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진달래

New-Mountain(새뫼) 2014. 12. 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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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봄볕이 있어야 봄은 아니다.

먼지낀 창밖으로 

꽃잎 몇 장 차갑게 올라왔음을 보다.

그것이 환영이었어도 꽃잎을 보다.


푸름도 없고 향기는 아예 없었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 12월의 한 가운데 

적막함 속에 화려하다거나 혹은 소박하다거나

이런 수식어들이 전혀 어울일 수 없는

그냥 그 자리이다.

옛날 그 자리에 옛날처럼 섰다.


아직 살아있음이라

아직 죽이 않았음이라

절규처럼


서늘한 꽃잎이 중년처럼 낡았다면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추위속의 통과의례인양

피는 듯 마는 듯 지켜볼 이 없어 사그러질 때까지

상념처럼 살아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라면 더 서글퍼 질 것이다.


내다본다.

그리고 붉은 혈색이라도 피었을까 기대하는 

몸짓은 먼지낀 창문위에서 

묘하게 마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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