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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를 하려다가
문득, 참
자네 지금 무얼 하렴인가,
시간은 저렇게 켜켜이 내려앉아 있는데,
지금 나는 무엇을 베려함일까.
아직도 세상을 두려워하는 어이없음이나
정체성을 고민하다 남긴 끔찍한 편두통이 아니라
세월과 바뀌어 규칙없이 자라난
부조화한 희고 검은 수염들뿐.
그것뿐.
그런데 정녕 그것뿐이었을까.
제 눈빛이나 겨우 담고 있는 움추려진 눈빛이라던지
이젠 숙취가 되어 속을 쓰라리게 하는
어제 그제, 혹은 그 이전의 삶의 기억들
이런 것들이 베어지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게 면도를 하면서도
다시, 참
자네 지금 무얼 보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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