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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왔다.
대학 후배이며, 교직 후배이며, 한 때 인천국어교사모임 후배이며...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우같은 아니 같이 늙어가는 동료이다.
그가 찾아 왔다.
한선생이다.
학교 옆 공원 한구석에 앉아 먹는 점심
김밥 몇 줄과 컵라면 한 그릇.
참 여유로운 점심 식사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반찬이 되어 ,
느닷없이 한선생이 자신의 직함을 내세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중등중남부지회 지회장 한아무개
그리고는 가방을 뒤적거리다 뭔가 꺼낸다.
그리고 읽는다.
사랑과 헌신으로 신념을 가지고 교단을 지켜오신 어쩌고
"형 전교조에서 주는 공로상이야. 올해 이십오년 된 거 맞지?"
허억. 기어이
내가 이런 것을 받을 나이가 되어 버렸을까?
교단을 지켰는지는 몰라도 머물러 있던 지는 이십오년이 맞는데,
사랑, 헌신, 신념 이런 단어들은 많이 낯설다.
그냥 늙어가고만 있는 것이 아닐까?
앞의 한선생은 여전히 신념으로 저 버거운 직함과 싸우고 있는데
시끄러움을 피하여 한가함을 찾아 이곳으로 내닫아
그간 쌓아논 알량한 지식으로 아이들과 상대하다가
유치한 일로 교감과 언쟁이나 하는 교직 생활일 텐데...
공원
봄볕이지만 바람이 꽤나 불었다.
그 바람을 비끼며 뭔가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기에
"한선생 상품은 없어?"
했더니
"다음에 올 때는 부상으로 막걸리나 몇 병 들고 올까? 대신 안주는 형이 마련해야 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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