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고등학교 0학년0반 부모님들께
지난 번 글을 드렸을 때가 그리 멀지 않은 듯한데, 벌써 두 달이나 지났습니다. 평안하셨습니까? 늘 글월로 안부를 여쭙는 무례를 범합니다. 그 동안 앙상한 나뭇가지와 싸늘한 바람이 전부였던 학교 옆 공원에는 푸름으로 가득하고, 아이들의 옷차림도 두툼한 패딩에서 짧은 옷들로 쉬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몇 번의 안개와 비를 통해 겨울을 넘어서서 훌쩍 여름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주변의 푸른 풍경과는 달리 아이들에게는 참 힘든 때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몸이나 마음 모두 많은 시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의 서늘함과 한낮의 뜨거움처럼 쉽게 안정되지 않는 수험생의 환경에 아이들은 쉽게 지쳐갑니다. 수업 중 문득 널브러져 잠이 든 아이들을 발견할 때, 쥐어박아 깨우려 하다가고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저 역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 책상 위에 엎드리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께서도 그러하실 것입니다. 수험생을 자식으로 둔, 죄 아닌 죄로 마음 편한 휴식도 없이 조마조마한 긴장을 속에서 두 달을 지내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두 동병상련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고작 두 달일 뿐이지만, 그간 아이들은 여러 평가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모의시험을 두 번이나 치렀고, 중간고사(1회고사)도 보았습니다. 만족한 결과를 얻어낸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노력보다 너무 저조하여 실망하는 아이들도 있겠습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들 시험이 우리 아이들을 힘들어하게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면 그 만족을 이어가기 위해, 부족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지루한 책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들이 그렇게 저들이 측은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부끄러움과 무관심으로 자신들의 성적을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는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에 아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까지의 아이들의 성적을 모아 보내드립니다. 모두 두 종류입니다. 첫 번째 자료는 그간 학교에서 치렀던 모의고사 성적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작년 네 차례의 모의고사 성적과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의 모의고사 성적이 비교되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학교의 정기고사 성적으로 3학년 1학기 1회고사 성적입니다. 모의고사는 진행 중이고 정기고사는 아직 2회고사(기말고사)와 수행평가가 합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는 아닙니다만, 그간 아이들의 노력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곧 유월이 됩니다. 슬슬 수시 모집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때입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수험생들의 부모이기에 여러 매체를 통하여 관심 깊게 살펴보셨겠지만, 연천한 몇 년간의 입시 지도 경험으로 미리 입시에 대한 고민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리 인천지역 학생들은 분명히 수시모집이 정시모집보다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시는 주로 내신 성적 위주이고, 정시에서 수능 위주인 바, 많은 학생들의 수능 점수가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조금은 뒤처진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희망 대학이나 학과나 전형 방법 등을 잘 살펴보시고, 그에 따른 준비(구술, 면접, 적성, 논술 등)를 충실하게 한다면 현재의 성적보다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부모님과 제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수시에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정시와는 달리 여섯 번의 기회가 있기에 경쟁률일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또 내신 성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학생부전형은 조금 덜하지만, 대부분은 경쟁률이 10대 1을 훌쩍 넘어서기도 합니다. 그런 경쟁률을 이겨내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또 수시는 합격을 하게 되면, 무조건 그 학교에 진학을 해야 합니다. 조금 더 공부한다면 정시에서 더 낳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데, 너무 수시 지원에 집착한 나머지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 외에 수시에서 겪는 어려움은 시간과 정성의 소진입니다. 어느 때 하나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겠지만, 특히 지금 우리 아이들은 가장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하는 때입니다. 하지만 특정 대학의 수시지원을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 전형을 준비한다면 정작 중요한 학교 내신이나 수능 준비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담임으로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수시 지원에 따른 기대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함, 만일 실패했다면 그 때의 갖게 되는 실망, 좌절과 같은 심리적인 아픔입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감성이 예민한 여학생들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에 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냥 한 번 써보지.”라는 생각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또 “나는 그 대학을 무조건 갈 것이니 그 대학 전형 준비만 하지.”하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최선도 중요하지만, 차선도 준비해야 합니다.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시에 대해 깊은 생각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이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늘 이러한 점을 아이들에게 전체적인 자리에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개별적으로도 상담을 통하여 알리고 있고 장차 깊게 알리려 합니다.
아마 부모님들께서는 현재까지의 성적으로 아이들이 어떤 전형에 응시할 수 있고,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많이 궁금해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대입 전형이 많고 아직 성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당장은 개별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예년의 자료로 대강이나마 범위를 일러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수시 전형이나 학생들의 진학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학교로 내방하시거나 전화, 이메일, 카톡 등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성심껏 준비하여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가정에서도 부모님들과 아이들 간 학업이나 입시, 수험생의 생활 등에 대한 대화의 시간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 아이들이 현재의 위치를 스스로 진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에서 앞으로의 입시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첫 걸음이 되리라 믿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30명의 학생들은 부모님들의 아이들이지만, 동시에 제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이 아이들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접고자 합니다.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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