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스승의 날' 아이들에게

New-Mountain(새뫼) 2014. 5. 15. 10:51
728x90

사랑하는 나의 0반 아이들아.

오늘 보충수업 마지막 시간에 

누가 내일 일정을 묻더구나. 

왜? 

아! 내일이 ‘스승의 날’ 이었구나.


그런 거 예전부터 크게 따지지도 않는 

무심한 사람이었기에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더란다.

그래서 학교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무슨 행사를 하게 되는지 도대체 아무런 관심이 없었더란다. 

아무런 의미 부여도 하지 않았고.

그냥 오월의 평범한 하루였을 거다.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올해 ‘스승의 날’은 참 부끄러운 날이 될 것 같다는…….


무엇 때문인지 너희는 알 거다.

어른이면 참 미안할 때가 지금이어서

부모라면 참 아플 때가 지금이어서

선생이면 참 고통스러운 때가 지금이어서

그런데 나는 

어른이며 부모이며 선생이다.

특히 너희에겐 선생이다.


내가 안산의 어느 고등학교 선생이 아니더라도

너희가 그 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세상과 시간이 그렇게 특별한 의미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스승의 날'인 내일도

여전히 아침이면 너희에게 왜 늦었냐 하며 

잔소리를 할 거다.

보충수업을 빼먹고 달아난 녀석들을

모아 놓고 야단을 칠 거다. 

곧 6월, 7월이 되면 

대입 수시 지원 문제로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게 될 거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게 될 수도 있을 거다.

그게 담임의 일이니까. 

우리반 교실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상이니까.


내일은 내일

그냥 오늘도  힘들었을 거다. 

푹 쉬어라.

728x90

'홀로 또는 함께 > 학교에서 생각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19일에...  (0) 2014.06.19
인천 새 교육감 당선인사  (0) 2014.06.05
5월 두번째 편지  (0) 2014.05.14
교단일기(5.12) - 공로상..  (0) 201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