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교단일기(5.9) - 존재의 이유

New-Mountain(새뫼) 2014. 5. 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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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기 때문에 발언하는가

발언하기 위해 존재하려는가


무엇이면 어떤가? 내가 존재해야 할 이유로 해야 할 말은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무언가 해야 할 말을 하고 있음으로 하여 나라는 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게 그거 아닌가? 이것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존재하기 싫다면 아예 입을 닫아 버리면 된다는 논리와 같은가 다른가? 그렇다면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그간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 존재 유무에 대한 변명거리가 되는가? .


참 많이 마셨다. 그렇게 많이 마셔본 것도 오래다. 술자리가 마련되었고 교감과 학년부장과 몇몇 선생들과 함께 했다. 술을 처음에는 내가 술을 마셨으되, 조금 지나면서 술이 나를 마시고 좀더 지나면서는 술이 기억마저 마셔버린 듯하다. 영종도의 한 학교에서 근무한지 두 달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생각이 많았던 것같다. 생각은 많았는데 말은 거의 없었나 보다.

"그러시면 안됩니다."
"왜 그렇게 하십니까?"

이게 아닌데, 저렇게 해서는 안되는데, 왜 그렇게 할까 이런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비판과 불만과 울분이 뒤엉켜 정체를 알지 못하는 응어리가 되어 있다가 술이 촉매가 되어 튀어 나왔다. 말은 또 말을 잇고, 그 말이 다른 말을 달고 나왔다. 그렇게 말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하지만, 말과 함께 하는 내 존재는? 말이 두배가 되면서, 내 존재는 둘로 나뉘었다. 네배가 되면서 넷으로 나뉘었다. 여덟으로 열 여섯으로 그렇게 그렇게 많은 말과 함께 내 존재는 작아지고 또 적어졌다. 또 술이 계기가 된 말들은, 다음날 술이 깨면 쉬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찾고 싶었던 나의 존재도 잠시 머물고 말았던 것이다. 


쓰린 속과 아픈 두통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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