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기쁘거나 슬프거나

비오는 일요일 아침에

New-Mountain(새뫼) 2014. 4. 27. 08:41
728x90

일요일 아침, 그리 이른 시각은 아니지만, 좀 일찍 일어나 다락에 올랐습니다. 잠시 뒤척이다가 비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기 영종도에 이사온 후에 제대로 오는 비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나잇살이나 억었어도 비오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모처럼 비오는 모습을 들을 량이었습니다. 그간 비도 없이 무척이나 세상이 말았습니다. 이번 비에 세상이 좀 젖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기대입니다.

하지만 비가 온다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바닥으로 방울 떨어지는 흔적이 남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게 모여 흘러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늘도 훤해지는 것이 이제 다 온 듯하기도 합니다. 저렇게 끊날 모양입니다. 바닥만 잠시 적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었던 일이 될 것도 같습니다. 아니 오후라도 또 올지는 모르지요. 내일이라도. 오기는 오겠지요.   

아직 가족들은 잠들어 있습니다. 한가한 일요일 아침을 잠으로 맞이하려는 양입니다. 그래도 됩니다. 다들 일주일 내내 바쁘게 생각하고 몸을 놀렸을 터입니다. 또 그런 이들을 위해 일요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상적인 패턴에 익숙하지 않은 한 사람만이 께어 있을 뿐입니다. 깨어 있어도 뭐 특별한 것이라든지 생산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냥 이른 아침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니다. 누군가가 옆에서 이런 양을 본다면 한 마디 하겠지요. 아침부터 참 주책이라고.

그런데 그래도 됩니다. 바쁜 세상입니다. 아니 바쁘야 한다고 강요당하는 세상입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지요. 그럴 때 멍청하게 한 두시간 쯤 창밖을 내다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떨어지는 빗줄기가 몇 개인가. 그 몇 개가 모여야만 흐름이 되는가. 이런 헤아림. 그리고 저 혼자 흘러가는 시간. 거기 묻어가는 중년의 사내. 굳이 여유라고 고상스런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잠시의 단순함입니다. 이런 편안함이 일요일 아침이 아니면 또 언제이겠습니까?

다만, 이럴 때 담배 한 개피가 문득 생각닙니다. 괜한 폼이라도 잡으려면 그게 제격입니다. 하지만 이미 예전에 끊었기 때문에 소용 없습니다. 일요일 아침 한 순간의 기분이야 좋습니다. 그렇다고  십오년 결심을 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음악 한 자락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을 즐기는 이들에게 방해가 될지 모롤라 참습니다. 커피? 그건 미리 끓여 둘까요? 함께 느긋함을 느끼기에는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을 테니까요?

728x90

'홀로 또는 함께 > 기쁘거나 슬프거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래를찾는사람들..  (0) 2015.04.23
세상 누리기  (0) 2014.07.08
감추기와 드러내기  (0) 2014.03.26
내게도 집이 있었더라..  (0) 201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