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팔영(五嘉八咏)
- 영종팔경(永宗八景) -
이형상(李衡祥, 1653~1733)
신영산 옮김
1경 - 白雲晴嵐(백운청람) ; 백운산의 맑은 아지랑이
色堪爲染縷疑曇 색감위염누의담 빛으로 은은하게 물이 드니, 가는 실이 풀린 듯이 흐릿하고,
滿壑晴氛醉似酣 만학청분취사감 가득한 골짜기에 맑은 기운 잠겼으니, 취한 듯 즐거워라.
明滅每俄鴉舅幘 명멸매아아구책 밝았다가 그대로 어두워지니, 까마귀가 머리를 드러냄이요,
分合時露鼠姑簪 분합시로서고잠 나뉘다가 모였다가 때때로 드러나니, 쥐며느리 더듬이로다.
柔姿入霧猶蒸葉 유자입무유증엽 약한 자태 안개 속에 묻혀가니, 이파리에 김이 서린 듯하였고,
倦態隨風怳蔚益 권태수풍황울익 권태롭게 바람이 불어오니, 산은 더욱 어슴푸레 잠겼도다.
最是流鸎梭擲密 최시류앵사척밀 어디엔가 꾀꼬리가 날아와서, 베틀에 북 던지듯 오가노니
却將金織敵孤嵐 각장김직적고람 오히려 금실보다 더 곱기는, 백운산의 한줄기 아지랑이라.
2경 - 紫烟霽月(자연제월) ; 갠 날에 자연도에 뜨는 달
破屋疏簷得月先 파옥소첨득월선 무너진 집 갈라진 처마 사이로, 달빛이 먼저 스며 들어오고
岳風如箒掃雲烟 악풍여추소운연 비 오고 산에서 바람 불어, 구름과 안개를 쓸어가네.
連空曙色難分雪 연공서색난분설 햇빛이 하늘에 가득하여, 눈발과 분별하기 어렵다가
照夜晴暈豈用錢 조야청훈기용전 밤이 되어 맑은 달이 떠오르니, 돈으로도 어찌 살 수 있으랴.
蓬海甲鱗如細鬣 봉해갑린여세렵 봉래산 앞바다의 비늘처럼, 말갈기가 날리듯 하는데
桂宮蟾兎等浮鳶 계궁섬토등부연 달 속의 궁전의 금두꺼비 옥토끼가 연처럼 떠오르네.
姮娥未窃天慳藥 항아미절천간약 항아는 하느님이 감춘 약을 아직도 훔치지 못했는지
每漏偸光落醉筵 매루투광락취연 매번 빛을 훔쳐내어 아래로 흘려보내 술자리에 떨구누나.
3경 - 三玉落照(삼옥낙조) ; 삼목도에서의 낙조
日行常趨四分三 일행상추사분삼 하루 해가 쉼 없이 달려가서, 오늘도 넷 중 셋을 지났으니
若樹低枝已半含 약수저지이반함 약수 아래 달려 있던 빛 가지가, 이미 반쯤 바다에 담겼구나.
征役每追夸父跡 정역매추과부적 해야 할 일 매일 매번 완수하여 하느님이 자취를 과시하고
着鞭難卸駕雲驂 착편난사가운참 잡은 채찍 놓기가 어려운지, 마차 같은 노을을 몰아간다.
西邊逗影東邊倒 서변두영동변도 서쪽 끝에 머물던 마지막 그림자가, 동쪽 끝에 넘어가니
上界幽陰下界探 상계유음하계탐 상계는 깊고도 으슥하니, 하계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明發更從桑域出 명발경종상역출 날이 새면 해 뜨는 동쪽에서 다시금 솟아오르리니
不須撑肚飽婪酣 불수탱두포람감 하루가 아쉽다고 배 터지게 욕심껏 마시지는 않으리라.
4경 - 八尾歸帆(팔미귀범) ; 팔미도도 돌아오는 돛단배
睡起匡床轍跡稀 수기광상철적희 잠에 깨어 책상을 정리해도, 바퀴 소리 들려오지 않더니
帆風乘汐帶雲歸 범풍승석대운귀 바람맞은 돛단배가 띠구름을 두른 채로, 밀물에 실려 오더라
形浮繪面疑無地 형부회면의무지 뜬구름 같은 모습이니, 얼굴을 그리려도 그릴 것이 없고
影落苔痕始識磯 영락태흔시식기 그림자 이끼 위에 드리우니, 비로소 물가임을 알겠구나.
搖櫓漢津沿上習 요노한진연상습 저 배들이 노를 저어, 한강의 나루터를 오르내린다 하더라도
輧車林邑指南希 병거임읍지남희 임읍으로 가야 할 수레가, 남쪽으로 향하기는 드물겠다.
白鷗飛割山光劈 백구비할산광벽 흰 갈매기 풍경을 가르면서 날아가니, 산빛도 갈라지니
摸寫如今象得微 모사여금상득미 지금의 이 풍경을 그려내면, 세세한 아름다움을 얻으리라.
5경 - 迦羅課農(가라과농) ; 절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知時好雨襲菲茸 지시호우습비용 때를 알아 단비가 내렸으니, 채소와 버섯을 적셨도다.
褦襶風情最先農 내대풍정최선농 헐렁하게 옷을 입은 모습이니, 모두들 신농씨가 아니겠나.
勤耒不嫌荒畝役 근뢰불혐황무역 이랑은 거칠어도, 부지런히 밭 갈기를 꺼리지 않았으니
獘簑寧羨紫泥封 폐사녕선자니봉 헤어진 도롱이를 걸쳤지만, 어찌 높은 벼슬이 부러우리.
燒痕漸長芳芽茁 소흔점장방아줄 불을 놓아 만든 땅에는, 어여쁜 싹이 돋아 자라나고
灌澤偏饒旱豆穠 관택편요한두농 물을 댄 기름진 땅에는, 가뭄에도 콩이 무성하네
禾黍卽今豊兆驗 화서즉금풍조험 벼와 기장이 지금과 같다면은, 풍년이 들 것이니
把鉏餘興趁秋舂 파서여흥진추용 호미 든 손놀림이 흥에 겨워, 가을에는 곡식을 찧으리라.
6경 - 瞿曇訪釋(구담방석) ; 구담사의 스님을 찾아가서
吟笻先訪老瞿曇 음공선방노구담 끙끙이며 대지팡이 의지하여 찾아가니, 부처 같은 스님 있어
獘衲何年結此庵 폐납하년결차암 헤어진 장삼 입고 맞이하니, 이 암자에 어느 해에 들었는가.
堆寂逗雲窺色相 퇴적두운규색상 머무는 구름들을 고요하게 쌓아가며, 만물 형상 엿보다가
指空飛錫鎖烟嵐 지공비석쇄연람 허공 향해 지팡이를 던져두어, 안개와 아지랑이에 잠겼도다.
禪心已啓藏龍鉢 선심이계장룡발 마음은 고요하게 이미 열려, 바리때에 용을 담아 가두었을 터
大性猶期照佛龕 대성유기조불감 커다란 깨달음이 암자 안에 비추기를, 오히려 기약하는가.
工倒劫塵堪此腹 공도겁진감차복 공부를 잘못하여 속세에 유혹됨은, 이내 몸이 감당하려니
未生顔目果誰探 미생안목과수탐 얼굴에 보는 눈도 아직 없는 그대이니, 과연 누가 찾으려나.
7경 - 松山放牧(송산방목) ; 송산에서 소를 치며
四圍松鬱半蠔山 사위송울반호산 네 둘레로 소나무가 울창하고, 굴 껍데기 엎은 듯한 산이런데,
柳鱓鸎嬌草色斑 유선앵교초색반 버들은 늘어지고 꾀꼬리는 교태 짓고, 풀빛은 어지럽도다.
坡犢韻奔牽鞚去 파독운분견공거 비탈길로 송아지는 음메 하며 뛰어다니니, 고삐 잡고 따라가니
豢半偸放怯鞭還 환반투방겁편환 기르던 것 절반이나 달아나나, 채찍으로 겁을 주어 잡아 왔노라.
川原錯落滄波外 천원착락창파외 냇물은 들판을 흘러가며, 저 멀리서 파도와 뒤섞이고,
場圃熹微杳靄間 장포희미묘애간 가까운 남새밭도 노을 속에 묻혀가며 아득히 희미한데,
叩角歌殘江鳥背 고각가잔강조배 소뿔을 두드리며 노래하니, 물새는 등 뒤로 날아가고
至今樵牧但衰孱 지금초목단쇠잔 지금도 나무하고 소 치는 이, 다만 기운이 쇠잔할 뿐이구나.
8경 - 桐江釣魚(동강조어) ; 동강에서의 낚시
際海淸川可取魚 제해청천가취어 바다와 닿은 곳의 맑은 시내, 흘러가니 고기 잡기 알맞더라.
白雲籠處錯耕漁 백운롱처착경어 흰 구름 쌓인 곳에, 밭 갈기를 잠시나마 접어두고 고기 잡네.
山携玉筍竿堪折 산휴옥순간감절 옥 같은 대로 만든 낚싯대를, 안 꺾이게 산에 들고 올라가서
地接繭絲網不疏 지접견사망불소 명주실로 짠 그물 성기지 않게, 개울의 아래까지 던졌도다.
簪佩每稱橫釣蹟 잠패매칭횡조적 벼슬아치 낚시함이, 이치를 어기는 일이라 말하지만
蠢愚猶說鼎扶墟 준우유설정부허 벌레처럼 어리석어도 나라 돕는 일을 말할 수 있다네.
盤腥已足盃心凸 반성이족배심철 쟁반에는 고기와 술잔이 가득 담겨 이미 만족하니
竈炊稀摘灌畦蔬 조취희적관휴소 부엌에서 불을 때고 열매 따며, 채소밭에 물 주며 살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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