沙杯說(사배설) ; 사기술잔 이야기
金得臣(김득신, 1604~1684)
신영산 풀이
九年前, 友人贈小沙杯. 余愛惜之常置案上, 酌酒以飮.
移居洛社也, 留其杯不取去, 誡家督勿破.
구년전 우인증소사배 여애석지상치안상 작주이음
이거낙사야 유기배불취거 계가독물파
아홉 해 전 친구로부터 조그마한 사기 술잔을 선물 받았다. 나는 이것을 아껴 늘 책상 위에 올려두고 술을 따라 마시곤 했다.
낙사(서울)로 거처를 옮길 때, 그 잔을 놓아둔 채 가져오지 못했는데, 맏아들에게 깨뜨리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其後家督至, 問杯之破否, 曰已破. 蓋不謹所致.
飮於館洞友人家, 見沙杯之光潔. 沾醉中奪之袖來.
기후가독지 문배지파부 왈이파 개불근소치
음어관동우인가 견사배지광결 첨취중탈지수래
그 뒤에 맏아들이 왔기에, 술잔을 깨뜨렸는지 아닌지를 물었더니, 이미 깨졌다고 하였다. 아마도 조심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일 것이다.
관동(성균관) 친구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반짝이고 깨끗한 사기 술잔이 눈에 보였다. 벗이 술에 취한 틈을 엿보다가 몰래 소매 속에 넣어가지고 왔다.
屬之家人, 飮時必酌其杯, 女奴不愼破之. 雖歎奈何.
又欲得之, 是年春往洛也, 他女奴獻沙杯. 比之前者所破則其體稍大.
余頗重之, 恐又破, 不使女奴手犯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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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아내에게 부탁하여, 술을 마실 때마다 반드시 그 잔에 따라 마시곤 하였는데, 여종이 조심하지 않아 그만 깨뜨려버렸다. 비록 탄식한들 어찌하겠는가.
또, 잔을 기지고 싶어서 그해 봄에 낙사에 갔는데, 다른 여종이 사기잔을 주는 것이었다. 그 잔은 전에 깨친 것보다 조금 큰 것이었다. 나는 자못 소중히 여겨 또 깨칠 것이 염려되어 여종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였다.
酌酒際親自酌, 飮罷卽置案頭. 至今不破, 幸爾.
沙杯必稱廣州 而此杯出自廣州 厥形正厥色潔 固合酒人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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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배필칭광주 이차배출자광주 궐형정궐색결 고합주인야
술을 따를 때에는 친히 따르고, 술자리가 파한 뒤에는 바로 책상머리에 두었다. 지금껏 깨지지 않았으니 다행스럽게 여겼다.
사기 술잔은 반드시 광주에서 만든 것을 일컫는다. 바로 이 잔이 광주에서 온 것으로 그 모양이 바르고 그 색깔이 깨끗하여, 술 마시는 사람에게 참으로 적합한 것이다.
然沙杯易破物, 難可久全.
今日雖全, 明日不破, 不可知也. 是月雖全, 後月不破, 亦不可知也.
非不知鍮杯之不破, 而鍮杯酒味變. 沙杯酒味不變, 余必取沙杯, 良以此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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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수전 명일불파 불가지야 시월수전 후월불파 역불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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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기 술잔은 깨지지 쉬운 물건이라 가히 오래 온전하기가 어렵다.
금일 비록 온전하지만, 내일 깨지지 않을지 알 수 없다. 이 달에 비록 온전하나 다음 달에 깨지지 않을지 또한 알 수 없다.
유기 술잔은 깨지는 것을 모르는 잔이지만, 유기 술잔은 술맛이 변한다. 사기 술잔은 술맛이 변하지 않기에, 내가 꼭 사기 술잔을 고집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이런 까닭이다.
昨日, 余之生朝也. 集朋友于堂, 以此杯酌而共飮之.
酒味之妙, 酒杯之故也. 何敢不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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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집에 친구들을 모이게 하여 이 잔에 술을 따라 함께 마셨다.
술맛이 오묘함은 술잔 때문이다. 어찌 감히 아끼지 않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