僧拔松行(승발송행) ; 다산의 ‘승발송행’을 이어서
黃裳(황상, 1788~1863)
신영산 옮김
水軍節度務松政 수군절도무송정 우리 수군 절도사는 소나무를 가꾸기에 힘쓰시니
臥送幕府嚴號令 와송막부엄호령 막사에 누우셔도 엄하게 호령을 내리셨지.
俊馬如龍靑障泥 준마여용청장니 어느날 용 같은 준마에다 푸른 장니 갖춰 달고
踏盡折禽靑海倂 답진절금청해병 발굽 닿는 곳마다 새 잡는다 청해진을 누볐다네.
轉到禪樓坐如仙 전도선루좌여선 절간에 이르러 앉았으니 마치 신선 같았구나.
隱囊驕吸金絲煙 은낭교흡금사연 은낭에 교만하게 기대어서 담뱃대를 피워무니
意氣干虹僧蒲伏 의기간홍승포복 그 의기 무지개를 찌를 듯해 스님들이 엎드리누나.
咆哮誰耕松下田 포효수경송하전 울부짖듯 야단치니, “뉘라서 송산 아래 밭 갈았는가?
國之三政松居一 국지삼정송거일 나라의 삼정 중에 송정이 제일로 중요하니
船備無如此樹賢 선비무여차수현 군함을 만들기에 이 솔보다 좋은 것이 없느니라.”
摘拔松根搜林數 적발송근수림수 뿌리 뽑힌 소나무를 적발한다 수풀을 수색하니
輿儓俯仰索情錢 여대부앙색정전 여대처럼 천한 종들 우러르며 뇌물을 찾아대네.
不意禪宮生鞭撻 불의선궁생편달 절간에서 채찍을 맞으리라 생각도 못했으니
合指山僧惟願活 합지산승유원활 스님들이 합장하며 오로지 살려달라 애원하네.
春秋如此每年年 춘추여차매년년 봄이며 가을이며 해마다 이 같으니
其間許多橫枝拔 기간허다횡지발 그 사이 옆으로 비낀 나무 뽑아내기 허다하지.
山如無松豈如斯 산여무송기여사 만약 산에 소나무가 없었다면 어찌 이와 같겠는가?
拔松議論無籐葛 발송의론무등갈 소나무를 뽑아내자 의론하니 갈등이 없었구나.
可斧者斧鎌者鎌 가부자부겸자겸 도끼든 자 도끼로, 낫을 든 자 낫을 들고 나섰거니,
丰茸幼穉拔如髥 봉용유치발여염 여리거나 무성하거나 어린 싹을 수염처럼 뽑았더라.
僧拔松違師戒 승발송위사계 스님이 소나무를 뽑는 것은 계율을 어김이라.
林樹蟲汝莫嫌 임수충여막혐 숲속의 벌레들이 너희들을 미워하지 않겠는가?
此事乃從苦緣起 차사내종고연기 이 일이 괴로운 인연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損害生命豈可恬 손해생명기가념 생명을 덜어내고 해치는 게 어찌 맘 편안하리오.
* 황상 :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 시절의 제자로, 다산의 ‘승발송행’을 읽고 이어서 쓴 작품.
* 청해 : 완도에 있던 진영.
* 장니 : 말의 배 양쪽에 늘어뜨려서 진흙 등이 옷에 묻는 것을 방지하는 도구.
* 은낭 : 몸을 기대는 자루같이 생긴 도구.
* 삼정 : 조선 때 국가 재정의 3대 요소인 전정(田政)ㆍ군정(軍政)ㆍ환곡(還穀).
* 삼정 : 조선 때 국가 재정의 3대 요소인 전정(田政)ㆍ군정(軍政)ㆍ환곡(還穀).
* 여대 : 고대 중국에서 열 등급의 백성들 중에 아래에서 두 번째에 속했던 천민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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