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홍석모의 '독을 깨는 어리석음(파옹행)'

New-Mountain(새뫼) 2022. 6. 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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破甕行(파옹행) ; 독을 깨는 어리석음

 

洪錫謨(홍석모, 1781~1857)

신영산 옮김

 

 

雙湖亭下暮烟生 쌍호정하모연생   쌍호정 아래쪽에 저물녘의 안개가 피어나고

冠岳山邊夕烽明 관악산변석봉명   관악산 주변으로 밤이 드니 불빛이 밝아 오네.

借問村翁是何火 차문촌옹시하화   마을의 노인에게 물었다네. “저게 어떤 불인지요?

一點耿耿山下橫 일점경경산하횡     불빛 한 점 반짝반짝 산 아래에 가로질러 밝았구려.”

 

江左素有燔甕店 강좌소유번옹점    “강 왼쪽에 본래부터 옹기 가마 불 밝히고 있었으니

夜夜松火型範成 야야송화형범성     밤마다 관솔불을 밝히고서 독그릇을 구웠지요.

昔有一夫學此工 석유일부학차공     지난날 한 사내가 독 짓는 재주를 배워와서

往來長安換靑銅 왕래장안환청동     장안에 독을 지고 오고 가며 돈으로 바꿨지요.

夕陽歸來樹木陰 석양귀래수목음     석양 무렵 돌아올 제 그늘진 나무 아래 잠시 멈춰

芳堤下擔納淸風 방제하담납청풍     둑 아래에 독 기대고 맑은 바람 드리우며 쉬었다오.

須臾日落歸鳥過 수유일락귀조과     어느 새 해가 져서 새들도 집을 찾아 돌아갈 때

四顧漠漠只平坡 사고막막지평파     사방을 둘러보니 막막하게 평평한 언덕뿐이라

轉身仍入甕中宿 전신잉입옹중숙     몸을 돌려 독 안으로 들어가서 곤한 잠을 청했으니

脚過耳兮背如鼉 각과이혜배여타     굽힌 다리 귀 위로 올라오고 등은 자라 같았다오.

低頭點點指頻屈 저두점점지빈굴     머리 숙여 점점이 손가락을 놀려가며 셈해 보니

十日廿日價漸多 십일입일가점다     열흘에 스무날에 나날이 버는 돈이 많아졌다오.

息貨如山堆無窮 식화여산퇴무궁     재물이 무궁한 산이나 언덕같이 늘어나니

窶兒忽成富家翁 구아홀성부가옹     가난하던 아이 홀연 부잣집 노인이 되었네요.

身邊不覺甕之小 신변불각옹지소     몸 주변에 독이 있어 조그맣게 웅크림을 모른 채로

心中只喜財益豐 심중지희재익풍     마음으로 오로지 재물이 늘었다고 좋아만 했다오.

倏擧雙袖舞參差 숙거쌍수무참차     갑자기 일어나서 두 소매로 덩실덩실 춤추다가

揮手頓足如狂痴 휘수돈족여광치     손 휘젓고 발 구르니 마치 미치광이 같았군요.

東倒西顚樂未已 동도서전락미이     동쪽으로 넘어지고 서쪽으로 자빠져도 즐거움이 끝이 없어

片片甕破渾不知 편편옹파혼불지     조각조각 독이 깨져 몸과 같이 섞였어도 몰랐다오.

陶朱巨富空流涎 도주거부공류연     도주의 엄청난 부유함에 부질없이 침 흘리니

千金還似春夢然 천금환사춘몽연     천금의 재물이 도리어 봄날 꿈일 뿐이었네요.

窮人妄計竟何成 궁인망계경하성     곤궁한 이 망령된 계책을 어찌 감히 이루리오?

背上一甕亦不全 배상일옹역부전     등에 진 독 하나도 온전하게 가져오지 못했는데..,.”

 

嗟彼甕工             차피옹공            아! 저 옹기장수

忽生欲速心         홀생욕속심         급하게 마음먹어 갑자기 이루려 하였구나.

一富一貧都關天 일부일빈도관천   한 번의 부귀함과 한 번의 가난함도 하늘에 관계하니

世人慕利皆如此 세인모리개여차   세상의 사람들이 이익을 사모하기 모두 이 같은데

紛紛逐逐正堪憐 분분축축정감련    바삐바삐 좇는 모습 참으로 가련할 만하도다.

村翁來聽我所言 촌옹래청아소언     “마을의 노인이여, 내가 하는 이 말을 들으시고

我言非虛翁其傳 아언비허옹기전       내 말이 빈말이 아니러니, 그 노인께 전해주오.”

 

 

* 쌍호점 : 지금의 과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자.

* 도주 : 중국 월왕(越王) 구천(句踐)의 신하였던 범여(范蠡)로 재산을 모으는 재주가 있어 많은 재산을 모아 부호의 표본으로 일컬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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