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정약용의 '해남 고을 아전(해남리)'

New-Mountain(새뫼) 2022. 5. 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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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南吏(해남리) ; 해남 고을 아전

 

丁若鏞(정약용, 1762~1836)

신영산 옮김

 

 

 

客從海南來 객종해남래   나그네 한 사람이 해남에서 왔는데,

爲言避畏途 위언피외도   말하기를, “위험한 길 피해 가며 왔소이다.”

 

坐久喘未定 좌구천미정   한참 앉아 있었어도 숨 가누지 못했으니

怖㥘猶有餘 포겁유유여   두려움에 떨린 기색 아직도 남아 있네.

若非値豺狼 약비치시랑   이리와 승냥이와 만난 게 아니라면

定是遭羌胡 정시조강호   틀림없이 오랑캐와 마주친 것이렷다.

 

催租吏出村 최조이출촌    “세금을 독촉하러 아전들이 마을에 와

亂打東南隅 난타동남우     이리저리 다니면서 마구 때려 부쉈다오.

新官令益嚴 신관령익엄     새로 오신 원님의 명령은 더욱 엄해

程限不得踰 정한부득유     정해진 기한을 넘길 수 없다네요.

橋司萬斛船 교사만곡선     만섬을 실어야하는 교사에 속한 배들

正月離王都 정월이왕도     정월에 한양을 이미 떠났다 하더이다.

滯船必黜官 체선불출관     이 배가 지체되면 원님이 파직된다고

鑑戒在前車 감계재전거     전례가 분명하니 조심하라 하더이라.

嗷嗷百家哭 오오백가곡     온 마을 사람들이 구슬피 통곡해도

可以媚櫂夫 가이미도부     그저 뱃사공에게 아첨만 하였지요.

吾今避猛虎 오금피맹호     내 이제 사나운 호랑이를 피해 왔으나

誰復恤枯魚 수복휼고어     어느 뉘라 말라버린 물고기를 살려주리오.”

 

泫然雙淚垂 현연쌍루수   그렁그렁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條然一嘯舒 조연일소서   긴 한숨에 이야기가 섞여서 나오더라.

 

* 교사 : 세금 운반을 위한 배를 만들던 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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