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雨嘆(동우탄) ; 겨울비를 맞으며 탄식하다
李希輔(이희보, 1473~1548)
신영산 옮김
冬雨凄 동우처 매정하구나, 겨울비여.
冬雨凄 동우처 매정하구나, 겨울비여.
炊絶夜哭山翁妻 취절야곡산옹처 밥 짓는 불 꺼지니 산속의 늙은 아낙 밤새 통곡하는구나.
欲舂橡栗充朝飢 욕용상률충조기 도토리와 밤을 찧어 아침의 배고픔을 가까스로 달래려는데
杵漂砧沒泥飜蹄 저표침몰니번제 공이는 떠다니고, 절구통은 잠겼으며, 진흙은 발목을 덮었구나.
兒女索飧柴門東 아녀삭손시문동 딸아이는 사립문의 동쪽에서 저녁밥도 못 먹었다 보챌 적에
縣吏催科柴門西 현리최과시문서 관아에서 온 아전은 사립문의 서쪽에서 세금을 재촉하더라.
白髮山翁坐無策 백발산옹좌무책 머리 허연 산속의 늙은이는 대책 없이 그저 앉아
怒指蒼天詬白日 노지창천후백일 노여워 하늘을 삿대질하며 밝은 해를 나무라네.
蒼天有雨 창천유우 하늘은 비를 가득 품었어도
不澤春田時 불택춘전시 밭가는 봄날에는 적셔주지 않았고
白日有光 백일유광 밝은 해는 환한 빛을 담았어도
不照懸罄室 부조현경실 가난한 집구석을 비춰주지 않는구나.
冬雨凄 동우처 매정하구나, 겨울비여.
陂塘水滿堤防缺 피당수만제방결 방죽에 물이 가득 차오르니 둑이 터질 지경이라,
明年豐穰未可知 명년풍양미가지 내년에 풍년들지 흉년들지 알 방도가 없겠지만
山翁凍死唯可必 산옹동사유가필 산속의 늙은이는 반드시 얼어 죽게 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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