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구운몽 한문본

권지삼 - 12. 심요원은 검무로 백능파는 비파 연주로 재주를 자랑하다

New-Mountain(새뫼) 2020. 12. 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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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심요원은 검무로 백능파는 비파 연주로 재주를 자랑하다

 

 

忽騁矚 兩美人自野外驅油壁車, 轉行於落花芳草之上, 稍稍前進矣.

俄到帳門之外, 守門者問曰 : “自越宮而來乎? 從魏府而至乎?”

御車者曰 :“此車上兩娘卽楊丞相小室, 適有些故 初未偕來矣.”

軍卒人告於丞相 丞相曰 : “是必春雲欲觀光而來矣, 行色何其太簡耶?”

홀빙촉 양미인자야외구유벽거 전행어락화방초지상 초초전진의

아도장문지외 수문자문왈 자월궁이래호 종위부이지호

어거자왈 차거상양낭즉양승상소실 적유사고 초미해래의

군졸인고어승상 승상왈 시필춘운욕관광이래의 행색하기태간야

 

문득 말을 달리며 바라보니, 두 미인이 야외에서 유벽거(油壁車)를 몰고 오는데, 꽃이 떨어진 풀 위에서 길을 돌려 점점 앞으로 나아왔다.

잠시 후 장막문 앞에 이르니 문을 지키는 자가 묻기를,

“월궁에서 오는가? 위부(魏府)에서 왔는가?”

마부가 답하기를,

“이 수레에 탄 두 낭자는 곧 양승상의 소실인데, 마침 일이 있어 처음에 함께 오지 못하였나이다.”

군졸이 승상에게 고하니, 승상이 이르기를,

“이는 필시 춘운이 관광온 것이니, 행색이 어찌 간편한가?”

 

卽招入 兩女子捲珠箔自車中而出 在前者沈裊烟 在後者宛是夢中所見之洞庭龍女也

兩人俱進 丞相座下 叩頭拜謁 丞相指越王而言曰 :

“此越王殿下也 汝輩以禮拜謁之.”

兩人禮畢 丞相賜坐 使與鴻月同坐.

즉초입 양여자권주박자거중이출 재전자심요연 재후자완시몽중소견지동정용녀야

양인구진 승상좌하 고두배알 승상지월왕이언왈

차월왕전하야 여배이예배알지

양인예필 승상사좌 사여홍월동좌.

 

곧 불러들이니 두 여자가 주렴을 걷고 마차에서 나왔는데, 앞은 심요연이고, 뒤는 완연히 꿈속에서 만났던 동정호 용녀 백능파였다. 두 사람이 함께 승상 자리 아래에 나아가 머리 숙여 알현하니, 승상이 월왕을 가리키며 이르기를,

“이분은 월왕 전하이시니, 너희는 예를 갖춰 알현하라.”

두 여인이 예를 마치니, 승상이 자리를 주어 경홍 섬월과 같은 자리에 앉게 했다.

 

丞相謂王曰 : “彼兩人征伐西蕃時所得也. 近緣多事 未及率來, 必聞少游與大王同樂,

欲觀盛擧而至矣.”

王更見兩人, 其色與鴻月雁行 而縹緲之態 超越之氣, 似加一節矣 王大異之.

越宮美人 亦皆顔如灰色矣.

승상위왕왈 피양인정벌서번시소득야 근연다사 미급솔래 필문소유여대왕동락

욕관성거이지의

왕갱견양인 기색여홍월안항 이표묘지태 초월지기 사가일절의 왕대이지

월궁미인 역개안여회색의.

 

승상이 왕에게 아뢰기를,

“저 두 여인은 서번을 정벌할 때에 만났나이다. 근래 일이 많아 데려오지 못했었는데, 반드시 소유와 대왕이 함께 즐긴다 하니, 성대한 놀이를 구경하고자 이르렀사옵니다.”

왕이 다시 두 사람을 보니, 그 미색이 경홍 섬월과 형제 같았으며, 그윽한 태도와 뛰어난 기색은 한 단계 위여서 왕이 크게 기이해했고, 월궁의 미인들 또한 모두 낯빛이 잿빛이 되었다.

 

王問曰 : “兩娘何姓名也? 何地人也?”

一人對曰 : “小妾裊烟, 姓沈氏 西潦州人也.”

一人又對曰 : “小妾凌波, 姓白氏 曾居瀟湘之間. 不幸遭變 避地西邊, 今從相公而來耳.”

王曰 : “兩娘子非地上人也. 能解管絃否?”

왕문왈 양낭하성명야 하지인야

일인대왈 소첩요연 성심씨 서료주인야

일인우대왈 소첩능파 성백씨 증거소상지간 불행조변 피지서변 금종상공이래이

왕왈 양낭자비지상인야 능해관현부

 

왕이 묻기를,

“두 낭자는 성명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한 사람이 답하기를,

“소첩 요연(裊烟)은 성이 심씨(沈氏)이고, 서요주(西潦州) 사람이옵니다.”

또 한 사람이 답하기를,

“소첩 능파(凌波)는 성이 백씨(白氏)이고, 일찍이 소수(瀟水)와 상수(湘水) 사이에서 살았사옵니다. 불행히 변란을 만나 서쪽 변방으로 피난 가다가, 이제 상공을 따라왔사옵니다.”

왕이 이르기를,

“두 낭자는 지상의 사람이 아니로다. 관현악을 연주할 줄 아는가?”

 

裊烟對曰 : “小妾塞外賤妾也. 未嘗聞絲竹之聲, 將以何技以娛大王乎?

但兒時多事 浪學劍舞, 而此乃軍中之戱 恐非貴人所可見也.”

王大喜 謂丞相曰 : “玄宗朝公孫大娘 劍舞名於天下, 其後此曲遂絶

不傳於世. 我每咏杜子美詩, 而恨不及一快覩也. 此娘子能解劍舞 快莫甚焉.”

요연대왈 소첩새외천첩야 미상문사죽지성 장이하기이오대왕호

단아시다사 낭학검무 이차내군중지희 공비귀인소가견야

왕대희 위승상왈 현종조공손대낭 검무명어천하 기후차곡수절

부전어세 아매영두자미시 이한불급일쾌도야 차낭자능해검무 쾌막심언

 

요연이 답하기를,

“소첩은 변방의 천첩이옵니다. 일찍이 관현악 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무슨 재주로 대왕을 즐겁게 하겠사옵니까? 다만 어릴 적에 일을 많이 겪어 대충 검무(劍舞)를 배웠으나, 이는 군중(軍中)의 놀이로, 귀인이 보실 만한 것이 못 될까 하옵니다.”

왕이 크게 기뻐하여 승상에게 이르기를,

“현종(玄宗) 때에 공손대랑(公孫大娘)의 검무가 천하에 이름을 떨치다가, 그 후 이 곡이 드디어 단절되어 세상에 전하였도다. 내가 매양 두자미(杜子美)의 시를 읊을 때마다, 검무를 한 번 보지 못함을 한했는데, 이 낭자가 검무를 할 줄 안다니 유쾌함이 매우 크도다.”

 

與丞相各解贈所佩之劍, 裊烟捲袖解帶 舞一曲於金鑾之上.

倏閃揮㸌 縱橫頓挫. 紅粧白刃 炫幻一色, 若三月飛雪亂灑於桃花叢上.

俄而 舞袖轉急 劍鋒愈疾, 霜雪之色 忽滿帳中, 裊烟一身不復見矣.

忽有一丈靑虹 橫亘天衢, 颯颯寒飇 自動於樽俎之間, 座中皆骨冷 而髮竦矣.

여승상각해증소패지검 요연권수해대 무일곡어금란지상

숙섬휘곽 종횡돈좌 홍장백인 현환일색 약삼월비설란쇄어도화총상

아이 무수전급 검봉유질 상설지색 홀만장중 요연일신불부견의

홀유일장청홍 횡긍천구 삽삽한표 자동어준조지간 좌중개골냉 이발송의

 

월왕과 승상과 허리에 찬 검을 풀어 주니, 요연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띠를 풀고, 수레 위에서 한 곡조를 추었다. 홀연 섬광이 번뜩이고 종횡으로 뛰놀아 붉은 화장과 흰 칼날이 한 빛으로 번쩍이니, 삼월에 날리는 눈이 복사꽃 떨기에 어지럽게 뿌려지는 것 같았다.

이윽고 춤추는 소매가 더욱 급하고 칼끝이 더욱 빨라져, 서릿발과 눈빛이 장막 안에 가득하더니, 요연의 한 몸이 다시 보이지 않았다. 홀연 한 가닥 푸른 무지개가 하늘에 뻗치며, 서늘한 기운이 일며 회오리바람이 절로 술병과 도마 사이를 스치니, 좌중이 모두 뼛속까지 한기를 느껴 모골(毛骨)이 송연하였다.

 

裊烟欲盡其所學之術 恐驚動越王, 乃罷舞擲劍 再拜而退.

王久乃定神 謂裊烟曰 : “世人劍舞, 何能臻此神妙之境? 我聞仙人多能劍術, 娘子得非其人乎?”

裊烟曰 : “西方風俗 以兵器作戱, 故妾童稚之年 雖或學習, 豈有仙人之奇術乎?”

王曰 : “我還宮中, 當擇美人中便捷善舞者而送之, 望娘子勿憚敎掖之勞.”

裊烟拜而受命.

요연욕진기소학지술 공경동월왕 내파무척검 재배이퇴

왕구내정신 위요연왈 세인검무 하능진차신묘지경 아문선인다능검술 낭자득비기인호

요연왈 서방풍속 이병기작희 고첩동치지년 수혹학습 기유선인지기술호

왕왈 아환궁중 당택미인중편첩선무자이송지 망낭자물탄교액지로

요연배이수명

 

요연이 배운 술법을 다하고자 했으나, 월왕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 검무를 마치고 칼을 던지고 두 번 절을 하고 물러났다.

월왕이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요연에게 묻기를,

“세상 사람의 검무가 어찌 이 신묘한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오. 내가 듣기에 신선은 검술에 능숙하다 들었는데, 낭자는 능히 그 사람이 아닌가?”

요연이 답하기를,

“서쪽 지방의 풍속이 병기(兵器)를 희롱하므로, 첩이 어린 나이에 혹 배워 익혔을지라도, 어찌 선인의 기이한 기술이 있었겠사옵니까?”

왕이 이르기를,

“내가 궁중에 돌아가, 마땅히 미인 중 민첩하고 춤에 능한 자를 뽑아 보낼 테니, 낭자는 직접 가르치는 수고를 꺼리지 말기를 바라노라.”

요연은 절하고 왕명을 받았다.

 

王又問於凌波曰 : “娘子有何才乎?”

凌波曰 : “妾家舊在湘水之上 湘水卽皇英所遊之處也.

有時乎天高夜靜 月明風淸 則寶瑟之聲 尙在於雲宵間

故妾自兒時 做其聲音 自彈自樂而已 而恐不合於貴人之耳也.”

왕우문어능파왈 낭자유하재호

능파왈 첩가구재상수지상 상수즉황영소유지처야

유시호천고야정 월명풍청 즉보슬지성 상재어운소간

고첩자아시 주기성음 자탄자락이이 이공불합어귀인지이야

 

왕은 또 능파에게 묻기를,

“낭자는 무슨 재주가 있느냐?”

능파가 답하기를,

“첩의 집은 옛날 상수 가에 있었는데, 상수는 곧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놀던 곳이옵니다. 때로는 가을날 고요한 밤에 달 밝고 바람이 맑으면, 비파소리가 여태 구름 사이에서 들렸사옵니다. 첩은 어릴 때부터 그 소리를 본떠 혼자서 뜯고 즐길 뿐이었는데, 귀인의 귀에 맞지 않을까 두렵사옵니다.”

 

王曰 : “雖因古人詩句, 知相妃之能彈琵琶 而未聞其曲流傳於世人也.

娘子若能傳得此曲, 啁啾俗樂 何足聆乎?”

凌波自袖中出二十五弦 輒彈一曲. 哀怨淸切 水落三峽,, 雁號長天 四座忽凄然下淚

而已千林自振 秋聲乍動, 枝上病葉 紛紛亂墜.

왕왈 수인고인시구 지상비지능탄비파 이미문기곡유전어세인야

낭자약능전득차곡 조추속악 하족영호

능파자수중출이십오현 첩탄일곡 애원청절 수락삼협 안호장천 사좌홀처연하루

이이천림자진 추성사동 지상병엽 분분난추.

 

왕이 말하기를,

“옛사람의 시구를 인연하였기에, 아왕과 여영이 비파를 타는 데 능한 줄은 알았지만, 그 곡조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줄은 알지 못했도다. 낭자가 능히 이 곡조를 전할 수 있다면,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속악을 어찌 들으리오?”

능파가 소매 속에서 이십오현금을 끄집어내어 문득 한 곡조를 탔다. 애절하고 맑아서 물이 삼협(三峽)에 떨어지고, 기러기가 먼 하늘에서 우는 듯하여, 주위의 모든 이들이 문득 슬퍼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미 온갖 수풀이 절로 흔들리며 가을 소리가 잠시 나더니, 나뭇가지의 누렇게 변한 잎들이 어지럽게 날려 떨어졌다.

 

越王大異之曰 : “吾不信人間曲律, 能回天地造化之權. 娘若人間之人, 則何能使發育之春爲秋,

使敷榮之葉自零也. 俗人亦可學此曲乎?”

凌波曰 : “妾惟傳古曲之糟粕而已. 有何神妙之術 而不可學乎?”

월왕대이지왈 오불신인간곡률 능회천지조화지권 낭약인간지인 칙하능사발육지춘위추

사부영지엽자영야 속인역가학차곡호

능파왈 첩유전고곡지조박이이 유하신묘지술 이불가학호

 

월왕이 크게 이상히 여기며 이르기를,

“인간의 음률이 능히 천지조화의 권능을 바꾼다는 말을 내가 믿지 아니하였도다. 낭자가 인간 세상의 사람이라면 어찌 발육하는 봄을 가을이 되게 할 수 있으며, 뻗어나는 잎을 절로 떨어지게 할 수 있는가? 속인들도 또한 이 곡조를 배울 수 있는가?”

능파가 답하기를,

“첩은 옛 곡조에 남은 걸 전했을 뿐이옵니다. 무슨 신묘한 기술이 있어 배울 수 없겠사옵니까?”

 

萬玉燕告於王曰 : “妾雖不才, 以平日所習之樂 試奏白蓮曲矣.”

斜抱秦箏 進於席前, 以纖葱拂絃 能奏二十五絃之聲, 運指之法 淸高流動 殊可聽也.

丞相乃鴻月兩人極稱之, 越王甚悅.

만옥연고어왕왈 첩수부재 이평일소습지락 시주백련곡의

사포진쟁 진어석전 이섬총불현 능주이십오현지성 운지지법 청고유동 수가청야.

승상내홍월양인극칭지 월왕심열.

 

만옥연이 월왕께 아뢰기를,

“첩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평소 익힌 음악으로 시험 삼아 백련곡(白蓮曲)을 아뢰겠나이다.”

진쟁(秦箏)을 비스듬히 안고 자리 앞에 나아가 줄을 고르는데, 능히 스물다섯 가지 소리를 내며, 손 놀리는 법이 맑고 고아하게 움직여 특별히 들을 만했다. 양승상과 경홍, 섬월 두 사람도 극히 칭찬하였으며, 월왕도 심히 기뻐했다.

 

是日 樂遊原之宴, 烟波兩人 未知助勸, 王及丞相興雖有餘 而野日將夕矣 乃罷宴.

兩家各以金銀綵緞爲纏頭之資, 量珠以斗 堆錦如阜, 與紫閣峰齊. 越王與丞相上馬, 帶月色而歸.

纔入城門 鐘欲動矣. 兩家女樂 爭途迭先 珮響如水, 香氣擁街 遺簪墮珠, 盡入於馬蹄,

窸窣之聲 聞於暗塵之中矣.

시일 낙유원지연 연파양인 미지조권 왕급승상흥수유여 이야일장석의 내파연.

양가각이금은채단위전두지자 양주이두 퇴금여부 여자각봉제 월왕여승상상마 대월색이귀.

재입성문 종욕동의 양가여악 쟁도질선 패향여수 향기옹가 유잠타주 진입어마제

실솔지성 문어암진지중의.

 

이날 낙유원 잔치에 심요연, 백능파 두 사람은 자신이 도움이 된 줄 몰랐다. 왕과 승상은 흥이 남아 있었으나 날이 저물려 하자 잔치가 끝났다. 두 집안은 각기 금은과 채색 비단을 전두(纏頭)로 삼았고, 구슬을 말로 계량하였고, 비단을 쌓은 것이 언덕 같아 자각봉(紫閣峰)과 가지런했다.

월왕과 승상은 말에 올라 달빛을 띠고 귀가하자, 겨우 성문에 들어가니 종소리가 울렸다. 두 집안의 기녀들이 길을 다투고 앞서려 하여 패물 소리가 물소리 같았고, 향기가 길에 가득하였다. 떨어진 비녀와 구슬들이 말굽 아래 들어가, 시끄러운 소리가 어두운 먼지 속에서 들려왔다.

 

長安士女 聚觀如堵. 百歲老翁 垂淚而言曰 :

“我昔髮未總時, 見玄宗皇帝幸華淸宮 其威儀如此矣! 不圖垂死之日 復見太平景象也.”

此時兩公主與秦氏賈氏, 陪大夫人正待丞相之還,

丞相上堂, 引沈裊烟白凌波 現於大夫人及兩公主.

장안사녀 취관여도 백세노옹 수루이언왈

아석발미총시 견현종황제행화청궁 기위의여차의! 불도수사지일 부견태평경상야

차시양공주여진씨가씨 배대부인정대승상지환

승상상당 인심요연백능파 현어대부인급양공주

 

장안의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는데, 마치 담장 같았다. 백 세의 노인이 눈물을 떨구며 이르기를,

“내가 옛날 머리를 올리기 전에, 현종 황제가 화청궁(華淸宮)에 거동하시는 것을 보았었는데, 그 위의가 이와 같았도다. 죽기 전에 다시 태평성대의 모습을 보는구나.”

이날 두 공주는 진씨 가씨와 대부인을 모시고 승상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니, 승상은 마루에 올라, 심요연과 백능파를 이끌고 대부인과 두 부인에게 보이었다.

 

鄭夫人曰 : “丞相每言, 得賴兩娘子急難之恩, 幸成數千里拓土之功. 故吾每以未卽相見爲恨矣,

兩娘之來 何太晩也?”

烟波對曰 : “妾等遠方鄕闇之人也.

雖蒙丞相一顧之恩, 而惟恐兩貴王夫人, 不許一席之地, 未敢卽踵於門下矣.

頃入京師, 得聞於行路 則皆稱兩夫人, 有關睢樛木之德化 被踈賤恩覃上下云.

故方欲冒僣進謁之際, 適値丞相觀獵之時, 叩參盛筵 獲承下誨 妾等之幸也.”

정부인왈 승상매언 득뢰양낭자급난지은 행성수천리탁토지공 고오매이미즉상견위한의

양낭지래 하태만야

연파대왈 첩등원방향암지인야

수몽승상일고지은 이유공양귀왕부인 불허일석지지 미감즉종어문하의

경입경사 득문어행로 즉개칭양부인 유관휴규목지덕화 피소천은담상하운

고방욕모참진알지제 적치승상관렵지시 고참성연 획승하회 첩등지행야

 

정부인이 이르기를,

“승상께서 매양 말씀하시기를, 두 낭자의 어려움을 구하는 은혜를 입어 다행히 수천 리 길 영토를 개척하는 공로를 이루었다 하셨노라. 서로 만나지 못함을 한스럽게 여겼는데, 두 낭자의 찾아옴이 어찌 그리 늦었는고?”

심요연과 백능파가 답하기를,

“첩들은 먼 지방 시골 사람들이옵니다. 비록 승상께서 한 번 돌아보시는 은혜는 입었사오나, 오직 두 귀부인께서 한자리의 땅을 허락하지 않으실까 두려워, 감히 문하에 발걸음을 하지 못했사옵니다.

서울에 들어와 길거리서 듣건대, 모두 두 부인을 칭송하여, 관저(關睢)와 규목(樛木)의 덕화가 천첩들에게 입히고 상하에 미친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러므로 방금 외람되이 나아와 뵙고자 할 즈음에, 마침 승상께서 사냥하시는 때를 만나 성대한 잔치에 참석하였고, 부인의 가르침을 받게 되오니, 첩들의 다행이옵니다.”

 

公主笑謂丞相曰 : “今日宮中 花色正滿. 相公必自詑風流 而此皆吾兄弟之功也. 相公知之乎?”

丞相大笑曰 : “俗云 ‘貴人喜聞譽言’ 非妄也. 彼兩人新到宮中, 大畏公主威風

有此諂諛之言, 公主乃欲爲功耶”

座譁然大笑

공주소위승상왈 금일궁중 화색정만 상공필자이풍류 이차개오형제지공야 상공지지호

승상대소왈 속운 귀인희문예언 비망야 피양인신도궁중 대외공주위풍

유차첨유지언 공주내욕위공야

좌화연대소

 

공주가 웃으며 승상에게 아뢰기를,

“오늘은 궁중에 꽃 빛이 가득합니다. 상공께서는 반드시 스스로 자신의 풍류를 자랑하실 터이오나 이는 모두 우리 형제의 공로입니다. 상공께서는 그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승상이 크게 웃으며 이르기를,

“속담에 귀인은 칭찬하는 말을 기쁘게 듣는다고 하더니만 망언이 아니외다. 이 두 사람이 새로 궁중에 들어와, 공주의 위엄과 풍채를 크게 두려워하여 이처럼 아첨하는 말을 하니, 공주는 이를 자신의 공으로 하고 싶은가 보오.”

자리가 왁자지껄하도록 크게 웃었다.

 

秦賈兩娘子問於蟾月曰 : “今日宴席勝負如何?”

鴻娘答曰 : “蟾娘笑妾大言矣 妾以一言 使越宮奪氣

諸葛孔明以片舸入江東, 掉三寸之舌 說利害之機, 周公瑾魯子敬輩, 惟口呿喘息 而不敢吐氣.

平原君入楚定從 十九人皆碌碌無成, 使趙重於九鼎大呂者, 非毛先生一人之功乎?

妾志大 故言亦大, 大言未必無實矣. 問於蟾娘, 則可知妾言之非妄也.”

진가양낭자문어섬월왈 금일연석승부여하

홍랑답왈 섬랑소첩대언의 첩이일언 사월궁탈기

제갈공명이편가입강동 도삼촌지설 설이해지기 주공근노자경배 유구거천식 이불감토기

평원군입초정종 십구인개녹녹무성 사조중어구정대려자 비모선생일인지공호

첩지대 고언역대 대언미필무실의 문어섬랑 칙가지첩언지비망야.”

 

진채봉과 가춘운 두 낭자가 계섬월에게 묻기를,

“오늘 잔치 자리에서 승부는 어찌 되었는가?”

적경홍 낭자가 답하기를,

“섬월 낭자는 첩의 큰소리를 비웃었습니다만, 첩이 한마디로 월궁 사람들로 하여금 기를 죽게 하였나이다. 제갈공명이 작은 배 한 척을 타고 강동에 들어가, 세 치 혓바닥을 놀려 이익과 손실을 따져, 주공근(周公瑾)과 노자경(魯子敬)의 무리가 입이 딱 벌어져 헐떡거리며, 감히 한마디도 못한 것과 같았나이다.

또 평원군(平原君)이 초나라에 들어가 합종(合從)을 정하려 할 때, 따라간 십구 인은 모두 볼품이 없었나이다. 하지만 조나라로 하여금 구정대려(九鼎大呂)보다 무겁게 한 것은 모수(毛遂) 선생 한 사람의 공로가 아니었나이까?

첩은 뜻이 크므로 말 또한 큰 것이니, 큰소리가 반드시 실익이 없는 것은 아니나이다. 섬월 낭자에게 물어보시면, 첩의 말이 허망치 않음을 아실 것이외다.”

 

蟾娘曰 : “鴻娘弓馬之才, 不可謂不妙. 而用之於風流陣中 則雖或可稱,

置之於矢石場, 則安能馳一步, 而發一矢乎.

越宮奪氣, 所以服新到兩娘子之仙貌仙才, 何足爲鴻娘之功乎.

我有一言. 當向鴻娘說耶 春秋之時. 賈大夫貌甚醜陋 天下所共唾也..

娶妻三年 其妻未曾一笑, 賈大夫與妻出郊 適射獲一雉, 其妻始笑之.

鴻娘之射雉, 或與賈大夫同乎?”

섬랑왈 홍랑궁마지재 불가위불묘 이용지어풍류진중 칙수혹가칭

치지어시석장 칙안능치일보 이발일시호

월궁탈기 소이복신도양낭자지선모선재 하족위홍랑지공호

아유일언 당향홍랑설야 춘추지시 가대부모심추루 천하소공타야

취처삼년 기처미증일소 가대부여처출교 적사획일치 기처시소지

홍랑지사치 혹여가대부동호

 

섬월 낭자가 이르기를,

“경홍낭자의 활쏘기와 말 타는 재주는 신묘하지 않다고는 말하지 않을 수 없으리오. 하지만 풍류 마당에서 쓰면 혹 칭찬할 수 있을지라도, 화살과 돌맹이가 쏟아지는 전장에 내어놓으면 어찌 한 발짝인들 내달으며 화살 하나 쏘겠나이까? 월궁이 기가 죽은 것은, 새로 온 두 낭자의 신선 같은 외모와 재주에 탄복함이니, 어찌 족히 경홍 낭자의 공이 되리이까?

내가 한마디 하여 경홍낭자를 향하여 말하리다. 춘추시대에 가대부(賈大夫)의 외모가 매우 추악하여 천하 사람들이 모두 침을 뱉는 바였나이다. 장가든 지 삼 년 동안 그의 아내는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는데, 가대부가 아내와 교외에 나가 마침 꿩 한 마리를 잡으니, 그의 아내가 처음으로 웃었다고 하옵니다. 경홍낭자가 꿩을 쏘아 맞힌 것도 혹 가대부와 같사오리다.”

 

驚鴻曰 : “以賈大夫之醜貌, 能因弓馬之才 睹得其妻之笑. 若使有才有色 而且能射雉,

則尤豈不使人愛敬乎?”

蟾月笑曰 : “鴻娘之自誇 逾往而逾甚, 此無非丞相寵愛之過 而驕其心也.”

丞相笑曰 : “我固知蟾娘之多才, 而不知有經術也. 今復兼春秋之癖也.”

蟾月曰 : “妾閑時, 或涉獵經史, 豈曰能之?”

경홍왈 이가대부지추모 능인궁마지재 도득기처지소 약사유재유색 이차능사치

칙우기불사인애경호

섬월소왈 홍랑지자과 유왕이유심 차무비승상총애지과 이교기심야

승상소왈 아고지섬랑지다재 이부지유경술야 금복겸춘추지벽야

섬월왈 첩한시 혹섭렵경사 기왈능지

 

경홍이 나서 이르기를,

“가대부의 추한 모습으로도, 활쏘기와 말타기의 재주를 인연하여 그 아내의 웃음을 볼 수 있었나이다. 만약 재색을 갖춘 이로 하여금 또한 꿩을 명중시키게 했다면, 더욱 어찌 사람들로 하여금 공경하고 사랑하지 않았으리오.”

섬월이 비웃으며 이르기를,

“경홍 낭자의 자기 자랑은 갈수록 더욱 심한데, 이는 승상의 총애가 지나쳐서, 그 마음을 교만하게 만든 탓이옵니다.”

승상이 웃으며 이르기를,

“내가 진실로 섬월이 재주가 많음을 알았지만, 경서(經書)에도 능통한 줄은 몰랐도다. 오늘은 게다가 춘추의 고사를 말하는 버릇까지 겸하였구나.”

섬월이 아뢰기를,

“첩이 한가할 적에 혹 경서와 사서(史書)를 섭렵하였사오나, 어찌 능통하다 말하리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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