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일 - 7. 소유가 두 번째 과거길의 주점에서 계섬월을 만나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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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유가 두 번째 과거길의 주점에서 계섬월을 만나다

 

 

此時柳氏聞京都禍亂之報, 恐兒子死於兵火, 日夜呼天幾不得自保矣.

及見少游相持痛哭, 若遇泉下之人. 未幾舊歲已盡 新春忽屆矣.

차시유씨문경도화란지보 공아자사어병화 일야호천기부득자보의

급견소유상대통곡 약우천하지인 미기구세이진 신춘홀계의

 

이때 유씨는 서울에서 난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아마 아들이 병화에 죽었으리라 생각하여, 밤낮 하늘을 우러러 슬피 울다가, 거의 스스로 몸을 보전치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소유를 보자마자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하니, 마치 저승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과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묵은해는 이미 끝나고, 새봄이 문득 찾아왔다.

 

生又將作赴擧之行, 柳氏謂生曰 : “去年汝往皇都幾陷危境, 至今思惟凜凜可怕.

汝年尙穉功名不急, 然吾所以不挽汝行者, 吾亦有主意故也.

顧此秀州旣挾且僻, 門戶才貌 實無堪爲汝配者, 而汝已十六歲也, 今若不定幾何其不失時乎?

京師紫淸觀杜鍊師 卽吾表兄, 出家雖久計其年歲 則尙或生存,

此兄氣宇不凡知慮有裕, 名門貴族無不出入, 寄我情書則必視汝如子,

而出力周旋爲求賢匹, 汝須留意於此.”

 

생우장작부거지행 유씨위생왈 거년여왕황도기함위경 지금사유름름가파

여년상치공명불급 연오소이불만여행자 오역유주의고야

고차수주기협차벽 문호재모 실무감위여배자 이여이십육세야 금약부정기하기부실시호

경사자청관두연사 즉오표형 출가수구계기년세 즉상혹생존

차형기우불범지려유유 명문귀족무불출입 기아정서즉필시여여자

이출력주선위구현필 여수유의어차

 

양생이 또 장차 과거를 보러 가려 하자, 유씨가 양생에게 이르기를,

“지난해에 네가 서울에 가서 거의 위태로운 처지에 빠졌던 것을,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온몸이 떨리고 몸서리가 쳐지도다. 네 나이가 아직 어리어 공명이 급하지 아니하나, 이에 내가 네 가는 것을 말리지 못하는 것은, 나 역시 중요하게 뜻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수주를 돌아보면 본디 땅이 좁고 또한 궁벽하여, 가문과 재주, 용모가 실로 너의 배필을 맡을 만한 자가 없는지라. 네 나이 이미 열여섯 살이니, 지금 만일 정혼치 않으면 어찌 때를 잃지 않는다 하겠느냐?

서울에 있는 자청관(紫淸觀)의 두연사(杜鍊師)는 곧 나의 종형(從兄)간으로, 출가(出家)한 지 오래되었지만, 그 나이를 헤어 보니, 혹시 아직 살아있을 것이라. 이 형은 기개와 도량이 범상치 아니하고 지식과 생각이 넉넉하여, 명문 귀족들과의 교류가 없지 않을 것이므로, 나의 이 정이 어린 편지를 전하면 곧 반드시 너를 아들과 같이 여기고, 힘을 다하여 주선하여 어진 짝을 구해 줄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이를 유의하여라.”

 

仍作書而付之, 生受命始以華陰事告之, 輒有悽感之色.

柳氏嗟咄曰 : “秦氏雖美旣無天緣, 禍家餘生必難全生, 設令不死逢着亦難,

汝須永斷浮念更求他門, 以慰老母企望之懷也.

잉작서이부지 생수명시이화음사고지 첩유처감지색

유씨차돌왈 진씨수미기무천연 화가여생필난전생 설령불사봉착역난

여수영단부념갱구타문 이위노모기망지회야

 

이에 편지를 써서 건네주니, 양생이 명을 받으며 처음으로 화음현의 진씨 일을 고하면서, 문득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유씨가 혀를 차고 탄식하면서 이르기를,

“진씨가 비록 아름답겠지만 이미 하늘의 인연이 없고, 화를 입은 집안에서의 여생은 반드시 남은 생애가 어려우며, 설사 죽지 않았다 하더라도 서로 닥뜨려 만나기 또한 어려울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덧없는 생각을 길이 끊어 버리고 다시 다른 혼처를 찾아, 이 노모의 바라는 마음을 위로하도록 하라.”

 

生拜敬登程及到洛陽, 猝値驟雨避入於南門外酒店, 沽酒而飮生謂店主曰 :

“此酒雖美亦非上品也.”

主人曰 : "小店之酒無勝於此者, 相公若求上品, 天津橋頭酒肆 所賣之酒名曰洛陽春.

一斗之酒千錢其價, 味雖好而價則高矣.”

생배경등정급도락양 졸치취우피입어남문외주점 고주이음생위점주왈

차주수미역비상품야

주인왈 소점지주무승어차자 상공약구상품 천진교두주사 소매지주명왈락양춘

일두지주천전기가 미수호이가즉고의

 

양생이 삼가 경의를 표하고 길을 떠나 낙양에 이르자,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남문 밖 주점에 피해 들었다. 술을 받아 마시고는 주막 주인에게 이르기를,

“이 술은 비록 좋으나 또한 훌륭한 술은 아니로다.”

주인이 이르기를,

“작은 주막의 술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나, 상공께서 만일 상품의 술을 구하신다면, 천진교(天津橋) 머리에 있는 주점에서 파는 술로 낙양춘(洛陽春)이 있습니다. 한 말 술값이 천 전(錢)인데, 비록 맛은 좋지만 값이 너무 비싸옵니다.”

 

生靜思, “洛陽自古帝王之都, 繁華壯麗甲於天下,

我去年取他路而去, 未見其勝槪, 今行當不落莫矣.”

生乃使書童筭給酒價, 仍驅驢向天津而行, 及抵城中 山水之勝, 人物之盛果叶所聞矣.

생정사 낙양자고제왕지도 번화장려갑어천하

아거년취타로이거 미견기승개 금행당불락막의

생내사서동산급주가 잉구려향천진이행 급저성중 산수지승 인물지성과협소문의

 

양생이 조용히 생각하기를,

“낙양(洛陽)은 예로부터 제왕의 도읍이요, 번화와 장려함이 천하의 으뜸이거늘, 내 지난해에는 다른 길을 택하여 갔으므로, 그 뛰어나게 좋은 경치를 보지 못하였으니, 이번 행차에는 마땅히 이들을 빠뜨리지 아니하리라.”

양생이 이에 서동에게 술값을 계산하도록 하고, 거듭 나귀를 몰아 천진(天津)을 향해 가는데, 성안에 다다르니 산수가 빼어나고 인물의 융성함이 과연 듣던 바와 같았다.

 

洛水橫貫都城 如鋪白鍊, 天津橋逈跨澄波 直通大路, 隱隱如彩虹之飮水,

蜿蜿若蒼龍之展腰, 朱甍聳空 碧瓦輝日, 色映淸漪 影抱香街, 可謂第一名區也.

낙수횡관도성 여포백련 천진교향과징파 직통대로 은은여채홍지음수

완완약창룡지전요 주맹용공 벽와휘일 색영청의 영포향가 가위제일명구야

 

낙수(洛水)가 도성을 가로질러 뚫음은 흰 깁을 펼쳐 놓은 듯하고, 천진교는 맑은 물결을 아득히 걸치고서 곧바로 큰길로 통하니, 무지개가 물을 마시고 있는 것같이 은은하였다. 푸른 용이 허리를 뒤척이듯 꿈틀거리며, 붉은 용마루가 하늘 높이 우뚝 솟고, 푸른 기와는 햇살에 반짝이며, 빛깔이 맑은 잔물결처럼 비치어 그림자는 향내 나는 자리에 비꼈으니, 천하제일의 명승지라 말할 수 있었다.

 

生知爲店主所謂酒樓, 乃催行至其樓前, 金鞍駿馬 塡塞通衢, 僕夫林立 譁聲雷聒.

仰視樓上則絲竹, 轟鳴聲在半空, 羅綺紛繽 香聞十里.

生以爲河南府尹讌客於此, 使書童問之 爭言 : “城裡少年諸公子, 聚集一時名妓 設宴玩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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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위하남부윤연객어차 사서동문지 쟁언 성리소년제공자 취집일시명기 설연완경

 

양생은 그것이 주막 주인이 말한 이른바 주점임을 알고, 이에 재촉하여 가서 그 주점 앞에 이르니, 금으로 장식한 안장을 얹은 날랜 말들이 사거리를 메워 막고 사내종들이 수풀의 나무처럼 죽 늘어서 있으며, 소란한 소리가 천둥 치는 듯 떠들썩하였다. 누각 위를 우러러보니 거문고와 퉁소의 크게 울리는 소리가 반공중에 머물렀고, 아름다운 비단 자락이 어지러이 날리어 그 향내가 십 리까지 퍼졌다.

양생은 하남부윤(河南府尹)이 이곳에서 손님을 접대하리라 생각하고 서동을 시켜 그 사실을 물어보니, 사람들이 다투어 이르기를,

“성안의 소년들과 여러 공자(公子)가 한때의 명기(名妓)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베풀고 경치를 즐기고 있나이다.”

 

生聞之已覺 醉興翩翩, 豪氣騰騰, 於是當樓下驢 直入樓中,

年少書生十餘人, 與美人數十, 雜坐於錦筵之上, 騁高談浮大白, 衣冠鮮明 意氣軒輕.

諸生見楊生容顔秀美, 符彩灑落 齊起迎揖, 分席列坐.

생문지이각 취흥편편 호기등등 어시당루하려 직입루중

연소서생십여인 여미인수십 잡좌어금연지상 빙고담부대백 의관선명 의기헌경

제생견양생용안수미 부채쇄락 제기영읍 분석열좌

 

양생은 그 말을 듣자 벌써 취흥이 돌고 득의만면하며 호기가 등등하여, 이에 누각 아래에서 나귀를 내려 곧바로 누각 안으로 들어가니, 나이 어린 서생 십여 명이 미인 수십 명과 더불어 화려한 좌석 위에 섞여 앉아 큰 소리로 떠들면서 큰 잔을 기울이는데, 의관은 선명하고 의기는 의젓하였다.

여러 서생이 양생을 보니 용모가 수려하고, 상서롭고도 휘황한 모습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므로, 일제히 일어나 맞으며 읍하고 자리를 나누어 죽 벌여 앉았다.

 

各通姓名後, 上座有盧生者先問曰 : “吾見楊兄行色, 所謂槐花黃擧子忙者也.”

生曰 : “誠如兄言矣.”

又有杜生者曰 : “楊兄苟是赴擧之儒 則雖云不速之賓, 參於今日之會亦不妨也.”

각통성명후 상좌유노생자선문왈 오견양형행색 소위괴화황거자망자야

생왈 성여형언의

우유두생자왈 양형구시부거지유 즉수운불속지빈 참어금일지회역불방야

 

서로 성명을 통한 후에, 윗자리에 있는 노생(盧生)이라는 자가 있다가, 먼저 묻기를,

“내 양형(楊兄)의 차림새를 보니, 과거를 보러 바쁘게 가는 분인 듯하도다.”

양생이 답하기를,

“진실로 형씨의 말씀과 같소이다.”

또 두생(杜生)이 있다가 이르기를,

“양형이 진실로 과거 보러 가는 유생(儒生)이라면, 비록 급히 청하지 않은 손님이지만, 오늘 연회에 참여하는 것 또한 무방할 것이로다.”

 

生曰 : “以兩兄之言, 觀之則今日之會, 非但以酒盃留連而已, 必結詩社 而較文章也.

若小弟者以楚國寒賤之人, 齒旣少知識甚狹, 雖以薄劣猥充鄕貫,

參與於諸公盛會之末, 不亦僣乎?”

생왈 이양형지언 관지즉금일지회 비단이주배유련이이 필결시사 이교문장야

약소제자이초국한천지인 치기소지식심협 수이박열외충향관

참여어제공성회지말 불역참호

 

양생이 이르기를,

“두 형씨의 말을 듣고, 오늘의 이 연회를 보니 다만 술잔이나 나누기 위해 머무르는 게 아니라, 시를 짓는 모임을 만들어 문장을 겨뤄 보려는 것임이 틀림없도다. 소제(小弟)로 말하면 초나라의 빈한하고 미천한 사람으로, 나이가 이미 어리고, 견식도 매우 좁으며, 더구나 엷고 뒤떨어져 외람되이도 향공(鄕貢)을 채워서, 여러 공자의 성대한 모임에 말석으로 참여한 것이 또한 어긋난 일이 아닌가 하노라.”

 

諸人見楊生語遜而年幼, 頗輕易之答曰 :

“吾輩之會 非爲結詩社也, 而楊兄所謂較文章 盍彷佛矣. 然兄是後來之客,

雖作詩可也不作亦可也, 與吾輩飮酒洽好矣.”

仍促傳巡盃, 使滿坐諸妓迭奏衆樂.

제인견양생어손이년유 파경이지답왈

오배지회 비위결시사야 이양형소위교문장 개방불의 연형시후래지객

수작시가야부작역가야 여오배음주흡호의

잉촉전순배 사만좌제기질주중악

 

여러 사람이 양생의 말이 겸손하고 또 나이 어림을 보고, 자못 가볍고 쉽게 여겨 이르기를,

“우리들의 모임은 시를 짓기 위해 모임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고, 양형이 말하는 문장을 비교하는 것과 대개 비슷한 것이로다. 형은 뒤에 온 손님이니 시를 지어도 좋고 또한 안 지어도 좋으며, 우리와 더불어 술 마시는 게 더욱 좋을 것이라.”

그리고는 잔 돌리기를 재촉하고, 그 자리의 여러 기생으로 하여금 여러 풍악을 번갈아 연주하도록 하였다.

 

楊生乍揜醉眸獵視羣娼, 二十餘人各執其芸,

而惟一人超然端坐 不奏樂不接語, 淑美之容冶艶之態 眞國色也.

望之如南海觀音, 婷婷獨立於繪素之中矣.

양생사엄취모렵시군창 이십여인각집기운

이유일인초연단좌 부주악부접어 숙미지용야염지태 진국색야

망지여남해관음 정정독립어회소지중의

 

양생이 잠깐 취기 어린 눈을 들어 뭇 기생을 찬찬히 보니, 이십여 인이 각기 나름대로 재능과 기예를 지니고 있는데, 오직 한 사람만이 초연히 단정하게 앉아서 풍악을 연주하지도 않고 말을 주고받지도 않으니, 맑고 아름다운 얼굴과 요염한 그녀의 자태는 실로 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미인인가 싶었다.

그녀를 바라보면, 남해의 관음(觀音) 같고 아름다움이 여인을 그린 그림 가운데서 홀로 빼어났다.

 

生神魂搖亂, 自忘巡盃, 其美人亦頗顧楊生, 暗以秋波送情.

生又諦視則累幅詩箋, 堆積於美人之前, 遂向諸生而言曰 :

“彼詩箋必諸兄佳製, 可得一賞否?”

諸人未及對, 美人輒起攝其華箋, 置之於楊生座前.

생신혼요란 자망순배 기미인역파고양생 암이추파송정

생우체시즉루폭시전 퇴적어미인지전 수향제생이언왈

피시전필제형가제 가득일상부

제인미급대 미인첩기섭기화전 치지어양생좌전

 

양생은 정신과 혼백이 산란해져서 자연히 잔 돌리는 것도 잊고, 그 미인 또한 자주 양생을 돌아보며, 가만히 은근한 눈짓으로 정을 보냈다. 양생이 또 자세히 보니 곧 여러 폭의 시전(詩箋)이 미인 앞에 수북이 쌓였거늘, 마침내 여러 서생을 향해 이르기를,

“저 시전은 필연코 여러 형씨의 아름다운 글일 것이니, 가히 한번 감상할 수 있으리까?”

여러 사람의 대답이 미치지 아니하자, 그 미인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그 시전들을 거두어 양생 자리 앞에 놓았다.

 

生一一披閱 則大都十餘丈詩而其中, 雖不無優劣, 生熟視 盖平平無驚語佳句也.

生心語曰 : “我曾聞洛陽多才子矣, 以此見之 則虛言也!”

乃還其詩箋於美人, 對諸生拱手而言曰 :

“下土賤生, 未嘗見上國文章矣, 今者幸玩諸兄珠玉, 快樂之心不可勝喩.”

생일일피열 즉대도십여장시이기중 수불무우열 생숙시 개평평무경어가구야

생심어왈 아증문락양다재자의 이차견지 즉허언야

내환기시전어미인 대제생공수이언왈

하토천생 미상견상국문장의 금자행완제형주옥 쾌락지심불가승유

 

양생이 하나하나 들추어 확인해 보니, 대략 십여 장의 시 중에 비록 잘된 것과 부족한 것이 없지는 않으나, 양생이 자세히 보니 대체로 평평하여 놀랄만한 글귀나 좋은 글귀는 없었다.

양생이 속마음으로,

“내 일찍이 듣기로는 낙양에는 재주 있는 선비가 많다 했는데, 이것으로 볼 것 같으면 거짓이었도다.”

이에 시전을 미인에게 돌려주고, 여러 서생에 대하여 두 손 맞잡고 이르기를,

“투박한 땅의 천한 선비가 일찍이 상국(上國)의 문장을 보지 못하였는데, 이제 다행히 여러 형들의 주옥같은 글을 즐겨 구경하니, 쾌락한 마음 이를 데 없나이다.”

 

此時諸生已大醉矣 恰恰笑曰 : “楊兄但知詩句之妙而已, 不知其間有尤妙之事也.”

生曰 : “少弟過蒙諸兄眷愛, 酒盃之間 已作忘形之友, 所謂妙事 何惜向少弟說來耶?”

차시제생이대취의 흡흡소왈 양형단지시구지묘이이 부지기간유우묘지사야

생왈 소제과몽제형권애 주배지간 이작망형지우 소위묘사 하석향소제설래야

 

이때 여러 서생은 크게 취하였는데, 껄껄 웃으면서 이르기를,

“양형이 다만 시구의 묘한 줄만 알 뿐이요, 그간에 더욱 묘한 일이 있는 줄은 알지 못하도다.”

양생이 이르기를,

“소제가 과분한 여러 형씨의 사랑을 입어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이미 막역한 친구가 되었는데, 이른바 묘한 일을 어찌 소제에게 말해 주지 아니하느냐?”

 

王生大笑曰 : “說道於兄 何害之有? 吾洛陽素稱人才府庫.

是以近前科甲洛陽之人, 不爲壯元 則必爲探花.

吾輩諸人 皆得文字上虛名, 而不能自定其優劣高下矣. 彼娘子姓桂名蟾月.

非但姿色歌舞獨步於東京, 古今詩文無所不通, 且其詩眼尤妙矣 靈如鬼神.

洛陽諸儒納卷 而來則一閱其文, 斷其立落言如符合, 未嘗一失 其神鑑如此也.

以是吾輩各以所製之文, 送於桂娘經其品題, 取其入眼者載之歌曲, 被之管絃以之 而定其高下.

長其聲價 如旗亭故事, 况桂娘姓名盖應月中之桂, 新榜魁元之吉兆, 寔在於此矣,

楊生試聞之 此非妙事乎?”.

왕생대소왈 설도어형 하해지유 오락양소칭인재부고

시이근전과갑락양지인 불위장원 즉필위탐화

오배제인 개득문자상허명 이불능자정기우열고하의

피낭자성계명섬월 비단자색가무독보어동경 고금시문무소불통 차기시안우묘의 영여귀신

낙양제유납권 이래즉일열기문 단기립락언여부합 미상일실 기신감여차야

이시오배각이소제지문 송어계랑경기품제 취기입안자재지가곡 피지관현이지 이정기고하

장기성가 여기정고사 황계랑성명개응월중지계 신방괴원지길조 식재어차의

양생시문지 차비묘사호

 

왕생(王生)이 크게 웃고 이르기를,

“형에게 묘한 도(道)를 말하는 것이 어찌 해롭겠는가? 우리 낙양은 본래 인재가 많다고 일컫는 곳이라. 이 때문에 전부터 과거를 보는 낙양 사람은 장원이 아니면 반드시 탐화(探花)로 합격을 하는지라. 우리 모든 사람은 다 문자의 헛된 명성 탐하고 있어, 스스로 그 우열과 고하를 정할 수 없었도다.

저 낭자의 성은 계(桂)요, 이름은 섬월(蟾月)이라고 하는데, 다만 자색과 가무가 천하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고금 시문에 통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또한 시를 보는 눈이 더욱 오묘하여 귀신과 같이 영묘한지라. 낙양의 여러 선비가 과거를 보았을 때, 그들이 지은 글을 계랑(桂娘)이 한 번 보고 그 합격과 낙제를 단정하면, 말과 꼭 들어맞아 일찍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으니, 그 신통한 감별력이 이와 같았도다.

이러므로 우리가 각각 지은 글을 계랑에게 보내어 그 품제(品題)를 살피면, 그중 눈에 드는 것을 골라 노래에 실어, 관현(管絃)으로 연주하고 그 고하를 정하곤 하였는지라. 그러한 평판의 오래됨은 기정(旗亭)의 평판과 같았고, 하물며 계랑의 이름은 대개 달 가운데의 계수나무에 응하였도다. 새로 발표되는 방문(榜文)에서 장원으로 합격하는 길조는 실로 여기에 있는 것이니, 양생이 이를 들어 보면 이것이 묘한 일이 아니겠는가?”

 

有杜生者曰 : “此外有別妙而又妙者, 諸詩之中桂卿, 擇其一首而歌之

則作其詩者, 今夜當與桂卿, 好結芳緣 而吾輩皆作賀客而已, 斯豈非妙而又妙者乎?

楊兄亦男子也, 苟有一段豪興亦賦一詩, 與吾輩爭衡似好也?”

유두생자왈 차외유별묘이우묘자 제시지중계경 택기일수이가지

즉작기시자 금야당여계경 호결방연 이오배개작하객이이 사기비묘이우묘자호

양형역남자야 구유일단호흥역부일시 여오배쟁형사호야

 

두생(杜生)이 있다가 말하기를,

“이 밖에 따로 묘하고 또 묘한 것이 있으니, 여러 편의 시 중에서 계경(桂卿)이 그중 한 수를 택하여 노래하면, 그 시를 지은 이는 오늘 밤 마땅히 계경과 좋은 꽃다운 인연을 맺고, 우리 모두는 하객이 될 것이니, 이 어찌 묘하고 또 묘한 일이 아니겠는가? 양형도 역시 남자인데, 만일 일단의 호방한 흥취가 있다면, 역시 시 한 편을 지어 우리 무리와 더불어 우열을 다투는 것이 좋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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